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https://arca.live/b/arknights/66519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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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박사! 들어간다?"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집무실 문이 열리고 더욱 예상치 못한 순간에 라플란드가 들어왔다. 문자 그대로, 꿈에도 몰랐던 그녀의 등장에 박사는 마시던 위스키를 뿜었다.  


  왜 니가 거기서 나와? 순간의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몸이 움찔거리며, 아직 채 넘어가지 못했던 위스키가 목에 걸렸다. 식도가 아니라 기도에 들어가 버린, 흔히 말해 사레가 들린 그가 기침을 참지 못하고 입에 담겨 있던 위스키를 뿜어내며 콜록였다.


  한 번 입에 들어갔던 위스키가 순식간에 뿜어져 사방으로 튀어 올랐고, 애매하게 목을 넘어가지 못한 위스키가 이번에는 확실하게 기도를 넘어갔다. 목을 달구는 뜨거운 알콜이 역류했고, 한 번 잔 속에서 격하게 역류한 위스키가 어떻게 됐을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허망하게 바닥에 쏟아진 위스키가 그의 옷을 흥건하게 적셨다. 


"....!!"


  박사는 연신 기침을 하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순간 기도로 넘어가버린 독한 위스키가 불 붙은 기름이라도 된 것 마냥 그의 목 안을 뜨겁게 달궜다. 순간 얼굴 전체가 불에 타는 듯, 뜨거운 열이 확 퍼졌다. 고통인지, 아니면 순식간에 올라온 취기인지 알 수 없는 뜨거움이 그의 속 안을 울렁거렸다. 순간 시야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기침을 하느라 몸을 움직일 때 마다, 뇌까지 덩달아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머리에 열이 뻗치고, 시야가 흔들렸으며. 한번 기침을 할 때 마다 눈에는 눈물이 맺혀 시야가 흐려졌다.


"아~ 아까워라."


  하지만 라플란드는 그를 걱정한다는 기색 하나 없이, 바닥에 쏟아진 위스키를 보며 탄식을 터트렸다. 사레에 들려 토할 기세로 기침을 콜록이는 박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녀는 위스키 병을 들어 남은 위스키의 양을 확인했다. 손목을 돌리며 병을 가볍게 흔들던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이거 둘이서 먹자고 아껴둔 거잖아. 치사하게 혼자서 까먹고 말이야."


  퉁명스럽게 중얼거리며, 라플란드는 익숙하다는 듯 찬장을 뒤적였다. 자연스럽게, 박사가 탁자에 얹어 놓은 잔과 똑같이 생긴 잔을 챙기더니, 아무런 꺼리낌 없이 냉장고를 열어 얼음을 컵에 담았다. 한 손에 컵을 든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박사의 옆에 앉았다. 그리곤, 아직 꽤 남아 있는 위스키를 투박하게 잔에 따랐다. 얼음을 타고 차오르는 갈색 액체가, 탐스럽게 넘실거렸다. 


  컵을 들어 올려 희미한 전등빛에 위스키를 비추어보던 그녀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쇼파에 아무렇게나 기대어, 다리를 꼬고 한 손으로만 잔을 흔드는 그 불량한 모습이, 마치 그림 속의 한 장면처럼 우아했다. 라플란드는, 자신의 잔에 담긴 위스키를 가볍게 한 모금 머금었다. 목을 태우는 듯한 독한 알코올의 강렬함을 즐기는 듯, 살짝 표정을 찌푸린 그녀는 이내 가볍게 숨을 토해냈다. 그리곤, 박사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이거만 마시고 있었어? 술도 약하면서 참 대담해?"


  라플란드는 박사와 눈을 마주쳤다. 박사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다. 아 그래, 혼자 위스키 마시다 나한테 걸려서 사레 들렸지. 라플란드는 몸을 살짝 앞으로 숙여 그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라플란드는 박사의 눈에 맺혀 있던 눈물을 손가락으로 쓰윽 닦았다. 


