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가보고 쓰는 시리즈))

산후안은 카리브해에 떠 있는 미국의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의 수도로, 16세기에 세워져 미국 영토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유럽인들이 세운 곳만 본다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 원래 타이노족이 거주하고 있던 푸에르토리코에 유럽인들이 처음 도착한 것은 1493년이었음. 1508년 스페인인들은 산후안 인근에 카파라라는 이름의 정착촌을 세웠고, 이후 1521년 도시의 이름은 '시우다드 데 푸에르토리코 데 산후안 바우티스타'로 바뀌었음(푸에르토리코와 산후안이란 이름은 둘 다 섬과 도시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섞여서 쓰였는데, 18세기에 지금과 같이 전자는 섬, 후자는 도시의 이름으로 정착되었다고). 스페인과 아메리카 대륙 사이의 중간 기착지였던 산후안은 신세계에서 출발하는 부를 노리던 영국과 네덜란드 등의 침략을 막기 위해 요새화되었음. 1898년 미국이 푸에르토리코를 스페인으로부터 빼앗아 가면서 도시는 미국령이 되었고, 이후로도 미국 자치령(Commonwealth)인 푸에르토리코의 수도로 기능하고 있음.

산후안 시의 인구는 30만 명 정도지만 미국 통계청이 정의한 산후안 도시권의 인구는 2020년 기준 220만 명에 달하는데, 이 정의를 기준으로 하면 푸에르토리코섬이 그리 크지 않은고로(9,104km²) 섬 면적의 54%가 도시권(?)에 들어감 ㅋㅋ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산후안과 시가지가 연담화되어 있는 주변 5개 위성도시를 묶어서 아레아 메트로(Área Metro)라 부른다고 하는데, 이들 6개 지자체만 떼어보면 면적은 494km² 인구는 862,936명으로 섬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거주하고 있음. 한편 도시의 인구는 2000년대 이래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푸에르토리코가 20세기 중후반 미국의 세제 혜택에 힘입어 제조업이 발달했으나 세제 혜택이 1996-2006년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경제가 침체되면서 이것이 인구 유출로 이어졌다고.

202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산후안 시는 면적 126km²에 인구 34만 명이니 km²당 인구밀도(2700명/km²)는 미국령답게 그렇게 높진 않은 편. 도시의 인구를 인종별로 보면 백인이 57.4%, 흑인이 13.4%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전체 인구의 98.0%는 스페인어 사용자였음. 외국인은 도시 인구의 11.5%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가깝고 언어가 통하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 가장 많다는 듯. 한편 2020년 ACS 조사에 따르면 산후안의 평균 가구소득은 23,642$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 평균의 36.4% 수준에 해당함. 북미 도시들이 으레 그렇듯 외곽(남쪽)이 도심(북쪽)보다 소득이 높았음.

산후안 시의 행정구역은 18개 동(barrio)으로 이루어져 있음. 이 글에서는 단순하게 북 → 남 순서로 나열함 ㅇㅇ 참고로 아래에 나온 면적과 인구는 모두 2020년 ACS 조사 웹페이지를 참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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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안 시의 핵심부는 북쪽 해안에 떠있는 산후안섬이란 작은 섬인데, 산후안섬은 행정적으로는 1. 산후안안티구오 San Juan Antiguo 라는 동에 속함. 동 이름을 풀이하면 구(舊) 산후안이라는 심플한 작명. 2020년 현재 산후안안티구오의 면적은 2.6km², 인구는 7,616명으로 굉장히 작은 지역이지만 스페인 식민지 시기 세워진 요새들을 비롯한 각종 관광지들은 주로 이 섬에 모여 있다고.

산후안섬의 지형을 보면 대서양 쪽을 바라보고 있는 섬의 북쪽 해변은 대체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는 천혜의 요새라 할 수 있는데, 따라서 스페인인들이 16-19세기 동안 해변을 따라 성벽을 둘러놓고 커다란 요새들을 만들어 놓았음. 짤은 위에서부터 섬 최북단에 위치한 16세기의 산펠리페델모로 성(일명 '엘 모로'), 스페인이 아메리카에 만들어놓은 요새들 중 가장 거대한 18세기의 산크리스토발 성. 막짤의 절벽 위에 있는 '라 포르탈레사'도 16세기 요새로 지어졌던 곳이었는데 이후로는 푸에르토리코 총독의 거처로 이용되었고, 19세기에 완전히 저택의 모습으로 탈바꿈함. 현재는 푸에르토리코 주지사 관저로 쓰이고 있다고.

