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앨리스 단편

어제 미뤘던 수련이랑 오늘 할당량인 수련도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잠시 피로를 풀려고 했지만, 괴담방에 초대로 저녁에 뒷산으로 오게 된 와이즈.

일단 불러서 왔는데 아무도 없었다. 


"얘네들은 불러 놓고 왜 이렇게 안와...."

밤이라서 그런지 뒷산에선 부엉이가 우는 소리와 서컹서컹 대는 소리가 나서 괜히 무섭다. 



"..... 와이즈......."


자신의 이름이 들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잘못 들은 줄 알았으나 다시 한번 들리기 시작했다.



"와......이......즈...."



"뭐..... 뭐야....! 누구야...!"


"저에요......."



"앨리스니!?!? 유즈하!?!? 마나토!?!?"



"우와!!!!"

유즈하가 뒤에서 덮치며 앞으로 넘어질뻔 했다.



"깜작이야....." 



"먼저 와 계셨군요~"



"너희가 불렀으니깐 왔지...."



"저희가 먼저 왔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와 계셨죠?"



"나도 방금 도착했어."


"근데 유즈하, 너 연기력이 좋은데 나중에 배우해도 되겠어."



"칭찬 감사합니다~"



"근데 앨리스랑 마나토는?"



"응? 뒤에 있잖아요?"



"음?"


난 유즈하에 말대로 뒤를 돌아보니 우람한 떡대와 기분탓인지 눈에서 붉은 빛이 나는듯 했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괜찮은줄 알았는데 뒤를 돌아보니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 같았다.



"와이즈......"



"꺼억...."


난 너무 놀라 기절하게 되었고, 괴담방 세명은 단체로 놀랐다. 



"와....  와이즈님...?"



"와이즈?"

유즈하랑 마나토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절하신거 같아요....." 

앨리스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5분 후,


"으윽.... 머리야...."



"괜찮으세요?"

앨리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려



"응..... 괜찮아..."



"귀신이라도 보셨나요? 저희가 올땐 와이즈님이 기절해 계셨어요."



"그것도 연기지?"



"응? 아냐 진찌야 우리가 오기전에도 넌 기절해 있었어."

마나토가 유즈하의 말을 뒷받침해 와이즈에게 말했다.



"그.... 그럼.... 내가 본건..... 으억...!"

내가 다시 기절할려고 하자 마나토랑 유즈하가 장난이였다고 말하며 다행히 기절하진 않았다.



앨리스는 여전히 겁이 많고, 마나토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 유즈하는 진지하게 주도하는 느낌으로 잡았어.



"그럼... 이제 우리가 여기 온 이유를 말해줘 유즈하."


마나토가 손전등을 켜며 말했다.

빛이 번쩍 켜지자 주변의 나무들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고, 어둠은 더 짙어졌다.



"옛날에, 이곳 어딘가에 절이 있었대요."

유즈하가 일부러 낮게 속삭였다.



"근데 수년 전에 스님들이 전부 사라졌다는 소문이 있죠."


"밤마다 종소리가 들린다던가,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던가..."



"그런 얘기… 괴담방이니까 알긴 알지."

와이즈는 애써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앨리스는 이미 겁에 질러 있었다.


"꼭 여기까지 와서 해야 돼...?"



"그럼 괴담 소통방이 되지~"

유즈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앨리스는 울상으로 와이즈 쪽을 봤다.



"와이즈님, 너무 무서워요..."



"괜찮아..... 내가 있잖아."

와이즈는 애써 괜찮은 척을 했지만, 그 말에 앨리스는 조금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이 어째선지 귀여워서 와이즈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규칙은 간단합니다."

유즈하가 말했다.



"절터까지 올라가서, 안에 있는 ‘무명탑’에 이름을 적고 내려오면 성공."


"겁먹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게 목표에요.”



"무명탑…?"

와이즈가 되물었다.



"그게 뭐야?"



"사람들이 이름을 지우고 간다는 탑이에요."