"우는 남자는 별론데 말이야."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며 손가락 끝에 맺혀 있던 박사의 눈물을 튕겨낸 그녀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이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박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웃음이 터졌다는 것을 감출 생각이 아예 없는 듯, 라플란드는 자신의 목을 가리키며 끌끌 웃었다.


"뭐야, 아직도 사레 들렸어? 내가 등이라도 두드려줄까?"


  라플란드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위스키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가볍게 숨을 토해내며, 위스키의 향에 감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별다른 근심이나 걱정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오히려 지쳤다는 듯, 쇼파에 등을 기댄 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려는 듯 술을 홀짝이는 그녀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해보였다. 박사가 항상 마주했던 그녀의 모습과 전혀 달라진 것 따위 없었다. ...그러니, 그녀는 평소와 전혀 달라 보이는 것이 없었다.


 순간, 즐겁게 술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은 박사의 머리에 다시 한번 열이 들어찼다. 


....그럼 나는?


  박사는 터져나오는 기침을 억지로 억누르며, 가볍게 목을 긁었다. 기침을 할 때마다 제 속을 괴롭히는 이 뜨거운 이물감 때문일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 그는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참을 수 없었다.


"....너는!"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지금 내가 누구 때문에 크리스마스 파티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원치도 않는 일을 억지로 붙잡아 가면서까지 아쉬움과 슬픔을 꾹꾹 눌러 담으며 크리스마스 밤을 보냈는데. 내가 어떤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보냈는데. 왜 너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 방에 쳐들어 온 거야?


....너, 나한테 해야 할 말이 있지 않아?


  하지만 박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기침을 터트렸다. 아직도 자기를 괴롭히는 독한 알코올의 열기 때문에, 그는 고통스러운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기도로 넘어간 위스키가 그 사이 증발이라도 한 듯, 기침과 함께 퍼져 오르는 뜨거운 증기가 계속 회전하며 그의 머리 속을 뜨겁게 달궜다. 


  그는 가볍게 목을 긁으며 성대를 울렸다. 형태를 빚지 못한 그의 목소리가 라플란드에 대한 추궁을 담아 으르렁거렸다.


  하루 종일,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파묻히면서 머리 속은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에 겁을 먹었고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끝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생각했다. 


  화부터 내야 할지, 아니면 다시 내 앞에 나타나준 것에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왜 내 권유에 대한 대답도 내려주지 않고 말 없이 사라졌는지 이유부터 물어볼 지. 그녀를 만나면 해야 할 말도, 지어야 할 표정도. 무엇 하나 확신이 드는 것은 없었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있었다. 그녀를 다시 만난다면, 그리고 내 권유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라면.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박사는 끝 없이 그녀와의 재회를 상상하며 여러 말을 꾸며냈다. 태연한 척을 해볼까도 싶었고, 기뻐하며 그녀와의 재회를 값진 것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일까 싶기도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 역시 약속을 잊은 척 아무일 없이 넘어갈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고민도, 열심히 꾸며보았던 말들 전부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녀와 함께 산산히 부서져 사라졌다. 몇 번이나 중얼거리며 준비하고 연습했던 말들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러 사라졌다. 표정을 지을 여유도, 여유를 가장할 그 짧은 찰나도 없어 결국 무너진 자신의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시 나타난 그녀를 눈에 담았던 바로 그 순간 만큼은, 박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기뻤다.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그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예측하기 힘든 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인 법. 그의 마음은,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연약해빠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녀와의 재회가 기뻤다. 사레에 들린 그를 걱정조차 하지 않고, 제 몫의 술잔을 기울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참 그녀 답다, 라는 실 없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와의 재회에 만족해버린 그의 마음은 오히려 변함 없는 그녀의 태도에, 오히려 불만을 품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나한테 해야 할 말은 없어?


