“ 야 얀붕아 너 소개팅 해볼래? ” 

 

 

“ 소개팅이요? 갑자기요? ” 

 

 

“ 아는 동생인데 한번 나가봐 너 여자친구 만들고 싶다며. ”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같은과 얀진 선배가 나에게 소개팅 제의를 하였다. 평소에도 여자친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리를 자주해서 그런가, 보다 못한 얀진 선배가 자리를 만들어주셨다. 나야 당연히 여자친구를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에 거절한 이유도 없어 흔쾌히 수락하고 소개팅녀랑 이번 주 토요일 얀챈역 앞에서 만나기 약속을 잡았다. 

 

 

상대방 신상정보를 들어보니까 근처에 있는 여대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자세한 거는 만나서 물어 보라나? 얼굴 사진을 보니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토요일 설레는 마음으로 얀붕이는 약속 장소로 갔다. 

 

 

“ 음. 아 저분인가? ” 

 

 

“ 안녕하세요. 혹시 그 얀순씨 맞으세요? 얀진 선배 아는 동생? ” 

 

 

“ 네... ” 

 

 

“ 아 안녕하세요! 먼저 와 계셨네요? 오래 기다리신 건 아니죠? ” 

 

 

“ 아니요.... ”

 

 

“ 식사 안 하셨죠?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 

 

 

“ 없어요.. ” 

 

 

“ 그럼 뭐 좋아하는 거 있어요? ” 

 

 

“ 다 좋아요... ” 

 

 

“ 그럼 제가 아는 샤브샤브 집 있는데 거기서 샤브샤브 라도 드실래요?" 

 

 

“ ....... ” 

 

 

“ 별로세요? ” 

 

 

“ 아니요. ” 

 

 

이분 왜 이러시지? 내가 싫으신 건가? 계속 단답식으로 말씀하시네? 

이런 식으로 대화하면 대화 이어가기가 힘든데. 

 

 

식당에 도착한 둘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얀붕이는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려고 시도하였다. 

 

 

“ 여대 다니신다고 했는데 전공이 뭐예요? ” 

 

 

“ 미술전공. 미술 배우고 있어요. ”

 

 

“ 오 그럼 그림 그리시겠네요? ” 

 

 

“ 네. ” 

 

 

“ 오 낭만 있으시다.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서 미대 가신 거예요? ” 

 

 

“ 그렇죠. ” 

 

 

“ 좋아하는 노래 있으세요? ” 

 

 

“ 없어요. ” 

 

 

“ 미대 다니는 제 친구 보면 그림 그리면서 노래 많이 듣는다던데 다 그런게 아닌가 보네요? ” 

 

 

“ 네. ” 

 

 

“ 그림 그리시면 뭐어... 만화 같은 거 좋아하시나요? ” 

 

 

“ 아니요. ” 

 

 

“ 그럼 드라마는요? 이번에 넷플 신작 재밌던데. ” 

 

 

“ 안 봐요. ”

 

 

얀붕이는 벽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얀순이라는 여자는 계속 모든 대답을 단답식으로 대답하였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 음식이 나왔고 갖가지 반찬들과 채소, 고기, 육수가 들어간 냄비가 나왔다. 

 

 

“ 혹시 뭐 싫어하는 야채 있으세요? ” 

 

 

“ 없어요. ” 

 

 

“ 네 그럼 다 넣고 끓일게요. ” 

 

 

“ ....... ” 

 

 

“ 음식은 입에 맞아요? 여기 맛있지 않아요? ” 

 

 

“ 네. ” 

 

 

대체 내가 얼마나 마음에 안 드시는 거지? 내 얼굴이 마음에 안 드시는 건가? 아니면 내 체형이? 아니면 내가 뭐 말실수라도 했나? 아니면 샤브샤브가 싫으신가? 대체 뭔데? 

 

 

얀붕이는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 보려고 했으나 더 이상 대화 소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히 상대방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오지도 않았고 대화가 오가는 일도 없었다. 이 숨 막히는듯한 침묵을 깨어 주는건 냄비에서 나는 샤브샤브 끓는 소리밖에 없었다. 

 

 

얀붕이는 그냥 포기하고 밥이나 먹기로 하였다. 상대방은 내가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드나 보다.

