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가보고 쓰는글 하나 더 갱신

슬로바키아 서쪽 끝에 위치한 브라티슬라바는 슬로바키아의 수도이자 인구 44만 명(2020)의 제1도시. 인구는 나라 규모를 생각해도 (슬로바키아 인구는 약 500만) 많은 편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는 브라티슬라바주(인구 67만)가 슬로바키아 GDP의 26%를 차지해 명실상부한 중심지. 도시는 판노니아 평원의 북쪽, 소(小)카르파티아산맥이 중부유럽 최대 하천인 다뉴브강을 끊어먹는(?) 지점에 위치해 있음. 한편 브라티슬라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수도이기도 한데, 서쪽으로는 오스트리아, 남쪽으로는 헝가리와 바로 국경이 맞닿아 있으며 특히 오스트리아 빈은 차로 한 시간 거리로 굉장히 가까움.

브라티슬라바라는 이름은 중세 때 헝가리와 동프랑크 왕국 간 전투가 벌어졌던 'Brezalauspurc' ㅡ 직역하면 Brezalaus의 성 ㅡ 에서 유래했는데, 슬로바키아의 역사학자 샤파리크가 여기서 'Brezalaus'를 'Bratislav'라고 해석해 지금의 이름을 만들었다고. 중세 때부터 일대의 주요 도시였던 ㅡ 200년 가까이 헝가리 수도였었음 ㅋㅋ; ㅡ 이곳의 전통적인 독일어 명칭은 프레스부르크 Pressburg 이고 헝가리어 명칭은 포조니Pozsony 인데, 슬로바키아인들 역시 독일어식인 프레슈포로크 Prešporok 란 이름을 사용해 오다가 1919년 체코슬로바키아 독립 이후 브라티슬라바가 도시의 공식 명칭이 됨.

현재 브라티슬라바의 행정구역은 5개 구 okres 와 17개 동 mestská časť 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실 구는 단순 행정 단위이고 (이는 슬로바키아 다른 주에 설치된 구들도 동일) 우리나라 자치구 역할을 하는 것은 보다 아래의 17개 동이라고 함. 동들 중에서는 페트르잘카처럼 인구 10만의 대규모 신도시도 있고 천여 명 정도만이 거주하는 외곽 지역의 작은 농촌 동들도 있어서 동들 간 인구편차가 꽤 큰 편. 1구가 도시 중앙에 위치해 있고 나머지 구들은 시계 방향으로 위치하니 요 글에선 그냥 순서대로 나열함.

다뉴브강을 건너는 다리에서 바라본 구시가: 왼쪽이 브라티슬라바 성, 오른쪽이 성 마르틴 성당.

1구

면적 9.6km², 인구 42,546명. 구 전체가 구시가지 Staré Mesto 라는 이름의 하나의 동으로 이름에 걸맞게 구시가지이자 구도심. 구의 서부는 구릉 지대로 브라티슬라바 성과 성 뒤편의 널찍한 단독주택들이 위치해 있고, 구의 동부는 도심지역. 위 짤에 보이듯 도심부는 구시가지가 잘 보존되어 있는 듯한 모습.

구시가지 바깥으론 보다 현대적인 도심지의 모습. 시내 동쪽에는 열심히 고층빌딩들을 올리고 있던데 지금은 다들 공사중이지만 완공되면 나름 볼만할....지도?

서쪽의 언덕 위로는 브라티슬라바 성과 국회의사당, 언덕배기의 큼지막한 주택들이 있음.

성 아래쪽 강변은 원래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던 지역이었으나 사회주의 시대에 철거되고 최근에 재개발이 이루어진 모양.

2구

면적 92.5km², 인구 116,669명. 시 동쪽에 있는 구역으로 루지노우 Ružinov 와 브라쿠냐 Vrakuňa, 포두나이스케비스쿠피체 Podunajské Biskupice의 3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루지노우. 어느 도시나 그렇듯 외곽에는 주택가가 있기 마련..

2구에는 다뉴브강 강변에 위치한 브라티슬라바 항과 구 북동쪽에 위치한 브라티슬라바 공항이 위치해 있음. 브라티슬라바에서 슬로바키아 동쪽으로 가는 고속도로들도 여기서 출발.

