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7 - 2024.02.25
두 대양의 진주 [M4]: 동방의 진주(진)에서의 설날
찬호박입니다. 분명 나름 사이드 퀘스트(?)가 되어야 했던 두 번에 걸친 말레이시아 답사기가 6편으로 싱가포르보다 길어지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말레이시아라는 교란 요소가 하나 사라졌으니, 온전히 싱가포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죠. 역사를 꽤 좋아하는지라 사실 페낭과 말라카를 비교해서 가보고 싶긴 했지만, 국경을 네 번이나 건너면서 말레이시아는 질릴 만큼 갔으니 한동안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기각했던 전례가 있긴 합니다.
앞서 NUS 캠퍼스를 둘러보긴 했는데 (한달간 일(?)을 한 곳이 NUS 캠퍼스 안에 있는지라 매우 자주 갔죠), 같은 날 오후를 포함해서 차이나타운에 갔던 것도 한두번 있는지라 묶어서 이번 차이나타운 편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차이나타운이라면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인천, 샌프란시스코, 밴쿠버, 뉴욕, 플러싱 등 가는 거의 모든 도시마다 하나씩은 있는데, 싱가포르 쪽 차이나타운은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대충 이쯤부터가 차이나타운 시작인데...
여기는 건너편쯤에 바로 싱가포르의 CBD가 있는지라... 서양의 많은 도시들의 경우엔 차이나타운이 있으면 나름의 깜박이(?)는 켜고 그 구역이 시작되는데 싱가포르는 그런 거 없이 빌딩숲 바로 옆부터 바로 차이나타운이 시작되더군요.
주변의 빌딩숲과 확연히 구분되는 비교적 보존된 전통 양식은 차이나타운의 초입임을 알려 줍니다.
여기에 초창기 화교들이 정착한 것을 알려주는 저런 동상들이 차이나타운 곳곳에 있습니다.
근경의 동상, 중경의 도교 사원, 그리고 원경의 빌딩숲이 자아내는 저 대비야말로 싱가포르 특유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까 뒷벽을 봤던 도교 사원, Thian Hock Keng 입니다. 특별한 건 없는데 구글 지도에 표시되어 있기도 했고 불아사로 가는 길에 있어서 들렀습니다.
중간에 향을 꽂는 곳이 있고 앞은 오른쪽에는 입을 연, 왼쪽에는 입을 닫은 사자상이 있는 것이 꼭 오키나와에서 본 사원(?)을 연상시키는군요.
놀랍게도 저날이 2일차였기 때문에,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는 향을 피우고 사원을 마저 둘러봅니다.
오래된 중화의원 (글자 그대로)가 여기가 얼마나 오래된 곳인지 알려줍니다.
아까 도교 사원 뒷벽에는, 여기 화교들이 싱가포르에 어떻게 정착했는지, 그리고 싱가포르는 그새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 주는 벽화가 있습니다. 이때는 시간이 없던지라 대충 봤는데 잠깐 시간을 내서 보는 재미가 나름 있달까요.
전통 양식을 지킨 원색 건물들을 조금 더 지나면
처음 의도했던 목표 중 하나인 불아사가 나타납니다. 글자 그대로 부처의 치아를 저 어딘가에 소장하고 있어서 불아사라 하더군요.
내부는 굉장히 화려합니다. 제가 불교 신자가 아니라 디테일한 설명이 어려운 점이 안타깝군요.
불아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차이나타운 거리를 탐방하기 시작합니다.
일요일 오후인 걸 감안해야겠지만 역시 사람도 많고, 호객행위도 꽤 많습니다. 전형적인 '관광지화된 차이나타운'의 모습이긴 했습니다.
차이나타운에 스리 마리암만 힌두교 사원이 하나 있긴 한데, 이미 전날 리틀 인디아에서 힌두교 사원은 한 번 들렀기 때문에 가볍게 스킵합니다.
저녁 시간이 임박한지라 불아사 바로 길 건너편에 있던 맥스웰 푸드 센터로 이동합니다.
여기 미슐랭 스타를 받은 치킨 라이스 집이 있어서 여기서 저녁을 해결하는데, 레시피를 훔쳐오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던 첫 번째 싱가포르 음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조법 자체야 단순해 보이지만 닭고기와 밥을 먹었을 때 올라오는 그 특유의 감칠맛은 귀국하고 나서도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구현되지 않는 것 같더군요.
다른 날 차이나타운에 한 번 더 왔을 때입니다. 바로 앞에 있는 주상복합이 싱가포르판 세운상가 수준으로 꽤 중요한 주상복합이었다 하더군요.
혼란스러운 주말이 아닌 주중에 와서 둘러보다 보니, 그때는 못 봤던 벽화들이 조지타운만큼은 아니지만 은근히 조금씩 있다는 것이 보였습니다.
불아사 바로 옆 거리였는데, 여기만 보면 확실히 싱가포르의 빌딩숲에서 몇백 미터 거리의 그곳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시 차이나타운 남단입니다. 저 멀리 있는 건물이 아파트 단지일 텐데, 저기 올라가면 차이나타운 쪽 전망이 참 잘 보이겠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나름의 떡밥인 게 싱가포르에 있는 마지막 주에 1일 1전망대를 올라가는 수준으로 전망대 스피드런을 했는데 저기가 가장 먼저 나왔기 때문...
지금까지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답사기였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봐 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답사기로 돌아오도록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