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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하면 안 되나요? -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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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하면 안 되나요? -외전

쏜즈와 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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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쿵. 

 

연달아 울리는 폭발음, 고양 감이 감도는 전장. 

흩뿌려진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치며 점점 감정은 격양되어 간다. 

광기 어린 미소가 서리며 흥분을 좀처럼 참기 힘들어져만 간다.

그때, 한 루포 여자가 내 팔을 붙잡는다.

 

“참아라. 지금은 때가 아니야.”

 

“…쯧, 알겠으니 놔라.”

 

그때, 통신이 도착했다.

 

*곧 준비해! W의 폭탄이 신호탄이야!*

 

그 정신 나간 광년은 전장 한복판에서 광기 서린 웃음을 자아내며 사방으로 폭탄을 흩뿌렸다. 

그녀의 방아쇠를 당긴 곳에선 사람이 터져나갔으며, 썩 좋지 않은 냄새가 사방에 퍼졌다.

 

“플레임브링어, 아- 해라.””

 

“뭐…?”

 

텍사스는 내 입에 초콜릿을 넣었다. 

씁슬하며 단맛이 혀를 감쌌다.

 

“초콜릿이다. 곧 투입될 테니 적당한 열량 섭취를 해두는 것이 좋겠지.”

 

“…부질없는 참견이다.”

 

“그래… 곧, 우리 차례가 올 테니 집중해라.”

 

현란한 폭발이 일어나며 신호가 울렸다.

나와 그녀는 빠르게 전장의 한복판으로 달려들어 갔다. 

목표는 남은 살카즈 병사들을 헤집고, 도난당한 약품의 탈취. 



폭발의 여파로 팔다리가 날아갔음에도 그들은 웃고 있었다. 이게 살카즈에게 내려진 저주이자 축복. 

광기어린 전투 본능만이 남아 그 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검을 휘두르는 것.

나는 이 저주가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즐겁지 않은가.

비틀거리며 반송장 상태로 달려오는 그들을 베어내며 한 낡은 건물로 향했다.

 

건물 안은 굉장히 어두웠고 습했다. 

거미줄이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으며, 오싹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어이, 계집… 겁먹은 거냐?”

 

“…착각이다.”

 

그녀는 꼬리의 털을 잔뜩 세운 체로 불빛을 비추며 경계했다.

밖에서 또 한 번의 폭발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 여진으로 건물이 흔들렸고, 무엇인가 무너지는 소리가 크게 났다. 

 

“꺅!”

 

“꺅?”

 

“자…잘못 들은 거다.”

 

“그러겠지. 하얀 녀석에게 말해두면 꽤 볼 만하겠어.”

 

“하..하지마!”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베는 여자가 유령 따위를 무서워한다니… 죽은 녀석들이 피눈물 흘리겠군.”

 

그녀는 내 다리를 걷어찼다.

늘 담담하던 텍사스가 아닌 평범한 여자 같은 모습은 처음 봤기에 조금 놀려주고 싶었던 걸까, 묘한 기류가 흐르는 분위기를 조금은 더 만끽하고 싶었다.

 

 

기나긴 복도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헐겁게 닫힌 문이 복도 끝에 떡하니 있었다.

누가 보아도 수상한, 그런 냄새가 진동하는 문.


조심스럽게 문틈으로 내부를 보았다. 꿈틀거리는 묘한 것들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몇십… 아니 족히 백은 달해 보이는 감염생물들이 이 좁은 방에 모여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 중앙에 그것 들에 뜯어 먹히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의 곁에 철제 가방이 하나 나뒹굴고 있었다.

아마도 저 가방이 탈취 목표겠지.

 

“어떻게 할 거냐, 저기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등은 맡기마.”

 

그녀는 감염생물 외 다른 것들이 식별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문을 박차고 들어가 차례대로 그것들을 베어냈다.

방금까지 잔뜩 겁먹었던 그녀가 완전히 돌변하여 한 마리의 야수처럼 물어뜯는 모습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보았다.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자고.”

 

그녀와 합을 맞추며 차례대로 달려드는 그것들을 도륙했다.

질퍽하게 흘러내리는 내장의 감촉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사람과 대적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그저 눈앞의 것을 물어뜯을 뿐, 베는 맛도, 싸우는 맛도 없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다 보니 어느새 텍사스는 문밖에 있었다.

 

“야! 어디가!”

 

“우리 목표는 그 가방의 회수다. 그것들과 더 싸울 필요는 없어.”

 

“쯧, 그럼 미리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깜빡했다.”

 

저거, 분명 의도적으로 말 안 한 것이다. 본인 딴에 조금 전의 복수라 생각한 것이겠지.

등에 올라탄 감염생물을 걷어차고서 문쪽으로 달렸다. 

