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이걸 실패하네 ㅋㅋㅋㅋ

 

폭발하기 직전의 서리 폭풍처럼 싸늘하게 식어버린 공기와는 달리 채팅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타올랐다. 화면 한구석에 적힌 시청자 수는 평소의 두 배가 되었고, 게임이 종료되어 잔잔하기만 하던 스피커는 시청자들이 보낸 유료 메시지를 읊느라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시끄럽게 울려댔다.

 

얇고 하얀 속옷 하나만 입은 채 승리의 미소를 지었던 연희는 지금껏 지어본 적 없는 절망과 마주하고 있었다. 단 한 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나는 게임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공약을 내건 시청자들을 향한 비웃음과 함께 보스에게 결정타를 날리려던 찰나, 무지갯빛을 뿜던 키보드는 미래를 지시하듯 까맣게 물들고 말았다. 쉽게 말해 하필 마지막 일격을 남겨둔 그 타이밍에 고장 났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만 했던 채팅창이었으나 지금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녀를 놀리기에 바빴다. 연희는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횡설수설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패의 대가가 다름 아닌 야외노출 방송이기 때문이었다.

 

하얗기만 한 천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사실 도는 것은 천장이 아닌 연희의 눈이었다. 연희는 빙빙 도는 천장을 바라보며 일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떠올리게 되었다. 시작은 바로 어제, 아주 미비하고도 작은 후원 하나로부터였다.

 

-할 일 없는 백수님이 100만 원 후원~!

어제 하던 겜 노데스 클리어하면 500 쏜다.

대신 한 번이라도 죽으면 얼굴 까고 야외노출 뱅 ㄱㄱ

 

지금껏 본 적 없는 큰 금액에 연희의 푸른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100만 원이라는 거금을 한 방송도 아니고, 한 번에 얻다니. 그 돈을 거리낌 없이 후원한 것으로 모자라 태연하게 공약까지 거는 시청자의 모습에 연희는 넋이 나가고 말았다.

 

비록 성인 플랫폼에서 방송한다지만, 성인용 게임을 플레이하며 외설적인 농담을 던지거나 후원 금액에 맞게 조금 야한 –기껏해야 신음 섞인 애교를 부리는 정도의- 리액션을 할 뿐이었던 연희에게 야외노출 같은 ‘진짜’ 성인용 방송은 큰 부담이었다.

 

특히 얼굴조차 공개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후폭풍이 밀려올지도 몰랐다. 여기저기에서 예쁘다는 말을 듣고 다니는 연희였으나 다름 아닌 야외노출이라는 변태적인 행위를 하며 얼굴을 알리는 것은 여자로서 마지막 자존심이 도저히 용납하지 않았다.

 

“네? 아니 성인 방송이라지만 너무 막 나가시는 거 아니에요?”

-혹시... 쫄? ㅋㅋㅋ

-아... 노잼 이걸 빼네

“아니…… 여러분, 저 아직 얼공도 안 했잖아요!”

-야외노출 수치플하면서 얼공하면 개쩌는 데뷔 아님? ㄹㅇ ㅋㅋ

-어차피 성인 BJ인데 안 될 건 뭐임?

 

조금씩 눈치를 살피던 시청자들이었으나 한 명이 대응하기 시작하자 득달같이 달려들며 연희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그녀의 귀여운 반응도 채팅창의 분위기를 과열시키는 데에 한몫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희는 흔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성인 플랫폼에서 방송을 시작한 것도 나이가 어린 민폐 시청자들을 거르기 위함이지 다른 사람들처럼 몸을 팔아 돈 벌 생각은 추호도 없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점점 늘어가는 공약금의 액수가 200을 넘어간 시점에서부터였다.

 

“700만 원……?”

 

처음 말을 꺼낸 시청자가 건 500만 원에 이어 흐름을 탄 다른 이들이 모은 크고 작은 쌈짓돈은 어느덧 반년 치 봉급만큼이나 부풀었다. 멈출 줄을 모르고 상승 곡선을 타는 액수에 눈동자는 점점 큰 폭으로 흔들려 갔다. 선악과를 앞에 둔 하와처럼, 연희는 욕망 앞에서 최후의 인내심을 시험받고 있었다.

 

땅이 하늘이, 하늘이 땅이 된 것 같은 혼란. 스피커는 연신 악마의 유혹을 지껄이고, 모니터는 눈 녹듯 불어나는 금액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생각해보면 그때 자만해서는 안 됐다. 공약으로 걸린 게임은 ‘블러드스컬’ 이었는데, 연희가 가장 잘하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게임이었다. 돈에 대한 갈망으로 이성이 마비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잘하는 게임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연희는 저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하겠습니다!”

 

수습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연희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후원금이 몇백을 호가하고, 공약으로 걸린 금액은 무려 2천만 원을 넘어갔으며 흔히 대주주라고 부르는 큰손 시청자들까지 합세해 공약금을 불리고 있었다. 순간의 욕구를 이기지 못해 판을 벌인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으나 어차피 게임에서 이기면 될 일. 연희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공지를 띄웠다.

 

☆☆☆☆☆☆☆내일 방송 블러드스컬 노데스 켠왕합니다!☆☆☆☆☆☆☆

 

“그러면 안 됐는데…….”

 

후회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게임 오버 화면을 마주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한 눈치였고, 또 누군가는 정말 연희가 공약을 지킬지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연희를 조롱하기 위해서든, 응원하기 위해서든 수많은 후원 세례가 쏟아졌음에도 기쁘지는 않았다.

 

연희는 자기가 무어라 중얼거리는지도 모른 채로 횡설수설하며 그대로 그날의 방송을 종료했다. 연이어 엄청난 돈을 번 그녀였으나 도저히 잘된 일이라고는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이대로 돈만 받고 방송을 그만두는 것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한 번 해볼까……?”

 

마음 깊은 곳에서 어둑어둑한 욕망이 고개를 쳐들었다. 순수하고 순박한 연희가 감히 품을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심연이 도래하고 있었다. 그다지 성욕이 왕성하다고는 볼 수 없던 그녀가 음침한 동굴 속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에 꽃 핀 작은 속삭임. 그 무의식에서 연희는 질투하고 있었다. 그다지 잘나지도 않은 몸을 드러내며 천박하게 젖가슴을 흔들고, 치부를 차갑고 딱딱한 플라스틱 막대기로 쑤셔대며 교성을 질러댈 뿐으로 큰돈을 버는 여자들을…….

 

그런 불법적인 방송이 성행하는 이곳에서도 이건 아주 특이한 케이스였다. 성인 방송이라고 칭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정상적인 –그마저도 수위가 꽤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게임 스트리밍만을 주로 해온 연희의 방송은 컬트적인 인기를 끌며 나름대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마음 깊은 곳에서는 몸을 팔아 쾌락을 즐기며 돈은 돈대로 버는 여자들을 내심 부러워하고 있었다. 몸매라면 자신도 꿇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뿐더러,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SNS에 올렸던 셀카에 수십,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한창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그 풍만한 가슴과 요철에 이끌린 남자들로부터 음란한 유혹의 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었다.

 

얇은 속옷으로는 숨길 수 없는 커다란 흉부는 옷 주변으로 삐져나와 조금만 움직여도 부드럽게 흔들리고, 팬티조차 입지 않은 검은 돌핀 팬츠 위로 두드러지는 둔부의 아름다운 곡선과 보지의 둔덕은 남성에게 참기 힘든 욕정을 선사했다.

 

딱히 관리하지 않음에도 어딘지 남자의 본능을 곤두세우는 몸은 가끔 급한 돈이 필요할 때도 유용했다. 소통 방송에서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러닝셔츠와 딱 달라붙는 돌핀 팬츠만 입은 채 카메라를 켜면 이 플랫폼 안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자타공인의 물건이었다.

