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선배는 자기 나름대로 엉뚱한 짓을 꾸며 똠양꿍을 어떻게든 만들어 주었다. 맛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선배님의 요리라고 생각하니 화이트룸에서 먹었던 그 어떤 것보다도 맛있게 느껴졌다.


   아야노코지 선배랑 케야키몰에서 걸었다.

   그의 방에서 손수 만든 요리까지 먹어 치웠다.


"후우.... 배부르네. 선배 연락처도 얻었고,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걸(順風満帆かな)."


   그를 만나 말도 걸고 식사까지 얻어 먹었다. 그와 단둘이 있는 공간은 조금 긴장됐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도 아야노코지 선배는 잘 돌봐주고, 제대로 요구에 응해주는 사람이었다.


"또 만나고 싶다..."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내 방에 미친 듯이 붙어 있는 그의 사진을 보며 안타까움을 더한다.


"나나세 쨩이랑 호센 군도 움직이고 있는 것 같고. 나도 페티나이프 가지러 가볼까?"


   다시 한 번 선배를 볼 수 있다.

   그게 좋아서 어쩔 수가 없어.


   하지만, 그런 행복했던 기분은, 어느 한 여학생에 의해, 무너지게 되었다.




♢♢♢♢♢♢♢♢♢♢♢♢♢♢♢♢♢♢♢♢




"....뭐야, 저 여자?"


   선배의 똠양꿍을 먹고 조금 뒤 패티 나이프를 회수하러 가려는 데 거기엔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있었다.


   2학년 D반 카루이자와 케이.

   금발에 포니테일, 나와 같은 꾸미고 다니는(ギャル) 캐릭터의 여자였다.


   ....선배랑 거리가 가깝다.

   ....선배한테서 카루이자와 냄새가 났다.

   ....선배는 그것을 내게 감추려 했다.


   그 모든 사실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쳐,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든다. 가능한 웃는 얼굴로 패티 나이프를 회수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자기 방으로 돌아온 순간, 억제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하하. 선배, 여자친구가 있었구나."


   내 안에서 뭔가 부숴지는 소리가 났다.

   이렇게 기분이 나빠지다니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장난치지 마...."


   나는 10년간 단 하루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었어.

   평생 선배와 지낼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무도 몰라.


"선배애...선배선배선배선배애...!!"


   눈물이 흘렀다.

   태어나서 첫 사랑이었다.

   동시에 난생 처음 실연을 당했다.


"‥‥"


   포기할 생각 따위는 털끝 만큼도 없다.

   아야노코지 선배에게서는 패티 나이프를 회수했다. 나머지는 이것을 호센 군에게 건네고, 그 앞에서 찌르고 끝. 그러면 아야노코지 선배는 퇴학된다.


   퇴학이 결정되면 나도 자퇴하겠어. 그리고 화이트룸 출신이었다는 걸 확실히 공표해. 만약 호센 군이 퇴학시키지 못해도 계획은 많이 있다.


   좋아, 카루이자와 선배.

   잠깐만 선배를 빌려줄게












   금방 부숴줄 테니까 기다려.






   시험이 끝난 뒤 결국 호센 군은 거꾸로 당해 버렸다. 그 후로도 아야노코지 선배와 카루이자와 사이에 방해만 해왔다.

   콘돔을 자청해서 사줬다.

   카루이자와의 눈앞에서 과시해 주면, 그녀는 반드시 무서워져, 반대로 선배와 행위에 이르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야노코지 선배에게 경계받게 된 결정적인 순간은 그때일 것이다.


"아야노코지 선배, 나에 대해 착각하고 있지 않나 해서."


"착각?"


"나는 아야노코지 선배의 적이 아니라는 거."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그래? 내가 호센 군의 작전에 어울려 줘서?"


   아야노코지 선배는 나에 대한 경계도를 이렇게 해서 더욱 끌어올렸다. 동시에 카루이자와에게는 그만큼, 그 2000만의 특별시험에 대해서, 그만큼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그를 보면서 조금 심술궂게 느껴졌던 것은 여기 뿐이다.


"아, 목 말라져 버렸다~. 커피라도 마시고 싶네~"


"아마사와한테 커피 좀 내줘."


