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arknights/53329183 > 그으을모오오옥로오옥









 “아 거참, 좀 살살 말하라니까. 됐어, 내가 얘기하지. 제이, 잘 들어라. 평범한 경기 기사라면 경기 영상 같은 걸 봐도 자기가 어떻게 대응해야겠다는 계획 정도만 세울 거다. 좀 더 숙련도가 쌓인 기사라면 한층 더 집중해서 상대의 스텝이나 무기의 궤적을 읽어내려 하겠지. 


 하지만 몇 번 보고 배운 것만으로, 그것도 하루 만에 여러 기사단의 무술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서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사는……. 카시미어에 있는 모든 경기 기사와 저 멀리 있는 출정 기사를 합쳐도 손에 꼽을 거다. 넌 그걸 해내고 있는 거고.”


 거기까지 말하고 목이 타는지 마틴은 물 한 잔을 따라 마셨다. 그런 마틴에게서 신경질적으로 물병을 뺏어 저도 한 잔 따르는 조피아는 묘하게 심통이 난 표정이었다.


 “해, 해석이라니 말씀이 과하심다. 제가 뭔 깜냥이 있다고 기사단 검술 같은 걸 해석해요. 저 그 정도로 머리 좋은 놈 아님다. 그냥 보고 대충 맞춰 한 거예요.”


 제이 입장에서 보면 그냥 제가 보고 배운 걸 생선 손질하는 거에 빗대서 칼을 휘두른 것일 뿐이리라.


 별 거 아니다,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신뿐이란 사실을 과연 녀석은 알까.


 녀석은 모른다. 자신이 가진 재능의 희소함을, 그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어린애의 손에 전설의 명검이 쥐여 있는 것과 같다.


 “이래서 재능만 있는 녀석이 싫다니까. 보고 대충 맞춰서 했다는 게 바로 문제인 거야.”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조피아가 딱딱거리며 입을 열었다.


 “알겠니? 넌 지금 십수 년 동안 훈련받은 정규 기사도 간신히 할 수 있는걸 고작 하루, 아니 몇 시간 보고 배운 것만 가지고 해내는 거라고. 차라리 그냥 흉내 내기만 한다면 몰라. 제 나름대로 해석해서 아예 너만의 검술로 만들어 버렸잖아. 진짜, 자각은 없는 주제에 재능은 왜 이리 좋은 건지.”


 마지막에 좀 실례되는 소리를 말한 듯하지만, 뭐 어쨌든. 제이는 마침내 떠오른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혹시 제가 좀 이상하다는 검까?”


 “당연하지. 이상한 재능에, 이상한 눈썰미. 근데 그중에서도 제일 이상한 건 네 태도야.”


 조피아는 부루퉁한 얼굴로 제이의 가슴팍을 쿡 찔렀다.


 “만약 네 이런 재능이 다른 기사단에게 알려지면 절반 정도는 널 영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릴 거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갖은 수를 써서 널 처리하려고 할 거야. 운 좋으면 사고사일 거고 운 나쁘면 암살이나 테러겠지.”


 “농담 마십쇼. 뭘 그런 걸 가지고 사람을 죽이니 살리니 함까.”


 “농담? 그런 속 편한 소릴 하는 걸 보니 너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 됐구나. 과연 기사단이 자기네들 기밀을 대놓고 빼가는 녀석을 곱게 놔둘까? 악랄하기로는 상업연합회 놈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놈들이?”


 “…….”


 조피아가 신랄하게 쏘아붙이자 제이는 말문이 막힌 듯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말은 좀 거칠어도 그녀가 헛말 하는 사람이 아니란 건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정말 심각한 거겠지.


 이제야 상황 파악이 어느 정도는 된 제이였지만, 그렇다 쳐도 그의 얼굴엔 여전히 난감한 기색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엔 제 기억력과 요령이 문제란 소리 아닌가. 이건 그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냥 경기 영상 같은 걸 보지 말까요? 어음, 그럼 뭐 적어도 다른 기사단들 검술 같은 건 안 배낄 거 아님까.”


 “그럴 순 없어. 영상 자료로 배우는 게 얼마나 많은데…….”


 조피아도 난감하긴 매한가지였다. 사실 해코지 당할까 봐 문제가 되는 거지, 제이가 가진 재능은 전투에 있어선 문자 그대로 최상급 재능이었으니 말이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검술을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물론 그대로 베낀다기보단 그 생선 손질인가 뭔가로 연상해서 마개조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그걸 감안한다 쳐도 그냥 썩히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이었다.


