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안가보고 쓰는 코로나시국 맞춤형 시리즈

발트 3국의 에스토니아에 위치한 탈린은 에스토니아 북쪽 핀란드만에 접한 항구도시. 도시의 이름은 에스토니아어로 '덴마크의 도시'란 뜻인데... 근대까지는 '레발' ㅡ 인근 부족명에서 따옴 ㅡ 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던 탈린은 이름 그대로 1219년 덴마크에 의해 세워져 덴마크와 독일, 스웨덴, 러시아 등의 지배를 받아옴. 중세의 탈린은 한자 동맹의 최북단 도시로서 유럽과 노브고로드 사이의 중개 무역지로 번성했는데 지금은 중세 때 시가지가 잘 남아 있는 구시가지로 유명한 곳. 20세기 에스토니아가 독립하면서 탈린은 독립 에스토니아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가 됨.

1820년 탈린의 인구는 1만 명이 조금 넘었고 독일인 5천 명과 에스토니아인 4천 명이 거주하는 도시였음. 1918년 에스토니아 독립 이후 탈린의 인구는 10만 명을 넘었고, 에스토니아인들이 인구의 8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음. 2차대전 당시 소련이 에스토니아를 합병한 이후 도시의 인구는 10만에서 40만으로 크게 증가했고, 러시아인의 인구 역시 1934년 7천 명에서 1989년 2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남. 그래서 현재 탈린은 에스토니아인과 러시아어 사용자(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고려인 등) 비율이 거의 1:1로 구성되어 있음.

탈린의 경우 이웃나라 라트비아의 리가처럼 러시아인 비율이 매우 높은 도시인데, 러시아인들은 소련 시기 지어진 고밀도의 아파트 단지에, 에스토니아인들은 저밀도의 일반 주택가에 집중되어 있는 모습.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는 리가의 경우 아파트단지가 시내 여기저기 위치해 구 단위로 보면 모든 구에서 라트비아인과 러시아인이 섞여 있지만, 탈린의 경우 아파트 단지가 몇몇 구에 몰려 있어서 지역별 편차가 더 심해 보임.. 에스토니아는 독립 이후 1940년 이전 에스토니아에 거주했던 사람들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고, 그 외 사람들이 시민권을 부여받으려면 에스토니아어 시험을 요구했는데, 이 때문에 2021년 현재에도 도시 인구 중 77%만이 에스토니아 시민권자이고 무국적자와 러시아 시민권자가 각각 8%씩 차지하고 있음.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하면 당연히 생활에 지장이 오는데, 실제로 러시아인들이 사는 동네의 소득이 여타 지역보다 떨어지는 편.

그래도 러시아인이 많이 살다 보니 탈린 시장은 러시아계의 지지를 받는 정당인 중앙당에서 계속 내고 있는 중. 현 시장인 미하일 컬바르트는 태권도 선수 출신이고 에스토니아인-고려인 혼혈인데 한국에도 온 적 있어서 명예 서울시민증도 받아갔음 ㅋㅋ

탈린의 행정구역은 1993년 이래 8개 구(linnaosa)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도를 봐도 느껴지지만 가운데에 있는 호수 때문에 동쪽과 서쪽이 뭔가 따로 노는 느낌 ㅋㅋ; 구 나열 순서는 도심 → 서쪽에 있는 구 → 동쪽에 있는 구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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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케스클린 Kesklinn

면적 21.0km², 인구 64,089명. 이름을 풀이하면 '중구'로 이름 그대로 탈린 시 가운데에 있는 도심부에 해당하는 구. 시내 북쪽의 항구와 구시가지, 신시가지가 모두 요 구에 위치해 있고 구의 남쪽은 면적 9.4km²로 탈린 시의 수원지이기도 한 커다란 윌레미스테 호수가 차지하고 있음. 그 외에 탈린 시내에서 북쪽으로 한참 떨어진 아에그나섬도 여기에 속해 있는데 여의도만한 섬에 인구는 15명임 ㅋㅋ;