한편 산크리스토발 성 아래로는 바닷가를 따라 라페를라라는 조금 허름한(?) 동네가 위치해 있는데... 라페를라라고 하면 몰라도 "데스빠씨또 거기"라고 하면 어딘지 감이 오실 분이 많을 듯 ㅋㅋ

라틴아메리카 도시 필수요소인 성당과 광장들이 있는 구시가지의 모습: 위에서부터 산후안 대성당, 아르마스 광장, 포르탈레사 거리. 구시가지 어딜 가나 있는 원색의 스페인풍 건물들이 특징적인 느낌. 섬의 남쪽으로는 크루즈선이 정박하는 항구가 있음.

섬의 동쪽 푸에르타 델 티에라 지역은 성벽 바깥에 있던 지역으로 관광지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한 지역. 첫짤에 보이는 1929년 지어진 주의회 의사당 '엘 카피탈리오'가 이 지역에 위치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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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투르세 Santurce 는 면적 35.8km², 인구 64,825명으로 산후안섬에서 남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제일 먼저 나오는 반도 지역. 이 일대는 20세기 초 산후안 시가지가 섬 바깥으로 팽창하면서 빠르게 성장했고, 1950년 19만 명에 달했던 인구는 도심 공동화의 결과로 현재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산후안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동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

반도 최서단의 이슬라그란데에는 페르난도 루이스 리바스 도미니시 공항이라는 소형 공항이 있는데, 여기서는 푸에르토리코 동쪽의 비에케스섬으로 가는 비행기만 뜬다고 함 ㅡ 메인공항은 동쪽 카롤리나 시에 위치해 있음. 공항 근처에는 컨벤션센터가 위치해 있음.

반도 북쪽의 콘다도 지역(짤 1, 2)은 유명한 해변이 위치한 동네로, 대서양을 따라 기다란 백사장과 호텔, 콘도 등이 이어져 있는 모양새. 세번째 짤의 미라마르 지역은 산투르세 서쪽 ㅡ 대충 이슬라그란데와 콘다도 사이 ㅡ 에 위치한 지역으로 스페인풍의 고풍스런 저택들이 유명하다고. 막짤은 구 중앙에 위치한 푸에르토리코 미술관의 모습.

산투르세의 경우 고층 건물들은 아무래도 바다가 보이는 북서쪽에 밀집되어 있고, 동남쪽으로 갈수록 보다 수수한(?) 지역들이 나오는 모습. 첫짤에 보이는 사그라도코라손 역은 바야몬으로 이어지는 17km짜리 도시철도(Tren Urbano)의 기점인데, 푸에르토리코 섬에서 현재 유일하게 운행되는 철도 노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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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투르세 남쪽으로는 마르틴페냐 수로라고 하는 샛강(?)이 지나가는데, 이 강 남쪽에 있는 동네들은 원래 리오피에드라스(Río Piedras)라는 별개의 시였으나 1951년 리오피에드라스가 산후안에 통합되면서 도시의 일부가 됨. 현재 舊 리오피에드라스 지역은 산후안 시 면적과 인구의 약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산후안의 신도심인 아토레이가 이 지역에 위치해 있음.

3. 아토레이노르테 Hato Rey Norte

면적 9.5km², 인구 13,368명. 산투르세에서 실개천을 건너 남쪽으로 가면 나오는 동네로, 아토레이를 이루는 3개 동 중 하나임. 산후안의 업무지구로 고층빌딩이 즐비한 미야데오로(Milla de Oro), 푸에르토리코 최대의 경기장/공연장인 호세 미겔 아그렐로트 콜리세오, 카리브 최대의 쇼핑센터인 플라사 라스 아메리카스 등이 위치해 있음. 실질월경지이긴 하지만 산후안 컨테이너 항구도 행정구역상으로는 이 동네 소속.

4. 아토레이센트랄 Hato Rey Central

면적 2.6km², 인구 14,141명. 아토레이노르테 동쪽에 위치한 동네로 작은 영역이지만 고층 건물과 주택가, 빈민가가 뒤섞인 미묘한 풍경...?

5. 아토레이수르 Hato Rey Sur

면적 2.1km², 인구 9,068명. 아토레이를 구성하는 3개 동 중 하나로 셋 중 남쪽에 위치해 있음. 바로 옆 우니베르시다드에 대학교 캠퍼스가 있어 대학가가 있는 모양.