 

얼굴은 또 어떠한가. 시원하게 뻗은 외형과 잘 어울리는 연푸른 색의 머리카락, 토실토실 살이 올라 순해 보이는 인상의 하관,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군청색 눈동자와 대조되는 연분홍빛 뺨. 지금까지 남자와 교제 경험이 없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연희의 외모는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그런 연희가 다른 여자들처럼 맨살을 드러낸다면 꿈도 꾸지 못할 큰돈을 벎은 당연지사였다. 백색으로 물들었던 마음은 이내 판도라의 상자를 향했고, 얼마 안 가 승리한 쪽은 어두운 면이었다.

 

마지막 양심을 두고 고민하던 연희는 이제 이 행위를 함으로써 벌 돈의 액수를 계산하고 있었다. 액수의 꼬리에 늘어가는 0의 개수마다 웃음기가 퍼지고, 심지어 묘한 배덕감과 쾌락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마침 좋은 장소까지 있었다. 평소에 자주 다니던 산책로와 그 근처의 시내. 그곳이야말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소녀의 성욕을 충족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모든 계산을 마친 연희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빗장을 열어 흔히 뉴스에서 보았던 범죄자들의 그것과 같은 갈색 바바리코트를 꺼냈다.

 

정체를 가리기 위해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비롯한 이것저것을 준비하던 연희는 하반신에서 이물감을 느끼며 자못 놀라고 말았다. 입고 있는 얇은 돌핀 팬츠는 물론, 자신이 누워있던 자리까지 축축하게 젖어있었기 때문이었다.

 

2.

 

마침내 그날이 찾아왔다. 방송 시작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공지를 띄우자 평생 모으지 못할 거라 여겼던 양의 사람이 한꺼번에 몰렸다. 전체 이용가 플랫폼에서도 통할 듯한 건전한 방송만을 송출하던 그녀가 ‘진짜’ 성인 계로 진출하는 역사적인 날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채팅창이 버벅거릴 정도의 인파였다. 걱정했던 이상의 기대감에 긴장 반, 기대 반의 심정이었다. 그 마음을 간직한 채로 어두컴컴한 집에서 나와 차게 식은 거리로 발을 딛자 연희는 그만 몸서리쳤다.

 

그러나 자책감이나 수치심과는 결이 달랐다. 여태 느낀 적 없는 희열에 떨고 있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거리를 바바리코트 하나 걸친 채로 활보하는 이 기묘한 상황은 아직 순수한 연희에게 새로운 쾌락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녀는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비틀거리며 시가지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갔다. 하얀 일회용 마스크 너머로 새빨갛게 익은 얼굴이 비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숨은 거칠고 치부는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허벅지를 타고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체액을 손가락으로 스윽- 훑으며, 연희는 비릿하게 미소지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취향이 있으리라고는 자신도 몰랐다. 간간이 자동차의 배기음이 청색 편이를 일으킬 때마다 흠칫 놀라고는 했다. 단순히 포식자의 접근에 대해 벌벌 떠는 초식동물의 반응보다는 묘한 쾌락에 사로잡힌 추악한 지성체의 반응에 가까웠다.

 

어둠과 습기로 불쾌한 감각을 자아내는 으슥한 뒷골목 끝까지 들어와서는 코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었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기대에 찬 손길로. 핸드폰을 꺼내자 손으로부터 시작한 경련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방송 앱을 누르기까지 영겁처럼 느껴지는 30초가 걸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연희는 자신의 마지막 남은 양심과 끝없는 줄다리기를 펼쳤다. 정말 이게 맞는 행동인지, 지금이라도 모두에게 사과하고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그러나 그 음습한 본능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이미 방송 시작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띠링- 하는 명랑한 소리와 함께 화면에 자신의 얼굴과 익숙한 채팅창이 비췄다. 그런 파국적인 상황임에도 연희는 태연하게 웃으며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내리고 속삭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 연희예요.”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곧 터질 빨간 튤립 꽃봉오리처럼 달아오른 얼굴이 화면에 비침과 동시에 몇십, 심지어 몇백의 금액이 담긴 환영 인사가 불어닥쳤다. 얼떨떨한 광경에 굳기도 잠시, 무어라도 해야만 했다.

 

신념을 굽히면서까지 오로지 돈만을 생각하며 손에 넣은 기회다. 이대로 보내버릴 수는 없었다. 긴장을 눈치챈 사람들은 평소와 같은 농담으로 화답했고, 그 기세에 휘말린 연희가 비릿하게 미소 지으며 화면에 애액으로 젖은 두 손가락을 벌려 보이자 투명한 실이 진득하게 늘어지며 반짝였다.

 직전과 반전된 모습에 채팅창은 전에 없이 뜨겁게 타올랐고, 후원금을 표시하는 숫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수를 불려갔다. 연희는 그제야 자신의 적성을 깨달았다. 돈 많은 남자의 앞에서 몸을 흔드는 광대. 그들의 반응에 더욱 치부를 적시고 흥분하는 그런 광대야말로 천성이었다.

 

“헤헤…… 방송 시작할게요……?”

 

속옷조차 입지 않아 코트 한 겹으로 가려진 몸을 베베 꼬며 마스크를 올리고 다시 시가지로 이동했다. 한참 유동 인구가 많을 대낮, 가을이었기에 눈에 띄지 않는 자연스러운 옷차림이었으나 이따금 불어오는 찬 바람이 조금은 춥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치욕스러운 차림 때문일까. 한기가 닥쳐도 식은땀이 흘렀고 살결은 붉게 물들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만을 향하는 듯 따가워 견디기 힘들었다. 약삭빠른 시청자들은 낌새를 알아채고, 수치심을 느낄 새도 없이 돈다발을 선사했다.

 

댓글 창에 우르르 생겨났다 사라지는 성적인 농담은 수치심이 아닌 여자로서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난생처음 겪는 강렬한 자극에 이성을 잃을 뻔하기도 잠시, 어젯밤 미리 계획했던 ‘컨텐츠’를 위해 흥분으로 가빠진 숨을 몰아쉬며 가까운 문구점에 들어섰다.

 

“바, 방울이랑 유성팬 주세요…….”

 

허둥지둥 물건이 든 봉투를 받아든 그녀는 음습한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단단히 여몄던 코트의 섬을 풀었다. 땀에 절어 반짝반짝 빛나는 몸이 하얀 김을 뿜었다. 잡티 하나 없는 살결은 마치 백옥으로 빚은 듯 매끈했으며 귀엽게 맺힌 군살은 보기만 해도 만지고픈 욕망을 자극했다.

 

연희는 부끄러움조차 잊은 채로 핸드폰 화면 너머로 자신을 탐할 남자들을 상상하며 가볍게 떨었다. 시청자들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의문을 품기도 잠시, 금방 의도를 알아챌 수 있었다. 초심자였기에 가능한 순진무구한 짓이었다.

 

“저, 저는…… 수원시 낙원구 행복동에 사는 하연희구요……. 나이는 21살…… 키는 151…… 전화번호는…….”

 

흐릿한 말끝마다 그 하얗고 아담한 배에 삐뚠 글씨가 덧씌워졌다. 뒷일 따윈 신경 쓰지 않는, 오로지 본능에 따른 행위였다. 자극적인 행위가 이어질수록 받는 액수는 늘어만 갔다. 처음 몇십 명에 불과했던 시청자는 입소문을 타며 어느샌가 몇백으로 불었다.

 

배에 낙인처럼 새겨진 개인정보들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그녀에겐 작은 유흥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야 성에 눈뜬 여성에게 이러한 자극은 만족은커녕 더 큰 자극을 갈구하게 만드는 마약이었다. 쏟아지는 후원 세례에, 그치지 않고 다음 ‘컨텐츠’를 시작했다.

