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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해군식당, 1200


"파스타를 드시고 계시군요? 저희도 한접시 얻을 수 있을까요?"

빨간머리와 파란머리가 진한 남색머리가 불쑥 들어온다


"뭐야? 이거 알리오 올리오인데 괜찮겠냐?"

"사르데냐의 차라입니다, 알리오 올리오는 저희도 자주 먹는답니다" "폴라입니다""로마입니다"

"사르데나? 그럼 뭐 마늘 잘먹겠네, 기다려봐라 금방 만들어줄테니까"

주방으로 들어가는 지휘관


 

"그런데 사르데냐에서 여긴 어쩐 일이냐?"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말이죠, 일찍 왔습니다"

"아니 그런데 저분 지휘관 아닌가요? 로열에서 요리를 직접 하신다고요?"

'로열'의 지휘관이 요리를 한다고 하니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는 폴라


"지휘관은 로열 사람이 아니고 이건 로열 요리도 아니니 맛있게 나온다냐"

폴라를 안심시켜주면서 포크로 파스타를 돌돌 말아먹는 체셔


"아 그러면 괜찮겠네요"

"언니, 괜찮을까요?"


(잠시 후)


"아니 이게 무슨 알리오 올리오에요?"

"마늘하고 올리브유, 페퍼론치노 넣었는데 알리오 올리오 맞잖아? 뭐가 문제야? 치즈 뿌려줘?"


빠진건 없는데?


"마늘을 이렇게나 많이 넣으면 알리오 '트리플리체' 올리오겠어요"

"트리플리체?" "3배라고요" 

"3배라고? 이게? 마늘을 반만 넣었는데? 이게 뭐가 많은거냐?" 


마늘이... 많다고? 이게?


"맘마미아"

"이건 내가봐도 너무 많은거 같다냐, 하지만 지휘관 평소에 넣는거에 비하면 많이 줄인거다냐"

"이게 줄인거라고요? 말도 안돼"

지휘관의 마늘 사랑에 기겁하는 폴라


"내 살던 곳에서는 마늘 안좋아하는 애들도 음식 맛낸다고 국에다가 마늘 다진거 테이블 스푼으로 넣는데(1) 이정도면 조금 넣은거 아니냐?"

"마늘을 안좋아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넣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진짠데..."

"아예 마늘을 생으로 씹어먹는 문화가 있어서 어제도 마늘을 익히지도 않고 씹어드셨다고 하시죠?"


"어? 너 그걸 어떻게 알았냐? 체셔한테도 말 안했는데"

내 방에 몰래카메라 달린거 아냐? 어떻게 알았지?


"서방님... 마늘은 적당히 먹으라냐" "누가 니 서방님이냐, 아껴 먹을꺼니까 걱정 마"

한국인 기준으로 마늘을 아껴먹으려는 지휘관


"맙소사... 생마늘을 씹어먹는다니 상상도 가질 않는군요"


"그게 알리오 조금 들어간 알리오 올리오면 이것도 에스프레소 도피오가 아니고 에스프레소겠네요?"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추출해서 잔에 가지고 오는 로마


지휘관이 입에 갖다대면서 맛을 보는데...

"커피 잘 내리는데? 향이 좋아, 역시 에스프레소의 본고장 다운 맛이야"

"감사해요"

"모카포트로는 이맛이 안나온단 말이지"

"모카포트가 있으세요?"

"관리가 힘들어서 스텐으로 만든게 있긴한데 니들도 비알레띠 집에 하나씩 갖고 있잖아?"

"그렇긴 한데..."


"마침 아이스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잘됐어"

주르륵

얼음이 들어간 텀블러에 에스프레소를 들이붓고 흔든 다음 마시는 지휘관

"아 시원하다, 밥먹고 커피 한잔 해주면 딱 좋지"


"꺄아아아악!!!" "무슨 짓이에요!" "맙소사!"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신문물을 보자 놀라는 차라, 폴라, 로마


"뭐긴 뭐야, 아이스 커피잖아"

"그딴게 무슨 커피에요! 그건 구정물이지 미쳤어요?"

"아니 에스프레소에 설탕은 타먹으면서 물은 왜 안돼?"

"......"
"아니 내가 커피 마시는데 뭘 그렇게 화를 내냐, 카페인 충전음료라고 해 그럼, 내가 보기에는 마늘빵 한다고 마늘을 썰어서 빵에 문지른 다음에 버리는게 더 심하단 말이다"

"마늘은 원래 그렇게 쓰는게 아닌가요?"


뭐 이새끼가?


"마늘을 그렇게 아깝게 버리다니 너희들이야말로 음식에 대한 예의가 없는게 아닐까?"

"아니 그걸 말이라고"

"자꾸 헛소리 하면 파인애플 올린 피자와 중앵의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먹이는 수가 있어, 처신잘해"


주방으로 들어가는 지휘관과 체셔


"......"

"역시 로열은 미각이 박살난게 분명해"

"그러게요, 여기 이 젤라또 빼고는 음식이 멀쩡한게 없어요"

"역시 디저트 빼고 다 이상한 나라답군요, 저기 지휘관도 그렇고요"


지휘관이 만든 쫀득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로열의 저열한 음식문화를 성토하는 사르데나의 함순이들이었다


(편견스택 +1)


조리실


"쒸뿔... 밥 해주고도 욕먹고 내꺼 내가 챙겨먹어도 욕먹고 디저트까지 주는데도 욕먹는거냐"

"지휘관은 그놈의 마늘사랑이 문제다냐"

"마늘이 어때서!"


슬픈 지휘관이었다



(1) 마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다진마늘을 향만 나는 정도로 넣는 아이유 

"향만 날 정도로"


참고) 이탈리아는 교황이 에스프레소에 물부어먹으니까 커피 망친다고 지랄한 선례가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17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