교외 지역에는 공장들과 창고, 대형 매장처럼 으레 교외에 위치하는 것들(?)이 위치. 스트리트뷰로 내부가 보이진 않지만 시내 동남쪽에는 슬로브나프트사의 거대한 정유공장이 위치하는데 지도로 보면 존재감이 폭발함. 원래 20세기 초까지 슬로바키아는 전형적인 농업국이었으나 공산 정권 당시 그래도 동쪽에 위치해 안보위협이 덜했던 슬로바키아에 중공업 투자가 많이 이루어져서 산업이 발달한 편이라고 함.

3구

면적 74.7km², 인구 70,641명. 시 북쪽에 위치한 구로 '신도시'란 뜻의 노베메스토 Nové Mesto, 라차 Rača, 바이노리 Vajnory의 3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노베메스토. 20세기 동안 도시화된 지역으로 이동네도 대체로 주거지역.

여기도 외곽은 공장이나 쇼핑몰 등등이 많아 보임.

구의 서북쪽은 소카르파티아산맥의 끝자락으로 숲으로 덮인 나지막한 산맥이 이어져 있음.

4구

면적 96.7km², 인구 98,404명. 시 서북쪽에 위치한 구로 모라바강을 사이에 두고 오스트리아랑 마주보고 있음. 구는 데빈 Devín과 두브라우카 Dúbravka, 카를로바베스 Karlova Ves를 비롯해 6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쪽 끝의 데빈은 다른 동들과도 산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음. 전반적으로 보면 여기도 주거지역인 느낌.

데빈은 행정구역상으론 브라티슬라바지만 사실 시에서 가장 높은 데빈스카코빌라 Devínska Kobyla 산 (514m) 을 두고 서쪽으로 떨어진 별개의 작은 마을. 사바강이 다뉴브강으로 흘러드는 요충지에 위치해 두번째 짤에 보이듯 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데빈 성이 세워져 있음. 두 강이 냉전시기엔 동구권인 체코슬로바키아와 서구권인 오스트리아를 나누는 경계라 군사지대였는데, 현재는 두 강의 합류점에 '자유의 문' 기념물이 세워져 있음.

시 동쪽만큼 공업지대가 크진 않지만 구의 북서쪽에는 공단이 있고 폭스바겐 공장이 있는 모양. 슬로바키아는 세계 11위의 자동차 생산국인데 폭스바겐 슬로바키아가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회사라고 함. 여담으로 2위는 기아자동차인데 요기 공장은 질리나라는 소도시에 있고.. 3위는 아까 봤던 슬로브나프트.

다뉴브 강에서 바라본 도시: 왼쪽이 구시가이고 오른쪽이 강 남쪽의 브라티슬라바 5구.

5구

면적 94.2km², 인구 112,688명. 다뉴브강 남쪽에 위치한 구로 공산 정권 시기 브라티슬라바에 편입된 지역. 구 인구의 대부분은 70-80년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건설된 페트르잘카 Petržalka 에 거주하고 있고, 보다 남쪽에는 야로우체 Jarovce, 루소우체 Rusovce, 추노보 Čunovo 처럼 교외의 마을들이 위치함. 페트르잘카는 슬로바키아 최대의 아파트 단지라고 하는데 한동안 환경이 좋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리모델링을 많이 거쳤다고 카더라

아까 말한 작은 마을들이 위치한 페트르잘카 남쪽은 넓은 평원이 펼쳐진 교외 지역. 인구 구성을 보면 특이하게 크로아티아인이 전통적으로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함.

다뉴브강은 브라티슬라바 시내에선 폭 500m 정도로 그렇게 넓진 않지만 시 남쪽으로 가면 댐이 지어져서 굉장히 광활한 강의 모습을 볼 수 있음. 댐 건설로 다뉴브강 수량이 줄어들어 헝가리와 분쟁이 있었다고 카더라

한편 오스트리아(上) 및 헝가리(下)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곳도 5구. 오스트리아는 강북(?) 지역도 접해 있긴 하지만 북쪽은 모라바강이 자연적 경계선 역할을 한다면 5구 쪽은 완전히 평지라 주요 교통로는 요쪽으로 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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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 얘기: 다 적고 나서 컴퓨터 튕겨서 식겁했는데 글저장 기능 있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 듦...... ㅋㅋ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