 

“하아…… 이 방울을 여기 매달 거예요…….”

 

반쯤 체념한 연희가 봉투에서 주섬주섬 빨간 리본이 달린 손톱 크기의 은색 방울을 꺼내 보이며 손가락으로 음부와 양쪽 가슴을 연이어 가리켰다. 순수하던 그녀는 이미 없었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들에게 당하는 모욕도, 돈을 탐하는 추한 욕망도 받아들인지 오래였다.

 

뭐, 이번 한 번쯤이야. 그런 심사로 합리화를 해보았으나 이를 전부 빨딱 솟아오른 유두는 새로운 자극을 갈망하고 있었다. 닭살 돋는 듯한 유륜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그것은 더욱 커져 리본을 묶기 더 좋은 모양새가 되었다.

 

한계까지 부푼 것을 감지하고 방울을 매달고자 조심스럽게 잡아당기자 피가 쏠려 먹음직스러운 연분홍빛에서 진홍색으로 물들었다. 어찌 보면 문어의 빨판과도 같은 그것을 이런 용도로 쓰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그녀였다.

 

‘후…… 현타 오네……. 진짜 되는 거 맞아?’

 

야한 짓이라고는 손가락 장난질밖에 모르던 연희에게 이건 서커스의 묘기나 다를 바가 없는 짓이었다. 인터넷이라 쓰고 성인 만화라고 읽는 자료를 조사하면서 그것이 모두 현실에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터였다.

처음에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으나 천천히 애무하며 긴장을 풀어주니 꽤 신축성이 생기는 때가 왔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꼭지를 잡아당겨 방울과 함께 매듭을 지으니 꼭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처럼 앙증맞은 장식이 완성되었다.

 

직전까지만 해도 가능할지 반신반의하던 그녀였으나 음란하게 흔들리는 가슴 끝에 맺힌 방울을 보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몸을 살짝 비틀 때마다 들리는 명쾌한 소리에 움직임이 제한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목을 끌어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은 그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이제 하나 남았네요……?”

 

나머지도 전과 같은 방식으로 해치운 뒤, 침을 꿀꺽 삼키며 비부를 매만지는 연희. 잔뜩 물을 머금어 손에 잘 잡히지는 않았으나 더듬다 보니 볼록 솟은 음핵의 위치를 알아낼 수는 있었다.

 

‘너무 작아!’

 

분명 작은 리본이었음에도 좀처럼 묶이지를 않았다. 연희의 그것은 상상 이하로 작았다. 조금 더 크기를 키워보려 보지 안을 쑤시거나 어루만져도 좀처럼 커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포기하려던 찰나였다.

 

-성공하면 20만원

-나도 건다

-난 30만원

 

10만원, 20만원이 쌓여 어느덧 7자리 숫자를 향해가자 연희는 심호흡을 하더니 음핵을 과격하게 쥐어 잡아당겼다. 처음에는 끔찍이 아플 뿐이었으나 어느덧 고통마저도 짜릿한 쾌감이 되어 다가왔다. 길이가 처음의 두 배 정도는 늘어난 덕분에 무사히 묶인 리본을 보자 왠지 모를 성취감까지 느껴지는 게 아닌가.

 

성공과 동시에 쌓여가는 수많은 돈은 연희의 눈을 멀게 하기 충분했다.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가슴에 빨간 펜으로 하트를 그려 넣은 연희는 참지 못하고 아려오는 보지를 맹렬한 기세로 쑤시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다소 차분한 평소의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천박한 교성이 골목에서 울렸고,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의 군침만큼이나 끈적이는 체액이 뚝뚝 떨어져 어느새 물웅덩이를 만들 정도였다.

 

몇 분이나 계속되는 자위 끝에 지친 연희는 그대로 길바닥 위에 주저앉았다. 흘린 애액으로 코트가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뜨거웠던 행위의 여운을 가라앉히고 있자 화면 너머에서 자신을 보고 똑같이 자위할 남자들을 떠올렸다.

 

그러자 기묘한 행복감이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끼는 연희였다. 숨을 고르며 쉴 새도 없이 쏟아지는 미션들을 확인하다 어떤 한 문장에 시선이 꽂혔다. 지금의 연희에게는 돈의 액수보다도 그 행위가 가져올 쾌락이 더 중요했다.

 

‘이거라면…….'

3.

 

한여름도 아닌데 땀이 뻘뻘 흘렀다. 걸어온 길에는 점이라도 찍은 듯 방울방울 떨어진 체액이 만든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 그녀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길가의 사진 부스였다.

 

알몸으로 스티커 사진기에서 사진을 찍으라는 터무니없는 미션 때문이었다. 예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자신이 그토록 질투하던 인터넷의 창녀들조차 하지 않을 천한 일을 즐기고 있었다. 조금 자신감이 붙은 모양인지, 연희는 코트조차 벗어 어깨에 걸친 채로 인적 드문 거리만을 찾아 활보하고 있었다.

 

들킬 위기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무사히 도착한 1평 남짓의 사진 부스 안으로 발을 들이는 그녀. 다행히도 사람은 없었고 연인이나 친구로 보이는 행인들의 사진들이 사진기의 화면에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저 사진 중에 자신이 알몸으로 찍은 사진이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상상하던 연희는 혹여 누군가 들어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의자에 코트를 내려두고 조심스럽게 사진기를 조작했다.

 

손에 들러붙은 체액 때문에 버튼에 닿는 촉감이 썩 불쾌해 보였다. 다른 친구들에게 끌려다니며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본지라 이런 스티커 사진기의 조작이 익숙한 게 위안이었다. 어느덧 촬영이 시작되자 연희는 빠르게 댓글을 눈으로 훑었다.

 

“헤헤…… 브이~!”

 

찰칵!

 

처음은 부끄럽게 웃으며 양손으로 브이를 그리고, 다음은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혀를 조금 내밀고, 마지막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린 채로 황홀한 표정을 짓고……. 야한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연희로서는 댓글 창에 우수수 올라오는 제안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게 최선이었다.

 

“방울이 거치적거려…….”

 

젖꼭지와 성기에 달린 빨간 리본과 은빛 방울은 평범한 자세조차 야릇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짤랑짤랑 울려대는 통에 온몸이 경직되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평소의 당돌한 그녀와 반전을 일으켜 새로운 매력처럼 다가왔다.

 

어릴 적부터 유연했던 몸 덕분에 어색하지만 다양한 자세가 가능했고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포즈일수록 반응은 더 뜨거워졌다. 분위기에 휩쓸려 사진기에 지폐를 밀어 넣기를 수어 번이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이내 연희는 네임펜으로 자위를 시작했다.

 

“후으…… 못 참겠어…….”

 

갓 맛본 성감은 버거울 정도로 빠르게 차올랐다. 도저히 참기 힘들 때만 가볍게 처리할 뿐이었던 성욕이 그동안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분출됐다. 의자 시트를 흠뻑 적실 때가 되어서도 연희의 위로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흣…… 좋앗…….”

 

인파가 몰리지 않는 곳을 고르지 않았다면 타인에게 이 모습을 보였으리라 생각하자 오히려 더 흥분하고 말았다. 인출된 사진에서 한껏 풀린 표정으로 치부를 드러내 보이는 자신을 반찬 삼아 능숙하게 손을 흔들어대자 고래가 분수를 뿜듯 투명한 액체가 곳곳에 뿌려졌다.

 

부스 안은 뿜어진 체액의 훈기와 달아오른 몸의 열기가 만든 증기 때문에 마치 찜질방 안에 들어온 듯, 조금 덥게까지 느껴졌다. 삐질삐질 흘린 땀으로 쳐진 한증막에 카메라 렌즈에도 습기가 찰 정도였다.

