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켜고 따라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조선시대 강원의 중심지 원주.

19세기 말부터 천천히 쇠락하던 도시는 한국전쟁으로 부활했고,

이 때문에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한 곳.


그러나 이제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라는 새 희망을 갖고 역동하는 도시.

원주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1시간 30분,

원주역에 내리면 무언가 낡아 있습니다.


1면 6선의 섬식 승강장만 낡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역의 북쪽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풍경이,

역 광장에서 보이는 원주역사거리의 그 풍경이,

무언가 낡아 보입니다.


다른 수많은 도시들과 달리, 원주에서 원주역 앞은 가장 낡은 곳 중 하나입니다.

이 여정은 원주의 원도심 북부의 사창가 앞,

원주역에서 시작합니다.


원주역에서 북쪽으로 먼저 가보기로 합니다.

우산철교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오른쪽에 군부대가 보입니다.

제1군수지원사령부, 줄여서 1군지사가 있었던 곳입니다.


서쪽으로는 수많은 자동차 전시장이 빛나는 가운데 안쪽으로 무언가 낡아보이는 대학가가 있습니다.

대학가 안에는 김문기를 밀어내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상지대학교가 있습니다.

이곳이 과거 원주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던 곳, 우산동입니다.


서쪽에 보이는 우산공단을 지나면 태장삼거리입니다.

왼쪽으로 1군사령부가, 오른쪽으로 아파트들과 80년대 후반의 모습처럼 보이는 상점가가 있습니다.

이곳이 태장2동입니다.


다시 원주역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우산철교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중앙시장 A도로(원일로)가 있습니다.

원일로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원주시보건소가 보입니다.

원주시보건소 서쪽이 과거 원주시청입니다.

구 원주시청 자리는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 이젠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A도로를 타고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번화가가 나옵니다.

이곳이 원주 원도심의 심장부입니다.

무언가 침울해보이는 원주역과 달리, 이곳은 조금더 밝아 보입니다.


A도로 서쪽에 있는 강원감영은 여기가 500년간 강원도의 중심이었노라 말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재미있는 전통놀이 도구가 마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돌아서서 그 안으로 들어가면 B도로(중앙로)가 나옵니다.

활발한 것 같기도, 침체된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듭니다.

북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중앙시장 건물과 자유시장, 그리고 청년몰이 있습니다.


중앙시장을 다 둘러보고 동쪽으로 조금 걸으면 C도로(평원로)가 나옵니다.

프리도 상조 간판이 보일때까지 걸어나오면 그곳이 원주교오거리입니다.

원주교오거리 동쪽으로 흐르는 원주천변에는 주차장이 있는데,

새벽에 번개시장이 열리기도 하고, 중앙시장에 방문하는 시민들이 주차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건너편에 배말타운아파트가 보입니다.

원주천변으로 서향으로 지어진 아파트 뒷편이 원주경찰서와 원주초등학교가 있는 봉산동입니다.

원주교를 건너면 원주경찰서가 나옵니다.

학성동같이 조금 이상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의 조용한 마을입니다.


다시 원주천변으로 내려오면 로아노크광장입니다.

광장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면 뱀이 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천변을 따라 상류로 올라갑니다.

더 올라가면 아파트단지들이 보입니다.

서쪽으로 보이는 마을이 개운동입니다.


명륜초등학교와 개운동사무소가 있는 길은 마치 30년 전의 길을 닮았습니다.

아니, 닮았었습니다. 제가 살던 때와는 달리 길을 정비했기 때문입니다.

쭉 들어가다 세븐일레븐이 있는 사거리에서 왼편으로 보면 음식점이 많은 거리가 보입니다.

그 거리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쪽 멀리 원주고등학교가 보입니다.

거리를 따라 더 걸어가면 과거 5번 국도였던 치악로가 나옵니다.

당신 왼편에 있는 원주중학교와 뒷편에 있는 원주고등학교는 이곳이 과거 원주의 부촌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치악로를 건너면 정말 맛있는 알탕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길을 따라 쭉 남쪽으로 내려가면 왼편의 11급양대 외벽의 벽화가, 왼편에 군인아파트인 통일아파트가 보입니다.