 

 

두 사람은 말도 없이 묵묵히 식사만을 하였고 밥을 먹으면서 얀붕이는 자존심에 계속 상처를 받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식사를 마쳤다. 

 

 

“ 밥도 다 드셨는데 이제 뭐 할까요? 카페라도 가실래요? ” 

 

 

“ 저 커피 안 마셔요. ” 

 

 

해볼 수 있는 건 다한 거 같은 얀붕이는 이제 그냥 해산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식당에서 나와 말없이 천천히 얀챈역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5분이 지났을까. 

 

 

“ 저희 어디 가는 거예요? ” 

 

 

얀순씨가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어왔다. 

 

 

“ 아 밥도 먹었고 커피도 안 드신다고 해서 그냥 역으로 가는 중이에요. ” 

 

 

“ 그러면 커피 한잔해요. ” 

 

 

“ 네? 아까는 커피 안 마시신다고? ” 

 

 

“ 마실수는 있어요. 가요. ”

 

 

얀붕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드면 그냥 해산하면 되는 거지 왜 굳이 시간 아깝게 붙잡는 거지? 최소한의 예의 신가? 아니면 커피 뜯어먹으려고? 

 

 

적당히 근처 있던 카페로 들어갔는데 아까 식당 안에서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로 대화를 주고받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안 하며 그냥 커피만 홀짝였다. 

 

 

얀붕이는 지금까지 먹은 커피 중 가장 맛없게 느껴진 커피였다. 

 

 

“ 커피도 다 마셨는데 이제 들어갈까요? ” 

 

 

“ 네. ” 

 

 

“ 얀챈역으로 가시면 되죠? ” 

 

 

“ 맞아요. ” 

 

 

그래도 얀붕이는 예의상 얀순이를 역까지 같이 가며 바래다주었다. 얀순이를 바래다주고 자취방에 도착한 얀붕이는 가슴 속에 매우 큰 상처가 생긴 느낌이었다. 

 

 

내가 그렇게 싫으셨나. 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신 거지.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 다시는 소개팅 같은 거 나가지 말아야겠다. 진짜 너무 마음 상하네.... 

 

 

기운이 빠질 대로 빠져버린 얀붕이는 너무 힘들어서 잠이나 자려고 했으나 알 수 없는 사람한테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 오늘 즐거웠어요. 내일은 뭐 하세요? ”

 

 

얀순이였다. 

 

 

이 여자 대체 뭐지? 나 가지고 노는 건가? 

 

 

“ 저 죄송한데 즐거웠다고요? 저희 오늘 서로 아무 말도 안 했잖아요. ” 

 

 

“ 아 미안해요. 사실은 제가 남자가 처음이에요. ” 

 

 

“ 그게 무슨 소리예요? ” 

 

 

“ 실은 제가 여중여고여대 나와서 남자랑 대화하는게 너무 긴장돼서 그랬어요. ” 

 

 

“ 제가 남자만 보면 말도 잘 못 꺼내요... 집 와서 생각해 보니까 오늘 일은 제가 크게 잘못한 거 같아서 그런데 내일 영화라도 보실래요? 제가 살게요! 제가 너무 미안해서 그래요... ” 

 

 

얀붕이는 얀순씨의 속사정을 듣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재구성해보았다. 다시 되짚어가며 생각해 보니까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됐다. 내가 싫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구나. 

 

 

여자 입장에서 남중남고공대 나온 내 친구들이 이런 느낌이려나? 오히려 얀순씨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 네 좋아요. 그러면 내일은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대화도 많이 해주실 거죠? ” 

 

 

“ 우으.... 노력해볼게요... ”

 

 

얀붕이는 의외로 얀순씨랑 잘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며 내일 데이트 준비를 하였다. 

 

 

다음날 영화관 앞. 

 

 

“ 오 얀순씨 오늘도 일찍 나와 계시네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 

 

 

“ 아 아니에요. 제가 영화표 미리 끊어 놨는데 이 영화 괜찮나요? ” 

 

 

영화표에는 “ 프리코네 극장판 캬루의 루나의 탑 대모험 ” 이라고 쓰여있었다. 

