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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우주급 스케일의 촉수녀를 본적이 많이 없었잖아?

비틋이건 아니건, 진짜로. 없어서. 그래서 써봤어.


어느 날, '오랫동안 찾았다'며 자신을 찾아온 이름모를 소녀에게 그대로 덮쳐져버린 틋붕이.

새하얀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머리의 안쪽이라던가, 옷 소매 안쪽이 전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코즈믹호러틱한 우주의 '단면'이 녹아들어있는 이형의 살점들이 뚝뚝 흘러나오는 모습이었지.


이대로 '자신과 하나가 되자'는 이름모를 소녀의 가녀린 모습과는 별개로, 틋붕이는 그녀를 떼어낼 수가 없었어.

빳빳히 굳어버린 몸을 가진채, 그대로 덮쳐지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을 뿐.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뜨려진 치마폭에 두 다리가 푹 빠져들어가고, 어느새 양 허리는 소녀의 팔을 따라 스르륵, 부드럽게 쏟아져 내리는 옷감에 휘감겨버렸지.

자신을 그 품 속에 꽁꽁 싸매버릴 것처럼 감싸안은 그녀에게 예고없이 자신의 첫 경험을 내어주고말은 틋붕이.


의식이 깊은 수면 아래로 잠겨들듯, 흐릿해지면 흐릿해질수록 뚜렷해지는 소녀의 목소리와, 소녀의 것으로 보이는 기억.

이것으로, 자신과 함께 '완전해졌다'는 소녀의 목소리를 끝으로 다시금 눈을 뜨게 되는데...


처음 보이는 것은 바로 끝없는 우주의 모습이었어.

정보의 바다로 이루어진 해일 속에, 소녀의 기억이 일구어낸 파도가 한차례 그 의식을 휩쓸어낸 끝에 비춰진 첫번째 풍경.

나는 누구일까?

누구였을까?

흐릿흐릿해진 기억 속, 본능적으로라면 본능적으로랄까, 자신의 몸을 살펴본 틋붕이는 틋녀가 되어있었던 모양이야.


고개를 내렸을적 보여지는, 가슴 위로 느껴지는 막대한 중량감. 하지만 그 몸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어.

수없이 많은 별과, 그것들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행성들이 빼곡히 많이 쌓이고 뭉쳐 만들어진 은하가, 아름다운 우주의 풍경처럼 그 몸 위로 늘어뜨려져 있던거지.


찬란한 빛을 내뿜는 은하와, 칠흑같은 암흑만이 존재하는 블랙홀로 뒤섞인 우주의 단면이, 틋녀가 손을 한번 들어올리자 그대로 부드럽게 스르륵 쏟아져내리듯 이끌려온거야.


거대한 소녀의 모습을 한 하나의 거대한, 초은하단만한 소녀의 몸. 그것이 틋녀의 새로운 몸이었어.

우주 그 자체를 빚어 만든 것만 같은 드레스는 마치 그 우주와 하나된 듯, 끝을 알 수 없게 늘어뜨려져 있었지.


자신을 다짜고짜 끌어안던 '나', 그러니까 소녀의 옷차림을 그대로 본떠 만든 것과도 같았어. 차이가 있었다면, 그녀의 말마따나 우주를 품은 '완전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차이였달까.


가녀린 두 팔을 움직일때마다 사락사락 이끌려오는 치렁치렁한 로브의 소매와 망토자락들.

손으로 자신의 시야 앞을 밀어본다면, 별자리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칠흑빛의 암흑으로 빚어진 베일이 있었다고 하네.

무엇으로 빚은 것일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본능이 말하기를 ㅡ 그 모든 것이 전부 그녀 자신의 일부라고.


끝단이 우주에 녹아들기라도 했던 것일지, 아니면 정말 무한하게 있던 것일지.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스르륵 스륵 부드럽게 이끌리는, 자신의 몸을 화려하게 감싸덮은 그 우주 드레스를 틋녀 혼자로서 확인할 방도는 없었지만, 받아들이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드레스의 겹겹을 이룬 원단, 겹겹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덮은 치렁치렁한 로브와 망토, 베일의 하나하나를 살펴보다보니, 금방 자신의 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 본능이 말하고 있었지.

하나 하나가 틋녀의 일부와도 같은, 타르처럼 끈적하게, 찐덕찐덕 흘러내리는, 칠흑빛의 따듯하게 녹아내린 고깃덩어리와 같은 그 점액질의 살점이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우주 속을 유영하듯 나아가는거야.


자신의 몸 위로 내려앉을때마다, 무언가가 흘러들어오는 듯한 기분좋은 청량감.

틋녀의 몸 위로 무한히 늘여놓아진 그 천체들이 어떻게 틋녀의 일부가 되어버리고 만 것일까?


무언가를 흡수하고, 그 존재가 자신과 함께 동화되는 느낌에, 그 존재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을, 틋녀의 몸은, 본능은 말하고 있었어.

우주의 대부분을 가득 채운 암흑 물질부터, 작고 미약한 항성계의 별까지. 조금 크게, 틋녀의 손보다 살짝 작은 크기로는 은하 정도.

살아있는 지성체가 지닌 달콤하고 향긋한 자극, 풍미를 잊을 수 없던 모양이었을까? 


'포식'만이 채워 줄 수 있는 쾌락에 천천히 빠져들고, 빠져들면서.

'나'와 하나가 되어버린 순간부터,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고, 달콤하고 향긋한 그 기분을 더욱이 느끼기 위해.

단순한 천체와의 합일, 포식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자극을 탐하기 위해, 드넓은 우주 속에 '자기 자신의 일부'를 미끼삼아 멀리 퍼뜨리기 시작하니.

가끔은 자신이 즐겼던 과거 현대의 일상을 즐기다가도, 판타지 세계에서 그 소꿉놀이에 장단을 맞춰주다가도.

우주의 포식자가 되어버린, 결국 쾌락 외의 모든 것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버린 그런 악녀가 되어버린 틋녀는 어떨까?


그 끝에는 자신을 성녀로 모시는 시아와의 순애가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이 가꾼 모형정원의, 자신이 눈을 뜬 이례 처음 품게 된 행성에 강한 집착을 지녀버릴 수도 있고.

한낱 지성체로선 이해할 수 없는 우주적인 존재의, 쾌락만이 그녀를 깨울 유일한 자극이며 수단이 되어버린 어딘가 조금 음탕하기도 한 순수 악의 성향을 지닌 악한 틋녀가 보고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