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야]
-하늘이…… 어두워졌어요.
-마치 지평선이 구름에 꽉 눌린 것 같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인데 구름이 전혀 움직이질 않네요. 여러 곳에 억눌린 감정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보여요.
-바람도 멎었고요……
[도베르만]
-이 거리에 재앙이 닥칠 전조인 게 틀림없어.
-아무래도, 체르노보그는 이미 리유니온 때문에 완전히 마비된 것 같군.
-하지만, 이동도시를 떨어뜨려 놓아 재앙을 회피하려 했다 해도, 몇 주 전부터 준비를 끝내놨을 텐데…
-설마 그전부터 리유니온은 이미…?
[에이스]
-현실적인 이야기 같지는 않군.
-지금 리유니온에 그런 비밀 임무를 수행할 만한 정예 부대가 존재할 리는 없다.
[가드 오퍼레이터]
-대부분의 리유니온 놈들은… 체르노보그에 원한을 품은 거리의 부랑자들입니다.
[아미야]
-각지에서 살육과 전투를 반복하며, 도시 전체를 전쟁의 불길 속으로 몰아넣을 뿐이죠.
[도베르만]
-재앙이 닥치면, 체르노보그가 아무리 견고하다고 해도 가루처럼 부서져 버리고 말 거야…
-오리지늄으로 넘쳐나는 거대한 폐허 도시가 되어버리겠지.
-리유니온이 원하는 게 자원이든 명성이든, 결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없을 거다.
[아미야]
-리유니온은 정말로 우르수스의 군사력에 대항할만한 힘을 갖고 있을까요? 아무리 우르수스군의 지휘 체계가 혼란에 빠졌다고 해도……
-그리고, 우르수스는 왜 아직도 군사력을 이용한 반격을 시도하지 않는 거죠?
[도베르만]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폭동이 일어난다면 폭도들은 금방 무장한 헌병들에게 체포될 게 뻔하다.
-방금 전에는 헌병들이 리유니온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받고 있긴 했지만…
[아미야]
-.......
[도베르만]
-얼굴을 가린 리유니온의 리더는 좀 다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도시 하나를 집어삼킬만한 힘은 없을 거다.
-다만…
[아미야]
-다만... 뭔가요?
[도베르만]
-예전에 참여했던 전쟁에서…
-통솔자처럼 행동하던 적이, 이런 말을 했었지.
-그 녀석의 눈에 병사는 단순한 체스 말에 지나지 않고, 목표를 이룬 뒤에는 버려도 되는 존재라고 말이야.
-전투에 임할 때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따져가며 병사를 운용하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그냥 버린다…
-훈련이나 관리 또한 꽤 고생스러운 일이니 말이야.
[에이스]
-그렇다면 어떤 의미로는, 병사들을 방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군.
[도베르만]
-그래. 증오와 공포를 먹이로 삼아서 병사들을 키우고 있는 거다……
-그저 필요해졌을 때 등을 조금 밀어주기만 하면…… 놈들은 주저하지 않고 전투에 나설 거야.
-리유니온의 방침은, 그야말로 녀석들의 슬로건 대로다…
[가드 오퍼레이터]
-그렇다면....
-"제복을 입고 리유니온의 마크를 몸에 달기만 하면, 어떤 감염자라도 리유니온에 가입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도베르만]
-그래.
-즉, 놈들은 분명…… 무한한 병력을 갖고 있다는 거다.
-억압받으며 사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감염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아. 이들에게 리유니온은 어떤 탈출구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철창에 조그마한 구멍만 하나 뚫어주면, 안에 있던 자들은 모조리 뛰쳐나오게 되는 법이지. 설령 밖이 불바다라 해도 말이다.
[메딕 오퍼레이터]
- 으으...
[도베르만]
-{@nickname} 박사.
-그런 점에서 너와 나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군. 난 아직 널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네 능력은 신뢰하고 있어.
.........
[도베르만]
-그래, 너와 녀석들은 달라…
-놈들의 통솔자는 지휘관이라고 할 수 없다.
-적을 짓밟기 위해 같은 편마저 짓밟아버리는… 아니, 놈들에겐 같은 편이 아닌 '추종자'에 불과한 존재일 테지.
-추종자라는 표현조차도 과분할지 몰라. 리유니온의 폭도들은 통솔자의 체스 말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런 사람은, 통솔자가 아니라, 단지 '폭군'에 지나지 않아.
[에이스]
-적이 누구든 간에, 우리는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나와 우리 팀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
-"체스 말이라면 잡으면 그만이고, 성이라면 함락시키면 그만이고, 왕권이라면 무너뜨리면 그만"이라고 말이야.
[도베르만]
-에이스… 잠깐 기다려.
[에이스]
-{@nickname} 박사, 정면에 경무장한 적의 부대가 산개해 있다.
[아미야]
-저희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까요?
[에이스]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도베르만]
-하지만...
[에이스]
-교전은 피할 수 없을 거야. 그냥 이곳을 통과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겠지. 우회한다면 시간이 더 지체될 테고.
[도베르만]
-싸울 수밖에 없겠군. 체스 말이든 폭도든, 전장에선 쓰러뜨리면 그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