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채널

우선 나는 지금 경기북과고 2학년 재학중이라는걸 먼저 밝혀둠.

과고 준비는 아직 영재고 2차시험도 안봤는데 이걸 왜 벌써 올리냐 하면 생각보다 영재고와 과고가 면접에서 보는 포인트도 다르고, 많은 사람들이 2차에서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영재고가 불안하면 미리 준비하라는 차원에서 미리 써봄.

일단 2차는 그날 머리가 잘 굴러간다? 그러면 붙을 수 있음. 나는 대구과고 지원했고, 과학 활동은 별로 안했고 학교에서도 자사고 외고를 밀어줬기 때문에(안양시 평촌에 ㄱ모 중학교인데 영어 스피치 대회도 있고 글쓰기 대회는 엄청 많은데 과학 대회는 발명품대회랑 과학의 날 대회밖에 없었음) 1차 우발 면접은 안왔음. 그러고 2차 시험 빡세게 준비함. 그 전날 뭘 먹었는지 그날 컨디션이 엄청 좋아서 수학 120분에 20문제 중에 19문제를 풀음. 과학은 화학 생명은 대학교 수준으로 내서 거의 손도 못댔고 물리는 풀 만큼 풀고 지학은 전날 공부한게 나와서 잘 풀음 그랬더니 붙음. 2차는 내가 합격할 수 있다고 데이터가 많이 축적된 학원에서 인정해줬다는 가정 하에 확실히 그날 컨디션이 중요함. 그 정도도 안되면 지금 당장이라도 에이급 수학 사고력의 날개, 하이탑이랑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문제 엄청 풀어봐야됨. 

우선 영재고 떨어지면 허탈감이 큼. 생각보다 많이 큼. 설령 내 탈락을 예측했다 하더라도. 나는 3차면접에서 떨어졌는데, 가자마자 한 실험에서 떨어질 걸 예측함. 2학년이 몇 명이나 있다고 4명짜리 실험조에 2학년 2명을 넣어줌. 게다가 다른 한 명도 실험 이해를 못해서(...) 나와 실험맨 3명이 되어버림. 나도 수학을 잘하지 과학을 잘하는 게 아니라서 실험도 디게 하기는 힘든데 엉성하게 계획함. 심지어 다른 조는 면접관들이 힌트도 막 주는데 우리 조 면접관은 엎드려 자고 있어서 ㄹㅇ 멘탈이 터져버리고 실험을 끝내지도 못하고 나옴. 이런 멘탈에서 문제가 풀릴 리가 있나. 심지어 2차에서 수학이 쉽게 나와서 3차에서는 수학이 어렵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3차에서도 과학이 어렵게 나오고, 수학 면접은 한번 봤는데 과학 면접은 3번 봄(...). 그리고 대부분 조별 활동으로 해서 조 운도 많이 필요함. 확실히 영재고 합격은 운이 필요함. 그리고 수학보다는 과학 잘하는 사람이 유리함. 물론 이런 말을 하기 전에 실력이 부족하면 그냥 떨어지는거고.


쨌든 터진 멘탈을 끌어모아서 과고 면접을 준비함. 일단 과고는 1차가 면접이기 때문에 면접을 빡시게 준비해야됨. 팁이 있다면 생기부를 싹 다 읽고 질문할만한 데를 다 찝어봐야함. ㄹㅇ 예상치 못한 데서 물어보기도 함. 나 같은 경우에는 수학 물리 선택했는데 생기부에 1학년에 과학쌤이 프레파라트를 잘 만든다고 써놓은 걸 가지고 면접관이 현미경 원리를 물어봄(...). 물론 이런 일은 흔치 않고, 웬만하면 자소서에 쓴거 위주로 나옴. 일단 면접 때 쏟을 수 있는 모든 걸 쏟고 나와야 됨. 과고 떨어지면 어짜피 자사고 자공고 일반고임. 면접 시간 생각보다 짧으니까 처음부터 달려도 됨. 나는 면접 보는데 초점이 흐려져서 면접 끝나기 직전에는 면접 보다가 쓰러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딱 쓰러지기 직전에 끝내주더라. 이래야 떨어져도 회복이 빠름. 잠깐 딴 길로 샜네. 암튼 합격하고 나서 들은 얘기로는 내 학교 같은 경우에는 면접 전에 생기부 자소서로 붙일 애들 거의 다 정해놓는다고 하더라. 생기부 안좋으면 자소서에 영혼을 갈아넣어야 함. 그리고 면접은 팩트체크 용이라고 하니까 내가 이런 걸 했다는건 다 잘 알아가야 하고. 그리고 내신 올A일 필요는 없음. 도덕 C, 기가 C 이런 애들도 붙었고, 심지어는 2학년 2학기 수학 D(...)인 애도 붙었음. 얘는 실험물리에 미쳐있는 애긴 함. 그래도 확실히 알 수 있는건 내신이 딸려도 자소서 생기부 면접에서 과학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면 붙을 수 있음. 반면에 공부만 잘한다고 붙지는 않음. 우리 학교에 대치동까지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고 거기서도 잘한다고 한 애 있었는데, 경기 시험에서 떨어지고 과고는 면접에서 떨어짐. 일단 면접을 붙어야 심화면접을 보기 때문에 면접 준비는 착실하게 해야 함. 다른 학교는 그래도 경쟁률이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경기도는 확실하게 해야됨. 경기북과고 작년 일반전형 경쟁률이 10:1 넘었고, 면접에서 2배수 뽑으니까. 