 그때였다.


 “아까부터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이게 고민할 일인가?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잖아. 원, 정신 사나워서 뭐 집중을 할 수가 있나.”


 구석에서부터 들려온 퉁명스러운 소리가 숙이고 있던 그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코발. 모두의 주목에서 아랑곳하지도 않고, 그는 하던 작업을 멈춘 채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차피 제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는 거 같은데 누가 알아봐? 자네들도 저 녀석 칼질이 출정 기사 검술이란 거 몰랐다며. 그럼 다른 기사단 녀석들도 저 녀석이 자기네 검술을 가져다 쓴 건지 만 건지 어떻게 알겠어?”


 “코발,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겠지. 아무래도 기사인 네가 보는 시선과 내가 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도 있을 거고.”


 코발은 조피아의 말을 자르며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제이 녀석이 그냥 다른 놈들 검술을 흉내 내는 것도 아니고 제 식대로 뜯어고치는 거라며? 모방에 그친다면 나도 한마디 하겠지만, 자기 걸로 흡수하는 거라면 그건 모방이 아니라 창작이야. 그건 문제 될 게 아무것도 없어.”


 “우리가 문제없다고 봐도 다른 데서 걸고넘어질까 봐 문제인 거예요.”


 “튀는 불꽃 무서워 망치질 못하더냐? 조피아, 네가 그렇게 겁이 많은 줄은 몰랐는데.”


 “제 말은 그런 뜻이……!”


 “잠시만요, 조피아 아가씨. 그리고 코발 어르신도. 저기, 지금 여러분들 말씀 듣고 제가 생각 좀 해봤는데요.”


 감정이 격해지려는 찰나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제이는 얼른 나섰다. 솔직히 제 문제 때문에 다들 이러는 거 아닌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때문에 이러는 게 그라고 좋을 리 없었다.


 “일단 그, 제 재주 말임다, 아 이걸 재주라고까지 해야 하나, 뭐 어쨌든 그런데. 여튼 전 이게 다른 거 다 떠나서 실제로 싸울 땐 되게 유용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그건 맞지 않슴까, 조피아 아가씨?”


 “그걸 말이라고 하니? 솔직히 배울 수만 있다면 내가 다 배우고 싶을 정도야.”


 조피아는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그녀가 그렇게 대놓고 말할 정도로 그의 재능은 엄청난 것이었으니까. 한번 본 것만으로도 남의 검술을 순식간에 재해석할 수 있는 재능. 기사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치고 그런 재능이 탐이 안 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럼 문제는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잖슴까. 아예 들킬 염려가 없게끔요.”


 “그렇긴 하지. 근데 어떻게?”


 “어떻게긴요, 치라시즈시(다양한 재료를 올려 먹는 초밥의 일종) 만드는 것처럼 하면 되죠.”


 제이는 아주 획기적인 방법이라도 생각해냈다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리 말했지만, 그걸 듣는 조피아나 나머지 사람들의 표정은 알 듯하면서도 모르겠단 표정이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제이는 설명할 때 꼭 저만 알아듣는 말로 설명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치라시즈…가 뭔데?”


 “재료를 죄다 위에 올려서 먹는 초밥임다.”


 “그러니까 그게 여기서 왜 나오냐고.”


 “치라시즈시라는 게 원래 다 팔고 남은 재료 죄다 올려 먹는 건데……. 아,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기왕 남의 검술 볼 거 아예 잔뜩 봐서 싹 다 섞어버리자는 검다. 한두 개가 아니라 한 열댓 개쯤 섞어 놓으면 뭐 알아보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싶어서…….”


 음식 얘기 나오다가 갑자기 멈춘 건 어디까지나 조피아 눈썹이 비틀리는 걸 재빠르게 간파해서였다.


 “…어음, 일단 그렇게 생각해본 건데요.”


 제이는 조피아의 눈치를 살살 보며 다시금 뒷머리를 긁적였다. 조피아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


 “훗. 한두 개 섞으면 들킬 수도 있으니까 아예 다 섞어버리자고?”


 “뭐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예에.”


 “넌 조용한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막 나가는 구석이 있다니까. 나쁘지 않네. 그렇다면 네가 몇 개나 되는 검술을 섞을 수 있나 기대되는걸. 어때요, 마틴?”


 마틴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거 같은데. 아까 보여줬던 건 출정 기사 검술에 블레이드헬멧 기사단 창술을 섞은 거라고 했지? 두 개만 섞어도 베이스를 알아차리기 힘들 지경인데, 거기에 더 섞을 수만 있다면…….”