구의 북쪽에는 탈린 항구가 위치해 있음. 탈린은 핀란드만 건너편의 헬싱키와 8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연유로 여객선을 통한 교류가 많은데, 덕분에 탈린 항구는 유럽에서 가장 여객 이동량이 많은 항구 top 10에 들어감 ㅋㅋ 

항구 옆에는 탈린의 구시가지인 바날린이 위치해 있음. 사실 규모는 동 하나 크기이지만 탈린 시청(짤2)과 탈린 스카이라인에서 제일 눈에 띄는 올레비스테 성당(첫짤 오른쪽), 포격을 막으려고 두껍게 지은 '뚱뚱이 마르가레타' 탑(첫짤 왼쪽의), 니굴리스테 성당(막짤 왼쪽)과 '키엑 인 데 쾩' 탑(막짤 오른쪽)처럼 도시의 랜드마크들은 거진 다 이 안에 모여 있음. 무역으로 번영했던 중세 때 독일 상인들이 지은 도시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관광지로 유명하기도 하면서 시가지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함.

구시가지의 서쪽은 톰페아 언덕이 위치해 있어서 지대가 비교적 높은 편. 사실 도시의 연원도 덴마크인들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요새를 지은 거이기도 하고... 에스토니아 국회의사당으로 쓰이는 톰페아 성(짤2 왼쪽 분홍색 건물. 뒷면은 확실히 성의 모습임 ㅋㅋ;)과 19세기 러시아 제국이 지은 알렉산드르 넵스키 대성당(짤2 오른쪽 입구, 짤3 뒷편)이 언덕 위에 위치해 있음.

구시가지 바깥쪽으로는 좀 더 최근에 개발된 신시가지가 위치함. 짤에 나온 것은 위에서부터 1차대전 이후 에스토니아 독립을 기념하는 자유 광장, 오페라하우스(왼쪽 큰 건물), 마크리 지역의 빌딩들, 그리고 상업지구인 로테르만 크바르탈.

구 동쪽의 카드리오르그에는 표트르 대제가 세운 별궁(짤1)과 에스토니아 대통령 관저, 노래혁명의 무대였던 노래광장 등이 위치함. 이 동네가 탈린에서 가장 잘 사는 동네라고 카더라

구 면적의 남쪽 절반 가까이는 탈린에서 가장 큰 윌레미스테 호수가 차지하고 있는데 상수도 수원지라 그런지 주위는 막아놓은 모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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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퍼흐야탈린 Põhja-Tallinn

면적 39.3km², 인구 59,856명. 구명은 '북구'라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구도심 북쪽에 위치한 반도 모양 구. 탈린 역(짤1)이 구도심과의 경계에 위치해 있고, 칼라마야(짤2)와 같이 도심 가까이 있는 오래된 주택가들과 펠구란나(막짤)처럼 반도 끄트머리에 위치한 아파트단지 + 산업시설들이 위치해 있음. 전자는 원래 서민층이 살던 목조주택이 밀집해 있던 곳이었으나 최근 들어 핫플레이스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고, 후자의 경우 러시아인들이 사는 초큼 외진 지역.

(위: 2012년, 아래: 2019년)

반도 최북단의 코플리는 한때 탈린에서 가장 열악한 지역이었다는데 요런 지역에선 이렇게 재개발도 이루어지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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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크리스티네 Kristiine

면적 7.8km², 인구 32,996명으로 도심 서쪽에 위치해 있는 가장 작은 구역. 지명은 17세기 스웨덴 여왕 이름에서 따 왔다고 함. 서쪽엔 공단이 위치해 있는데 최근 빌딩 몇 개가 새로 들어선 모양이고, 나머지 지역들은 대부분 주택가. 에스토니아 주택가는 대체로 나무가 울창해서 위성사진으로 보면 되게 푸르게 보이는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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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스타매에 Mustamäe