"응-? 내가?!"


"싫으면 내가 탈게. 아마자와와 이야기라도 하고 있어."


"... 내가 타올게."


   저 모습을 보니 카루이자와 선배는 날 확실히 싫어하네. 뭐, 나도 선배의 여자친구라고 하는 위치에 있는 이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싫으니까 잘 됐지만.


"설탕이랑 우유 부탁할게요~"


"하! 네네!"


"내가 싫다고 오수나 쓰레기 같은 거 넣지 말라구요?"


"그런 짓 안 해!"


   굳이 화나게 한다.

   조금이라도 아야노코지 선배가 발화점이 낮은 카루이자와에게 환멸을 느껴주면 좋겠지만. 하긴 지금의 나는 그에게 있어서 경계 대상이고, 카루이자와 선배를 조금은 괴롭혀도 평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응-? 뭐야? 1972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조약은 무엇인가."


   적당히 그 근처에 있던 문제를 보고, 공백이었던 카루이자와의 노트에 답을 써 주었다.


"정답 정답~"


"야, 내 공책에 마음대로 쓰지 마!"


"괜찮잖아요~, 조금 정도는."


"안 좋거든!"


   나와 카루이자와의 관계는 최악이야.

   일단 콘돔을 전달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했다. 그렇게 그녀에게 짓궂게 굴고 그날은 돌아갔다.




♢♢♢♢♢♢♢♢♢♢♢♢♢♢♢♢♢♢♢♢




   무인도 시험에서는 아야노코지 선배에게 방해가 될 만한 쿠시다 키쿄의 약점을 역으로 쥐고 진행했다.

   선배를 퇴학시키려던 사람이 2학년에 있었다니 놀랍지만, 쿠시다는 카루이자와보다는 똥 같은 성격이라 더욱 호감이 갔다.


   자신이 귀여워서 어쩔 수 없어. 보신을 위해서 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사용해, 상대를 배제한다. 그런 쿠시다 키쿄의 성격이 좋다.


   아야노코지 선배와 러브를 관철하고 있는 카루이자와보다, 상당히 인간미가 있어 재미있다.


"너랑은 상관없잖아"


"응응. 그렇게 정색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그런데 말이야, 상관이라면 크게 있단 말이지. 왜냐하면 아야노코지 선배는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사람이니까."


"뭐? 그거... 좋아한다는 거야?"


"그런 저속한 차원의 이야기가 아닌데 말이지. 좋아하는게 아니라 사랑?? 으음, 좀더, 좀더 그 이상의… 일려나? 사랑을 뛰어 넘는 감정이란거야.”


"뭐?"


   이 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아야코지 선배를 향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순간이었다. 말로 하면 더욱 알 수 있다.

   나는 역시 아야노코지 선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에게 너무 의존하는 내 인생은 하얀 천장에서 시작됐다.혹독한 훈련, 테스트로 이미 망가진 마음.그리고 부서졌을 마음은 아야노코지 선배에 대한 연정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그러니깐 눈앞의 썅년은 내 손으로 찌그러뜨리고 싶었다. 쿠시다의 머리채를 잡고 최대한 공포를 느끼도록 천천히 중얼거렸다.


“다시 한 번 말하겠는데, 아야노코지 선배는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사람이야. 당신 같은 상관없는 사람따위에게 퇴학당하게 할 수는 없다고.”


"앗! 이거 놔!"


“싫은데~”


“너, 절대로 정상이 아니야.”


   정상이 아냐?

   그런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어.


   나는 오래전에 고장 났어.

   지금의 나에게는 아야노코지 선배 밖에 없다. 그를 손에 넣기 위해서 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어. 본래는 지금 당장이라도 카루이자와를 지워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나중에 귀찮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까.


   우선 앞 성격 추한(ドブス) 썅년부터 요리하도록 하자.


“이상해? 연하의 여자에게 겁먹어서 몸이 떨리다니, 그런데 말이지. 그 감성은 소중히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 쿠시다 선배.”


   쿠시다의 굳어진 얼굴은 걸작이었다.

   화이트 룸 안에서도 이런 타입의 학생은 몇 명이나 봐 왔으니까.


