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보기: 탈린 리가

빌뉴스 전망이 보이는 게디미나스 성탑

리투아니아 동남부에 위치한 수도 빌뉴스는 인구 50만의 리투아니아 최대 도시이자 발트 3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도시는 네무나스강(네만강)의 지류인 네리스강과 빌네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 주변으로는 숲이 우거진 구릉들이 군데군데 분포하고 있음. 리투아니아가 발트 3국 중 인구는 가장 많지만 리투아니아는 카우나스·클라이페다 등 여러 도시로 인구가 분산되어 있어 빌뉴스 자체는 (리가 원툴인) 라트비아의 리가보다 작은데, 리가의 인구가 라트비아 독립 이후 계속 감소하면서 그 차이는 줄어드는 추세.

1323년 리투아니아 대공국의 수도가 된 빌뉴스는 1795년 폴란드-리투아니아가 멸망할 때까지 오랫동안 리투아니아의 수도였는데, 리투아니아는 리투아니아인의 수가 적고 아무래도 주변 민족들이 문화적 발전을 먼저 이뤘기 때문에 초기에는 루테니아(동슬라브), 후기에는 폴란드의 문화적 영향이 강했음. 빌뉴스는 이런 배경에서 굉장히 다문화적인 인구구성을 지녔는데, 1897년 러시아 인구조사에 의하면 당시 빌뉴스의 인구 15만 명 중 리투아니아인은 2%에 불과했고, 유대인이 40%, 폴란드인이 31%, 러시아인이 20%를 차지했음.

1차대전 이후 빌뉴스는 독립 리투아니아 대신 폴란드가 꿀꺽해 버렸지만, 이내 2차대전 때 소련이 폴란드를 침공하고 리투아니아를 합병하면서 도시는 소련의 지배를 받게 되었음. 대전기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전후의 폴란드인 추방, 주변 농촌으로부터의 유입 등으로 인해 소련 시대 빌뉴스는 비로소 리투아니아인이 주를 이루는 도시가 되었는데, 리투아니아 독립 이후에도 이런 인구 구성은 유지되어서 2021년 기준 도시 인구는 리투아니아인 67%, 폴란드인 15%, 그리고 러시아인 10%로 이루어져 있음: 다만 아직도 교외 지역은 폴란드인 인구가 다수.

빌뉴스의 행정구역은 21개 구(seniūnija; 영어로 eldership이라 번역)로 이루어져 있는데 탈린이나 리가보다 수가 많은 편 ㅋㅋ 요거는 소련 때에는 4개 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독립 이후 개편된 것. 이 글에선 구 배열은 대강 서 → 동으로 하였음

※ 구별 인구(주민등록)는 이 링크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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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기슈케스 Grigiškės

빌뉴스 최서단에 위치한 구. 사실 행정구역상으론 빌뉴스 시에 속하지만 도시로서의 '빌뉴스' 정의엔 포함되지 않음 ㅋㅋ 실질적으로는 제지 공장이 위치해 있는 위성도시.

2. 파네레이 Paneriai

면적 84.8km², 인구 10,577명. 빌뉴스 서쪽에 있는 구로, 면적만 보면 서울시 어느 구보다도 넓은 가장 넓은 구지만 인구 1만에서 알 수 있듯 공장이 드문드문 들어선 교외 농촌 지역. 구청사로 쓰이는 19세기의 트라쿠보케 저택(짤2)과 파시즘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공원(짤3)이 있다고 함.

두 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빌뉴스 시내에 접어드는데 먼저 살펴볼 구들은 빌뉴스 서쪽 고지대(?)에 있는 베드타운 구들. 위성 사진으로 보면 확실히 보이지만 거의 아파트 단지밖에 없음 ㅋㅋ

3. 라즈디나이 Lazdynai

면적 9.9km², 인구 31,681명. 빌뉴스 서단에 있는 구로 풍경은 대충 숲속에 위치한 아파트숲인 듯. 발트 3국 최대의 전시장이라고 하는 리텍스포 전시장이 이 구에 위치함.

4. 카롤리니슈케스 Karoliniškės

면적 3.7km², 인구 24,800명. 시 서쪽에 위치한 작은 구로 그냥 아파트들이 위치해 있는 평범한 구지만... 그래도 빌뉴스에서 제일 높은(326.4m) TV타워가 이 구에 위치해 있음.

5. 필라이테 Pilaitė

면적 13.9km², 인구 29,455명으로 시 서쪽에 있는 구역. 원래 필라이테는 호숫가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이었는데(스트리트뷰 차도 안들어감..) 90년대 이후 '나우요이 필라이테' 신도시가 건설되었다고. 신도시 바깥의 구 상당부분은 교외 지역.

6. 비르슐리슈케스 Viršuliškės

면적 2.6km², 인구 13,908명. 시 서쪽에 있는 구로 여기에도 앞서 본 구들처럼 아파트들이 있음 ㅋㅋ..

7. 유스티니슈케스 Justiniškės

면적 3.0km², 인구 26,522명으로 여기도 빌뉴스 서쪽 아파트촌을 이루는 구들 중 하나.