  박사는 쇼파에서 일어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그를 보며, 라플란드는 살짝 놀란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회색 눈동자가 의문을 품고 살짝 커졌다. 


"....응? 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올린 그녀의 회색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치자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


  잠시 달싹거리던 그의 입술은, 이내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닫혔다.


  열이 머리 끝까지 뻗쳐서 말문이 막힌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그는 허탈하게 웃음을 흘리지는 않았을테니까.


  박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순간, 온 몸에 들어찼던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때까지만 해도, 박사의 마음 속은 그녀에 대한 불만으로 번잡하게 들끓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불만을 가득 담아 모질게 쏘아붙이리라 각오했지만, 정작 자리에서 일어나고 난 뒤에는 아무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 여전히, 묻고 싶은 것은 많았다. 제 약속에 대한 대답도 없이 사라진 그녀에게 짜증을 내고 싶기도 했고, 또 반대로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도 많았다. 왜 자기 권유에 대해 대답도 해주지 않고 사라졌는지, 그렇게 혼자서 로도스를 떠나 크리스마스에 어딜 다녀온 건지, 그리고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태연하게 돌아온 건지. 


  이것저것, 따지고 싶은 말만 가득했다. 머리에 가득 찬 열기에 녹아 두서 없이 뒤엉킨 말들을 풀어낼 틈도 없이 덜컥 짜증부터 내버렸던 그였지만. 그는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박사가 그녀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정말 바보같게도 그의 마음 속에서 켜켜이 쌓여 있던 모든 짜증과 설움이 순식간에 녹아 사라져버렸다. 당장이라도 욕을 내뱉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뜨겁게 올라왔던 마음 속 여러 번잡이, 정말 마법처럼 순식간에 녹아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마법의 이유라 해봤자 별 것 없었다. 그저 그를 보며 웃는 그녀의 미소가 아름다워서. 그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달콤해서. 오직 그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짜증을 내려던 결심이 무색하게, 박사는 작게 실소를 흘렸다. 


  라플란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듯, 변한 기색 하나 없이 저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를 내려했던 자기 자신이 바보 같아졌다. 뭐 됐어. 저런 태도야 말로, 그녀답다. 괜히 이런 것 하나하나에 연연하며 짜증 내려했던 내가 바보지.


  박사는 가볍게 손을 저었다. 괜한 일에 열을 올린 건가 싶어, 자조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은 그는 가볍게 숨을 토해냈다. 가볍게 내뱉은 한숨은 이내 실소로 바뀌어, 실 없는 웃음소리가 몇 번 세어 나왔다. 어느세, 머리에 가득 차 있던 열기가 다 식어버린 것 같았다. 김이 확 빠졌다. 이럴거면 짜증은 뭐하려고 냈는지. 박사는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아냐. 아무것도. ....안주는 초콜릿으로 할까?"


"좋지."


  어느새 가라앉은 열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짜증을 허탈한 웃음으로 털어내며. 박사는 다시 찬장을 열었다. 평소에 위스키나 빼앗기기 싫은 고급 간식을 숨겨두는 곳보다 조금 더 깊은 곳에 손을 넣어, 그는 상자를 하나 꺼냈다. 그는 이를 손에 들고, 잠시 머뭇거렸다. 고민이라도 하는 듯, 박사는 제 손에 들린 상자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가 들고 있는 초콜릿은, 그가 평소에 즐겨 먹던 기성품과는 확연히 다른 결의 물건이었다. 여타 초콜릿처럼 싸구려 종이 박스에 담기지도 않았고, 겉을 감싸고 있는 포장 역시 정성이 가득 들어간 고급품이었다. 누가 보아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대문짝하게 적어놓은 듯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정말 당연하겠지만, 그게 맞았다.


  박사는 포장도 뜯지 않은 초콜릿을 상자 째 그녀에게 건넸다. 포장도 뜯겨지지 않은 초콜릿 박스를 본 라플란드의 표정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하는 그녀의 귀가 쫑긋거렸다.