 

 

“ 만화 안 보신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 

 

 

“ 그림 그리는 사람이 만화를 안 볼 리가 있나요? 곧 영화시간 다 되어가는데 빨리 들어가요! ” 

 

 

얀순씨는 내 팔을 붙잡고 상영관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어제랑은 다르게 적극적이시네. 

 

 

영화가 끝나고. 

 

 

“ 영화는 재밌으셨나요? 제 취향으로 예매한 건데 취향에 맞으셨을지 모르겠네요. ” 

 

 

“ 재밌게 잘 봤어요. 마지막에 캬루가 대회 우승 소원으로 랜드솔 파괴를 빌어서 모두를 배신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네요. ”

 

 

“ 그렇죠! 그렇죠! 그때 페코린느 표정 봤어요? 진짜 가관이던데!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이번 감독은 표정을 기가 막히게 잘 연출해내는 거 같아요. 전 감독은 영 아니었어요. 혹시 전편 보셨나요? ” 

 

 

“ 아니요 오늘 처음 본거예요, 근데 얀순씨 어제랑은 다르게 말이 많으시네요? ” 

 

 

“ 아... 혹시 별로 신가요? 남자랑 같이 영화 본 게 처음이라 신나서 그랬어요. ” 

 

 

“ 아니에요 보기 좋아요. 어제도 이렇게 하시지 그랬어요. ” 

 

 

“ 어제일은 제가 진짜 죄송해요. 오늘은 진짜 그런 일 없도록 할게요. ” 

 

 

“ 어제 일은 너무 담아두지 마세요. 저희 식사나 하러 갈까요? ” 

 

 

“ 좋아요! 여기 건물 안에 마라탕가게 있던데 마라탕 어때요? ” 

 

 

“ 음 좋아요. 어제는 제가 먹고 싶은 거 먹었으니까 오늘은 얀순씨 먹고 싶은 거 먹어요. ” 

 

 

“ 네 그럼 들어가요! ” 

 

 

식당에 들어서고 음식이 나오자 얀순씨는 어제랑은 다르게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어갔다. 

 

 

“ 어제랑은 다르시게 아주 맛있게 잘 드시네요? 혹시 어제 샤브샤브는 별로 셨어요? ”

 

 

“ 아 아니에요. 어제는 남자랑 뭘 같이 먹는 게 처음이라서 그랬어요. ” 

 

 

이 여자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어제 왜 커피 안 드신다면서 커피 먹으러 가자고 하신 거예요? ” 

 

 

“ 아 그게요. 놓치면 안 될 거 같았어요. ” 

 

 

“ 네? ” 

 

 

“ 이렇게 저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신 남자는 처음이었거든요. 솔직히 마음에 들기도 했고 다른 남자들 앞에서는 말도 꺼내기 어려운데 이상하게 얀붕씨랑 같이 있으면 뭔가 편안하고 말 꺼내기도 편해요. 진짜 엄청 용기 내서 카페 가자고 한 건데 이상하게 보였나요? ” 

 

 

“ 오. 그런 거였구나... 제가 마음에 드시나요? ” 

 

 

“ 네에... 오늘 본 영화도 좋아하시는 거 보면 저희는 통하는 게 많을 거 같아요. ” 

 

 

“ 그럼 저희 한번 만나 볼래요? ” 

 

 

“ 네? 저희 이제 본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요? ” 

 

 

“ 저도 그쪽 마음에 들고 그쪽도 저 마음에 드셔 하는데 안 만날 이유가 있나요? 일단 만나보고 아닌 거 같으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면 되죠. ”

 

 

“ 네 좋아요! 사실 오늘 만나자고 한 것도 엄청나게 용기 내서 말한 건데 말하길 정말 잘했네요! 근데 저 누구 만나고 이런 거 처음이라 많이 이상하거나 많이 어긋날 수도 있는데 괜찮으세요?" 

