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seca - No.1

필러: 쿠바산

바인더: 쿠바산

래퍼: 쿠바산

사이즈: "No.1" 론즈데일(Lonsdale)(6 3/8 x 43)


폰세카란 브랜드는 상당히 오래된 브랜드로 1892년에 설립되었음.

당시 시가 회사 중에선 꽤 선구적이었는데, 튜브에 시가를 담는 "Tubo" 형식과 공장 내에 테이스팅 룸을 설치하는 등 

현재 시가 회사들에서 기본적으로 하는것들의 기초를 다져놓은 회사 중 하나임.


폰세카는 현재 아바노스 관리 하에 생산되고 있는 라인이나, 비톨라가 세가지밖에 없고 비인기 브랜드인지라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브랜드임.

심지어 메인 비톨라인 이 No.1도 공식적으로는 2012년에 발매중지가 되었다고 하지만 일단 현재 소량 생산만 하고 있어 쿠바산 시가들 중에선 가격이 값싼 편인데도 찾기가 매우 힘듦.


비인기 브랜드임에도 쿠바산 시가 중 유일하게 일본식 화지에 덮여있는 생김새와 찾기 힘들다는 특성 때문에 마니아층이 꽤 있는 편임.

딱 봐도 "얘는 폰세카"구나 싶은 외형임.


논큐반 시가 브랜드인 마이 파더에서도 폰세카 라인을 출시했는데, 참고할 사람은 링크를 클릭해주길.

https://arca.live/b/c11garette/99204520?p=2

니카라과산 특유의 풍미가 더 느껴지지만 큐반 이름을 빌린 시가 치고 꽤 즐겁게 태운 시가였고, 다음에 진짜 큐반하고 비교해보겠다 언급했었는데

마침 또 개인적인 기념일로 태우게 될 기회가 왔음.


작년 12월에 구매한 시가로, 적어도 만들어지기부터 반년 정도는 숙성된 녀석일거임.

내가 가지고 있는 큐반 네 스틱 중 하나였는데, 오랜만에 큐반을 맛볼듯.


참고로 리뷰 댓글에 큐반 폰세카는 맛없다고 누가 댓을 달아줘서 감명을 해봐야 할것 같음.


폰세카는 한국에 수입이 되기는 하나, 아까 언급했듯이 전세계적으로 찾기가 힘든 브랜드임.

나는 운 좋게도 큐반 시가샵을 둘러보다 한 스틱을 4만원 후반대에 구매했음.

큐반 시가 치고는 그래도 괜찮은 가격임.


원래는 라벨과 함께 화지를 벗겨야 하나 리뷰와 멋을 위해 일부러 라벨은 다시 달아놓음.

시가 자체는 역시 쿠바산 답게 잘 말려있다. 내가 기억하는 여타 큐반들과는 다르게 거의 붉은 빛의 갈색 래퍼가 인상적임.

새삼 생각해보니 마이파더 사의 폰세카가 원본을 참 잘 구현했다고 생각함.


에이징이 좀 되어서 그런가 큐바산 특유의 꾸릿한 암모니아 향은 사그라들었고, 공허하면서 산뜻한 건초향이 맡아짐.


콜드 드로우를 해보니 미미하게 빽빽한 감이 있는 괜찮은 드로우감이며, 건초향과 나무향과 함쎄 혀엔 살짝의 짭짤함도 느껴짐.



1/3 지점:

마일드 바디감 -> 마일드에서 미디움 바디감.

원래 시가에서 불을 붙일때가 거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장 쎈 구간이어야 할텐데, 이 시가는 예외였음.

순한 바디감을 중시하는 브랜드여서일까, 착화할때도 매우 라이트한 풍미를 선보이며 건초향과 오일리한 그을린 나무 노트로 시작함.


착화 이후론 마일드하지만 바디감이 풍부한 연무가 형성됨.

연기를 뿜으면 매우 진득하면서 부드러운 토스팅한 나무가 주로 느껴지며 호두와 같은 너티, 베리류의 산뜻한 과실향과 단맛, 그리고 큐반 특유의 꾸릿꾸릿한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짐. (* 큐반 특유의 감칠맛은 약간 볶은 견과류 + 식초의 향(?)이라고 할법한 복잡한 감칠맛임. 외국에서 "Cuban Twang"이라 하며 논큐반에서도 가끔 발견됨.)