"자."


".....응?"


"메리 크리스마스."


  이미 크리스마스는 진작 지나버렸지만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박사는 라플란드에게 초콜릿을 건넸다. 라플란드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그녀의 시선이 박사와 상자를 여러 번 오갔다.


"왜? 마음에 안 들어?"


".....아.... 아니."


  라플란드의 표정에 당황이 묻어 나왔다. 뭐지? 분명, 단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특별히 용문에서도 가장 유명한 브랜드의 초콜릿을 준비한 건데... 혹시 마음에 안 드는 걸까? 그건 곤란한데... 박사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두드리며 곤란하다는 듯 표정을 찌푸렸다. 물론 선물할만한 다른 물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그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라플란드는 작게 웃었다. 초승달처럼 가늘게 휘어진 눈꼬리와, 이빨을 보이며 씨익 웃는 미소가 언뜻 섬짓하게도 보였지만, 박사에게는 이미 익숙한 미소였다. 로도스의 다른 이들이 보면 식겁할 정도로 살벌한 모습이지만, 저 미소야말로 이 선물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었다.


"...고마워. 박사."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 어떤 악의도 없는 순수한 호의의 미소. 그것을 확인하자, 박사의 표정이 풀렸다. 저렇게 웃는 그녀가, 이 선물을 싫어할 리는 없을 테니까.


  조금 늦은 선물이 그녀의 마음에 든 것까지 확인하자, 드디어 여유를 가진 박사의 시선이 라플란드의 주변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야, 한 가지 의문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무기는?"


  지금 라플란드의 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그녀의 두 자루의 애검 마저도. 물론, 적진도 아닌 로도스의 안에서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 오퍼레이터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 라플란드는 예외였다. 그녀는 언제나 무기를 가지고 다녔다. 박사의 집무실을 드나닐 때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구내식당에서도. 그녀는 항상 무기를 제 곁에서 때어 놓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고 있다. 이제야 그 점을 눈치챈 박사는, 의아함이 들어 입이 먼저 움직였다. 순간, 괜한 것을 물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지만, 라플란드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아, 무기? 여기 오는 길에 텍사스를 마주쳤거든. 그 녀석한테 대충 떠넘겼어. 아무 곳에나 던져두겠지 싶었거든."


"....텍사스 몸에 박아 넣은 건 아니지?"


"하하하!! 설마! 그랬다간 나도 몸 성히 여기엔 못 왔지."


  라플란드는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다행히, 텍사스는 무사한 모양이었다. 물론, 전력을 다해 두 사람이 맞붙으면 결과가 어찌 될 지 박사는 알지 못했지만, 최소한 두 사람 모두 온전하지 못하리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박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안, 라플란드는 잔에 남아 있는 위스키를 홀짝이며 중얼거리듯 말을 흘렸다.


"...여기 오는데, 무기를 들고 올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박사는 중얼거리듯 흘려 지나간 라플란드의 말을 듣지 못했다. 제 친우인 텍사스가 무사하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박사는 라플란드의 옆에 앉았다. 그리곤, 아직 위스키가 남아 있던 제 잔을 손에 들었다. 박사가 가볍게 잔을 들어 흔들자, 라플란드는 이에 응해 잔을 부딪혔다. 액체가 든 잔이 울리며 진동하는 소리가, 청명하게 불꺼진 방 안을 울렸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그럼에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선물은 전달했고, 그녀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그녀와 단 둘이서 술잔을 기울이며 밤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자는 권유는 거절했지만,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와 같이 있는 것조차 환멸이 날 정도로 그 날의 권유가 끔찍했다면, 그녀는 분명 두 번 다시 로도스로 돌아오지 않았을 테니까.


  뭐 됐어.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으면 된 거 아닐까? 