 

 

“ 그것도 그때 가서 생각해 보면 되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있나요? 저희 둘 다 같이 한번 배워봐요. ” 

 

 

“ 음... 말씀 한번 잘하시네요. 저 혹시 나중에 좀 더 친해지게 되시면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 

 

 

“ 어떤 거요? ” 

 

 

“ 누드모델이 되어주실 수 있나요!??? ” 

 

 

“ 누드모델이요? 그거 옷 다 벗는 거 말하는 거 맞죠? ” 

 

 

“ 네 맞아요... 누드 크로키 한번 그려보고 싶은데 부탁할 남자가 없어서요... 평생 제 소원이에요. ” 

 

 

“ 제가 인체 드로잉을 배워서 아는데 얀붕씨 몸은 정말 그림에서나 볼법한 그런 몸이에요 한번 꼭 그려보고 싶어요. ” 

 

 

“ 제가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긴 하는데 그 정도인가요? 고마워요. 근데 누드모델까지 할 정도면 진짜 저랑 가까운 사이가 되어야겠네요? ” 

 

 

“ 우... 아무래도 그렇겠죠? ”

 

 

“ 그럼 그런 관계가 될 때까지 서로 열심히 해보자고요. 일단 서로를 알아가 보도록 할까요? ” 

 

 

“ 네! 좋아요! 서로 이것저것 알아 가보자고요! ” 

 

 

“ 좋아요. 근데 저 내일 아침부터 수업이라 지금 일어나 봐야 될 거 같아요. ” 

 

 

“ 벌써요? 좀 아쉬운데. ” 

 

 

“ 죄송해요. 수업 준비해야 될 게 많아서 먼저 들어가 볼게요. 집에 가서 대화해요! ” 

 

 

얀붕이는 집에 가는 길이 너무 행복했다. 드디어 만나는 여자가 생겼다.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얀진 선배를 제외하면 이상하리만큼 여자랑 접점이 하나도 안 생겼는데 드디어 만나는 여자가 생긴 것이다. 구름 위를 걷는다는 기분이 이런 느낌인 걸까? 

 

 

다음날 월요일 학교 

 

 

“ 어 얀붕아. 토요일에 소개팅 어땠어? 괜찮았어? ” 

 

 

“ 어 얀진 선배, 안녕하세요. 토요일 소개팅은 좀 난해했어요. ” 

 

 

“ 역시 그렇지? 얀순이가 좀 그래. 다른 남자랑 소개팅 나갔을 때도 그랬더라고 내가 미안하다. ” 

 

 

“ 근데 자세히 알고 보니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

 

 

“ 응? ” 

 

 

“ 자세한 사정을 듣고 일요일에 다시 만났는데 의외로 죽이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일단 만나보기로 했어요. ” 

 

 

“ 뭐? ” 

 

 

“ 고마워요 얀진 선배. 다 선배 덕분이에요. 제가 나중에 밥 한번 살게요. ” 

 

 

“ 어.  그래 잘 됐네... 아 맞다 얀붕아! 너 시험 족보 필요하다고 그랬지? ” 

 

 

“ 아 있으면 좋죠! 가지고 계신가요? ” 

 

 

“ 지금 내 집에 있는데 이따가 수업 끝나고 우리 집으로 가지러 올래? 나는 지금 좀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 

 

 

“ 네 그럼 수업 끝나고 찾아갈게요! ” 

 

 

우리 과 교수님은 시험을 족보대로만 내기 때문에 족보만 구한다면 이번 학기 장학금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다. 장학금도 따고 만나는 사람도 생기고 좋은 일만 계속 생기네? 

 

 

수업이 끝나고 얀진 선배네 자취방에 찾아갔다. 카톡으로 선배에게 집 앞에 도착했다고 하자, 문이 열려있으니 족보는 책상 위에 올려놨으니까 들어와서 가지고 가라고 했다.

 

 

“ 그럼 실례합니다. “ 

 

 

집안 들어가 보니까 불도 다 꺼져있고 커튼도 다 쳐져 있어서 아무것도 안보였다. 

전등을 켜야 뭐가 보이든가 말든가 할거 같아서 스위치를 찾는 중. 

 


일순간 얀붕이는 뒤통수가 화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 네가 나쁜 거야. ” 

 

 

얀붕이는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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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어지러워... 뭔 일이 있던 거지? ” 

 

 

“ 일어났구나? ” 

 

 

얀진 선배? 아. 내가 선배 집에 들어갔다가 뭔가에 부딪쳐서 넘어졌나 보구나. 

 

 

“ 아 선배 죄송해요 지금 이ㄹ ” 

 

 

일어나 보려 했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전에 와봤던 선배네 자취방과는 구조가 달랐다. 