 “실력은 실력대로 늘고, 제이의 재능은 재능대로 감춰지겠죠. 그 상태로 마리아랑 스파링도 계속 붙으면 마리아 실력도 덩달아 늘겠죠?”


 “끊임없이 전투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스파링 파트너라……. 그야 실력이 안 늘면 이상한 거지, 음.”


 “좋은데요? 제이, 너 내일 아침 훈련부터 경기 영상 열 개씩 봐. 그리고 나서는 바로 나랑 스파링, 마리아랑도 스파링이야.”


 “예, 예에. 그럼 기초 체력 단련 같은 건 안 해도 되는 검까?”


 “웃겨, 그건 기본으로 당연히 하는 거지. 훈련 한두 번 하니? 뭘 그리 뻔한 걸 물어.”


 “…….”


 즉 훈련 내용이 바뀐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거에서 추가됐단 뜻이리라.


 어째 할 일이 갑절로 늘어난 것 같아 우울해지는 제이였지만 뭐 어쩔 수 있나, 제 손으로 판 무덤인 것을. 그가 울적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코발과 같이 작업하던 마리아가 딱하다는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좋아, 그럼 검술 쪽 문제는 해결됐고.”


 “…문제가 더 있었슴까?”


 “당연히 더 있지. 근본적으로 네가 가진 약점은 전혀 해결된 게 아니니까. 네가 암만 잘 써먹는다 해도 회칼은 회칼이야. 리치도 짧고, 무게감도 가볍고, 인파이팅이 전제가 돼야 하는 주제에 중장갑 상대론 제대로 맥도 못 추잖아.”


 “원거리 공격에 맥을 못 춘다는 것도 있지. 이 녀석, 지금 상태로 걸음의 기사나 원호의 기사 같은 놈들 만나면 질질 끌리다가 판정패 당할 게 뻔하다.”


 조피아가 딱딱거리고 포겔바이데가 넙죽 받아 마무리 짓는다. 이게 만약 기사 경기였다면 기가 막힐 정도로 합이 잘 맞는 연계 공격. 제이는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뭐라 투덜댈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피아와 포겔바이데가 지적한 점에 틀린 거 하나 없었기 떄문이었다.


 확실히 그렇다.


 검술이 아무리 신의 경지에 들었다 해도 회칼로 중장 기사의 갑옷을 부술 순 없다. 지금까지야 갑옷의 틈새를 노리거나, 이음매를 끊어서 무력화시키는 수법을 써왔다지만 언제까지고 그런 수법이 먹힐지 알 수도 없는 노릇. 그리고 당연한 말일 테지만 경기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런 꼼수는 안 통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원거리가 장기인 상대도 마찬가지다. 제이는 카시미어에 와서 제대로 된 원거리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이전에 한판 붙었던 아머레스 유니온들이야 방심을 노린 기습이었으니 예외. 게다가 그땐 지형적인 이점도 따라줬었다. 만약 탁 트인 공터나, 약간의 엄폐물이라도 있었다면 접근은 고사하고 화살받이 신세나 됐을 게 뻔했다.


 “차라리 방패나 들지 그래, 마리아처럼.”


 “불편해서 손목에 뭐 차는 건 못하겠더라고요. 거치적거리면 칼 쓰기도 힘듬다.”


 “이상한 데서 까탈스럽긴…….”


 “저기, 그럼 아츠는 어때요?”


 퇴짜 먹은 코발이 궁시렁거리는 그 순간 마리아가 불쑥 손을 들고 말했다. 뭔가 잔뜩 기대한 표정이었다. 정작 그걸 바라보는 제이는 어디 한군데 얼이 빠진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아츠요?”


 “응, 제이 오빠도 아츠 정돈 쓸 수 있을 거 아냐. 아까부터 왜 아무도 그거에 대해선 아무도 얘기 안 하는 거 같아서.”


 “…….”


 “…….”


 “…….”


 그 순간 (마리아를 제외한)모두의 마음엔 ‘아.’하는 음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츠. 왜 그런 간단한 걸 생각 못하고 있었을까. 경기장에 아츠 유닛 차고 들어가지 말란 법도 없는데.


 “이 녀석이 아츠라니 되게 안 어울리는데.”


 “아니 뭐 아까부터 자꾸 생긴 거로 걸고 넘어지심까…….”


