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울산-부산-김해-창원(-진주), 구미-대구-경산(-영천), 대전-세종-청주, 광주-나주-목포로 밀었으면 나았을까? 혁신도시도 저기다가 다 짓고, 도청도 저 지역에 크게 안 벗어나게 하고. 서울인구 분산시킨다고 경기도 개발했는데, 차라리 서울 과밀화 놔뒀으면 어땠을까?

수도권 과밀이 문제가 되는 건 그 자체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수도권 곳곳에서 1~2시간씩 걸려가며 강남일대로 모인다. 이걸 떠받치기 위해 신도시를 자꾸 지어야 하고, 도로, 철도 할 거 없이 교통사정은 악화되기만 한다. 인프라 건설속도보다 인구증가와 과밀이 더 빨라서 몇 년 전까지 농사짓던 땅에 노상전철도 아니고 지하철을 판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대심도 전철을 짓는다. 지가가 급격하게 상승해서 뭐 하나 지을 때마다 세금이 지나치게 투입되고, 이 돈이 다시 부동산 시장에 풀리면서 지가 상승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주말이면 지방 노동자들이 대거 서울로 몰려온다. 지방에서 문화, 소비를 해소하지 못해서다. 서울 중심부에 건물 갖고 장사하는 사람들이야 좋지. 하지만 기존 서울시민들도 과밀이 계속될수록 삶의 질에 영향을 받는다. 지방을 모두 살릴 순 없다. 효율을 고려해서라도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기계적으로 분산시키는 게 해법이 못된다. 상대적으로 소득과 고용이 받쳐주고, 서울과 거리가 먼 동남권 정도는 자체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문화, 소비 수요를 감당하게 해야 한다. 박사급 고급인력들이 굳이 경기도 끄트머리라도 서울 근처에 살려고 기를 쓰지 않고, 부산이나 창원, 울산에서도 여기 애 낳고 키울만 하네 여기며 정착하고, 부산대학이나 유니스트에도 기업과 인재가 몰리고, 굳이 인천공항까지 왕복 10시간을 길바닥에 내다버리지 않고도 여행수요가 충족이 돼야 한다. 동남권은 잠재력에 비해 아직 지대가 싸고, 이미 시장이 웬만큼 형성돼있고, 구축해놓은 인프라도 상당하다. 수요가 제한적인 고급문화나 소비취향들이 있다. 서울에선 시간날 때 대학로에 연극 한 편 보러갈까? 예당에서 볼쇼이 왔다던데 가야지, 특급호텔에서 하는 가든 파티에 초청 받고, 청담동 비스트로에서 듣도보다 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대구, 광주, 대전 이런 데선 그런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냥 안하고 말던가 서울에 가야 한다. 근데 부산에선 그게 어느정도 흉내는 내진다. 그나마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은 부산에 가도 예전에 있던 가게들이 없어지고 있다. 인구구조와 지방제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게 많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동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밖의 또다른 축을 하나 만들면 어느 정도 완화가 가능하다. 수도권, 동남권에 이어 향후에는 서해안권까지 내다볼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