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7 - 2024.02.25

두 대양의 진주 [1]: 두 대양 사이로 가는 길

두 대양의 진주 [2]: NUS 맛보기

두 대양의 진주 [M1]: 쿠알라룸푸르로의 북진

두 대양의 진주 [M2]: 쿠알라룸푸르에서의 하차

두 대양의 진주 [M3]: 페낭으로 가는 길

두 대양의 진주 [M4]: 동방의 진주(진)에서의 설날

두 대양의 진주 [M5]: 말레이 미식의 수도, 페낭

두 대양의 진주 [M6]: 험난한 귀'싱'길

두 대양의 진주 [3]: 차이나타운


찬호박입니다. 


답사기를 쓰기에 앞서 굳이 했던 장소를 겹치지 않게 하면서도 어떻게 계속 재미있게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싱가포르에서 거의 한 달을 있었기에 딱히 '여정'의 순서에 구애받을 일은 없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대략적인 영역별로, 혹은 에피소드별로 답사기를 재편성하기로 해서, 한 달간 느낀 경험들을 위주로 날짜 순서와는 무관하게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한 달간 있으면서는 싱가포르 현지의 동료들과 상급자들이, 귀국하고 나서는 한국의 지인들이 싱가포르에서 한 달간 있으면서 어디가 가장 즐거웠냐고 물어보는 일이 많았습니다. 물론 싱가포르의 모든 것이 좋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여러번 등장할 마리나 베이 일대는 지겨울 정도로 많이 갔고,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쪽 뷰도 이렇게 많이 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갔고, 싱가포르의 특이한 건축물들이나 문화적 특징들은 한 달을 보니 흥미로우면서도 익숙해진 광경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분명 싱가포르 바깥에서 능히 할 수 있는 경험이었지만, 누군가가 가장 즐거웠던 것을 물어본다면 어김없이 "싱가포르에서 에드 시런 콘서트를 간 것"을 답하게 되더군요. 


마침 오늘 도지챈에 LA (옆동네 잉글우드의) 아이브 콘서트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겠다, 오늘은 에드 시런 콘서트를 간 답사기/후기를 쓸까 합니다. 



사실 원래 싱가포르에서 여건이 되면 보려던 공연은 마침 싱가포르에 있을 시점과 절묘하게 겹치던 콜드플레이 월드 투어였습니다. 실제로 에드 시런과 콜드플레이 중에서는 근소하게 콜드플레이 쪽을 더 선호하기도 했고, 2017년에 콜드플레이가 내한했을 때 지방의 고등학생이었던지라 가지 못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콜드플레이 콘서트 티켓 판매가, 싱가포르에 올 줄도 몰랐던 시점인 2023년 6월에 진행되는 바람에 예매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실은 그 전주까지만 해도 티켓 되팔이(?)들을 통해서라도 갈 방법이 있긴 하더군요. 



그러던 와중에 23년 10월쯤 에드 시런의 월드 투어 일정이 나왔는데, 2월 16일 위의 콜드플레이 공연과 같은 장소인 싱가포르 국립 경기장에서 진행한다는 그런 소식이었습니다. 이때쯤이면 저때 이변이 없는 한 싱가포르에 있다는 건 자명했기 때문에, 나름의 고생 끝에 티켓을 구했습니다. 무사히 싱가포르까지 가서 저 날 경기장까지 가기만 하면 에드 시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유일한 문제는 당일, 콘서트 시작 1시간쯤 전이었는데, NUS가 있던 켄트 리지역에서 싱가포르 국립 경기장이 같은 노선에 있기는 한데, '서클이 아닌' 서클 선을 반대로 거슬러 가서 1시간쯤 가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날 일이 꽤 늦게 끝나기도 해서 콘서트에 늦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순간이었죠. 



국립 경기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MRT 역부터, 살면서 본 인파 중 가장 큰 규모를 본 것 같습니다. 애초에 콘서트를 가는 게 살면서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군요. 



저 인파는 당연히 전부 에드 시런 콘서트 인파였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그대로 이어집니다.