  생각이 그렇게 정리되자, 자신을 내버려두고 홀연히 사라진 그녀에 대한 짜증과 서러움이 덕지덕지 뒤엉켜 배배 꼬였던 기분도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어찌 됐건, 그녀는 여기로 와줬으니까. 괜히 여기서 짜증을 내봤자, 그나마라도 챙길 수 있는 그녀와의 시간만 날릴 뿐이었다. 그래, 반한 쪽이 져야지 어쩌겠어. 그래서 박사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기로 했다. 


  아니,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려 했다.


  하지만, 딱 한 가지의 호기심 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어디 다녀왔어?"


  한 모금의 위스키를 용기의 물약 삼아, 박사는 마지막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크리스마스 약속에 응하지 않은 것은 굳이 따지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선약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하나. 그녀가 로도스를 떠난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도저히 아무것도 모른 체 넘어갈 수 없었다.


  목을 넘어가자마자 퍼지는 위스키의 열기처럼, 순간 다시 그의 머리 속에 뜨거운 증기가 가득 찼다. 이번에는 사레 같은 건 들리지 않았는데. 역시, 내가 술이 약한가 하는 실 없는 생각이 머리를 잠깐 스쳤지만, 그보다 더욱 더 끈적하게 그의 머리 속을 채운 것은 딱 하나였다. 


...밖에서 누굴 만났을까?


  다시금, 머리 속에 열기가 퍼졌다. 이래서는, 진짜 내가 술에 취한 것은 아닐까. 박사는 순식간에 급변한 제 기분이 이해가 되지 않아, 제 입술을 강하게 씹었다. 방금 전에 자기 입으로 지금 상황에 만족한다고 해놓고는, 또 추악한 질투심을 불태우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방금 전 던졌던 질문을 철회하지 않았다.


  궁금했다. 그녀가 그의 권유를 승낙하기 싫어 로도스를 떠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 지금, 굳이 크리스마스에 바깥에 나가야 했던 이유는 뭐였을까? 


  나는 그저 친구일 뿐이니,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과 만나야 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사람은 누구일까. 여자일까? 


  ...아니면, 남자일까?


  박사는 잔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너무 강하게 힘을 준 탓일까, 잔을 쥐고 있던 그의 오른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박사는 제 표정을 확인할 자신이 없었다. 술기운의 탓을 하며 넘기기에는, 그 자신이 느끼기에도 얼굴이 뻣뻣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숙였다. 이 와중에도 질투심을 불태우고 있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대답을 들을 자신이 없어서.


  그리고, 아직 서로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도 않은 주제에 연인이라도 된 양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참견하려 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나? 나야 방에 있었지. 크리스마스 준비니 뭐니로 시끄러워서 말이지. 너도 알잖아. 사람 많은 곳은 딱 질색인거."


  그런 그의 표정을 확인하지 못한 라플란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녀는 실제로, 자기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으니 평소였다면 박사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그녀의 말을 수긍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박사는 저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라피."


  박사는 라플란드의 이름을 불렀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그녀의 애칭을 불렀다. 아마도 로도스 내에서는 오직 박사만이 부를 그녀의 애칭. 평소에는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낯간지럽우니 때려치라는 말로 응수하던 그녀였지만, 라플란드는 처음으로 그 애칭을 들으며 표정을 굳혔다. 라플란드는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항상 친애와 호의를 담아 제 애칭을 부르던 그의 목소리가, 방금은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그의 목소리가 굳어 있었던 탓이다.


  황급히 고개를 돌린 그녀가 드디어 박사의 표정을 눈에 담았다.


"거짓말 하지 마."


  아마 박사 자신은 절대 모르고 있겠지만,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눈꼬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이빨은 꽉 악물고 있었으며, 눈동자는 분노인지, 아니면 알 수 없는 다른 감정 때문인지 연신 흔들리고 있었다. 


  ...큰일났네. 라플란드는 표정을 굳히며 고심하는 듯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곤란하다는 듯, 가볍게 혀를 찼던 그녀는 이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저것, 여러가지를 생각하는 듯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이던 그녀는 이내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역시 이게 아니었나."