여담으로 아토레이의 남쪽 경계를 따라 작은 개천이 하나 흐르는데, 이 개천의 이름이 1951년 산후안에 합병된 리오피에드라스 시의 어원인 '리오 피에드라스'가 되겠음.

6. 우니베르시다드 Universidad

면적 1.6km², 인구 1,787명으로 산후안 시에서 가장 작은 동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바리오 영역 대부분이 푸에르토리코 대학교 캠퍼스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실 이 학교는 푸에르토리코 곳곳에 캠퍼스가 있는데 산후안의 리오피에드라스 캠퍼스가 가장 큰 캠퍼스.

7. 오리엔테 Oriente

면적 4.8km², 인구 26,303명으로 (사실 K-도시 기준으로 보면 km²당 5천이면 널널한 편이지만) 시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동네. 이름 그대로 산후안 동쪽에 위치해 있음.

산후안 동쪽에는 산호세 석호라는 커다란 석호가 있는데 테오도로 모스코소 대교가 석호를 가로질러 공항과 시내 남쪽을 잇고 있음. 석호 주변으로는 맹그로브 숲이 울창하게 자리를 잡음.

8. 사바나야나노르테 Sabana Llana Norte

면적 6.3km², 인구 24,613명. 산후안 동쪽 외곽에 위치한 동네로 몰오브산후안이라는 커다란 쇼핑몰이 위치해 있는 듯.

9. 사바나야나수르 Sabana Llana Sur

면적 11.1km², 인구 33,662명. 산후안 동쪽, 사바나야나노르테 바로 아래에 있는 동네로 대체로 주택가인 모습.

10. 푸에블로 Pueblo

면적 1.8km², 인구 5,826명. 1951년 산후안에 합병된 리오피에드라스 시의 중심지격인 곳으로, 비공식적으로 다운타운 리오피에드라스라고도 불린다고. 라틴아메리카스럽게 성당이 있는 광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듯. 동네 중앙을 고속도로가 끊어놓고 있는데 그 남쪽은 약간 달동네 느낌..

11. 엘싱코 El Sinco

면적 3.4km², 인구 5,535명. 산후안 시역 중간쯤에 있는 구. 도시철도의 쿠페이 역이 쿠페이 구가 아닌 이 구 중앙에 위치해 있고, 그 외에 푸에르토리코 대학 식물원이 이 구에 있음.

12. 고베르나도르피녜로 Gobernador Piñero

면적 11.9km², 인구 37,952명으로 산후안 서쪽에 위치한 동네. 동네 이름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최초로 푸에르토리코 출신 주지사였던 헤수스 피녜로(임기 1946-1949)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13. 모나시요 우르바노 Monacillo Urbano

면적 8.5km², 인구 18,288명. 산후안 남쪽에 위치해 있는 동네로 원래 모나시요의 일부였다고.

14. 모나시요 Monacillo

면적 2.9km², 인구 9,832명으로 아까 언급한 모나시요 우르바노 남쪽에 위치해 있는 동네.

15. 쿠페이 Cupey

면적 19.8km², 인구 29,790명. 산후안 남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중위 가구소득이 2020년 기준 40,805$로 산후안에서 가장 높은 동네였다고 함. 전반적으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게이티드 커뮤니티 주택단지들이 많아 보임.

16. 카이미토 Caimito

면적 14.3km², 인구 18,327명. 역시 산후안 남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옆동네 쿠페이와 더불어 시에서 비교적 소득이 높은 동네. 여기도 야트막한 산들에 주택가들이 군데군데 들어서 있는 교외 지역. 산후안 시에서 가장 높은 지점(해발 314m)이 여기에 있다고.

17. 토르투고 Tortugo (면적 2.1km², 인구 3,813명), 그리고 18. 케브라다아레나스 Quebrada Arenas (면적 6.6km², 인구 2,207명)는 산후안 최남단에 위치한 동네들로 푸에르토리코 제2의 도시인 폰세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지나감. 아무래도 산호세 시가지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고, 숲이 울창한 구릉 지대에 공장들과 단독주택들이 드문드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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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의 모습. 전반적으로 보면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스페인풍의 구시가지와 바다를 바라보는 요새들, 커다란 항구와 해변들이 있는 나름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도시 같음. 외곽은 스프롤 현상이 일어나서 이런 점은 미국스러운(?) 거 같기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