※ 두번째 짤 오른쪽을 보면 (발트 3국 어딜 가나 보이는 거 같은) 'MAXIMA' 마트가 보이는데 여기를 운영하는 막시마 그룹이 리투아니아에서 제일 큰 회사라고 카더라

8. 파실라이체이 Pašilaičiai

면적 7.9km², 인구 41,954명. 시 서북쪽에 있는 구로 여기도 어김없이 아파트숲. 빌뉴스 시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구들 중 하나임.

9. 파비요니슈케스 Fabijoniškės

면적 5.9km², 인구 37,666명으로 역시 시 북서쪽에 위치. 물론 여기도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음......

10. 셰슈키네 Šeškinė

면적 4.6km², 인구 29,546명으로 이 글 기준 서쪽 베드타운(?)의 마지막 구. 여기도 아파트들이 들어선 주거지역이지만 발트 3국 최대 쇼핑몰인 아크로폴리스 몰이 위치해 있다고 함. 그 외에는 1987년부터 리투아니아 국립 스타디움의 건설이 '진행 중'이라고 카더라

이 다음에 나오는 구들은 네리스 강변 쪽의 보다 지대가 낮은 동남쪽 구들로, 빌뉴스의 원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 위성사진으로 보면 도시를 흐르는 네리스강과 구시가지(세나미에스티스)의 빨간 지붕, 콘스티투치야 대로 주변 고층빌딩들(슈니피슈케스)이 잘 보임.

11. 주베리나스 Žvėrynas

면적 2.6km², 인구 13,841명. 네리스강 북쪽에 위치해 있는 작은 구. 구 북쪽은 상업시설들이 있고 남쪽은 오래된 목조 주택들이 남아 있는 녹지가 풍부한 주택가.

12. 슈니피슈케스 Šnipiškės

면적 4.6km², 인구 16,136명으로 주베리나스보다 조금 더 도심 가까이 위치한 구. 구를 동서로 관통하는 콘스티투치요스 대로를 따라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있는 도시의 업무 지구가 위치해 있는데, 발트 3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유로파 타워와 빌뉴스 시청 신청사도 있지만... 외관은 국립 미술관 건물(첫짤 오른쪽)이 인상적인 듯 ㅋㅋ 근데 대로에서 벗어나면 다소 수수한 풍경.

13. 지르무나이 Žirmūnai

면적 5.7km², 인구 43,619명으로 시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구..인데 달리 말하면 아파트숲. 구의 랜드마크로 남쪽 네리스 강변에 1971년 지어진 '스포츠궁전' 건물(짤2)이 위치해 있는데 최근 컨벤션센터로의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다고 카더라. 그런데 이 건물이 소련이 원래 있던 유대인 묘지를 밀어버리고 지은 거라 논란이 있다고 함.

14. 베르케이 Verkiai

면적 56.0km², 인구 52,575명으로 빌뉴스 북쪽에 위치한 가장 인구가 많은 구인데 사실 워낙 면적이 넓어서 ㅋㅋ; 구의 남쪽은 빌뉴스 시가지의 최북단이고, 북쪽 지역에는 베르케이 지역공원이라는 커다란 공원(27km²)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숲과 호수, 베르케이 저택처럼 오래된 건물 등이 존재하는 모양.

지금까지 봤던 14개 구는 네리스강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면, 나머지 7개 구는 네리스강의 동남쪽에 위치한 구. 여기서 잠깐 네리스 강에 대해 설명하자면 요 강은 리투아니아에서 두 번째로 긴 강으로 벨라루스 북부에서 발원해 북서쪽으로 흘러서 리투아니아 제2도시 카우나스에서 네무나스강(네만강)에 합류함.

15. 안타칼니스 Antakalnis

면적 77.2km², 인구 41,384명으로 빌뉴스 북동부에 위치한 커다란 구. 시가지는 남쪽 지역에만 한정되어 있고 북쪽은 숲으로 덮여 있는데 으리으리한 별장 등이 군데군데 있는 듯. 요 구에는 짤1에 보이는 성 베드로 성 바울 성당처럼 바로크 시대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여럿 남아 있다고 카더라

16. 세나미에스티스 Senamiestis

면적 4.4km², 인구 23,593명으로 이름은 '구시가지'란 뜻. 탈린·리가처럼 빌뉴스 구시가지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구시가지 규모만 놓고 보면 빌뉴스가 확실히 큰 느낌 ㅋㅋ 빌뉴스의 랜드마크들은 대부분 여기 모여 있는데 일단 짤에 나온 것은 순서대로 빌뉴스 대성당·리투아니아 대공 궁전, 필리에스 거리, 시청 광장, 성 카지미에라 성당, 새벽의 문 순.

빌뉴스 대성당은 도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데 대성당을 중심으로 대공 궁전과 국립박물관, 게디미나스 성탑 등이 모여 있음. 아래에 보이는 지금의 성탑은 1933년 재건된 것인데 글 서두의 사진처럼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포인트.