  라플란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네 표정을 보아하니, 지금 빨리 해결 하는 게 낫겠네."


"내... 내가 무슨..."


  정곡을 찔린 박사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제 얼굴 표정 하나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그는, 서툴게 고개를 숙이며 그녀와의 시선을 피했지만, 이미 진작에 늦은 일이었다. 박사의 얼굴에 열이 확 퍼졌다. 


  짜증을 낼 거면 확 내고, 말거면 말지. 라플란드는 박사의 어중간한 태도를 보자마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래서야, 무슨 세살짜리 애도 아니고. 라플란드는 박사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입을 이죽이며 실소를 흘렸다.


"거짓말을 칠거면 좀 그럴듯하게 해. 리사도 너보다는 표정 잘 숨기겠다."


 라플란드는 손가락으로 박사의 이마를 꾹 눌렀다.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박사는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내가 뭐, 밖에 나가서 남자라도 만나고 올 줄 알았어?"


"...."


  박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곡을 찔렸다는 듯, 수치심에 물든 그의 표정이 시무룩하게 풀이 죽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라플란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품 속에 손을 넣었다.


"시라쿠사에 다녀왔어. ....그 망할 인간에게 받을 게 있었거든."


  박사에게도, 그리고 로도스의 모두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채. 라플란드는 홀로 시라쿠사에 다녀왔다. 두 번 다시 밟을 일 없으리라 믿었던 그녀의 고향은. 늘 그랬듯 그녀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그녀를 보며 겁에 질렸고, 이름도 까먹어버린 잡배들은 그녀의 목숨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상대를 하지 않고. 그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죽일 가치가 없었고, 괜히 저들과 싸운다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일을 해결하고 그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자는 네 초대를 받았을 때는 진심으로 기뻤어."


  라플란드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 어떤 잡념도 없이 순수하게 그려진 그녀의 미소가, 처음으로 순수한 호의와 감정을 담아 투명하게 빛났다.


"그래서, 괜히 마음이 들떠서 너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졌어. 이것저것 생각해봤지만. 난 항상 너에게 받기만 했어서, 정작 너에게 무슨 선물을 해줘야 네가 기뻐할 지. 전혀 알 수 없었어."


 라플란드는 가볍게 입술을 핥았다. 잠시 고민하는 듯, 안주머니에 넣은 손을 쥐락펴락하며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는 이내 결심했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다, 하나 생각난 것이 있어서. ....그걸 챙기기 위해 시라쿠사에 다녀왔어. 분명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돌아올 수 있게 서둘렀는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하루 늦어버렸어."


  정박해 있던 로도스 본함에 돌아오자마자, 미친 사람처럼 들고 있던 모든 것을 팽개쳐둔 채 그의 방을 향해 뛰었다. 오는 동안에 사용했던 도구, 짐 그외 모든 것을 복도에 아무렇게나 팽개쳐둔 채 급하게 달렸다. 이미 늦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그 와중에도 습관 때문에 칼을 꼭 쥐고 있었지만, 텍사스를 만나자마자 그 녀석에게 무기를 아무렇게나 던져줬다. 아직 무기를 놓고 다니는 것은 무섭지만, 그의 곁에 있으면 무기는 필요 없었다.


  그렇게 그의 방 앞에 도달하고 나서야,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가쁜 숨을 고르며 쿵쾅대는 심장을 억지로 진정 시켰다. 제대로 된 대답도 없이 사라진 것에 대해 뭐라 변명해야 할지. 사과를 할 지, 아니면 뻔뻔하게 나갈지. 몇 분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척 뻔뻔하게 나서기로 결정했다. 너는 항상 나에게 관대했기에, 이번에도 너에게 어리광을 부리며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다. 문득, 내가 이렇게 어리광을 부릴 정도로 너를 편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떠올리니 가슴 한 켠이 무거워졌지만, 억지로 버텼다. 