 

“하악…… 끈적거려…… 더워…….”

 

걸리적거리는 코트는 바닥에 내팽개치고 하복부의 감각에만 집중하는 그녀의 모습은 좋아하던 게임에 몰입했을 때보다도 더욱 빛나고 있었다. 하얀 살결을 분홍빛으로 물들인 채 고되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손가락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 집요함.

 

유달리 높게 측정되던 집중력은 성생활에서도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G스팟이라 불리는 성감대만을 집요하게 자극하거나 큰 가슴의 이점을 살려 유두를 스스로 빨면서도 질속을 비집는 손가락만큼은 멈추는 법이 없었으니까.

 

어느덧 세 번째 절정을 마치고는 길거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의자에 축 늘어져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빨갛게 농익어 뻐끔거리는 보지를 어루만지며 후희를 즐기다가 문득 연희는 몇 달은 먹고 살 수 있을 어마어마한 돈이 쌓여있음을 깨달았다.

 

“후우……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흣…….”

 

누군가의 우정과 사랑이 오고 갈 이곳에서 훈기와 야한 냄새와 가녀린 신음으로 가득한 채 웬 여자가 헐벗은 채로 성생활을 즐기고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흥분했을지도 몰랐다.

 

지치기도 잠시, 끝도 없이 떠오르는 상스러운 망상에 또 다시 달아오르고 만 연희는 다시 욕망의 골짜기로 빠져들었다. 감각을 마비시킬 기세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은 연이은 절정의 피로는 잊고 본능만을 쫓도록 해주었다.

 

애타게 수컷의 정기를 부르짖는 목소리와 거칠어지는 몸짓에 맞춰 큰 폭으로 흔들리는 가슴,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그 자체로 남심을 관통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하으…… 만족이 안돼…….”

 

채워지지 않는 탐욕을 채워보려 몸을 비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일시적인 만족감에 허리가 떨려와도 마음 깊숙이 남은 허전함을 채울 수는 없었다. 헛된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면 결국 지치기 마련이다.

 

“자지, 넣고 싶어…….”

 

손목이 저릴 정도로 격렬한 몸짓으로도 소음순은 벌렁거리며 진짜 남자의 물건을 넣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마음과 달리 몸은 점차 지쳐갔다. 몇 번이고 뇌수를 태우며 흐르는 짜릿한 감각이 슬슬 쇼트를 일으킬 듯한 고통처럼 바뀌어 경고를 보냈다.

 

한계에 봉착했음을 깨달은 연희는 두근대는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천천히 이성이 돌아왔다. 제정신을 되찾을수록 뺨은 붉게 물들었다. 벽과 의자의 쿠션을 가리지 않고 튀긴 끈적한 액체와 한바탕 정사가 치러진 듯한 눅진한 냄새까지…….

 

품위 없이 그곳을 쑤셔대며 가버렸을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한편으로는 잠깐 졸았던 새에 꿨던 꿈이 아닐까, 하며 부정하기도 했으나 가판대에 널브러진 인화된 사진들이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그것들을 시큼한 미소로 감상하던 연희는 빠르게 이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에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겼다. 코트를 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많이 안 젖어서 다행이네.”

 

사실 갖은 고생을 자처하며 이곳까지 발을 들인 건 이 한 번의 즉흥적인 쇼를 위한 게 아니었다.

 

“사진만 찍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게 뭐람.”

 

심사숙고를 거쳐 선택한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은 시청자들의 명령에 따랐지만, 사실 큰 줄기는 전부 그녀의 계획에 따른 동선이었다. 처음 방송을 켠 골목도, 방울과 펜을 구매한 문구점도, 사진 부스도 사실 사전에 봐둔 장소였다.

 

연희가 털털한 성격과 달리 방송에서든 일상에서든 실수를 범하지 않는 까닭도 철저한 준비성과 신중함 덕분이었다. 더불어 인적이 드문 곳을 좋아하고 또 찾아다니는 것을 취미처럼 여기는 연희에게 노출 방송의 무대를 찾는 것은 머리를 조금 굴리기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철저한 계획이 마치 즉흥적으로 벌어지는 쇼처럼 보이는 이유는 특유의 마이페이스와 능청스러운 연기 때문이었다. 시청자들은 연희가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것이 그녀가 별다른 성적 어필 없이도 인기를 끄는 이유였다.

 

금방이라도 얼이 빠지도록 올라오는 행복감에도 연희는 능청스레 타락한, 그러나 여전히 순박한 소녀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녀는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말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도리어 살을 에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자유를 즐기는 이 기쁨을 이제야 깨달았음에 통탄할 뿐이었다.

 

해는 지고 달이 떴다. 가로등이 켜지고 적막이 내려앉았다. 아무도 나다니지 않는 고독한 밤에도 그녀의 방송은 계속되었다. 비록 처음만큼의 수익은 나오지 않았으나 그마저도 평소의 몇 배는 되었다.

 

물론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코트의 섬을 풀고 알몸을 보이자 금방 치솟는 시청률을 보며 연희는 조용히 속삭였다.

 

“짜릿해.”

5.

 

“다음 장소는…… 공원이에요.”

 

불길하게 깜빡거리는 노란 전등 하나에 의지해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작은 놀이터가 딸린 공원은 연희가 종종 찾는 산책로 중 하나다. 사람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 공원 가운데를 지키고 있는 커다란 호수의 운치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달빛을 반사해 은빛으로 빛나는 잔잔한 호수를 등지고 거닐던 호수를 나체로 야행할 줄은 그녀 자신도 몰랐다. 아무런 소리도 없어 약간은 으스스한 공원의 산책로를 두리번거리며 걷던 그녀는 등나무로 엮인 지붕의 그림자로 어스름해진 벤치에 앉았다.

 

이번에는 어떤 묘기를 선보일지 기대하는 시청자들 앞에서, 연희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어서 그들에게 보이는 4개의 주사위와 그녀의 고조된 표정.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눈만큼 펜을 보지에 넣을 거예요.”

 

당최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연희는 내심 그리 조소하며 주사위를 던졌다.

 

“2, 2, 1, 3…… 총 8개네요?”

 

그녀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들어갈 거라고 자신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초보자의 오만에 불과했다. 처음 하나, 두 개를 삽입할 때는 여유로워 보였으나 다섯, 여섯, 일곱 개째에 가서는 배꼽 위로 네임펜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탓에 남성기도 받아들이기 힘든 그녀에겐 가혹한 처사였다. 주사위를 하나 뺐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해도 이미 늦은 일이었다. 말 그대로, 주사위는 던져진 뒤였다. 돌기들이 진공관처럼 쫙쫙 달라붙는 탓에 손톱만큼 나아가기조차 쉽지 않았다.

 

밀어닥치는 성감의 파도 위에서 판자 하나에 의지해 표류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등나무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에 힘겹게 기대자 근육이 이완되어 미미한 도움이 되었으나 폭풍우 속에서 판자 하나를 더 구한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언제 들킬지 모르는 상황에 오감이 곤두섰기 때문일까. 펜이 훑고 가는 궤적이 샅샅이 감지됐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뚜껑의 구멍들로 인해 자극이 더욱 강렬했다. 어쩌면 내심 자위의 용도가 내포된 것은 아닐지 의심하는 그녀였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자 처녀의 그것을 찢고 나가는 쓰라림에 눈물이 찔끔 흘렀다. 그러나 감내해야만 했다. 그런 사소한 개인사까지 신경 써줄 만큼, 그들은 친절하지 않으니까. 도저히 버티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고초에도 시간이 약이었다. 중간쯤에 이르자 한 번에 두 개를 욱여넣는 차원까지 익숙해지고 말았다.