싱가포르 국립 경기장이 마리나 베이로 이어지는 그 물가에 그대로 있는데다 저렇게 한쪽이 열려 있어 통풍이 꽤 잘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날 날씨도 맑고 최고기온이 30도 넘어갔을 텐데 꽤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짐 검사대 통과가 조금 늦어져서 자리에 들어갔을 때쯤엔 헤드라이너였던 케일럼 스콧의 40분짜리 공연이 이미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이날 케일럼 스콧 하면 생각날 법한 곡들은 거의 다 나온 것 같습니다. 자세한 셋리스트 (https://www.setlist.fm/setlist/calum-scott/2024/national-stadium-singapore-singapore-63ad8af7.html)를 참고하면 더 좋겠군요. 



케일럼 스콧 공연이 끝난 다음 30분 정도 에드 시런을 기다리면서 경기장을 관망했습니다. 콘서트 중에 에드 시런 본인이 밝히길, 지금까지 에드 시런의 아시아 콘서트 역대 최대 규모인 6만 2천 명이 모였다고 하더군요. 



해가 졌을 적에, 드디어 5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카운트다운 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32세 영국인 더벅머리 아저씨. Tides부터 시작해서 에드 시런하면 생각나는 거의 모든 곡을 3시간쯤 되는 시간 동안 하나씩 지나갔습니다. 저 앞에 있는 루프 스테이션으로 에드 시런이 직접 각각 악기의 반주를 넣다 보니까 별도의 MR을 쓰지 않고 진짜 모든 것을 라이브로 한다는 것에서 월드스타의 기상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이날 에드 시런 셋리스트 (https://www.setlist.fm/setlist/ed-sheeran/2024/national-stadium-singapore-singapore-73ad8af5.html) 역시 참고하면 좋을 것 같군요. 




첫 곡이 시작될 때쯤 사람들이 왜 음반을 놔두고 콘서트에 오는지 체감하기 시작했던 1인이었습니다. 



에드 시런 최초의 히트곡 'The A Team' 때쯤엔 관중이 전부 휴대폰 손전등을 켠, 콘서트 특유의 그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여담인데 싱가포르 사람들, 한국인 못지않게 떼창도 잘하더군요... 




에드 시런 3집에 있는 'Galway Girl'이란 곡에선 (실제로 아일랜드 골웨이 출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진짜 바이올린 연주자 한분을 대동했는데, 역시 에드 시런의 위엄 남다릅니다. 




콘서트 중간쯤에 싱가포르에서 꽤 성공한 아티스트였던 임준걸 (JJ Lin)이 나와서 에드 시런과 임준걸 곡 중 'Twilight'을 부른 일이 있었는데, 콘서트날 바로 다음날이 에드 시런 생일 (2/17)이다 보니 임준걸이 중간에 곡을 개사해서 에드 시런에 대한 생일 축하 노래로 바꿨던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담으로 임준걸이 나올 때 주변 관중은 에드 시런 이상으로 환호하던데, 저는 콘서트가 끝나는 순간까지 임준걸이 누군지도 몰랐기 때문에 어리둥절했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Thinking Out Loud, Perfect 이후 Shape of You, Bad Habits 등등 에드 시런 히트곡 위주로 앵콜까지 가니 장장 3시간여의 에드 시런 콘서트가 끝나 있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더 있었다면 미리 에드 시런 머천다이즈도 좀 구매하고 그랬을 텐데, 일 끝나고 바로 달려온지라 그런 여유가 없던 게 아쉽더군요. 



그날은 기분이다 싶어서 국립 경기장에서 숙소까지 40여 분을 그대로 걸어가면서 에드 시런 콘서트를 반추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살면서 가 본 첫 번째 콘서트인 면도 있고 에드 시런 음악을 꽤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 정도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경기장인 잠실 주경기장이 작년 브루노 마스를 끝으로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지라 에드 시런뿐만 아니라 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 등등 유수의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패싱해 왔기에 더욱 의미있던 경험이었습니다. 덤으로 그간 방구석에서 음악을 음미하는 걸 좋아하던 저에게 콘서트에 가서 그 음악을 현장에서 라이브로 듣고 떼창을 하는 그 콘서트 문화의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던 그런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쯤되면 답사기인지 콘서트 후기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여기까지 봐 주신 도지챈러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다음 답사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