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8-2]




훼이지에에게:


난 정말 오랫 동안 도망다녔어, 그러다 한 작은 마을에 도망쳤지.

그 당시의 난 별 생각이 없었고, 그냥 어디라도 가서 숨고 싶었지. 정말로 몸을 숨길 곳을 찾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한 쌍의 노부부가 어쩌면 날 자신들의 딸로 여긴 걸지도 몰라.

우르수스는 전쟁을 정말 많이 치루니, 어쩌면 그들의 자식들은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모르고.

노부부는 내 비밀까지도 감춰줬어.


그분들에게는 정말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네.

정말로 안타까운 건, 난 그들에게 보답을 할 수 없었다는 거야.



1월 13일








감염자 조사대: 지난 번 검사 과정에서 우리 대원 중 한 명이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감염자 조사대: 지금 모든 가구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감염자 뿐만이 아니다, 그때 공격했던 이들도 마찬가지로 발견 즉시 사살하겠다.

감염자 조사대: 그리고 그들을 숨겨준 집 또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감염자 조사대: 고역을 치루고 싶지 않다면 불어라. 그 누구도 너희들의 영광스러운 보고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범죄와 감염자들은 마땅한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감염자 조사대: 첫 번째 집부터 시작하겠다.



_






탈룰라: 결국 이 날이 오고야 말았네요, 할머니. 전 분명 피할 수 없을 거예요.


할머니: 나가자 마, 탈룰라! 건초 더미에 숨어있어라......

할머니: 그곳이라면 저 녀석들도 찾지 않을 거다! 네가 벌받기 두려워서 도망쳤다고 내가 어떻게든 둘러댈테니, 어서 도망가! 누구도 널 탓하지 않을 거다!


탈룰라: 하지만 그러면 할머니 쪽이 피해를 입잖아요. 이건 제가 은혜를 갚는 방식이 아니에요.


탈룰라: 금화를 조금 남겨뒀어요......빅토리아 금화입니다, 아껴서 쓰면 한동안은 배부르게 지내실 수 있을 거예요.


할머니: 탈룰라, 탈룰라! 어딜 가는 거냐? 우리 탈룰라......안 돼, 그 녀석들하곤 마주치면 안 된다!

할머니: 그 조사대의 벌레 녀석들은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사람을 죽이는 녀석이야!


탈룰라: 그런 녀석들이니까 더더욱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게 둘 수 없죠.

탈룰라: 제가 녀석들의 시선을 끌고 마을을 괴롭힌 대가가 뭔지 알 게 해줄 거예요.

탈룰라: 적당히 할게요, 할머니. 그 녀석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보복할 생각도 못 할 만큼 해줄 테니까......

탈룰라: 전 지금도 옆집의 남자 아이가 돌을 던졌다는 이유로 맞아죽은 일을 기억해요. 잊을 수가 없었죠.


할머니: 탈룰라......탈룰라! 그런......그런 말 하지 마라!


-@-


할머니: 누구냐! 누가 문을 두드리는......조사대인가! 비켜!


알리나: 할머니, 저에요!


할머니: 알리나! 어서 들어와라!

할머니: 어떠냐? 무슨 일이냐? 무슨 소식이라도?


알리나: ......누군가 말했어요.


할머니: 뭐? 뭐라고? 뭘 말해?


알리나: 조사대가 우리 마을에 한 감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요.


할머니: 말도 안 돼, 그럴 리가......아!


알리나: 저도 저 사람들이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 감염자를 감싸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잖아요.


탈룰라: ......


알리나: 할머니, 제 아버지께선 세상을 일찍 뜨셨어요, 어머니도 할머니 네를 엄청 신뢰하고 계시고, 저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진짜 제 가족처럼 여겼어요.

알리나: 지금 일이 이렇게 됐으니, 더 이상 숨길 것도 없겠죠......


탈룰라: ——잠깐.

탈룰라: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금 어딨어요?



_



감염자 조사대: 망할 늙은이가, 뭐하는 거야!


할아버지: 죄는 내가 저질렀다!


감염자 조사대: 자수? 아, 기억 났다. 그때 우리 대원 중 한 명이 어떤 늙은이한테 가로막혔었다고 했지. 비실비실하게 생긴 게, 네가 그때의 습격자 중 한 명이구나!


할아버지: 그렇다!


감염자 조사대: ......보아하니 뭐 뜯어낼 것도 없어보이는데, 최대한 멀리 꺼질 수 있는 데까지 꺼져. 그 XX도 진짜 생각없다니까, 가난한 농부를 상대해서 뭐해?


할아버지: 그것 뿐만이 아니다. 자, 내 몸에 붙어 있는 이건 뭘로 보이냐!


감염자 조사대: ——

감염자 조사대: 감염자! 네가 감염자냐!


_



탈룰라: 뭐라고?!


할머니: 내가 그때 네 옷을 갈아입혀줬을 때 봤다......탈룰라, 네가 감염자인 건 나랑 할아버지 둘 다 알고 있었어.


탈룰라: 그렇다면——


할머니: 노인네가 광산가서 돈 좀 벌어볼려고 했다가, 광석병에 걸려서 돌아왔다니까! 맨날 그 자켓 입고 다니는데......

할머니: 노인네는 지금 너대신 죽으려는 거야, 탈룰라......!


탈룰라: 안 돼!

탈룰라: 그건 할아버지가......


할머니: 마을 녀석들은 다 못 믿을 녀석들이야! 돈만 주면, 목숨만 살려주면 무슨 일이든 다 불어버릴 녀석들이라고!