 

“아흣…… 여더얿 개애…… 다 넣었어요…….”

 

자극을 최소화하려 연신 물을 뿜어대는 보지를 벌렁거리며 겨우 숨을 돌리는 연희. 괜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허전했던 그곳을 가득 채우는 만족감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후우…… 미션 성공했습니다! 이제 뺄게요?”

 

-손 안 쓰고 다 빼면 20만원

-미친 새끼 ㅋㅋㅋㅋㅋㅋ 

-무히려 좋아 ㅋㅋㅋ

-그럼 나도 건다

 

“아…….”

 

한 방 먹었다. 역시 상대는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다. 졸지에 질 안에 꾸덕꾸덕 들러붙은 막대기들을 허리 놀림으로만 빼야 하는 상황이라……. 연희는 헛웃음이 났다. 물리기에는 너무 많은 기대를 받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능할지도 알 수가 없었다.

 

적당히 시도하다가 관둬도 될 일이었으나 좀처럼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목적은 상실한 지 오래였다. 이 추태를 보이며 얼마나 많은 남자에게 희롱당할지, 얼마나 많은 쾌락을 얻을지, 그것만이 중요했다.

 

“하읏…… 응……! 나와앗…… 흐앙! 빨리잇…….”

 

연희는 바닥에 주저앉아 위아래로 허리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불가능한 일이 있는 건 불가능해. 어디선가 스쳤던 글귀. 말마따나, 질 주름 여기저기를 긁어대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그것들이 점차 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엉덩이를 위로 쳐들면 애액에 벤치에 튀기고, 아래로 내리면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흩뿌려진 체액에서는 몽실몽실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고, 얼마 못 가 식었다. 펜들이 움직이며 질벽을 긁어대는 바람에 자꾸 힘이 풀렸다.

 

연희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르고 야성에 몸을 맡겼다. 헤벌어진 입에서 침이 주륵 흘러 새 웅덩이를 만들었다. 더는 인간의 품격을 찾아보기 힘든 그녀의 모습에 남자들은 더욱 끌린 모양이다.

 

연희가 땀에 젖어갈수록, 체액이 더 격렬하게 휘날릴수록 관심은 커져만 갔다.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덩달아 출렁이는 탐스러운 가슴과 젖은 머리카락은 우월한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더욱 과시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이 진행됐다. 자궁 근처까지 들어가서는 영영 나오지 않을 듯하던 그것들이 마침내 소음순 바깥으로 하나둘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이 쾌감을 처음 느낄 때는 배변할 때라 했던가. 그 이유를 몸으로 이해하고 있는 연희였다.

 

“허억…… 하나…… 나왔다!”

 

샤워라도 한 듯 물귀신이 된 네임펜 하나가 툭 떨어지고, 이어서 다른 하나도 바닥에 뒹굴었다. 그 속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던지 먼저 떨어진 쪽은 여전히 가는 실로 이어진 채 김을 폴폴 풍기고 있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는데, 한 번에 두 개를 욕심내어 밀어 넣었던 게 화근이었다. 뱃속이 덜컥 막힌 느낌에 손가락을 넣어보니 굵직한 펜 두 개가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바보야,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이젠 선택권이 없었다. 직접적인 충격이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 좋은 물건이 눈앞에 있었다. 연희는 약간 역한 냄새를 풍기는 코트를 벤치에 깔고 그 위에 엎드렸다. 이후에 뭘 할지는 너무나 뻔한 일……. 그녀는 벤치를 인형처럼 껴안고 피스톤질을 시작했다.

 

딱딱한 벤치에 보지가 닿을 때마다 그 반동으로 꽉 막혀있던 그것들이 다시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허리를 들어 올리면 펜들도 덩달아 조금 올라가고, 바닥에 부딪히면 그보다 더 내려오는 것이 반복되자 진짜 교미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하응…… 더 박아줘…….”

 

연희는 좋아했던 남자를 상상하며, 점차 진자운동에 몰입하였고 이윽고 걸쭉한 신음을 내질렀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밀회를 펼치는 로맨틱한 상상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숨겨두고 있던 성적 환상을 그대로 투영하자 기쁨은 배가 되었다.

 

유연한 몸 덕분에 반복적이고 단순한 허리 운동 정도는 전혀 무리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지간한 경험자들보다도 능숙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기분 좋은 부분이, 더 많은 면적이 자극될지를 분석하고 있었다.

 

“거기가 좋아…….”

 

동물적인 동작. 인간의 원초적인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기도 했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성욕을 잠재우는 데에 급급한 그녀를 보며 많은 남자가 욕구를 해소했다. 다른 남자를 상상하며 자위하는 여자를 보고 자위하는 남자들…….

 

“하악…… 안엣…… 싸줘어……!”

 

그녀의 몸은 진짜 남자의 씨를 받아들이려는 듯 온 근육을 일제히 긴장시켰고, 옹기종기 엉겨 붙은 펜을 부러뜨릴 기세로 조여오기 시작했다. 먹이의 숨통을 끊으려는 뱀의 조임과 같은 움직임은 동시에 연희에게도 끝없는 만족감을 선사했다.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감응하듯 곳곳에 난무하는 윤활유와 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추위조차 가려주었다. 찌걱찌걱- 살과 물이 이루는 음란한 합주는 스피커를 통해 전혀 모르는 곳으로 전달되었고, 앵콜을 외치는 관객들에게 호응하듯 피날레를 향해갔다.

 

“쪼옵…… 츄우…… 하아…….”

 

한 손은 가슴을, 한 손은 입속을 헤집으며 내지르는 가냘픈 신음은 단조로운 연주에 날아가듯 가벼운 변주를 가했다. 어찌나 단단히 묶었는지 아직도 제자리를 지키던 방울이었으나 꼬집듯이 즐기는 그녀의 애무에 결국 떨어져 바닥에 구르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떨어지지 않은 클리토리스의 방울은 뚜껑 부분만 슬쩍 내민 펜과 서로 부딪히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고, 존재감을 과시하듯 달빛을 받아 빛났다. 밤중에 귀를 홀리는 그녀의 신음과 방울의 짤랑거림은 멀리 지나가던 이들의 눈길까지 끌고 말았다.

 

“안대애…… 보지 마앗…….”

 

말과 달리, 무슨 자신감인지 담대해진 그녀는 마치 볼 테면 봐 보라는 낯으로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질러댔다. 무슨 일이 난 건지 슬쩍 눈치를 보던 사람들은 빨갛게 물든 그녀의 몸을 보고는 혀를 차며 자리를 옮기기 일쑤였다.

 

연한 갈색을 띠던 코트는 위치를 가릴 것 없이 젖어 검게 물들어 있었고, 이미 한계까지 수분을 머금어 흡수할 수도 없게 된 바람에 벤치 근처는 비구름이라도 지나간 양 물바다였다. 남자 경험이 없어 꾸득꾸득 망가지는 소리를 내며 막대를 삼키던 보지는 화려한 신고식을 치루며 한껏 넓어지고 말았다.

 

어느덧 하나밖에 남지 않은 펜이 끈질기게 질벽에 걸려 예민한 부분만을 자극하자 사람이 내는 소리와는 거리가 먼 고된 숨소리만이 잔재한 채 합주곡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땀에 전 머리카락이 입이나 귀 여기저기 들러붙어 야시꾸리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아응! 간다…… 가버려…… 흐앗……!”

 

뽁!

 

장장 30분에 걸친 연주회의 마무리를 알리는 경쾌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직 펜의 존재감을 잊지 못한 보지가 채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도 전이었다. 다시 넣어주기를 바라는 것인지, 질내는 허공을 주물럭대며 긴장을 유지했고, 아가리를 닫지 못한 조개는 안에 가득 차 있던 물을 토해내기 바빴다.