면적 8.2km², 인구 66,303명으로 시 남서쪽에 위치한 구. 탈린의 모든 구를 통틀어 인구밀도가 가장 높음. 구명은 '검은 언덕'이란 뜻인데... 시 동쪽의 라스나매에와 북서쪽의 배이케어이스매에와 함께 소련 시절 대단지 아파트들이 조성된 -매에 돌림 동네 중 하나. 무스타매에의 경우 다른 -매에 시리즈들보다 일찍 지어졌다고 하고 러시아인 비율도 비교적 낮은 편(에스토니아인 56.7%, 러시아인 32.1%). 구 남쪽에는 에스토니아 남부에 위치한 타르투대와 함께 에스토니아에서 제일 평가가 좋은 대학 중 하나인 탈린공대(막짤)가 위치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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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베르스티 Haabersti

면적 22.3km², 인구 47,344명으로 탈린 서쪽 끝에 위치한 구. 구 중앙에는 로카알마레 쇼핑센터라는 큼지막한 쇼핑몰들과 경기장들이 모여 있는 동네가 있고, 남쪽에는 구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사는 배이케어이스매에 아파트 단지가 있으며 나머지 지역은 전원삘나는 주택가. 구의 명소로는 에스토니아의 각지의 전통 가옥들을 모아서 바닷가에 조성한 민속촌인 에스토니아 야외 박물관(막짤)이 존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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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넘메 Nõmme

면적 29.2km², 인구 38,045명으로 시내 최남단에 위치한 구. 탈린 시의 구들 중 에스토니아인 비율이 85.9%로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함. 구는 대부분 주택가인데 역시 나무를 많이 심어놓아서 굉장히 푸르른 느낌. 막짤에 보이는 '글렌의 성'은 19세기 말 독일 지주인 글렌이 세운 저택인데 지금은 나름 랜드마크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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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라스나매에 Lasnamäe

면적 27.5km², 인구 118,045명으로 탈린 시 동쪽에 위치한 인구가 가장 많은 구. 70-80년대에 건설된 '-매에' 시리즈들 중 가장 큰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곳으로, 인구구성도 러시아인 60.3% vs 에스토니아인 26.2%으로 러시아인의 인구가 압도적인 동네. 이 지구의 건설로 탈린의 러시아인 인구가 엄청나게 증가했었는데 90년대 초 노래혁명 당시 '라스나매에를 멈춰라'라는 구호도 등장했었다고 카더라. 전반적으로 북쪽은 아파트숲, 남쪽은 커다란 공단으로 이루어져 있음.

탈린의 지질은 전반적으로 석회암 지대인데 구 남쪽에는 커다란 석회암 채석장 같은 것도 있는 듯.

탈린의 관문격인 렌나르트 메리 ㅡ 에스토니아 대통령(1992-2001) ㅡ 공항이 이 구에 위치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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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피리타 Pirita

면적 18.9km², 인구 19,000명으로 탈린 동북쪽 끝에 위치한 시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구. 구의 이름은 구를 가로질러 흐르는 피리타강에서 따옴. 바닷가 쪽으로는 기다란 해안과 요트장이 위치해 있고, 내륙 쪽은 숲과 전원주택 삘의 집들이 있는 모습.

피리타엔 옛날엔 리보니아 최대였다고 하는 피리타 수도원이 위치해 있었음. 수도권은 16세기 리보니아 전쟁 때 파괴되었지만 유적이 남아 있는 모양.

구 남쪽의 바다가 보이는 마르야매에 언덕에는 1960년 소련이 독소전쟁의 소련군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하얀 오벨리스크로 특정지어지는 마르야매에 기념공원을 세웠음. 기념공원에는 여느 러시아의 독소전쟁 기념비처럼 꺼지지 않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지금은 과거형. 2018년 에스토니아 정부는 마르야매에 기념공원 바로 옆에 검은 돌로 만들어진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공원을 건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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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ld Town in Tallinn by Kaupo Kalda

탈린은 큰 도시는 아니지만 고색창연한 구시가지와 새로 빌딩들이 들어서는 신시가지, 오래된 목조주택들과 소련식 아파트들, 숲이 우거진 교외 주택가에 이르기까지 동네마다 색깔이 나름 뚜렷한 것 같음 ㅋㅋ 약간 도시가 성장한 궤적이 켜켜이 쌓여서 뭔가 잘 보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