벽화를 구경하다가 보면 사거리를 만나고, 사거리 아래편으로는 낮은 건물들 사이로 간혹 높은 건물들이 보입니다.

무언가 정돈되지 않은 기분이 드는 이 마을이 과거 원주의 빈민가입니다.


더 내려가다보면 단구동사무소와 단구사거리가 나옵니다.

이곳이 과거 판부면의 중심 단구리였던 곳입니다.

물론 과거의 영광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낡은 분위기에 당신은 이곳이 정말 강원도의 최대도시 원주가 맞는지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가 보이는 쪽, 박경리문학공원이 있는 단관택지로 들어갑니다.

이곳에는 20년 정도 되어보이는 낡고 좁은 아파트들과 새로 지은 듯 보이는 번듯한 아파트들이 혼재합니다.

20년 전 원주의 신도심, 단관택지입니다.


청솔6.8차가 있는 동쪽 방향으로 가면 단관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답지 않게 커보이는 건물,

6년 전만 해도 1,500명의 학생들이 다니던 거대 초등학교입니다.

혁신도시 입주가 시작되고 6년, 이 학교의 학생들은 500명이 줄었습니다.


왼편에 홈플러스를 끼고, 전광판이 있는 길로 향합니다.

무언가 새로워보이는 분위기, 원주혁신도시입니다.

저도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니까 지도를 보시면 되겠습니다.


왼편에는 원주예비군훈련장이 있습니다.

동쪽에 새로 지은 반곡관설동사무소를 보며, 왼편으로 향합니다.

과거 왕복 2차선의 좁은 마을길이 지금은 6차선으로 번듯해 보입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 길의 끝에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이 있습니다.

원주천의 동편, 예비군훈련장과 원주천 사이의 마을 월운정입니다.


쭉 직진하면 무언가 새로워보이는 곳이 나옵니다.

서원대로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세종에 있을 법한 번듯한 상점가가 나옵니다.

동북쪽에 원주의료원이 있는 의료원사거리 앞입니다.

무언가 깔끔해보이는 분위기에, 앞에는 넓은 터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원주 DB 프로미의 홈구장이 있는 원주종합운동장입니다.


공설운동장의 양옆으로는 낡은 저층아파트들이 있고, 맛있는 콩나물국밥집도 있습니다.

공설운동장을 지나 작은 언덕을 넘으면 오른쪽의 단계주공과 함께 다시 상점가가 나옵니다.

원주 상업의 중심, 단계택지입니다. 매년 9월 원주다이나믹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남쪽으로 고개를 틀면 이상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원주교도소를 지나면 무실동이 있습니다.

마치 세종이나 혁신도시를 보는듯한 멋들여진 행정기관과 수많은 아파트들이 있는 이곳에는 원주시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시청이 있던 곳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신축아파트들이 자리하고 있는 무실2지구가 있습니다.


다시 단계택지로 가서, 이번엔 서북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농협과 도매시장이 있고, 신축 아파트들이 보입니다.

서쪽이 봉화산2지구, 동쪽이 봉화산1지구입니다.


6년 전 봉화산2지구를 처음 분양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닭 냄새가 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왜일까요? 봉화산2지구 바로 옆, '닭장'이라 불리는 대명농원이 있습니다.

과거에 한센병 환자들을 수용하던 곳으로, 닭을 길렀던 곳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가면 만종역과 만종가구단지가 보이고, 거기서 우회전해서 쭉 들어가면 원주기업도시가 있습니다.

혁신도시보다도 최근에 지어진 기업도시 역시 잘 모르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42번 국도를 따라 쭉 들어가면 열차가 항상 5분씩 정차하는 동화역이 있고, 산업단지와 아파트단지가 보입니다.

시내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있는 문막읍입니다.


당신은 하늘에서 떨어진 차를 타고, 문막IC로 들어가 집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당신에게 원주 여행은 희극이었나요? 비극이었나요? 당신에게 어떤 생각이 들게 했나요?


앞으로 원주가 새 희망으로 역동하기를 바랍니다.

마냥 기쁜 미래는 아닐지라도,

겉으로 슬픔을 드러내는 사람이 없는 도시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어딜 둘러보더라도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