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싱가포르

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도망가지 말레이

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동방의 진주 (진)

두 대양의 진주 [1]: 두 대양 사이로 가는 길

두 대양의 진주 [2]: NUS 맛보기


오랜만에 돌아온 찬호박입니다. 

원래 싱가포르 현지에서 답사기를 좀 쓰려고 했는데, 현지에서 일이 예상치 않게 바빠진 탓에 결국 답사기를 더 쓰기 전에 귀국하는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이후에도 현생이 순탄치 않지만, 그래도 시간이 조금 난 김에 이 기회를 살려 답사기를 이어갈까 합니다. 날짜순으로 싱가포르 이야기를 쓸까 하다, 날짜순으로 배열해봤을 때 진짜 뒤죽박죽이라는 걸 깨닫고 싱가포르 이야기는 차차 정리하면서 쓰도록 하고... 대신 조금 더 흥미로울 두 번에 걸친 말레이시아로의 북진(?)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싱가포르에 한달 체류하는 김에 가기로 했던 말레이시아는 오래간만에 초행이던 나라였고, 싱가포르 출국이 확정되는 대로 계획을 시작해서 수개월간 답사 계획을 짰던, 기대치가 높았던 곳이었습니다. 마침 육로 국경이 없다시피 한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육로로 국경을 넘을 수 있던지라, 거의 10년 전 미-멕 국경을 넘었던 생각도 나더군요. 그래서 그 낭만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갈 때는 육로로, 돌아올 때는 시간상 비행기로 날아오기로 했습니다.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국경을 육로로 넘을 수 있는 곳은 서쪽의 Tuas Link와 북쪽/중앙의 Johor Bahru Causeway의 두 곳이 있는데, 후술하겠지만 후자는 조호르바루 시내를 지나가기 때문에 조호르바루를 꼭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지나지 않는 편이고 싱가포르에서 조호르바루 외 말레이시아 지역들로 가려면 대개 Tuas 쪽으로 가는 편입니다. 사실 그럴 만한 것이...



Tuas 쪽은 리스트에 등장하지도 않지만 싱가포르 우드랜즈 - 조호르바루를 연결하는 육로는 실질적으로 국경이 아닌 중국-홍콩/마카오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통행 인원이 많은, 그 미어터진다는 샌디에이고 쪽 미국-멕시코 국경보다 통행량이 많은 유일한 육상 국경이라... 말레이시아에 두 번째로 올라갈 때 이쪽으로 올라가지만, 선택권이 있거나 조호르바루를 들렀다 갈 필요가 없다면 되도록이면 Tuas 쪽을 추천드립니다.


사담이 길었고, 이제 싱가포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향할 때입니다. 



매일 NE 라인에서 서클 라인으로 환승할 때 지나가는 곳이자 센토사로 가는 길목이죠, 하버프런트 역에서 내립니다.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버스가 여기서 출발하기 때문이죠. 



버스가 도착하기 전 잠시 바닷가로 나가 해가 뜨는 모습을 감상하다 보면, 



버스가 도착해 있습니다. 사실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연결하는 버스 중에서는 꽤 값이 있는 편인데, 각종 후기를 찾아보면 종합적으로 여기가 최고다...라는 평이 지배적이더군요. 싱가포르 -> KL이 150 MYR, 그 반대가 120 MYR 쯤 하니까, 한국 고속버스 우등석 가격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저렴한 듯합니다. 



다들 Aeroline을 추천하는 이유가 좌석 때문이라던데, 실제로도 한국 우등버스와 프리미엄 고속버스 중간쯤 비주얼이죠. 다만 개인적 생각으로는 이 동네 고속버스는 특별한 경우 아니면 상향평준화되어 있어서, 굳이 이걸 탈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 서쪽 방향으로 버스는 출발합니다. 