구시가지에 있는 것들 몇 개 더: 위에서부터 리투아니아 대통령궁, 1579년 개교한 빌뉴스 대학교, 16세기에 세워진 성 안나 성당.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빌뉴스의 최대 민족은 유대인이었지만 현재는 나치의 학살과 90년대 이후의 이스라엘 이주 등을 거치며 유대인 인구가 2천 명 정도로 크게 줄어든 상황. 현재 빌뉴스에 남은 시나고그는 짤 왼쪽에 보이는 곳 하나밖에 읎음.

빌뉴스는 원래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였지만 러시아 제국이 빌뉴스를 차지한 다음 성곽을 철거해 버려서 지금은 그없. 현재는 구시가지 동쪽에 포대 부분의 요새가 남아 있음.

앞서 언급했듯 빌뉴스는 빌네강이 네리스강에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구시가지 동쪽으로 흐르는 빌네강을 건너면 리투아니아어로 '강 건너'란 뜻의 우주피스(Užupis)라는 지역이 나옴. 원래 도시의 쇠퇴한 지역이었다가 90년대에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유명해진 지역. 1997년 만우절날 선포된 우주피스 공화국이 나름 유명한데 막짤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세계 여러나라 말로 우주피스 공화국 헌법을 적어놓은 동판 ㅋㅋ

구시가지 북동쪽으로는 빌뉴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이 하나 있는데 그 위에 수백 년 동안 언덕을 지키고 있던 '세 십자가'가 있음. 옛날에는 십자가가 나무로 되어 있어서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했다는데 20세기 초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제작했다고 함. 이 십자가는 소련 시절 철거되었다가 1989년 다시 재건되었음.

17. 나우야미에스티스 Naujamiestis

면적 4.9km², 인구 33,167명. 바로 동쪽에 위치한 세나미에스티스가 구시가지였다면 이 구의 이름은 '신도시'라는 뜻. 이름은 신도시지만 19세기에 조성된 계획도시이니 사실 꽤나 오래된 지역 ㅋㅋ 구 북쪽은 빌뉴스 대성당에서 서쪽으로 뻗어나가는 게디미나스 대로를 중심으로 근대 분위기의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는 모습. 막짤에 보이는 리투아니아 국회도 현재 이 구에 위치해 있고, 소련 시절에는 KGB 리투아니아 본부도 위치해 있었는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음.

신도심 중앙에는 루키슈케스 광장이 있는데 스트리트 뷰로 보면 그냥 공원 같은 느낌. 광장은 최근 포장되어서 좀 더 그럴듯한 모습이 됨.

구의 남쪽에는 빌뉴스 기차역(짤1)이 위치해 있고... 북쪽보다는 동네 분위기가 수수한 느낌.

18. 빌크페데 Vilkpėdė

면적 10.8km², 인구 19,402명으로 시내 남쪽에 위치한 구. 구의 북쪽에는 아파트 단지가, 남쪽에는 공단이 위치함.

구 북쪽에 위치한 빙기스 공원은 빌뉴스에서 가장 큰 도시공원. 

19. 나우이닝카이 Naujininkai

면적 37.6km², 인구 32,832명으로 역시 시내 남쪽에 위치한 구로, 빌뉴스 역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여기도 아파트 단지와 공장들로 구성된 산업지역 느낌. 빌뉴스 국제공항이 이 구에 위치해 있음.

20. 라소스 Rasos

면적 16.3km², 인구 11,727명. 시 동남쪽에 위치한 구로 언덕자락에 집들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는 교외 지역. 구는 몇 개 마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라소스에는 커다란 묘지가 있어 폴란드 초대 대통령인 피우수트스키 ㅡ 現 리투아니아 출신이었음 ㅡ 의 심장이 묻힌 묘도 여기 있다고 함. 마르쿠체이에는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아들 그리고리가 살던 저택이 있는데 현재는 푸시킨 박물관이 되었음.

21. 나우요이빌네 Naujoji Vilnia

면적 38.6km², 인구 39,891명으로 빌뉴스 최동단에 위치한 구...인데 실질적으로는 위성도시. 19세기 철도 개통과 함께 빌뉴스 외곽의 산업도시로 성장했다가 57년에 빌뉴스 시에 편입된 곳이라고 함. 철로를 따라 오래된 집들과 공장들이 있고 좀 더 남쪽으로 가면 아파트 단지가 있는 모습. 요 동네는 폴란드인과 러시아인들이 인구 다수를 차지한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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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출처)

여기까지가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의 모습들이었는데 다른 발트 수도도 그렇지만 빌뉴스도 빨간 지붕으로 덮인 구시가지 vs 교외의 아파트 단지가 대조되는 모습: 물론 도시의 역사나 구조, 인구구성 등은 또 다르지만. 빌뉴스는 항구도시인 탈린·리가와 달리 내륙에 위치한 고도(古都)로 구시가지 규모가 훨씬 크고, 중심부에 유서깊은 대학이 위치해 있는 모양새. 그 밖에는 트램 없는 것도 조금 체감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