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채널

안녕하세요? 가끔 올라오는 글 보며 추천 누르는 정도만 하고 있었네요.


디씨 갤러리 나와서 다른 분들 도움으로 여기에 갤러리도 만들고, 열심히 갤질할 때도 있었는데 ^^;


저는 콘서타가 꽤 잘 듣는 편이었는데도 잠에 일찍 들게 되는 부작용이 너무 싫어서 먹지 않은지 1년이 좀 넘습니다.


그대신 반년 정도 빡세게 운동도 해보고, 요새는 아침마다 10분 정도 명상하는 식으로 증상들을 다스리는(?) 중입니다.


예전에 ADHD를 주제로 뭔가 쓰려고 했던 사람으로서, 이 '질병'은 다른 여느 정신과 질환처럼 원인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거나, 충분히 취미 활동을 할 정도의 시간을 주지 않는 경제-사회적 환경 2) 개개인의 생물학적 특징(이라고는 말하지만 정확한 생물학적 지표는 존재하지 않는) 3) 가속화/자동화된 미디어(SNS에서 끝없이 피드를 확인하는 게 개인의 의지력 문제만은 아니죠) 4) 유년기부터 이어져오는 쉽지 않은 경험들(가족, 친구 등등의 관계) 5) 언급한 원인들을 빠져나가는 또 다른 무언가... ('ADHD가 발병한 원인'이나 '자신이 ADHD라는 확증'을 끝없이/완벽하게 찾아가려는 것조차 이 '질병'의 발현 양상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악무한에 사로잡힌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내가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ㅡ '머리로 안다'고 해서 그것들이 해결되지도 않죠.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견디는, 바꾸어 말하면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내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이 '질병'의 원인을 찾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니 제 가정 환경에 명백한 물리적 폭력은 거의 없는 편이었지만, 부모/선생들/또래들이 가하는/강요하는 무언의 압박이 센 환경에서 제가 자라왔더라고요. 그래서 이전에도 집 바깥에서 자취를 한 경험은 꽤 있지만, 이번에는 거의 연을 끊겠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와 산 지 반 년이 되어갑니다. 아직도 많은 어려움들이 남은 상황입니다만, 나 스스로 어떤 활동들을 할 때, 또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즐겁거나 편안한지를 생각하고 느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또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화해하는 경험도 있었고요. 


앞으로 시간만 허락한다면, 읽으면서 도움을 받았던 책들도 종종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아침에 멍하니 있다가 이곳에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두서없이 이것저것 이야기한 느낌이네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스스로 원하시는 일들 잘 풀려나가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