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본인은 춘천이 대도시인줄 알았음


본인 살던 집보다 동네에 시골이 많아서 그정도면 깡촌은 아니라고 생각했음



지금보니까 그냥 강원도여서 그랬던거네


그런 의미에서 영서북부의 시골을 느껴봅시다

(네이버지도 지참. 스트리뷰 사진찍는 재주는 없어서시리...)



우선 동송으로 가봅시다


이평사거리에 서서 남쪽 방향을 바라보고 서면 대도시 출신이 아닌 이상은 꽤 큰 규모라고 생각될 것입니다.

철원의 읍면사무소들은 대부분 입지가 신기한 곳에 있는데, 살짝 꺾어지는 동송읍사무소 대신 철원읍사무소 앞길이 이어지는 쪽, 삼거리에서 철원읍사무소를 바라보면 저런 느낌이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동송시장은 규모가 상당합니다. 잘 보면 길 건너편에도 시장이 있는데 분위기가 약간 다른게 특이한 포인트입니다. 그 사이에 있는 다양한 패스트푸드점은 그 신기함을 더해줍니다.


그런데 강원도 전방지역을 두 번 이상 방문한 사람이라면 뭔가 의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왜 저리 뭐가 없어보이지 싶은 그거요. 실제로 이 일대는 15,000명이 거주하는 지역이고, 실질인구밀도도 5,000명/㎢ 이상입니다.


옆동네 신철원에 가는 길에 있는 문혜리는 리 치고 상당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철원소방서도 있고, 비록 보이는 게 다지만 꽤나 번화한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신철원시장 일대를 로드뷰로 둘러보면 이상하게 뭔가 굉장히 작아보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철원은 그런 지역입니다. 여타 접경지역과는 다르게, 뭔가 분산되어있고 나눠져있고 뭔가 없는 느낌이 굉장히 강합니다.


시골의 계획마을을 보지 않을 수 없으니, 대마리를 잠시 찍엇허 구경합시다. 대마리 구경하는 김에 철원읍 외촌리 655-27(용도는 알아서 파악하세요)을 구경하고 장흥리 일대 아무데나 로드뷰를 눌러서 철원평야의 정취를 느낀 뒤, 직탕폭포에 로드뷰를 눌러 날짜를 바꿔가면서 시간에 따라 변하는 아름다운 한국의 나이아가라...는 개뿔이지만 꽤 이쁘니까 구경 한번 할만합니다. 삼부연(역시 날짜를 바꿔가면서 봅시다)도 빠지면 섭하죠. 마지막으로 토교저수지 아래 464번 지방도를 눌러서 조금 다른 느낌의 철원평야도 구경합시다. 덤으로 저동네가 이번 폭우때 왜 다 잠겨버렸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동쪽으로 더 나아가면 진짜 산간지대가 시작됩니다. 오레오의 고향 김화농공단지 일대를 로드뷰로 보면, 뭔가 너른 평지가 있으면서도 철원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볼 수 있습니다. 김화의 젖줄 화강 역시 한탄강과는 다르게 용암이 흘렀던 곳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 일대는 용암대지가 아닌 충적평야이기 때문입니다.


김화읍사무소가 있는 학사리는 보이는 것이 끝이지만 문혜리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와수리 쪽으로 가면 김화의 중등교육기관 네 곳이 싹 다 뭉쳐있는 진귀한 장면을 볼 수 있고요. 옆 와수리로 가봅시다.


와수리에서 우리가 구경해야 할 곳은 두 로터리입니다. 한 곳은 베라밖에 없는 별 볼 일 없는 곳이고, 나머지 한 곳은 '청정도시 서면'이라 적혀있는 토마토와 파프리카 모양 조형물이 있는 와수삼거리인데 여기가 김화의 중심지입니다... 근데 어째 기봉이 아저씨가 있는 것 같네요?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실제 주인공이신, 작년 김화공고를 졸업한 엄기봉씨입니다. 간혹 와수삼거리에 나와서 수신호를 하시고는 하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왜인지 맞는 것 같습니다.