"크... 윽...!"


“상성이 나쁘다고 생각해. 나와 쿠시다선배. 타인의 비밀을 무기로 써왔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비비밀 따위 없고, 폭력을 쓰려고 해도 나는 왠만한 남자보다 강하니까 강하기도 하고, 소중한 친구같은 것도 없으니까 인질로 잡는 것도 불가능해. 굳이 말하자면 아야노코지 선배의 존재는 약점이긴 하지만, 선배를 어떻게 하는 것은 나를 쓰러뜨리는 것과 동급으로 어려울테고, 그렇지?”


   그에 대한 집착으로 나를 이길 학생은 없다고 생각해. 증오적인 의미라면 나나세쨩이나 같은 화이트룸 출신인 그 애 정도지만, 선배를 좋아한다는 의미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서 나는 조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카루이자와 양은, 아야노코지 군이랑 어디까지 진전됐어?"


"어디까지라니…뭐, 보통 애인이 하는 일 정도지."


"흠, 그럼 야한 짓(エッチ) 같은 것도 벌써 하는 거야?'


"...아직은 모르겠지만. 그런데 뭐, 요즘은 생각하기 시작한 걸까. 왠지 모르게, 키요타카한테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대화를 들어버린 것이다.


   카루이자와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같은 D클래스의 마츠시타 치아키. 무인도 시험 건 이래로, 위협해 정보 제공하게 하고 있는 쿠시다 가로되, 카루이자와와는 사이 좋은 친구답게, 학력이나 신체 능력은 클래스 내에서도 중상 정도.


"음-, 저 마츠시타라는 여자는 왠지 모르게 아야노코지 선배랑 같은 인종인 것 같아."


   아야노코지 선배가 실력을 숨기는 정도라면 좋겠지만 다른 여자가 그걸 하고 있으면 마음에 안 든다. 특별히 관련된 것도 없지만, 내 입장에선 마츠시타는 카루이자와 다음으로 싫어하는 타입일지도 모른다.


"저 처녀 비치도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네. 빨리 움직여야 하나."


   과연 선배의 동정을 빼앗는 것만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런 일을 당하게 되면, 아마 카루이자와를 진심으로 죽여 버릴지도 몰라.


   그래서 그날 방과 후에 나는 그를 데이트에 초대했다.


"아야노코지 선배! 데이트 하자!"


"........."


   이제부터는 뚝딱뚝딱 장단이다.

   츠키시로의 정보를 흘리면서 카루이자와나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본다.


   나는 꽤 눈에 띄는 외모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겉모습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같은 반의 남자나 여자의 반응에 따라서도 귀여운 계통의 여자로 분류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자가 돌연, 아야노코지 선배를 데이트에 초대하니, 반 전체가 주목한다. 나를 경계하는 스도와 호리키타. 나에 대해 겁에 질린 눈빛을 하면서도 어딘가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감추면서 번지고 있는 쿠시다 키쿄.


   ──그리고 첫 번째는.


".......후훗"


"앗 ───!?"


   기분 최고였어.

   그렇게 화난 표정을 하는 카루이자와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뭐, 그렇지만 교제하고 있는 것을 숨기고 있는 지금 단계라면, 카루이자와는 앞에 나올 수 없다.


   이제 선배의 양해를 구하면 끝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선배는 반드시 나를 데이트에 데려가 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무 좋아하는 선배에게 데이트 거절을 당하면, 쇼크로 나 울지도 몰라. 너무 분해서, 아야노코지 선배가 그 사람과 사귀고 있는 것을 말해 버릴지도..."


"알겠다. 어디로 갈지는 네게 맡길게."


"에헤헷! 고마워,역시 선배야.


   봐봐? 매우 간단하지(チョロいもんでしょ)?

   아야노코지 선배는, 카루이자와에게 이후 어떻게 설명할지 망설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츠키시로의 정보를 입수할 기회는 흔치 않다. 게다가 여기서 내가 뭔가 문제를 일으키는 쪽이 상황이 더 나빠진다는 걸 이해했겠지.


   이렇게 해서 나와 선배는 다시 한번 케야키몰에서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