그 다음 가염 버터같은 부드러움살짝의 짭짤함으로 피니쉬됨.

맨 첫 지점까지는 아직 매우 크리미하고 부드러우며, 입 안에 텁텁한 감이 일절 없었음.

코로 연무를 뿜어도 마찬가지로 매우 부드러움.


문득 피면서 생각이 드는게, 쿠바산만을 유독 고집하는 사람들은 이유가 순한 바디감에 대비되는 녹진한 풍미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음. 

쿠바산이 아무리 고평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잘 만든 시가를 골랐다면 정말 명불허전인건 맞는것 같음.

필자 개인적으로도 풀바디의 논큐반을 더 선호하지만 이 시가는 마일드함에도 매우 즐겁게 피우고 있음.


이후 1/3 지점이 진행될수록 바디감이 더 강해지는게 느껴졌으며, 드라이한 감이 추가되어 떱떱한 잔맛이 느껴지기 시작했음.



2/3 지점:

마일드에서 미디움 바디감.

녹진하고 부드럽기만 했던 바디감에서 드라이한 바디감으로 서서히 바뀌는게 느껴짐.

메인 톤은 1/3 지점과 같이 토스티한 우디, 베리류의 과실향과 단맛, 꾸릿꾸릿한 감칠맛, 살짝의 짭짤함이 계속 되나

거기에 시럽을 탄 아메리카노와 같은 커피향이 추가된듯한 풍미임.


마일드하지만 다채로운 풍미를 가지고 있어 전 지점에서 크게 달라진게 없어도 아쉬운게 없단 느낌이나

드라이한 맛은 내 취향이 아니라 떱떱한 맛이 계속 쌓이는 느낌임.


3/3 지점에 가까워질수록 메인 톤의 풍미와 동시에 드라이한 바디감은 더 강해지며, 페퍼리함도 추가되었지만 역시 논큐반들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매우 순한 편임.



저 불균형한 카누잉 Burn을 보시라.

3/3 지점:

미디움 바디감.

이제 본격적으로 바디감이 많이 드라이해졌음.

드라이해진 바디감과 동시에 연초 특유의 맛이 더 강조되는 느낌이며, 여전히 토스티한 우디, 커피, 과실향과 단맛이 서포트를 잘 해줌.

2/3 지점 후반부에 추가된 페퍼리함도 마일드한 수준이라 충분히 좋게 다가왔음.


1시간 20분을 태우고 내려놓음. 니코틴 강도는 순한 편.


만듦새:

재: 회색의 재가 일관적으로 이어지고, 형성되는 모양새가 살짝 들쭉날쭉하나 견고한 편임. 2인치 정도 되면 알아서 떨어진다.

번(Burn): 작은 비톨라임에도 아래처럼 카누잉 현상과 불균형하게 타들어감이 여러번 발생해서 라이터로 교정을 해줘야 함. 피면서 크게 문제는 안되나 귀찮은 점이기는 하다. 역시 쿠바산 시가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수 있지 않나 싶음. 

드로우(빨림) + 연무량: 콜드 드로우 대와 달리 빽빽함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 좋은 드로우감을 선보임. 연무량도 따라서 좋게 형성되었음.


총평:

전체적으로 토스티한 우디함, 베리류의 과실향과 단맛, 큐바산의 꼬릿한 감칠맛, 살짝의 짭짤함, 중반부부터 올라오는 커피향이 같이 서로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 퐁미가 녹진하면서도 그와 대비되는 마일드한 스트렝스를 가진 시가임.

피울수록 강조되는 떱떱한 드라이함은 개인적으로 살짝 부담스럽게 다가왔으나, 그저 주관적인 취향뿐인 그 점만 제외하면 훌륭한 시가라고 생각함.

시가 입문자들 중에서 논큐반 시가 특유의 강한 바디감과 페퍼리함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며

적어도 국내에서 구할수 있는 쿠바산 시가 중에서도 가격은 괜찮은 편에 속하고, 전통적인 마일드한 쿠바산 시가란 점 자체만으로도 구매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함.

개인적으론 풀 바디감의 시가를 즐겨피기에 재구매 의사가 크게는 없지만, 모처럼 오랜만의 쿠바산 시가였기에 좋은 경험이었음.


ㄴ 생각보다 괜찮던데?


8.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