와수리 아래 서면사무소가 있는 신수리는 新術里라 쓰고 신수리라 읽습니다. 術을 취락 이름 수라고 읽기 때문인데, 신작로가 생기면서 조막골 등 주변 자연마을에서 떨어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서면사무소는 뭔가 면사무소가 있을 것 같이 생겼어요 그냥. 삼성마트(WA마트, PX입니다) 주변 공원이 걸을만하고, 제가 태어난 마을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지은지 40년이 넘었을 삼성아파트에서 태어났죠. 마을은 뭔가 많지만, 도시 출신이신 분들은 딱히 볼 게 없을 겁니다. 그래도 자등리 산408-5번지에 있는 차가 날아다니는 도로도 있고, 새로 만든 3사단 입구에 있는 조형물도 있고, 자등리 180-1번지에 있는 해골바가지상(백골공원)도 있어서 생각보다 구경할 맛이 나는 동네이기도 해요. 도계 바로 위에 있는 장명동의 장명교차로 남쪽을 로드뷰로 보면 이 깊은 골짜기의 느낌도 볼 수 있습니다.


육단리에 가면 이제 본격적인 산간마을의 시작입니다. 외할머니의 외가이기도 하고, 전쟁이 끝나자마자 수복지구에 돌아오신 수복지구 출신, 어머니의 외할아버지가 두 번째로 교장으로 부임하신 근남초등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네요. 여긴 육단삼거리하고 중국집 앞 삼거리에서 보면 뭔가 되게 없어보이는데 안에서 보면 뭔가 되게 있어보여요.


안타깝게도 이 일대의 유명 포인트들은 로드뷰로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금화읍내가 있었던 읍내삼거리와 그 아래에 조성된 민북마을이었던 생창리 (김화이야기관 일대를 중심으로 보면 좋습니다)를 구경하고, 운장리의 농로 삼거리에 서서 김화평야를 보는 것도 좋습니다. 풍암리 799번지 옆길을 로드뷰로 보면 거대한 풍암리 댐을 볼 수도 있고, 마현리 1270에 가면 현재도 민북마을이며 제게 돼지갈비를 먹을 수 있는 행운을 선사해주신 친척집이 있었던 마현리의 마현초등학교를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현재는 폐교됐어요). 마현리 2118번지, 승리전망대로 가는 길이 나 있는 삼거리에는 38선 북방 30.2km라고 적혀있는 비석도 있고, 마현리 2012번지를 보면 드넓은 마현분지와 함께 남쪽으로 1175m 대성산의 웅장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대성산 정상에는 군사기지가 있어서 함부로 들어갈 수 없지만, 마현리에서 보면 군사기지가 보이는데 로드뷰로는 보일리가 없죠ㅋㅋㅋㅋ


두 말고개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하는걸로 하고, 잠곡리 566-2번지, 잠곡리 산99-11번지, 잠곡리 산122-2번지에서 잠곡댐을 구경하면서 김화를 느껴보면 철원과는 확실히 달라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화도 철원과 비슷하게 뭔가 부족해보이긴 하지만, 3배나 되는 구철원의 인구를 생각하면 또 생각보다 실속있어보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따로 더 다뤄보도록 하죠.


남부지방 출신이라면 집이 ㄱ 또는 ㄷ 모양을 보인다는 부분에서도 색다를 수 있겠네요. 사실 더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았어요. 제가 살았던 건 태어난 직후 딱 1년이지만, 할머니와 조상님들이 살아온 시간은 더 길고 부모님 신혼 때의 다양한 이야기들도 듣고 하면서 김화나 운천, 장암리, 일동, 연천, 전곡리나 전영로1023번길에 있는 이상한 터널 등등 저와는 또 다른 부모님의 시간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행복하게 다녔던 곳들이 바로 여기 연천, 포천, 철원, 김화 일대거든요.


매월대를 구경하면서 매월당 김시습 선생의 정취를 느끼며 여행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쯤 화천 여행으로 찾아올게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