 

신경이 끓어오르는 쾌감과 함께 벤치 위에 그대로 기절한 연희가 다시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10분이나 지난 뒤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기절한 동안에도 성교의 여운은 쉽사리 가지 않아, 연희는 이따금 들썩거리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설마 나 기절했던 거야?”

 

섬찟 놀라며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아파 왔다. 싸늘한 밤의 추위가 단잠을 깨운 모양이었다. 체력이 다 바닥나 세상이 핑핑 돌고 쨍한 소리가 괴롭혀대는 바람에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어쨌든, 준비해온 건 마무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였기에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연희는 삐걱대는 허리를 부여잡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쓰러졌던 건에 대해서 심심한 사과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6.

 

“여기도 오랜만이네. 심란할 때 자주 왔었는데.”

 

공원의 끝자락에서 아이들의 모임터 역할을 하는 놀이터가 이번 목표였다. 낮에는 동심과 추억으로 가득했을 이 공간도, 지금은 눈앞의 성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아니었다. 여기저기 두서없이 펼쳐진 작은 발자국들이 낮의 소란을 암시하고 있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인적이 드문 밤에 찾아와 그네에 매달려 하염없이 울분을 달랬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단도직입적으로, 어린아이들뿐 아니라 그녀에게도 이곳은 의미가 있는 장소였다. 그런 장소를 뻔뻔한 낯짝으로 더럽히리라 생각하니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이젠 못 오겠네.”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희의 몸은 아직 다 채우지 못한 정기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목적지는 대략 4m 남짓 되는 미끄럼틀의 위. 아이의 보폭에 맞게 만들어져 발 딛기도 힘든 작은 계단을 올라 정상에 서자 상쾌하리만치 차가운 바람이 맞아준다. 폐까지 사무치는 한기가 잡념과 함께 입김으로 나와 사라진다.

 

연희는 전부 인정하기로 했다. 눈앞의 쾌락이 지난날의 순결한 과거보다 중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굴욕도 마다하지 않는 글러 먹은 여자라는 사실을. 그리고 고뇌를 씻어내려는 듯, 주머니에서 20cm 남짓의 딜도를 꺼내었다.

 

진실을, 바닥에 고정한 커다란 막대기를, 전부 받아들이는 순간 그녀의 고뇌는 불기둥처럼 솟아오르는 환락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자궁까지 닿는 양물의 거친 질감 또한 나중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걸림돌에 불과했다.

 

“흐악…… 빡빡해…….”

 

그 거대한 크기의 물건이 비집고 들어감에 따라 그녀의 얼굴은 쓰게 일그러졌다. 대못의 머리를 연상케 하는 흉악한 귀두를 다 포옹하자 점막은 그제야 물건의 모양에 맞추어 이완 운동을 시작했다.

 

“후아…… 이제 움직일게요.”

 

마침내 맛본 남자의 맛 –비록 진짜 남자의 것은 아니었지만- 은 굶주린 그녀의 배를 채워주기에는 충분했다. 약간 찡그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묵묵히 허리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차가운 플라스틱이 주는 불쾌한 촉감도 금방 열기에 덮임에 따라 익숙해졌다.

 

“아윽…… 자궁에 부딪히는 게 느껴져요…….”

 

아무리 평범한 사이즈라고는 해도 사람의 것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흉물인지라, 초보자인 그녀로서는 버거운 게 사실이었다. 다행히도 연희의 유연성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 덕분에 두어 번 왕복 운동을 거치자 금방 그 크기에도 적응할 수 있었다.

 

크기가 만족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족할 확률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오늘 내내 행한 하드한 플레이를 기초적인 성행위로 알고 있는 연희에게 한번 밀려 들어갈 때마다 온 질벽과 자궁을 사정없이 긁어버리는 육중한 딜도는 더할 나위 없는 자극이었다.

 

질 주름이 쫙 펴질 것 같은 아찔한 포만감. 한계까지 늘어난 점막이 그것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통에 가볍게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울 지경이었다. 물건을 따라 고인 애액은 어느덧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 그 아래에 웅덩이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 법이라고 했던가. 생전 처음 보는, 이젠 성인 만화에서도 보기 힘들게 보이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잠시 주춤했던 후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후원…… 흣…… 감사합니다앗……!”

 

추잡하면 추잡할수록,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돌아오는 보상은 커진다. 연희는 무의식적으로 조련당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돈을 위해, 그다음은 쾌락을 위해, 더 나아가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닌 숨을 쉬듯 습관적으로.

 

연희는 순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갈 필요도 없이 돈은 충분히 벌 수 있고, 이미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쾌락을 얻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방송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저 익숙해져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해서라는 당치 않은 이유였다.

 

“헥…… 헥…… 기분 조아여…….”

 

눈동자는 점차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혀는 턱이 빠진 듯 힘없이 벌린 입 사이로 튀어나와 흔들린다. 근육이 급박하게 수축하고 이완하며 내는 우지끈- 소리가 놀이터를 가득 채운다. 술 취한 남자는 그것이 귀신의 짓인줄 알고 부리나케 도망친다.

 

이미 수없이 많은 절정을 겪었음에도 다시 한번 가는 데에는 단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끄럼틀 난간에 기대어 벌벌 떨고 있는 그녀의 입꼬리는 힘없이 올라가 있었다. 반쯤 넋이 나간 듯 보이는 연희는 체액에 절어 마치 워터슬라이드처럼 보이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물웅덩이 위로 떨어졌다.

 

이제 방송은 마지막 컨텐츠만을 앞두고 있었다. 이를 위해 준비한 사진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이것은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노출증이라는 새로운 성벽의 발견을 넘어서서 그녀의 일생을 뒤바꿀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는 시작 말이다.

7.

 

공원을 지나 연결되는 등산로의 입구. 그 옆에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는 공중화장실이 오늘의 종착역이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외진 곳이니만큼 행인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음지에 있는 화장실인데도 전등은 멀쩡히 켜져 있었다.

 

당연히 여자 화장실로 향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연희는 아주 자연스럽게 남성용으로 걸음을 옮겼다. 너무나 뻔뻔한 표정이라 시청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그녀가 들어간 곳은 분명한 남자 화장실이었다.

 

당초 세운 계획대로라면 여자 화장실로 가야 했다.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순전히 그편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었다.

 

“낮에 찍었던 사진 기억하세요? 오늘의 마지막 컨텐츠는 바로…… 그걸로 여기서 자위하는 거랍니다.”

 

이어서 연희는 엉큼한 눈웃음과 함께 소변기 앞에 웅크려 앉았다. 단 하루 새에 색기가 몸에 베어버린 것이다. 소변기 위의 선반에 핸드폰을 두고, 성기가 전부 드러나도록 조정한다. 평생 쓸 일 없던 남성용 변기를 이렇게 쓰게 되다니.

 

반찬은 처음에 찍었던, 기쁜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가랑이를 벌리는 사진이었다. 남자 화장실이라는 장소와 상황의 특수성이 맞물리자 부끄럽기는커녕 외려 훌륭한 딸감으로만 느껴졌다.

 

화장실 특유의 꿉꿉한 냄새와 습기가 코를 간질였다. 연희는 어느새 사진과 같은 자세로 그곳을 쑤시고 있었다. 곧 터질 기세로 펌프질을 이어가는 심장과 사고를 정지한 뇌. 온몸이 번식이라는 생명체 근본의 목적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죄악감과 떨림에 전율하던 연희는 이 꿈만 같은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 여겼다. 방송 화면에 비추는 자신의 더럽혀진 모습과 끝을 모르고 치솟는 수익 그래프의 상승 곡선은 그녀를 더더욱 죄악에 눈이 멀게 만들었다.