할머니: 2년 동안 우린 널 정말로 사랑했었다, 탈룰라!......넌 정말 좋은 아이야!

할머니: 우린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하지만 탈룰라, 넌 병에 걸렸지만 몇 년 더 살 수 있어! 잘 살아남아야 해......

할머니: 탈룰라, 가지 마! 가지 마......!



_



할아버지: 날 붙잡아라.

할아버지: 날 붙잡아 가라!

할아버지: 이 몸을 봐라! 내가 바로 그 병에 걸렸다!


감염자 조사대: ......


할아버지: 믿지 못 하겠다면, 이걸 봐라!


감염자 조사대: 칼? 칼 내려놔, 영감. 넌 우릴 해치지 못 해.


할아버지: 아니, 아츠를......내 아츠를 봐라!



노인은 자신의 손목을 자른다, 붉은 것이 눈밭에 흘러들지 않고 마치 안개처럼 공기에 흩어진다.



할아버지: 봐, 봐......난 진짜 감염자라고!


감염자 조사대: 네 말을 믿도록 하지.



-@-




감염자 조사대: 협력에 감사한다, 감염자.


할아버지: 크......억......!

할아버지: 탈룰라......




알리나: 탈룰라! 안 돼! 가지 마!

알리나: 이건......불?

알리나: 이게 뭐야?! 왜 집이 불타는——

알리나: 탈룰라! 이건 네——

알리나: 가지 마! 탈룰라!! 이러면 마을이 전부 없어질 거야!!





____


[R8-2 END]




감염자 조사대: 으으아아아악!!


감염자 조사대: 아아...으아아악!!


탈룰라: ......


알리나: 탈룰라...! 너, 윽...!

알리나: 이 불은 네가 한 거지! 저 사람들 네 불에 타죽...으윽!


탈룰라: 미안, 알리나. 이건 분명 마을에 큰 재난을 가져올 거야. 하지만 난 참을 수 없었어.

탈룰라: 난 이런 일을 절대로......

탈룰라: ......알리나?



탈룰라는 놀란 눈으로 알리나를 바라보고 있다, 알리나는 탈룰라가 여태껏 보지 못 했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리나: 네 눈 속에는 불꽃이 피어있어.

알리나: 난 네가 이 마을에 올 때부터 알고 있었어, 넌 이대로 마을에 얌전히 지내고 있을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리나: 너도 네 자신이 살아왔던 곳이 있고, 너도 결국엔 네가 떠났던 곳으로 돌아가야만 해. 이 마을은 널 받아들일 수 없어.


탈룰라: 난 돌아가지 않아. 날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


알리나: 하지만 확실히 네 눈 속에는 불꽃이 피어있는 걸.

알리나: 넌 무언가를 불태우고 싶고,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느끼고, 넌 한계까지 참고 있어......

알리나: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탈룰라. 지금은.

알리나: 마을 주민들은 죄가 없어. 네 한순간의 불꽃이 사람들을 해칠 거야.



감염자 조사대: 무슨 일인──세상에! 무슨 일이야! 누가! 누가 이런 짓을!



할머니: 탈룰라! 탈룰라!! 가, 어서 가!! 돌아오지 말아라!! 다시는 돌아오지 마!!

할머니: 위대하신 황제 폐하시여, 우리 딸과 같은 아이를 지켜주소서, 그녀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알리나: 탈룰라, 어서 가자!


탈룰라: 아니......저 빌어먹을 조사대!


알리나: 우린 감염자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니야!


탈룰라: ......무슨 소리야?


알리나: 나도 감염자야, 탈룰라. 나도 감염자라고.


_





알리나: 하아, 하......여긴......우리가 이사오려고 했던 곳이네. 장소는 준비되어 있지만...그치만...


탈룰라: 할아버지......네는......

탈룰라: 이런 일을 다시는 겪게 해선 안 돼.......내가 그 사람들을......


알리나: 할아버지께선 너와 날 구하셨어, 그리고 모든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알리나: 하지만 넌......그런 할아버지의 계획을 망쳤어.


탈룰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 마을 사람들이 신고를──

탈룰라: ......잠깐. 혹시 그 할아버지를 신고했다는 사람이......


알리나: 할아버지 자신이야. 그렇게 하면 조사대가 이곳에 올 이유가 없어지겠지. 모든 게 계획대로 된다면 말이야.

알리나: 네가 아무리 실력에 자신있어도 조사대는 무리야.


탈룰라: 난 할 수 있어.


알리나: 그럼 그 다음은? 만약 헌병들이 오면? 도시 주둔군들이랑 귀족의 병사들이 오면?


탈룰라: 우린 단지 충분한 힘이 없을 뿐이야, 우리가 충분한 힘을 쌓을 때까지 기다리면......


탈룰라: 아니. 아니야, 이 일은 그렇게 봐선 안 돼!

탈룰라: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나 하나 무사하자고 못 본 척을 한다니, 그건 옳지 못한 행동이야!

탈룰라: ......그건 이기적이고, 정말 무정한 짓이야.

탈룰라: 폭력없이는 지켜질 수 없는 정의라니, 그걸 어떻게 정의라고 할 수 있겠어!


알리나: 난 아직 그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없어, 탈룰라. 네가 나보다 책도 많이 읽잖아, 난 알아.

알리나: 하지만 오늘 마을 사람이 한 명 죽었어.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겨선 안 돼.

알리나: 넌 똑똑하잖아, 너라면 알 수 있을 거야.

알리나: 가자, 탈룰라!


탈룰라: ......언젠간 돌아오겠어.


알리나: 그건 네 자신에게 말해, 탈룰라. 네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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