  그래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뻔뻔하게 너와의 약속을 잊어버린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적당히 너와 시간을 보내다, 분위기를 잡아 너에게 내 선물을 건네주려 했다. 하지만, 그게 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네가 나에게 관대하다고해서, 나에게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닐텐데. 


  내 뻔뻔함에 짜증을 내려다 말았던 너를 봤을 때. 그리고, 의문투성이인 내 행적에 질투하며 화를 내던 너를 보는 순간.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그만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미안해. 이 말부터 했어야 했는데."


  라플란드는 고개를 숙였다. 처음부터 사과부터 했어야 했는데. 후회를 담아 라플란드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박사는 역시나 이번에도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됐어. 그거면 충분해."


  박사는 가볍게 웃었다. 아직 경직된 표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 속에 켭켭히 쌓여 있던 짐을 덜어낸 그의 표정은. 분명 아까보다는 후련해보였다. 그는, 호의에 찬 표정으로 라플란드를 바라봤다.


"고마워, 라피."


  박사는 그렇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서로의 오해가 쌓여 생긴 해프닝이었다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풀었으면 충분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덜컥 짜증부터 냈던 것은 내 쪽이었는데도.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먼저 사과를 해줬다. 박사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늦으면 뭐 어때. 선물 교환식이나 하고, 그만 자자. 이제 새벽이니까...."


  하지만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라플란드가 그의 어깨를 잡아 다시 밀쳤기 때문이었다. 박사가 조금 저항해서 다시 일어나보려 했지만, 라플란드는 계속 그의 어깨를 밀쳐 그를 자리에 앉힐 뿐이었다. 갑작스런 라플란드의 태도에 박사가 의아하단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의문을 담아 그녀에게 무언의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라플란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박사. ....너는 외톨이 늑대의 결말을 알고 있어?"


  박사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외톨이 늑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외톨이 늑대. 루포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루포. 늑대에게서 버림 받은 늑대. 박사는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대답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순간, 박사의 시선이 위로 움직였다. 라플란드가 그의 턱을 잡아 자신과 억지로 시선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의 숨결이 닿는 거리. 서로의 눈동자에 비치는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맞닿은 채, 박사의 귓가에 대고 라플란드가 속삭였다.


"표정 풀어. 무거운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니까."


  라플란드는 몸을 숙여 그를 껴안았다. 그녀의 체온이 그의 피부에 맞닿았다. 뜨거웠다. 그리고 동시에, 희미한 그녀의 체향이 그의 코 끝을 간질였다. 순간 당황한 박사의 손이 애매하게 허공에 멈추었다. 갈 곳을 잃은 팔을 어찌 움직여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박사가 얼굴을 붉히며 어버버거리던 바로 그 순간. 


  미약한 통증이 그의 목을 타고 흘렀다. 순간 고통에 그가 몸을 움찔했지만,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 해 몸을 억눌렀다. 그의 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고통 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생각보다 따갑고 깊었지만, 그의 체온보다 뜨겁고, 축축하고, 그럼에도 부드럽고 눅진한 것이 그 상처를 어루만지듯 그의 목을 핥았다. 그 때문인지, 분명 상처에서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물렸지만 생각보다 고통은 크지 않았다. 


  라플란드가 그의 목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움직이지 않은 것은 공포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피부를 꿰뚫고 상처를 낸 그녀의 이빨은 금방 떨어졌고, 피가 흐르는 그의 상처를 치료하듯. 라플란드가 그의 상처를 핥았다.


  라플란드가 그에게서 떨어졌다.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는 그녀는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분명 그녀의 얼굴은 방금 전과 비교해서 분명 붉어져 있었다.


"....모든 무리에서 버림 받은 외톨이 늑대가 선택할 수 있는 결말은 두 개야. ...홀로 외롭게 죽거나."


  라플란드는 무릎을 꿇었다.


