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앨리스 단편

와이페이 반도의 아침은 오늘도 평화로웠다.
창밖으로는 느릿한 파도 소리와 함께 아침 햇살이 건물 유리벽에 부딪혀 반짝였다.
오늘 아침 식사는 반인호가 만들어준 샌드위치와 특제 콤부차.

늘 간단한 메뉴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먹는 음식은 언제나 특별하게 느껴졌다.


“크으윽… 어우, 셔!”
벨이 얼굴을 찡그리며 콤부차를 한 모금 삼켰다.


“탄산인데도 건강에도 좋고, 피로 회복에도 좋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병을 기울였다.


“적당히 시큼한 게, 나쁘지 않네.”

벨이 잔을 내밀었다.


“그럼 오빠가 먹을래? 내 입맛엔 안 맞아.”



“좋아.”
나는 병째 받아들여 콤부차를 비웠다.


“그럼 넌 뭐 마실 거야?”



“나? 믹스 커피~ 달달한 게 최고지!”


벨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고, 은근히 상큼한 콤부차 냄새가 남았다.
나는 샌드위치를 정리하며 생각했다.


‘이런 여유를, 예전엔 몰랐었는데….’


설거지를 마치고 문을 나섰다.
와이페이 반도의 바람은 언제나 적당히 따뜻했다.
예전엔 하지 않던 산책이, 이제는 하루를 여는 자연스러운 시작이 되었다.

산책과 함께 몰아볼 비디오를 위한 간식과 음료를 사서 그냥관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벨은 이미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고, 내 발걸음 소리에 벨과 눈이 마주쳤다.



"어디 갔다 왔어?"



"이번에 비디오 보면서 먹을 간식 사왔어."



"뭐 샀어?"



"팝콘… 음료수… 초콜릿… 포테이토 칩."



"많이도 사셨네요~"



"좀 줄까?"



"오? 진짜!"



"먹고 싶은 거 가져가."



"감사합니다~"


벨은 봉투를 뒤적거리다 초콜릿 하나를 꺼내 들었다.


"요즘 당이 너무 떨어진단 말이야~"



"더 가져갈 건 없어?"



"응, 없어."



"이번 수련은 뭐야?"



"명상 20분… 체력 단련… 뭐 더 있었는데…"


"나중에 복복사매한테 물어봐야겠다."



"그럼 나는 이걸 방에 놓고 수련 시작할게."



"알겠어."



벨은 자세를 잡고 다시 명상에 들어갔다.
나는 방에 들어가 침대 위에 물건을 내려놓으려는데, 녹녹이 울렸다.


'녹녹....!'


"응?"



- 와이즈님, 오늘도 비디오 보러 가도 될까요? -
 앨리스에게서 온 문자였다.



- 당연하지. 언제 올 거야? -



- 11시 25분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 -



- 그래 -



문자를 닫고 나서 문득 생각이 났다.


"오늘 평일 아닌가?"


- 저기, 앨리스. -



-네? -



- 오늘 학교 안 가니? -



- ??? 와이즈님… -


- 오늘 토요일이잖아요 -


시계를 확인하자, 앨리스 말대로 진짜 토요일이었다.
편의점의 ‘금일 할인 행사’ 때문이었다.

- 아하하… 오늘이 토요일이네… -


- 아무튼, 11시 25분에 온다는 거지? -



- 네 -



- 호러물 볼 거니? -



- 네, 맞아요. -



- 그럼 내가 준비해둘게. 너가 오면 바로 볼 수 있게. -



- 네, 알겠습니다. 너무 무서운 건 안 돼요… -



- 알겠어. -



대화가 끝나자, 방 안에는 잠시 조용함이 흘렀다.
현재 시각, 10시 56분.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나는 생각했다.

‘앨리스, 진짜 겁 많네… 귀엽다…’

비디오를 챙기러 방을 나섰는데, 뒤에서 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어디 가?"



"비디오 가지러."



"왜?"



"있다 친구가 같이 보자고 해서."



"응? 그럼 수련은?"



"나중에 해야지…"



"뭐야! 친구가 비디오 보러 온다고 수련을 미루는 거야!?!"



"그럼 어떡해…"



"나도 친구 부를 거야!"



"맘대로 해…"

앨리스와 볼 호러 비디오를 고르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앨리스니?"


'미야옹~'


"…..?"

눈을 돌리니, 그냥관에서 키우는 치즈 뚱냥이가 있었다.
순간 앨리스가 고양이 소리를 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뭐야, 너였구나."

'

미야옹…'


평소 바닥에서 잠만 자던 치즈가, 어딘가 다녀왔는지 종이 한 장을 입에 물고 있었다.


"너, 뭘 물고 있는 거야?"