심층면접은 정말로 중학교 과학 수준 내에서 냄. 인터넷 같은데 돌아다니다 보면 문제 올라와있는데, 문제만 봐야됨. 해설이 틀린 경우가 너무 많아서 해설은 학원에 물어보는 게 아니면 믿을 게 못됨. 경기북과고 2019학년도 면접문제 검색해보면 맨 위에 복기본이라면서 답지까지 같이 있는 블로그 있을텐데, 거기 과학 문제 마지막 쪽에 답이라고 그려놓은 그래프 잘못 그려놓음. 표를 보고 그래프 그리는 문젠데, 표에 시간에 따른 진폭만 줘서 점들을 이으면 안되는데 그 친구는 이어서 답을 낸 모양임. 아마도 떨어졌을 확률이 높음. 들어와서 들어보니까 그 문제에서 그래프가 핵심이었다고 함. 이런 식으로 쉬운데 이런 데에서 틀림. 나는 그때 수학에서 계산실수 해서 틀렸는데, 다행히도 그 계산실수 틀린 게 뒤에 이어진 문제에 영향을 안줘서 붙은 것 같음. 


자, 이제 과고를 떨어졌다 하면 자사고 준비하거나 일반고 내신 준비하는 거고, 만약 붙었다, 그러면 방학하기 전까지만 행복하고 그 다음부터는 바로 헬게이트가 열릴 거임. 특히 수도권에 살면 더욱 그럴거임. 왜냐? 이제 대치동을 가야됨. 이때 대치동을 안간다? 정말 머리가 좋지 않은 이상 들어가서 시험 보면 바닥 찍을거임. 생각보다 애들도 디게 똑똑하고, 나는 모르는 걸 아는 애들도 한두명이 아님. 이때부터 중요한건 자만을 하면 안됨. 특히 과고라고 하면 위 1/3이 아닌 이상 영재고에 밀리는 추세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준비해야 함. 영재고는 워낙에 머리 좋은 애들이 많고, 과고는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는 조기진학과 조기졸업이 있어서 그거 때문에 공부 열심히 하는 애들이 많음. 그리고 "어, 그러면 조기진학 조기졸업 생각에 없으면 열심히 안해도 되겠네?" 이런 생각을 가지면 안됨. 이런 학교의 경우 3학년 실적이 매우 안 좋은 경우가 많을 거임. 우리 학교도 작년에 3학년은 서울대 1명밖에 못가고 나머지는 다 서류에서 떨어짐. 이때부터 정말 무한경쟁의 시작임. 그래도 애들 보면 대부분은 수학이나 과학 많이 잘하는 착한 애들이라서 본인이 인성 안좋은 게 아닌 이상 쉽게 친해질거임. 그리고 본인 성격이 안좋다고 하면 고칠 필요, 아니 노력이라도 해야됨. 애들이 그래도 노력하는 애까지는 친하게 지내는데, 노력도 안하고 그대로 살면 금방 찐따 되어버림. 특히 기숙사 학교라서 나도 모르는 새에 선배를 포함한 전교생이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수도 있음. 


긴 글을 꼼꼼히 읽었을 수도 있고, 읽다가 중간에 그냥 바로 밑으로 내린 경우도 있을거임. 암튼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는 어짜피 영재고 과고 진학이라는 길을 선택한 이상 되돌릴 수는 없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하라는 거임. 꼰머같은 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런 학교 들어온 애들은 정말 노력을 많이 해서 들어온 애들임. 실제로 학교 들어와서 보니까 기상시간이 8시인데 시험기간에 새벽 4시까지 공부하는 애도 있고, 진짜로 과학에 좋은 쪽으로 미쳐서 사는 애들도 있음. 어쨌거나 본인이 진학을 희망하는 학교는 다른 애들도 희망할 거고, 그 희망사항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 그래도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했으면 좋겠음. 자사고나 일반고를 가더라도 이 영재고 과고를 준비했던 경험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임. 내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일반고 수학 과학 상위권은 대부분 영재고 과고 준비해봤던 애들이라고 함.

아, 그리고 어짜피 학교 밝힌거 동아리 홍보할게. 경기북과고 16기 친구들, 이 글 보고 있으면 루트엠 지원도 생각해줘. 얼마나 많은 애들이 우리 동아리를 지원할 지는 모르겠는데, 홍보영상이랑 자료 좀 노잼이어도 잘 봐주고. 우리 동아리에 15기 중에 조기졸업 조기진학 대상자도 모든 동아리 중에서 가장 많고, 우리 1기때부터 동아리 이름 변경도 없이 그대로 내려온 근본 넘치는 동아리니까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