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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녹턴 2번이 장내에 울렸다. 희노애락이 담겨있다는 곡조가 구슬프다고 해야 할까.
그 구슬프다고 해야할지 밝다고 해야할지 모를 곡조에 맞춰, 농밀한 춤사위가 곳곳에서 오갔다.
경성 중심에 있는 구락부라서인지, 일본인들이 반절은 차지하는 듯 싶었다.
어느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 청명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좀 늦으셨군요."
"... 정말 변심한건가?"
"그렇다고 말했을텐데."
천마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과거, 의병으로써 활동하며 일본군에게 가장 큰 대적이었던 자.
쏘는 족족 다 이마를 꿰뚫려 죽는다 하여 귀신으로 치부받던 암살자.
그가 이제는 친일파로써 돌아서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변심한 계기가 뭐지? 자네 손에 죽은 우리 중요 인물만 두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인데."
"... 살리기 위해서."
잠시 눈을 감은 청명이, 이내 와인을 들이켰다.
"발악을 해 봐야 죽는다는 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소."
"이제껏 깨닫지 못하다가?"
"과거 왜란처럼 물리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소. 하오만, 지금은 다르오."
과거, 전술로써 그들과 맞부딪히던 시대는 끝났다. 교묘하고 영악하게 목을 조여오는 시대가 왔으니, 알아챘을 때엔 이미 목 끝에 손이 닿아있었다.
온새미로로써의 조선은 이미 끝나버렸다.
"조금이라도... 더 살려야겠지."
그는 이 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선택임에도 번복하지 않을 선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