그것들은 발광하며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저것들 끝까지 따라나오겠는데!”

 

“비켜, 벤다!”

 

그녀는 검의 비를 문 위로 내리 꽂았다. 

위를 지탱하던 천장이 결국 무너져 출입구가 막히고 말았다.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을까 생각했다.
 복도에서 철그덕 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가라.”

 

“같이…”

 

“목표는 회수라 하지 않았나?”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와 눈을 마주쳤다.

어두운 복도 끝에서 사람만 한 망치를 들고서 거구의 남자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방폭 방어구 틈으로 거대한 오리지늄 결정이 박혀있었다. 

곧 이어 거대한 망치를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 가까스로 검으로 받아내며 소리쳤다.

 

“계집, 뛰어!”

 

그녀는 나를 한번 돌아보고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자아, 시작하자. 피로 피를 씻어 보자고.”

 

 

 

 

◇폐건물 복도

 

서둘러 회수한 물건을 그녀에게 전해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서두르지 않는다면 그가… 플레임브링어가 위험하다.

 

빈 통로에 부는 바람 소리는 너무나 소름이 끼쳤다. 

들어올때에는 적어도 그 남자가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다.

최대한 잡념을 떨쳐내려 노력하며 기나긴 복도를 달리던 때 무전이 도착했다.

 

*텍사스, 지금 어디야?!*

 

“엑시아, 바깥 상황은?”

 

*좋지 않아, 어디선가 감염생물들이 떼거리로 몰려오고 있어!*

 

“지원 가능한 인원은 몇 명이 있지?!”

 

그때, 폭발음이 들려오며 통신이 끊겼다.

방향은 플레임브링어가 교전하는 그곳, 감염생물들이 끓어 넘치던 그 공간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가 폭발에 휩싸이지 않았을까, 어딘가 다치지 않았을까…

 

나는 다시 왔던 방향으로 달렸다. 그의 상태를 확인해야만 했다.

저 복도 끝 편에서 누군가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뭐냐, 아직도 도착 못한 거냐?”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에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서둘러 달려가 그의 몸을 부축하려했으나

 

“아서라, 네가 부축해봐야 더 불편해.”

 

“미안하다…도움이 못 되는군...”

 

그는 재킷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서 불을 붙였다.

피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이걸로 초콜릿의 빚은 갚은 거다.”

 

“…그래.”

 

 

 

 

 

◇광장

 

“데오 볼란테!”

 

빗발치는 탄환이 몰아치는 감염생물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들은 서로의 시체를 짓밟고서 조금씩 앞으로 전진해왔다. 

박사는 이렇게 수많은 것들이 숨어 있는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매복이 있을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이 폐건물들 지하에 수많은 감염생물이 서로 뭉쳐 있었을 리가 없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것들을 가둬둔 것이었다.

 

“당했네…”

 

그녀는 혀를 차고서 머리를 감싸 안았다.

텍사스와 플레임브링어가 서둘러 오지 않는다면 정말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었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연락 두절이 된 그들을 믿고 기다리는 것뿐.

 

그때, 엑시아가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

 

“박사! 동서쪽 방향 건물에서 텍사스가 보여!”

 

그녀는 서둘러 통신을 다시 연결해보았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

 

아직 감염생물들은 텍사스를 보지 못했다. 아직 가능성은 있다. 

서둘러 대기 중인 그에게 통신을 보냈다.

 

“실버애쉬! 가능하겠어?”

 

*알겠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 어두웠던 하늘이 맑아지며 무지개가 펼쳐졌다. 

그 일격에 순간적으로 감염생물들이 실버애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엑시아! W! 그의 엄호 부탁해!”

 

“맡겨만 둬!”

 

*확인.*

 

 

 

 

 

 

 

◇폐건물 출구

 

“이래서는 나갈 수 없겠군…”

 

“저 많은 것들이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아직 그것들은 우리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한눈에 보아도 빽빽하게 들어찬 감염생물들은 서로 뭉쳐 한 곳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아마도 박사가 있는 곳이겠지. 

그녀와의 통신을 다시 연결해 보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닿지 않았다.

나는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에 조금 어지러웠다.

 

“괜찮나?”

 

“호들갑 떨지 마라. 고작 이런 걸로 안 죽어.”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고서 조금 휴식을 취했다. 

총탄이 빗발치는 소리 때문에 편히 쉬지는 못했으나 그 덕에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휴식 중인 나를 뒤로한 채 일어서서 경계했다.

그 뒷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찢긴 옷깃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살갗은 얼마나 많은 고난 길을 걸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계집들과 다르게 굳은살로 무뎌진 손은 검을 수 없이 붙잡은 흔적이었다.