"짝을 찾아 새 무리를 만들거나."


  그녀는 그에게 반지를 내밀었다. 박사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고.


  또 어느 때보다 상기되어 있었다.


"박사. 당신을 사랑해. 부디. 나의 반려가 되어 줘."


  이게 내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라플란드는 그렇게 말했다.


  한껏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만 있는 라플란드를 본 박사는, 홀린 듯 손을 내밀어 그녀가 건넨 반지를 받아들였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라플란드가 건넨 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 꼈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 조금 여유가 있었지만, 손가락에서 빠져나갈 것 같지는 않았다. 화려한 문양이 각인된 아름다운 하얀색 반지. 그것을 눈에 담은 박사는, 나즈막하게 라플란드에게 물었다.


"....선물. 바꿔도 괜찮지?"


  그리곤 그 역시 안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반지를 꺼냈다.


  라플란드는 박사의 선물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 피어올랐던 붉음이 서서히 식을 때쯤,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의 밤은 이미 지나갔지만, 두 사람에게 그런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성야의 축복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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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아 반갑소.


약 1만 4천자. 저번 화의 거의 2배 분량이네. 


이번에도... 거의 한달만에 나타나버렸다.

기다려준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동시에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아무튼, 이걸로 크리스마스로 시작했다 결국 뇌절해버려 1월 말에나 하편이 올라와버린 '이 망할 크리스마스''는 끝.

한 달 전에 전부 다 쓰면 2만자는 넘길 거 같다고 했는데, 이걸 총합 2만 5천자를 찍어버렸네.


그리고 코이츠 wwwwww 크리스마스 소설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닐 때 적어버린 wwwwww


솔직히 하편은 뇌절에 뇌절을 거듭한 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뇌절을 거듭한 이유는, 상편과 하편의 간극이 너무 크기도 하고... 상편이 솔직히 별 내용이 없다보니 이번에 그냥 하편만 읽어도 큰 상관 없을 만한 순애물 한편 적어보자는 생각으로 기존의 분량을 다 지우고 새로 써서 그럼.

물론, 현생에 치이며 여전히 멘탈이 터져 있기 때문에 글 쓰는 속도와 실력이 떡락한 것도 분명 있음.


솔직히 중간중간 라댕이건 박사건 갑자기 기분이 급변하는 게 있긴 한데. 적당히 취기가 올라와서 그렇다고 넘어가주십셔....

근대 진짜 내가 실수한 걸수도 있으니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공지를 띄울 겸 이 다음에 쓸 거 이야기를 하자면.


https://arca.live/b/arknights/61977521

하얀 늑대 길들이기는 연재 중단. 즉, 폐기할 거고.

동시에 리메이크 할거임. 사실상 리부트.


이번에는 몇 편이 걸리건, 얼마나 걸리건 아무튼 끝까지 달려보겠다는 마인드로 라플란드 순애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쓸 생각.

물론, 굳이 리메이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중간에 시라쿠사 스토리가 나오면서 라플란드의 설정이 제대로 나와서임.


아니 솔직히 누가 우리 라댕이 부모님이 무사하실거라 생각했겠냐고. 난 당연히 복수심+광석병 증상으로 인한 광기로 미쳐버린 줄 알았지.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 리부트 될 하얀늑대 길들이기는 일 시라쿠사노의 설정을 반영해서 쓸 생각. 물론 시점은 그 때 이전일테지만.


그리고 그런 차원에서 단편 신청은.... 받기는 하겠지만 바로바로 쓸지는 몰?루.

물론 원래도 받는다고 바로 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받기는 함.


뭐 아무튼 그렇다는 소리고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더 나은 글을 위해 언제나 피드백 받음.

그리고 댓글 보는 맛으로 글을 쓰는 파라, 댓글 많이 달아주면 하나하나 다 읽고 쥰내 열심히 글 적음.


댓글 달아줘 어서 

잔뜩 달아줘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