거기다가 내 손과 발은 노끈으로 포박되어 있었다.

 

 

“ 이게 대체 무슨. ” 

 

 

“ 다 네가 잘못한 거야. ” 

 

 

“ 선배. 이거 선배가 그러신 거예요? ” 

 

 

“ 맞아.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 

 

 

“ 네? 대체 아까부터 무슨 소리세요? ” 

 

 

“ 너 새내기 일때 우리 과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았던 거 알아? 내가 너 주위로 몰려드는 거 쳐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 

 

 

“ 내가 너 학교생활 적응 잘하게 도와주고, 수업이나 과제도 다 도와주고 고민 상담도 다 들어줬는데. 너는 나한테 눈길 한번 안주더라? ” 

 

 

“ 네가 여자친구 만들어보고 싶다 했을 때, 너는 당연히 나한테 고백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나는 너 취향 맞춰주려고 머리모양도 바꿔보고 옷도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 대로만 입고 다녔는데. 나만 진심이었던 거지? ” 

 

 

“ 이렇게 된 거 너 소개팅 망쳐서 자존심 바닥낸 다음에 내가 낚아채려고 얀순이 소개해 준 건데 이제는 그년이랑 붙어먹어? ” 

 

 

“ 대체 그런 음침한 여자가 뭐가 좋은 건데. 나로는, 나로는 안되는 거야? 내가 그년보다 나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 

 

 

“ 나로는 만족을 못하는 거야? ”

 

 

미친 여자다 어떻게든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 혹시나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마. 여기는 우리 집안 별장인데 아무도 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꺼야. 여기서 오순도순 평생 함께 살자? 허튼 행동하면 어떻게 될지는 기대해? ” 

 

 

제대로 조졌네 이거. 일단 적당히 순응하면서 나중에 탈출할 기회를 찾아야 되나? 이제 어떻게 하지? 

 

 

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 김얀진 씨 경찰입니다! 문 여세요! 안에 계신 거 다 압니다! ” 

 

 

“ 아니 경찰이 어떻게 여기에? ” 

 

 

“ 안 여시면 부시고 들어갑니다! 빨리 여세요! ” 

 

 

살았다. 누가 신고를 해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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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얀진 선배는 경찰에 연행되었고 나는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다. 

다행이긴 한데 누가 신고한 거지? 부모님인가? 아니면 저녁에 같이 게임하기로 했던 얀돌이? 

 

 

“ 저 형사님 구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아닙니다 이게 제 일인걸요. 저희도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인적드문 외진 시골에서 이런일이 생길꺼라곤 상상도 못했을껄요? ”

 

 

“ 그 혹시 누가 신고한건가요? ”

 

 

“ 신고하신분도 같이 왔어요. 아! 저기 오시네. ”

 

 

멀리서 어떤 분이 걸어오시는 게 보였다. 부모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다. 체형도 남자가 아니라 여성처럼 보이는데 그럼 얀돌이도 아니다. 점점 가까워지며 자세히 보니.

 

 

의외의 인물. 얀순씨였다.

 

 

“ 얀순씨가 신고 했어요? ” 

 

 

“ 네 맞아요. ”

 

 

“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

 

 

“ 고마우시면... ”

 

 

근데 얀붕이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뭔가 이상했다. 내가 어디에 간다고 말을 했던가? 내가 여깄는걸 어떻게 아신 거지? 

 

 

“ 근데 제가 여기 있는거 어떻게 아셨어요? ”

 

 

“ 다 알수 있는 방법이 있죠. ”

 

 

“ ? ”

 

 

“ 얀붕씨가 먼저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 보자고 했잖아요? ”

 

 

“ ?? ”

 

 

그 정도로까지 알아보자는 뜻은 아니였는데?

 

 

“ 고마우시면 제 부탁하나 들어주실 수 있어요? ”

 

 

“ 어.. 뭔데요? ”

 

 

“ 누드 모델... 해주시겠어요? ”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봐도 얀순씨도 정상은 아닌 거 같다. 뭐 그래도 얀진 선배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 좋아요. 할게요. “

 

 

나는 그냥 순순히 얀순이를 따르기로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