간혹 한 번씩 그녀를 보면 계집의 몸에 사내가 들어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통신 잡음*

 

나는 통신기를 두드리며 귀를 가져다 대었다.

 

*…애쉬…겠어?...*

 

나는 몸을 일으켰다.

박사의 목소리였기에 그녀라면 곧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을 의미했기에 준비했다.

 

“계집, 준비해라.” 

 

이윽고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참격이 대기를 갈랐다. 

건물앞에 가득 있던 감염생물들은 그 참격의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와 그녀는 서둘러 박사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광장 끝 언덕에서 헬리콥터의 엔진 시동이 걸려왔다. 

폭발적인 소리에 감염생물들은 그새 머리를 돌려 우리에게 향했다. 

그것들을 떼어내기 위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상처가 벌어져 피가 터져 나왔다. 

우리는 서로의 등을 맞대며 목표 지점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서둘러!” 

 

엄호 사격이 조금은 숨통을 트게 하였지만 이내 탄이 다 떨어진 듯했다. 

그 기세를 몰아 감염생물들이 더욱 몰아쳤다.

 

앞으로 500m 조금만 더 가면…

 

“아…!”

 

“번거롭게 하기는…”

 

감염생물에게 옷깃이 잡혀 뒤로 끌려간 그녀의 팔을 반사적으로 붙잡고 당겼다.

그 반동으로 내가 그곳으로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물이 보였다.

 

“숙여!”

 

박사의 외침에 나는 몸을 앞으로 굽혔다. 

무지개빛 참격이 몰아치며 다시 한번 나는 전장에서 살아남게 되었다.

 

퇴각 헬리콥터에 올라타 의료부인 레나에게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았다. 

잔소리를 얼마나 하던지 듣다가 지쳐 쓰러질 뻔했다.

 


“후우…”

 

상공에서 피우는 담배는 또 묘한 맛이 났다. 

레나는 썩 달갑게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피를 흘리고서 피우는 담배는 또 나름대로 맛이 있으니…

 

“다른 사람도 있다. 플레임브링어.”

 

텍사스는 어느새 내 곁에 와 담배를 뺏어 밖으로 던졌다.

그리고서 입에 초콜릿을 넣어 주었다.

 

“…성가시다니까.”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그녀는 묘한 기쁜 웃음을 지으며 내 곁에 머물렀다.

 

 

 

 

 

◇로도스 아일랜드

 

 

한가한 하루다. 할 일도 없고, 기르던 식물들에 물은 다 주었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뭔가 의욕이 없었다.

 

“…또 농땡이냐. 플레임브링어.”

 

“…귀찮으니까, 가라.”

 

요새 묘하게 저 여자가 내 주위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조금, 아니 많이 성가셨다. 

 

재킷에서 담뱃갑을 꺼내 흔들었다.

빈 통이 었기에 밖에 내던졌다.

 

“필요한가?”

 

“고맙군.”

 

우리 둘은 나란히 난간에 기대어 하얀 연기를 뿜었다.

이곳은 흡연자에 대한 처우가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경멸하듯이 바라보았고, 유일하게 필 수 있는 곳은 이 옥상밖에 없었다.

나와 그녀는 꽤 오랜 시간 이곳에서 마주쳤다. 

 

둘 다, 서로 끌리는 타입은 아니었기에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그저 흡연 친구. 그뿐이어야만 했다.

 

얼마 전, 작전 복귀 후부터 이 여자는 자꾸만 내 앞에서 암컷의 표정을 지었다.

여자문제로 사고 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런 그녀를 애써 무시했다. 

아마도 눈치 없는 남자라 생각하고 있겠지…

 

“하아…”

 

 

우연치 않게 우리는 서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담뱃불을 끄고서 입에 초콜릿을 머금었다.

 

“어이, 나도 하나만 주지?”

 

그러자 그녀는 옷깃을 붙잡고 갑작스럽게 입에 있던 초콜릿을 넘겨주었다.

묘한 웃음을 짓고서 입을 열었다.

 

“적어도 이름은 불러주지?”

 

“…텍사스.”

 

“그래. 이것으로 전의 구해준 빚은 갚은 거다.”

 

“…저 빌어먹을 여자가.” 

 

당했다. 여우 같은 계집이…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 이 여자는…

적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겠지.

떠나는 그녀의 팔목을 붙잡고 돌려세웠다. 

 

“먼저 들이댄 책임은 져야지. 텍사스?”

 

“…감당할 수 있겠어?”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재미가 생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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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가 몬가 좀더 찐득한 느낌을 쓰고 싶엇는데 쓰다보니 잘 안대네...

재밋게 봐주면 감사요!

담에 더 재밋는 글로 오겟슴요!

재밋는 소재는 언제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