 

한 시간 무렵이나 이어지는 침묵에 방심한 게 가장 큰 패인이었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으니까. 자신의 부정이 평생토록 들키지 않으리라 확신했던 유다처럼, 영세로만 느껴졌던 연희의 황홀은 일순에 증발하고 말았다.

 

“이런 씹…… 뭐 하는 거야!?”

 

미처 대응할 시간조차 없었다. 끈적한 체액으로 눅눅해진 다리, 쩍 벌린 가랑이, 가슴부터 배까지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온갖 욕설과 음담패설, 그리고 선반 위에 놓인 핸드폰은 밤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던 평범하고 낯선 남자의 머릿속에 평소라면 떠올릴 수조차 없을 음험한 생각이 떠오르게 해주었다.

 

그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길거리를 노닐 때 몇 번이고 스쳐 지나갔을 그런 평범한 남자 말이다. 그러나 남성용 소변기 앞에 팔 자로 다리를 벌리고 소변을 갈기는 여자를 눈앞에 둔 믿지 못할 상황은 남자를 성욕에 눈먼 악귀로 만들었다.

 

어딘지 비열하게 보이는 웃음을 삼킨 남자는 지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그 위에 옷가지를 한 겹 한 겹 벗어 대충 걸쳐놓았다. 완전한 나신이 되자 드러난 우락부락한 근육과 후욱- 피어오르는 시큼한 땀 냄새는 그가 엄연한 수컷임을 무의식에 확실하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압도했다.

 

채팅창은 여지없이 불타올랐다. 눈에는 초점이 없이, 입가에는 침을 흘리며 천천히 다가오는 수컷의 육신. 그가 비틀거리며 거리를 좁힐 때마다 후원으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화면 너머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시청자들은 각자 가면을 쓴 채로 악마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졸지에 잡아먹히기 직전의 먹잇감이 되어버린 연희는 물러날 곳도 없는 벽을 향해 뒷걸음질 치며 몸을 떨었다. 혼비백산하여 헛발질하는 와중에도 치부에서 흐르는 애액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남자의 이성을 놓게 했다.

 

“벌려, 이년아.”

“히익……!”

 

주저앉은 연희의 머리 앞에 흉악한 남근이 고개를 쳐들었다. 격한 운동을 마치고 씻지도 않은 탓에 풍기는 육봉의 묵직한 냄새에 연희에게 두려움과 동시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의식을 몽롱하게 만드는 비릿하고 짭짤한 향기……. 연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복종한 것일지도 몰랐다. 연희는 홀린 듯 손을 뻗어 그것을 손에 쥐었다.

 

남자는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순간 움찔했으나 천천히 자지의 모습을 탐닉하는 연희의 모습에 코웃음 치며 그 부드러운 손길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치 호기심에 찬 7세 무렵의 어린이처럼 –비록 그 모습은 영락없는 타락한 암컷에 불과했지만- 순진한 표정으로 빳빳하게 선 물건을 어루만졌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의외로 건전한 성생활을 즐겼던 연희는 다른 성별의 성기를 본 일이 지금껏 없었다. 물론 그 순수했던 그녀가 이토록 타락할 것은 설령 그녀의 절친한 동기라도 알 수 없었으리라.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정성이 담긴 손길로 처음 보는 남자의 그것을 정성스럽게 애무하는 꼴이라니. 단 일주일 전만 했더라도 성인 만화에나 나올 진부한 이야기라며 손사래 쳤을 그녀였다.

 

“이러면…… 기분 좋나요?”

 

기분 좋은 자극에 새빨갛게 농익은 귀두를 손가락으로 애태우듯 톡톡 두드리던 연희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물건은 이미 흘러나온 체액으로 윤기가 났다. 농후한 냄새에 코는 이미 감각을 상실했고, 손에서는 쿠퍼액과 살 본연의 냄새가 섞여 의식을 흐리는 호르몬 냄새를 풍겼다.

 

슬슬 손의 자극에도 적응이 되었는지 남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가빠진 호흡과 심장 박동은 당장 눈앞의 암컷을 간(姦)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한 그는 연희의 머리카락을 잡아 반대편으로 내동댕이쳤다. 그가 바지를 내렸을 때부터 각오했던 상황이었으나 막상 일이 닥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2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저 굵직한 고깃덩어리가 뱃속을 파고든다. 연희는 생전 처음 본 남자에게 처녀를 빼앗긴다는 사실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몸부림을 쳤으나 아드레날린과 처녀 특유의 향긋하고도 농밀한 체취에 완전히 중독된 남자의 욕망을 꺾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랐다.

 

“허어억…….”

 

아직 사용한 적이 없어 말끔한 보지가 억지로 벌려지며 끔찍한 격통이 일시에 터져 나왔다. 완전히 압도되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연희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계속해서 그 굵다란 육봉을 욱여넣었다. 하루 종일 이어진 자위 행위로 이미 축축하게 젖어버린 터라 물건은 마치 제 짝을 만난 듯 부드럽게 끝까지 들어갔다.

 

“끄윽…… 아파앗…… 하악…….”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연희는 더 반항하기를 멈추었다. 엷게 스미는 눈물을 머금으며 몸에 힘을 빼자니 여기저기 타고 흐르는 아픔을 조금은 덜어낸 듯했다. 몸의 괴로움보다도 첫 경험을 공중화장실에서 잃어버렸다는 서러움이 더욱 아팠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작은 유혹은 그녀의 마음이 약해진 틈을 놓치는 일이 없었다.

 

불현듯 스친 음침한 망상. 오히려 이건 기회일지도 몰랐다. 핸드폰의 스피커는 연신 후원 메시지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고, 언뜻 보이는 시청자 수는 자신이 질투했던 ‘창녀들’이 부럽지 않을 만큼이나 불어나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가련하고도 음란한 ‘창녀’를 연기하자. 연희는 저도 모르게 스스로 암시했다.

 

어쩌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한 자기방어책이었을지도 몰랐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자신의 뱃속에서 더욱 크기를 키우는 물건이 주는 통증이 점차 은근한 쾌락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헐떡거리며 가끔 단말마만을 외칠 뿐이었던 입은 어느새 눈앞의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야릇한 신음을 노래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저항하여 침입자를 밀어내길 바랐던 질의 주름들은 어느새 외부의 손님을 정성스럽게 마사지하며 윤활유를 뿜어댔다. 얕은 숨을 뱉어내며 겨우 허리를 움직일 뿐이던 남자는 봉사에 화답하듯 속도를 올려 연희의 몸 구석구석을 맛보았다.

 

“흐응…… 좋앗…….”

 

연희는 줄곧 그와 몇 번이고 합을 맞춰 봤던 것처럼 능숙하게 허리를 흔들어댔다.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관계였으나 오히려 그 사실이 그녀의 피학 성향을 자극하였다. 차갑고 눅눅한 바닥에 드러누워 남자의 정욕을 전부 받아낼 뿐인, 아가페적 사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쾌락만을 위한 섹스. 그것은 연희의 성 관념을 철저히 짓밟고 개조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서로의 음부는 최고조로 흥분하여 진득한 타액을 뿜고, 혀는 서로의 입안에서 본능적으로 뒤섞이며 열기를 더해갔다. 잘 관리되지 않아 약간 기분 나쁜 냄새로 차 있었던 화장실 안은 어느새 두 남녀의 체취로 덮여 있었다. 이제는 아무도 오지 않을 이곳에서, 연희는 그저 무력하게 남자의 욕구가 채워질 때까지 더럽혀질 수밖에 없었다.

 

“하아…… 빌어먹을 년……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년인지 존나 조이네…….”