 “너도 인마, 뒷골목에서 만난 불량배가 뒷주머니에서 나이프 대신 아츠 유닛을 꺼낸다고 생각해봐라. 그게 어울리나.”


 “전 불량배가 아닌뎁쇼.”


 “얼씨구, 거울 보고 그래 봐라. 거울이 다 웃겠다.”


 “…….”


 제이는 로도스의 캐스터 오퍼레이터 아무나 떠올린 다음 거기에 제 얼굴을 갖다 붙여봤다. 확실히 안 어울리긴 했다. 족발 덮밥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올린 것만큼이나 말이다. 그래서 포겔바이데의 이죽거림에도 속으로 끙 앓는 소리만 낼 뿐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러네, 아츠가 있었구나. 그 로도스란 데서 기본적인 적성 검사는 한다고 했지? 너 아츠 속성이 뭐니?”


 “그으……. 모름다.”


 제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시선을 피한 것과, 조피아의 눈썹이 꿈틀한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른다고? 못 쓴다는 거야?”


 “아, 아뇨. 검사 결과는 표준인가, 뭐 그걸로 뜨긴 했는데 사실 한 번도 안 써봐서요. 딱히 쓸 일이 없기도 했고…….”


 여태껏 그는 전투에서 아츠를 쓴 적이 없었다. 좀 더 정확히는 아츠를 쓴다는 발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왜? 로도스에서 전투 작전 같은 것도 여러 번 참가해봤다며.”


 “그건 그렇긴 한데…….”


 “한데?”


 제이는 슬쩍 눈치를 보고선 우물쭈물 말했다.


 “그, 생선 손질할 때도 뭐 아츠를 쓰고 그러진 않지 않슴까. 그래서 싸울 때도 써본 적이 없어서요.”


 “…….”


 조피아는 신에게 제발 한 번만 참을성을 달라는 듯 몇 번이고 눈을 감았다 떴다.


 “아, 아니 제가 스페셜리스트 오퍼레이터였지 캐스터 오퍼레이터가 아니였다니깐요.”


 제이는 황급히 덧붙였지만 그렇다고 세모꼴로 변해 가는 조피아의 눈매를 바꿀 순 없었다. 솔직히 스스로도 씨알도 안 먹힐 변명이란 생각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아무튼 요점은 그거였다. 아츠는 생선 손질로 연상할 수 없다. 그러니 아츠 같은 건 한 번도 안 써봤다.


 결국 조피아의 얼굴에 다시금 화사한 미소가 걸리고야 말았다.


 “너 정말 칼질하는 재능 빼고 나머지 다 불량품이구나?”


 “웃는 얼굴로 그러심 저 맘 아파요.”


 “넌 좀 아파도 돼, 아니 좀 아파야 돼…….”


 조피아는 뭔가에 홀린 듯 중얼거리며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설마설마하는 표정으로 그걸 바라보는 제이였지만, 왜 옛말에도 있지 않던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거.


 휘잉


 그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인 것과 은빛 섬광이 허공을 훑은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히익?! 조, 조피아 아가씨?”


 “야, 다른 것도 아니고 아츠 하나 써본 적 없다는 게 말이 돼?! 야!!!!”


 “포, 폭력 반대! 아가씨! 칼, 칼! 그거 진짜 칼임다! 진짜라고요!”


 “얘 왜 이래, 다들 얼른 잡아!”


 “참아, 언니!”


 “이거 놔아아아아!”


 미리 테이블을 치워놔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테이블 너댓 개쯤은 너끈히 박살 났을 테니.


 “너 이리 와, 너 이리 오라고! 당장 쟤 내 앞에 데려와!”


 “언니! 언니!”


 “빨리 가서 사과해, 멍청아!”


 “저 지금 가면 죽슴다, 어르신!”


 “아는 녀석이 그래?!”


 코발 뒤에 숨은 제이와 그런 제이를 향해 악을 쓰는 조피아. 심지어 그녀는 마리아에 포겔바이데, 마틴까지 세 명이 달라붙어 말리고 있는데도 분이 안 풀리는지 허공으로 발길질을 해대고 있었다.


 어쨌든 이날의 회의(?) 결과.


 “너 이번 주말까지 아츠 끄트머리라도 못 내보이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날의 작전회의는, 결국 조피아의 속 터지는 울분과 함께 끝났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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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그림이 이런 식으로 달라질 줄은 몰랐는데


돌고돌아 맨 처음 의도했던 루트로 흘러가는 거 같아 참 알아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