앨리스가 작게 대답했다.



"이름을 남기면… 그 다음 날엔 그 이름이 없어졌다던가…"



그 말에 유즈하가 장난스럽게 '으~ 무섭다!' 하며 손전등을 얼굴 밑에서 비췄고, 앨리스는 비명을 질렀다.



"삐이야야!!! 하지 마 유즈하!!!"



"하하하! 앨리스는 너무 귀엽다깐요~"



"유즈하, 장난은 거기까지."



마나토가 단호히 말하자, 유즈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네 사람은 천천히 뒷산 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달빛이 희미하게 길을 비췄고, 나뭇잎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서걱였다.

한참을 걷다 보니 앨리스가 뒤를 붙잡았다.



"와이즈님… 뭔가 들렸어요."



"뭐가?"



"발자국 소리요… 우리 말고도 누가 있는 거 같아요…"

모두가 멈춰 섰다.



정적이 흐르고, 풀숲 너머에서 ‘사삭—’ 하는 소리가 났다.



유즈하가 손전등을 비췄다.

빛이 향한 곳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하얀 털에 이질적인 붉은 눈.

그리고…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었다.



"치즈…?"

와이즈가 중얼거렸다.




"치즈는 황토색이지 않나요?"

앨리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고양이는 잠시 그들을 쳐다보다, 천천히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 뒤로 바람이 휙— 하고 불더니, 등 뒤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뎅ㅡ,뎅ㅡ....'



"…방금, 들었죠?"

유즈하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응."


앨리스는 와이즈 팔을 꽉 잡았다.

마나토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절터 근처로 다가온 거야. 저건 그곳에만 들린다는 종소리야."

와이즈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거… 진짜로 뭔가 있는 거 아니야?"


그 순간, 멀리서 희미하게 등불 하나가 켜졌다.

누군가 그들을 보고 있는 듯, 가만히 산 아래에서 깜빡거렸다.





종소리가 멎은 뒤, 잠시 적막이 흘렀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런데 그때, 앞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왼쪽은 좁고 어두웠으며, 오래된 돌계단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오른쪽은 나무들이 엉켜 있지만, 희미하게 절터의 지붕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어라… 여기가 갈라져 있네요."

유즈하가 손전등을 좌우로 비추며 말했다.



"지도에도 없었는데?"

마나토가 눈썹을 찌푸렸다.



"이상하네. 원래 절터로 가는 길은 한쪽뿐이었지 않아….?"

앨리스가 주저하며 말했다.



"어느 쪽이 맞을까요…? 잘못 가면 돌아올 수도 없을지도 몰라요......"

그때 유즈하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좋았어! 어차피 담력체험이니까, 두 팀으로 나눠서 가요!"



"에?"

앨리스가 깜짝 놀랐다.



"나, 나누는 게?"



"그래야 재밌잖아요~!"

유즈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왼쪽길, 오른쪽길! 먼저 무명탑에 도착하는 팀이 승리! 진 팀은 내일 괴담방 게시판에 벌칙으로 무서운 사진 올리기!"



"그건 좀…"

앨리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좋아. 그럼 나랑 앨리스는 오른쪽."

와이즈가 단호하게 말했다.

앨리스는 놀란 듯 그를 봤다.



"저, 저랑요?"



"응. 네가 혼자 무서워하잖아. 유즈하랑 마나토는 왼쪽으로 가."


유즈하가 


“우와, 와이즈님이 제일 든든한데요~"

하며 웃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우리 둘이 가서 먼저 도착해볼게요!"

마나토가 시계를 확인했다.



"좋아, 30분 후 여기서 다시 만나자. 무슨 일 있으면 무전기로 말해."


둘은 손전등 하나를 나눠 들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길은 생각보다 험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공기가 달랐다.

마치 누군가 오래전에 숨을 죽인 채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와이즈님."

앨리스가 조심스레 불렀다.



"왜?"



"혹시… 아까 그 고양이, 기억하시나요?"



