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로가 말한 곳이 여긴가."


나는 지금 어느 카페 앞에 서있다. 겉보기에는 중앵풍 양식의 평범한 카페인 듯 한데 이런 곳에 사카와가 있다고?


"아무래도 괜한 걱정인거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며칠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며칠 전 일일 업무가 끝난 직후, 집무실에서 잔업을 살피던 나는 누군가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소리에 그쪽을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노시로가 서있었다.


"무례를 범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급해서요."


그렇게 말한 노시로는 한 가게의 팜플렛을 내려놓았고 뒤이어 이유를 설명했다. 사카와가 매일 어디론기 외출을 하는데 매일같이 여기로 간다는 것이다.


"사카와도 이제 제 앞길은 가릴 수 있다지만 좀 불안해서요. 그래서 당신이 여기가 어떤 곳인지 확인 해줬으면 해요."


동생을 생각하는 기특한 마음에 나는 알겠다고 답한 뒤 주말에 찾아가 보겠다고 말한 다음 노시로를 돌려보냈다.


"괜한 짓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현실을 자각한 나는 사카와가 있다는 가게의 손잡이를 붙잡고 조금 고민을 하곤 힘차게 문을 열어제꼈다.


"어서오세...요..., 지휘관 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나타난 듯한 사카와를 보며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지휘관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 사카와가 보고싶어서 오신거 맞죠?"


나는 고개를 한번 젓고는 사카와에게 자초지종을 말했고 사정을 들은 사카와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언니도 참, 그런거 때문에 지휘관님을 귀찮게 하다니... 저희 언니가 피곤하시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그나저나 여기는 메뉴가 어떻게 돼?"


그 말에 사카와는 깜빡할 뻔 했다는 듯이 한 번 웃고는 메뉴판을 내밀었다. 메뉴판에는 카페 분위기에 알맞은 메뉴들이 즐비해있었고 나는 그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 사카와에게 말했다.


"주문 받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카와가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 나는 카페 내부를 훑어보았다. 외부도 그랬지만 내부도 중앵풍 분위기로 가득했고 한쪽 면은 통유리로 되어있었는데 통유리 바깥에는 시시오도시가 배치된 정원이 꾸며져있었다. 그러고보니 사카와가 입고있던 복장도 기모노와 메이드복을 섞어놓은 듯한 복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네, 여기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사카와가 내려놓은 것은 당고 한 접시와 말차 라떼. 다른 가게와 비교하면 양은 평범했으나 당고의 양이 비교적 적었는데 그 이유는 멀리 있지 않았다.


"사카와, 너 혹시 당고 먹었니?"


"핫,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나는 말없이 볼을 가리켰고 영문도 모른 채 볼울 만지던 사카와는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에 이해했다는 듯이 웃었다.


"헤헤, 이런 걸로 들킬 줄은 몰랐네요."


"나야 괜찮지만 다른 손님꺼는 먹지마."


죄송하다며 웃던 사카와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손에 무언가를 들고나왔다.


"이건 제가 죄송해서 드리는 서비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 사카와는 손에 든 기구를 흔들더니 내 말차 라떼위에 기구를 가져대고는 흥얼거렸다.


"사카와의 특별한 마법의 생크림, 오이시쿠 나레~ 모에모에 큥 ♡"


이게 그 마법의 주문인가 뭔가 그건가? 사카와의 행동에 우리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고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사카와가 먼저 침묵을 깼다.


"뭐에요, 기껏 사람이 부끄러움을 참고 해줬는데!"


"아니...크흡, 미안...크흐흑...미안해."


결국 나는 참지못하고 한참을 웃었고 간신히 진정한 후 삐진 사카와를 달래느라 애를 썼다. 내 노력이 가상했는지 기분이 조금 풀린 사카와는 메뉴판을 내밀며 툴툴거렸다.


"미안하면 메뉴 하나만 더 구매해주세요. 그정도는 해주실 수 있죠?"


메뉴판을 다시 받아든 나는 찬찬히 메뉴를 살피다가 있어서는 안될 메뉴의 등장에 호기심이 발동했고 메뉴판을 가리키며 사카와에게 말했다.


"여기 전통주 라는 메뉴가 좀 신기하네. 이거로 할게."


"이...이거로요? 다른거 말고 이거 맞으세요?"


재차 묻는 사카와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알려주었고 사카와는 '하필 골라도 그런걸...' 이라며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도자기로 된 작은 주전자와 세트인 듯한 잔을 들고나온 사카와는 말없이 잔에 술을 부었고 나는 향을 한번 맡고는 그대로 입에 쏟아넣었다.


"음, 이거 맛있다. 카페에 있는게 이상하기는 했는데 그런거 치고는 맛있네?"


내 반응에 사카와는 말 없이 술잔을 채웠고 나는 채워진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그렇게 마시다보니 어느덧 술이 바닥났고 나는 취기가 살짝 오른 말투로 사카와에게 말했다.


"혹시 포장이 가능하면 이거 포장이 될까?"


고개를 좌우로 연달아 젓는 사카와에게 나는 이유를 물었고 사카와는 우물쭈물하며 고민하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지휘관 님은 쿠치카미자케, 그러니까 '미인주'가 뭔지 아세요?"


"그거 입으로 씹어서 발효시키는 술 아니야?"


취기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사카와가 꺼낸 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고 사카와는 내 상태를 살피더니 뒷말을 이었다.


"그거...방금 마신거, 제가 빚은 거에요."


충격적인 사카와의 발언에 취기가 달아난 나는 혹시 다른 거랑 착각한 거 아니냐는 나의 말에 고개를 저었고 더욱 충격적인 말을 뱉었다.


"사실 장난삼아 넣어놨던 메뉴인데 진짜로 시키시는 분이 있을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분량도 1일치 밖에 안 만들어놨는데 방금 지휘관 님이 다 드셨어요. 그래서 남은 분량도 없고요."


그리고 나를 슬쩍 본 사카와는 부끄러운 듯 메뉴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그...지휘관 님만 괜찮으시다면 자리에서 금방 만들어서 바로 입에 넣어드릴 수 있는데...어떠세요?"


그렇게 나는 인생에서 두번째 미인주를 마셨고 두번째 마신 미인주는 처음보다 더욱 달콤하고 향기로웠으며 부드러웠다.
















여고생이 만든 미인주 병당 3만 물자에 팔면 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