“그런 거…… 흐끅! 아니에여…….”

 

남자는 타고난 본능대로 움직임을 맞추는 연희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조금은 역한 화장실의 냄새가 지금은 둘의 체취에 가려져 전혀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여자와의 연이라고는 같은 직장의 동료밖에 없는 그에게 연희의 몸은 너무나 강렬한 충격이었다.

 

강하게 움켜쥐면 손의 모양대로 딱 달라붙는 가슴과 체액을 토하는 보지, 가녀리지만 듣기 좋은 신음을 뱉는 앵두 빛 입술, 어느샌가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은 허벅지까지…….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눅눅한 공기가 한층 열기를 더해가며 수증기를 일으키자 두 사람은 어느덧 서로 한계가 임박해왔음을 직감했다.

 

“싼다……. 다 받아……!”

“힉……! 안에는 안돼…….”

“읏…….”

 

남자의 말에 발버둥을 치기도 잠시, 배를 가득 채우는 열기에 연희는 옅은 눈물을 흘리며 얼음장처럼 차고 축축한 대리석 바닥에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녀는 마침내 평안을 되찾았다.

 

멜랑꼴리한 분위기도, 플라토닉한 사랑도 없는 일방적인 성교였음에도 남자의 씨를 받아내자 근질거리는 고통도, 불쾌한 작열감도 모두 진정되는 것이었다.

 

뱃속에 꽉 들어찬 것으로도 모자라 바깥으로 새어 나오는 하얀 욕정은 맹렬한 기세로 흘러가 어느덧 그녀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했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씨를 퍼뜨리는 그 감각이 연희에게는 구원이나 마찬가지였다.

 

한편 남자는 정액을 다 싸지르고도 연희를 껴안은 채로 봉사를 즐겼다. 연희는 씨를 다 받아낸 것으로도 만족하지 않았는지 영혼까지 쥐어짤 듯이 자지를 옥죄어 왔다. 기분 좋은 조임이었다. 부드럽게 근육이 수축할 때마다 요도 끝에 남아 있던 미량의 씨가 꿀렁꿀렁 넘어왔다.

 

그는 전에 없던 행복감에 미소를 지으면서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 속으로 몸을 던졌다.

 

“ㄴ, 네가 먼저 유혹한 거다. 신고하면 너도 나락 가는 거야!”

 

완전히 굴복한 여자를 상대로 꼴사납게 큰소리를 쳐댔으나 연희는 알았다. 그것은 호랑이를 앞에 둔 개의 짖음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말이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바지를 올리고 도망치는 뒷모습이 그녀가 기억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명함은 좀 챙겨가지.”

8.

 

신발 하나만 신은 완전한 나체로 집에 들어온 연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졌다. 피로감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안도감의 표출에 가까운 한숨이었다. 이제는 코트조차 걸치지 않고 밖을 나돌아다닐 만큼, 옷을 입고 나가는 것보다도 나체인 편이 익숙해졌다.

 

자주 입고 다니던 후드티를 언제 마지막으로 입었는지 따윈 기억하지 못한다. 몸에 실타래를 걸쳤던 기억은 팬티 위로 애태우듯 자위하다 벗어던지고 침대 밑에 처박았던 것뿐이다. 그마저도 오래되어 가물가물하다.

 

쾌락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돈에 굴복한 거야. 돈만 많이 있었다면 이런 짓 따윈 평생 할 일 없었을 텐데. 돈이 많이 벌리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

 

겨울을 지나 봄, 여름을 향해 다가가는 6월, 맨몸으로 다니기에는 최적인 날씨였다. 추위에 익숙해져서인지 감기도 좀처럼 걸리지 않게 되었다. 다음에는 신발도 신지 말고 나가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사색에 잠겨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녀는 치부에 느껴지는 이물감에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들어오기 전 만난, 한 블록 너머에 사는 남자의 정액이 흘러나온 것이었다.

 

알몸을 들킨 남자들에게 입막음 비용으로 몸을 대주는 것은 이제 일상과 같은 작은 해프닝이었다. 어떤 남자와 몸을 겹치게 될지 상상하는 것도 일종의 취미가 되었다.

 

“피임약…… 먹어야겠네. 하여간 젊은 애들은 기운도 좋아. 밤을 셀 기세였지, 그 애. 아무리 입막음이라지만 이렇게 잔뜩 싸지르면 진짜 임신할 거 아니야. 음…… 꽤 잘생겼었지? 따로 찾아가 볼까…….”

 

몸을 맞댄 남자 중에서도 취향에 맞거나 궁합이 좋은 상대와는 따로 연락해 다시 관계를 가질 만큼 문란해진 그녀는 속 빈 사랑으로 가득 찬 배를 어루만지다 묻은 남녀의 혼합물을 빠르게 빨아먹고 고개를 돌렸다.

 

“이 밤중에 웬 전화래. 여보세요?”

“야, 하연희. 너…… 뭔 짓을 하고 다닌 거야.”

“오랜만에 전화하자마자 뭔 소리야? 큰일이라도 생겼어?”

 

오래간만에 들은 친구의 목소리는 어딘가 날이 벼려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제발 부정해 달라는 듯한 간절하고도 연희 자신을 향한 맹렬한 경멸이 섞인 목소리였다. 친구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에는 어딘가 섬찟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어떤 남자의 아래에서 낑낑대며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의 영상……. 저 익숙한 장소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저 푸른 머리카락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가 보낸 것은 모든 게 시작됐던 그 날, 화장실에서의 영상이었으니까.

 

“설마 너 아니지? 응?”

“…….”

“야, 하연…….”

“맞아. 나야.”

“연희야.”

“……너도 같이 할래?”

“……미친년.”

 

썩은 빵을 주워 먹는 걸인을 본 듯한 단말마와 함께 전화가 끊기자 다시 송출되는 영상.

 

“풉, 하아.”

 

축 내려갔다, 소름 돋게 치솟는 입꼬리. 연희는 웃는다. 파르르 떨다가 이내 멈춘다. 가쁘게 숨을 내쉬는 화면 속의 자신을 보며 뺨을 붉게 물들인다. 그러다 이내 정색한다. 영원히 만나지 못할 친구의 얼굴을 상기하며 침대에 드러눕는다.

 

똑똑.

 

또 다른 쇼의 시작을 알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이미 음지에서 ‘낙원구 노출증녀’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이 스트리머는 더 생각하길 그만두었다.

 

“왔어, 자기야?”

 

20대 여자의 달콤한 냄새가 폴폴 풍기는 방. 언제 처음 만났었는지도 가물가물한 근육질의 남자. 현관에 드리우는 그 남자의 그림자를 보며 이불을 적시는 여자. 어느샌가 켜진 카메라. 환호하는 사람들. 핸드폰 액정 속에서 정을 나누는 두 사람. 그들과 똑같은 두 남녀.

 

“얼른 벌리기나 해, 이년아.”

 

자기 집처럼 익숙하게 들어와 다짜고짜 옷부터 벗는다. 방송에 나가는 것쯤은 일상이 되어버린 걸까. 예술처럼 빚어진 몸을 탐하다가, 자랑이라도 하듯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어서 두 남녀의 짧은 교성과 함께 하얀 벽지 여기저기 곰팡이가 핀 방에 덧칠되는 탐욕스러운 하얀색…….

 

속은 꽉 찼지만, 마음은 텅 비어버린 방에 고요가 찾아온다. 그녀는 홀로 남아 씻지도 못한 채로 널브러졌다. 이대로 평생 혼자라도 좋으련만. 그런 작은 희망을 쳐부수듯 또 누군가 찾아왔다.

 

“하연희 집…… 맞지?”

 

그녀의 밤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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