45분쯤 싱가포르의 잘 정리된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싱가포르의 서쪽 끝인 Tuas Checkpoint에 도착하게 됩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국경을 건널 때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양측에서 한 번씩, 도합 두 번에 걸쳐 출국/입국 수속을 하게 되는데, 싱가포르 쪽은 창이 공항처럼 자동출입국심사가 되어서 편하더군요. 



출국 수속을 마쳤으면드디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사이의 해협을 건너게 됩니다. 이 다리를 Tuas Link라 하는 모양이더군요. 



저 멀리 어디서 많이 본 신도시 단지가 보인다면, 저기가 조호르바루 서쪽 끝에 있는 '포레스트 시티'라는 개발단지인데, 주 개발자가 파산한 걸로 유명한 중국의 헝다 그룹이라... 



조호르바루 시가지가 보이는 우드랜즈 쪽 국경과 달리 투아스 쪽은 맹그로브 숲밖에 없습니다. 말레이시아 쪽 출입국사무소는 좀 더 가야 나오기 때문이죠. 



말레이시아 출입국사무소는 싱가포르보다는 좀 초라한 비주얼입니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아니면 다들 우드랜즈 쪽을 통과하는지 통과하는 사람들은 적더군요. 



본격적으로 말레이시아의 고속도로를 따라 쿠알라룸푸르까지 북상합니다. 

사실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사이 고속도로에서 이렇다 할 만한 볼거리는 어마어마한 플랜테이션과 이렇게 이따금씩 고속도로변에 있는 미국식(?) 교외 주택단지밖에 없는데, 그래도 말레이시아가 초행길이던 저로서는 꽤 새롭더군요.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정취가 느껴졌달까요.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사이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정경입니다. 한국에서 시판되는 많은 과자들이 팜유로 재료를 튀기는데, 괜히 말레이시아가 세계 팜유 생산량 세계 2위가 아닙니다. (1위는 국토 넓이로 인해 인도네시아)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줍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초라한 것까지도 미국과 비슷하군요.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직도 멀리 떨어진 세렘반 근처인데, 벌써부터 교통체증이 시작되었군요. 



조금 더 가면 진짜 교통체증이 시작되는데, 말레이시아판 서울요금소 같은 곳이었습니다. 저 멀리 실루엣으로 (앞으로 2일간 지겹게 볼) 세계 2위의 마천루 메르데카 타워가 보이는 걸 보니, 이제 쿠알라룸푸르에 거의 다 왔습니다. 



드디어 쿠알라룸푸르의 익숙한 스카이라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메르데카 타워, KL 타워, 그리고 저 멀리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중심으로 한 스카이라인까지... 



쿠알라룸푸르의 악명 높은 교통체증을 뚫고 시내에 진입하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바로 앞까지들어오게 됩니다. 역시 한때 세계 최고층 건물이라 하니 그 위엄에 한 번 놀랐습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에 올라가기 전 금강산도 식후경이겠다, 일단 점심부터 해결하고 갑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아니랄까봐, 로비부터 페트로나스가 후원하는 F1 팀 머신이 초입부터 관광객들을 반깁니다. 



간지나는 로비를 지나 타워를 올라갑니다. 43층에 있는 브릿지를 우선 찍고, 그 다음에 83층 전망대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하필이면 이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가시거리가 좋진 않았지만,운명을 받아들이고 43층의 전망을 감상해봅니다. 북서쪽 방면 뷰였던 것 같습니다. 



KLCC의 분수가 보이는 정면 방향입니다. 저녁 8시면 저기서 두바이급은 아니지만 나름 분수쇼가 있다 하더군요. 



KLCC 공원 방면 뷰입니다. 스카이라인 하나는 세계 유수의 대도시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여기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약간 뉴욕 느낌도 나는 듯하고... 



83층으로 올라왔을 때쯤,다행히도 비가 조금은 그치기 시작해서 가시거리가 괜찮게 나오기 시작했네요. 