"응. 붉은 눈 가진 고양이."

"그 고양이… 어렸을때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뭐?"

와이즈가 걸음을 멈췄다.



"그게 무슨 뜻이야?"



"… 절터 근처였어요. 그 아이가 나타나면, 무슨 일이 생긴다고 했어요."

앨리스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어렸을때 저희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그 고양이는 ‘길잡이’이기도 하고, ‘경고자’이기도 하다고요.”



와이즈는 잠시 말이 없었다.

달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쳐, 두려움이 선명히 드러났다.



"그래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잖아."

그 말에 앨리스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때, 발밑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와이즈가 손전등을 비추자, 낡은 목재 덮개가 발 밑에 있었다.

그가 조심스레 발을 들자, 바닥이 무너지고, 두 사람은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으악!!!!"



"꺄약!!!!!"



떨어진 곳은 오래된 지하 통로였다.

벽엔 곰팡이와 습기가 가득했고, 희미하게 초가 타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벽면엔 누군가 새긴 듯한 이름들이 있었다.



"뭐라고 적혀있는거지…?"



와이즈가 가까이 다가가 손전등을 비췄다.

그곳엔 흐릿하게 지워진 글자들이 줄지어 있었다.

앨리스가 손으로 쓸어보며 말했다.



"……전부, 누군가의 이름같아요.... 그런데 이상해요. 전부 중간이 비어 있어요."

그 말과 함께, 바람이 불어왔다.

등 뒤에서 '딸랑ㅡ' 하고 종소리가 울렸다.

앨리스가 와이즈 쪽으로 몸을 붙였다.



"와이즈님, 방금 들으셨죠…?"



"응. 분명 종소리였어."


그가 손전등을 들이대자, 통로 끝 어둠 속에서 하얀 무언가가 움직였다.

천처럼 보였지만, 움직임이 너무 느렸다.

마치 누군가 걸어오는 것처럼.

앨리스의 손이 와이즈의 옷깃을 꽉 잡았다.



"……저거, 사람인가요?"



"모르겠어. 하지만 뒤로 가자."

둘은 서둘러 후퇴했지만, 통로 끝에서 또 다른 종소리가 울렸다.

이젠 앞뒤로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앨리스의 손끝이 떨렸고, 와이즈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어깨를 잡기만 했는데도 앨리스는 지금 엄청 긴장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았다.



"괜찮아. 절대 떨어지지 마."

그 순간, 손전등 불빛이 깜빡이며 꺼졌다.

어둠 속에서,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름을… 남겨라."

앨리스가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와이즈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앨리스, 눈 감아."

순간, 무언가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손전등이 다시 켜졌을 때, 벽의 이름들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대신, 거기엔 새로 새겨진 이름이 하나 있었다.



Wise


와이즈는 숨을 삼켰다.

앨리스가 떨리는 손으로 벽을 가리켰다.



"이건… 와이즈님의 이름이네요……"




한편, 반대쪽 길을 가던 유즈하와 마나토도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다.

그들이 본 것은 —

절터의 종이 아닌, 사람의 손이 매달린 종이었다.




'……와이즈.'

벽에 새겨진 이름을 바라보며, 와이즈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손을 대자, 벽이 미세하게 따뜻했다.

마치 방금 누군가 손으로 새긴 듯.

앨리스는 울먹이며 말했다.



"우리가 떨어진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래도 나갈 길은 찾아야지."



와이즈는 주변을 살폈다. 통로는 좁았고, 습기가 발끝까지 스며들었다.

하지만 저 멀리, 희미하게 바람이 드나드는 틈이 보였다.



그들은 조심스레 통로를 따라 걸었다.

그때, 무전기에서 잡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즈님… 들리세요… 와이즈님…"



"유즈하?"


와이즈가 무전을 켰다.



"여긴 와이즈, 앨리스랑 같이 있다. 너희는 어디야?"



"저, 저흰 절터 쪽이에요. 근데… 이상한 게 있어요."



"무슨 말이야?"



