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채널
여기가 대입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이 기웃거리는 곳이다보니
이만큼이나 한참 속물화된 한국사회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 같다.

학벌, 좋다고 나쁠 거 없다.
돈, 많다고 나쁠 거 없다.

그런데, 학벌과 돈을 좇으며 성공타령하는 사람들은 조건부로 사람을 가까이하고 멀리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정작 모른 채로 저 멀리까지 가버린다.

인간의 뇌는 가소성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한참 동안 게임만 하고 책을 멀리하면 관념어나 호흡이 긴 문장에 대한 이해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한동안 독서 훈련을 받지 않으면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

사람의 사고방식 일반이 다 마찬가지이다.
불교에서는 無我라고 하여, 불변의 나를 이루는 정수는 없다는 것을 설파하지만
우리같은 중생들은 그런 심오한 이론은 머리로나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내게 내재된, 정말 '나'에 귀속된 특질이라 할 만한 그 부분에 대해서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물질적, 평판적인 조건에 의해 휘둘릴 때 사람은 약해진다.
그 물질적인, 평판적인 것들이 소멸될 때 다시금 나는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것들을 자꾸만 더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왜?
소유는 양의 방향으로 변량이 발생할 때만 사람들의 찬사를 듣는다.
100억 원을 가지고 있는 부자가 몇 억을 잃어도 아직 수중에 많은 돈이 있지만
그는 이미 100억 원을 가지고 있을 때 호응해주던 주변 상황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부분적인 상실조차 견디지 못하고 그것을 패배로 간주하게 된다.

왜?
그젓 말고는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껴보지 못했고
그런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에도 결국 외롭다.
사무치게 외롭다.
상실을 두려워하고 속으로 먹는 겁의 크기를 키워가면서
그걸 부정하기 위해 또 양의 변량을 만들고자 자기 몸을 갉는다.
이건 행복한 삶이 아니다.

내 말은 절대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진짜 행복에 관한 말이다.

취기가 올랐을 땐 호기롭게 할 말 안할 말 외치며 세상을 호령하지만
다음 날 일어났을 때는 크든 적든 후회가 밀려오는 법이다.
그건 그 취했을 때의 감정이 정말 내게 속한 나의 자신감, 나의 슬픔, 나의 기쁨, 나의 행복, 나의 분노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술에 취하고 후회해본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데도,
이 글에서 말하는 내 논조에는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은 것이 나는 그저 신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