북동쪽 뷰입니다. 스카이라인은 다른 방면에 비해 좋지는 않지만, 저 멀리 티티왕사 산맥까지 다 보이는 방향입니다. 저 산쪽으로 가면 쿠알라룸푸르판 바나힐 (다낭에 있는 그것)이라 할 수 있는 겐팅 하이랜드가 있죠. 



북쪽 뷰입니다. 고층빌딩과 저층 주택들이 혼재된 걸 보면 어떤 면에선 서울 느낌이기도 하고...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반대쪽과 메르데카 타워가 겹쳐 보이게 찍었습니다. 뭔가 '쿠알라룸푸르 희망편'으로 쓰기 좋은 사진 같군요. 



남동쪽 뷰입니다. 비는 여전히 오지만 그래도 스카이라인은 거의 다 잡히는군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이전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던 윌리스 타워 (당시 시어스 타워)를 83층 한쪽 화면에서 대문짝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웃긴 게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의 탑은 건물의 일부분으로 인정되고, 윌리스 타워의 첨탑들은 안테나 정도로 간주되어 높이에 집계되지 않았다는 점이죠. 



슬슬 볕이들기 시작한,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에서 보이는 스카이라인을 뒤로 하고 내려옵니다. 



역시 밑에서 봐도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멋있기 그지없습니다.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LRT를 타고 나오는데, 확실히 도심이라도 쿠알라룸푸르가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적은 편이라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은 모노레일 역인데, 도심에 있는 모노레일을 보니까 묘하게 대구 3호선이 생각나는 것 같기도 하고...



모노레일이 지나는 걸 보니 영락없는 대구 같기도 하고...



이후에는 휴식도 취하고 전망도 볼 겸 숙소 옥상 인피니티 풀로 올라갔습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의 인피니티 풀이 히트를 친 덕택에 전세계적으로 고층에 인피니티 풀을 설치하는 붐이 생긴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에서도 곳곳에 인피니티 풀이 보이더군요. 물론 제 입장에서야 마리나베이 샌즈의 거의 10분의 1 가격으로 풀장을 만끽할 수 있으니 좋을 따름...



숙소 위치가 꽤 괜찮았던지라 다른 전망대 올라갈 필요 없이 여기서도 쿠알라룸푸르 스카이라인은 거의 다 보였습니다. 



조금 더 이동해보면 아까 올라갔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가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이 지나 불이 켜지면 꽤 장관을 연출합니다. 솔직히 스카이라인만큼은 KL이 싱가포르보다 낫다고 생각이 들 지경이었어요. 



KL의 명동 같은 상업지구인 부킷빈탕으로 가기 위해 다시 나오니, KL 타워에도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모노레일이 배차간격이 10분이라 그렇지, 부킷빈탕부터 KL 센트럴 역까지 다 꽂아주니 이만큼 편리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죠, 일단 바쿠테 (肉骨茶) 한 그릇 먹고 시작합니다.

싱가포르에도 바쿠테가 유명하긴 한데, 싱가포르식 바쿠테는 국물이 맑은데 비해 말레이시아식 바쿠테는 국물 색깔부터 "나 한약재 이것저것 넣었어!" 과시하는 것마냥 진하다더군요. 




저녁도 먹었겠다, 말레이시아의 명동이기도 한 부킷빈탕을 둘러봅니다. 물론 막상 보면 대부분 한국에도 있는 친구들이라 쇼핑은 식료품 말고는 거의 안 하게 되지만... 





화려한 KL 도심의 저녁 풍경을 구경하러 오는 게 대부분 아니겠습니까. 갔던 날을 전후해서 말레이시아의 새로운 국왕이 즉위했던 모양이더군요. 



숙소에서 보이던 KL 타워에 불이 들어온 모습을 끝으로, 파란만장했던 KL로의 북상기 1일차는 끝이 납니다. 다음 답사기로 빠르게 돌아오도록 하죠. 


다음 답사기 예고: 속죄 (물리)의 계단, 그리고 예상치 않은 장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