"절 종에… 사람 손으로 매달려 있어요. 진짜 손이에요…"


그 순간, 신호가 ‘지직—’ 끊겼다.

앨리스는 얼굴이 새하얘졌다.



"사람의 손이라니… 그게 말이 돼요?"



"아까부터 이상하잖아."

와이즈가 낮게 말했다.



"종소리도 그렇고, 이 이름들도 그렇고… 뭔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부른 것 같아."



잠시 후, 두 사람은 낡은 나무문 앞에 도착했다.

문 위에는 글씨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이름 없는 자는 돌아갈 수 없다.'


앨리스가 조용히 말했다.



"이름… 없는 자?"

와이즈는 벽의 자신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럼 이 문을 열려면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건가."



"하지만 그러면…"

앨리스의 손이 그의 소매를 잡았다.



"그럼, 그 벽에 새겨졌던 이름들은 다… 이 문을 지나간 사람들의 이름이라는 뜻이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


와이즈가 손전등을 문고리에 비췄다.

녹이 슬고, 먼지가 쌓였지만, 이상하게도 금속 부분엔 손자국이 여러 개 찍혀 있었다.

누군가 수없이 열려고 했던 흔적.



와이즈가 문을 밀자, 삐걱— 소리가 울렸다.

그 안은 어둡고 차가운 공기로 가득했다.





절터에 도착한 두 사람은 그야말로 말을 잃었다.

종탑 아래에는 부서진 나무조각들과, 썩은 종줄이 흩어져 있었고

그 중앙에는, 누군가의 손목이 매달린 채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거 진짜 아니지."

마나토가 이를 악물었다.



"누가 이런 장난을 쳐?"



"이거… '우리'가 준비 한게 아닌데....."

유즈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피가… 아직 마르지 않았어요."

순간, 종이 바람도 없는데 ‘딸랑—’ 울렸다.

유즈하가 무전기를 잡았다.



"와이즈님, 앨리스! 절터에 누군가 있었어요! 조ㅅ—"

그 순간, 갑자기 신호가 안 좋아지면서

유즈하가 무슨 말을 할려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어둠 속 방에 들어섰다.

안에는 낡은 제단이 하나 있었다.

그 위에는 오래된 나무패들이 쌓여 있었다.

각 패에는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맨 위의 패에는… 아직 이름이 없었다.



"……이건 뭐지?"

와이즈가 손을 뻗는 순간, 나무패가 스스로 움직였다.

그리고 표면에 'Alice' 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앨리스가 숨을 멈췄다.



"이건…… 제 이름이에요."

순간, 제단 아래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낮고 습한 숨소리.



"……이름을 바쳤으니, 이제 돌아갈 수 있겠구나."

제단 뒤에서, 사람 형체의 그림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와이즈가 앨리스를 뒤로 밀쳤다.


"뒤로 물러서."

그림자가 한 걸음 나아가자, 얼굴이 달빛에 드러났다.

눈이 새하얗게 흐려진, 오래된 승려의 시신이었다.

입가엔 피인지, 먹물인지 모를 검은 자국이 번져 있었다.



"……남은 이름 하나."

그 존재가 입을 열었다.



"이제, 네 이름을 남겨라— 와이즈."

그 순간, 절터 쪽에서 거대한 종소리가 울렸다.


‘—꽈아앙!’


소리에 놀란 와이즈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림자는 사라지고

제단 위엔 'Alice & Wise' 라는 이름만이 남아 있었다.

앨리스가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이제… 나갈 수 있는 걸까요?"

와이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어둠 속에 남아 있는 문 하나를 바라봤다.

그 문 위에는, 누군가의 손글씨로 써 있었다.



'이름은 남는다. 하지만 주인은 바뀐다.'


괴담방의 단순한 담력체험은, 오래된 저주를 깨운 의식이었다.

남겨진 이름은 돌아왔지만, 그 이름을 가진 자들은… 여전히 산 자일까?






to be continued.

오타가 있어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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