치즈가 바라보다 털썩 누워, 입에 물고 있던 종이를 떨어뜨렸다.
눈을 감고 잠드는 듯했다.

나는 호기심에 종이를 주워 펼쳤다.
손끝에 닿는 감촉은 약간 끈적거렸다.

희미하게 적힌 글씨가 보였다.


'ZZZ 클럽'


‘클럽’이라고 적혀 있었다.
클럽 광고 전단지는 처음 봤지만, 묘하게 신기했다.



"뭘 그리 보고 있어?"

벨의 목소리가 귀 옆에서 들려왔다.
나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깜짝이야…"



"뭘 그리 놀래? 이상한 거 보고 있었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치즈가 뭘 주워 와서…"



"응? 그냥 쓰레기 주워 온 거 아니야?"



"아니, 여기에 ‘ZZZ 클럽’이라고 적혀 있어."



"ZZZ 클럽…? 뭔 클럽 이름이 그래?"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뭐, 별거 아닌 것 같아."



"난 또… 오빠가 오우야…! 하는 걸 보는 줄 알았지~"
벨은 음흉하게 웃었다.



"니 얘기 아니야?"



"머… 뭐!?!? 난 그런 거 안 보거든!!"



'녹녹...!'

난 앨리스에게서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마 벨에게 온 것 같았다.


벨은 자판을 두드리는 듯한 손놀림으로 서 있었다.



"오빠,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 가는데?"



"엔비 만나러. 장비 하나가 고장났다고 해서 고칠 수 있냐고."



"응… 잘 갔다 와."



"응~"



벨이 나가자, 나는 다시 비디오를 찾았다.
2분 뒤, 누군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앨리스였다.



"안… 안녕하세요… 와이즈님…"
평소 교복 차림이 아닌, 캐주얼한 앨리스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앨리스였구나."



"비디오는 정하셨나요?"



"당연하지, 오늘 실컷 보자."



"네… 좋아요…!"



앨리스가 방긋 웃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이제 내 방으로 가자."



"네…!"



'하악...!'

소음에 민원이 들어왔다.
치즈가 앨리스와의 대화 소리에 깨서 하악질을 했다.
앨리스는 놀라 얼음이 되었다.



"앨리스…?"



"……"



"저기… 앨리스?"



"비...."



"비…?"



"너무 비대칭이잖아!!!!"

"이 고양이 털이 너무 비대칭이잖아요!!!!"



치즈가 다시 하악질을 하자, 앨리스가 기절했다.

나는 급히 달려가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고, 작은 숨소리와 체온이 전해졌다.



"앨리스… 괜찮아…?"



"……"



"앨리스?"



앨리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안고 침대에 눕힌 뒤, 의자를 가져와 옆에 앉았다.



"자는 모습도 귀엽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20분 정도 지나자, 앨리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으음…"



"일어났구나."



"응? 와이즈님… 여긴 어디에요…?"



"내 방이야. 잠깐 기절했었어."



"그 치즈 고양이요…?"



"응…"



"이런 추태를…"
앨리스는 부끄럽게 얼굴을 가렸다.



"괜찮아....?"
나는 물 한 잔을 건넸다.



"머리가 좀 아파요…"



"잠깐만, 내가 약 가져올게."

나는 약서랍에서 두통약을 찾아 앨리스에게 건넸다.



"앨리스, 약 가져왔어…"



"네…"

앨리스는 조심스레 약을 삼켰다.
나는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괜찮아? 비디오는 안 봐도 돼."



"안 돼요! 오늘 여기 온 이유고, 와이즈님이 준비까지 해주셨는데… 안 보면 안 돼요."



"정말 괜찮겠어?"



"당연하져."



"그럼 팝콘이랑 포테이토칩 있어. 뭐 먹을래?"



"팝콘이요."



"좋아. 음료수랑 초콜릿도 있으니까 먹고 있어. 난 팝콘 데워올게."



"네."



나는 부엌으로 가 전자레인지에 팝콘을 넣었다.
1분 후, 팝콘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봉지가 부풀어 올랐다.

팝콘을 들고 돌아오니, 앨리스는 이미 초콜릿을 반쯤 먹고 있었다.



"자, 돌려왔어."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비디오 볼까?"



"네."



나는 재생기에 비디오를 넣고 앨리스 옆에 앉았다.
이번 비디오도 공포 수위는 낮았다.
그래도 앨리스는 계속 움찔하며 내 팔을 끌어안았다.

손끝의 떨림과 심장 박동이 전해졌다.

비디오가 끝나자, 햇살은 이미 붉게 기울어 있었다.



"오늘도… 재미있었어요… 와이즈님."



"나도 재미있었어."



그녀는 미소 지었고, 나도 따라 미소 지었다.






to be continued.

오타가 있어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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