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안가보고 쓰는 글입니다

미방짤: https://goo.gl/maps/xMXB2PKvynk94Zmv9

하늘에서 내려다본 바르다르강과 스코페 요새

스코페 Скопје 는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 북마케도니아의 수도로, 2021년 기준 북마케도니아 인구의 28.7%인 52만 명이 살고 있는 북마케도니아 제1의 도시. 스코페는 해발고도 약 240m에 위치해 있는데, 남쪽으로는 보드노산(1,066m), 북쪽으로는 스콥스카츠르나고라 산맥(최고 1,651m)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도시는 에게해로 흐르는 바르다르강을 따라 동서로 길게 이어져 있음. 한편으로는 도시가 단층 지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지진이 잦다고도 카더라. 아무래도 내륙이고 분지다 보니 유럽 도시 치곤 연교차가 꽤 큰 편인데, 평년값을 보면 1월 평균기온은 0℃, 7월 평균기온은 24℃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기온대지만 일교차가 크고, 강수량은 483mm로 좀더 건조한 듯.

도시의 이름은 알바니아어로는 슈쿠프 Shkup, 튀르키예어로는 위스퀴프 Üsküp, 세르비아어로는 스코플레 Скопље 등으로도 불리는데, 정확한 뜻은 불명이지만 고대 로마 이전 일대에 살던 다르다니아인들의 도시 스쿠피 Scupi 에서 유래해 오랫동안 쓰인 이름. 스코페는 로마(와 비잔틴), 불가리아, 세르비아, 오스만 사이에서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는데, 불가리아 제국(972~992)과 세르비아 제국(1346~1371)은 이 도시를 수도로 삼기도 했음. 1945년 스코페는 유고슬라비아의 구성국 마케도니아 SR의 수도가 되었으나, 1963년 대지진으로 시가지가 완전히 파괴되는 비극을 겪음. 지진 이후 일본의 단게 겐조를 중심으로 유명 건축가들이 참여한 재건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면서 스코페는 현대적 도시로 다시 건설되었음.

2021년 인구조사 결과 스코페의 인구는 마케도니아인이 58.7%, 알바니아인이 22.8%, 롬인이 3.5%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전에도 글을 쓴 바 있지만 마케도니아 법상 특정 지자체에서 20%가 넘는 민족의 언어는 공용어로 지정되는 연유로 인구 문제는 매우 민감한 문제였고, 덕분에 19년만에 실시된 인구조사는 대규모 보이콧(불참한 인원들의 수는 다른 행정 데이터를 참고하여 반영하였으나, 민족 등은 조사되지 못함)으로 파행을 겪었다고.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얻을 수 없지만, 도시의 인구구성이 다양한 민족들로 이루어져 있고 동네별로 민족 구성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뚜렷이 보임. 한편 튀르키예인의 경우 20세기 초까지는 도시 인구에서 꽤 많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음.

북마케도니아의 행정구역은 80개 지자체들 општини 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10개 지자체가 스코페 시를 이루고 있음. 스코페의 경우 시장과 시의회가 따로 있으므로 단층제인 나머지 지역과 달리 행정구역이 양층제인 셈...? 여기서는 대충 서쪽 → 북쪽 → 동쪽 순서로 구들을 나열함 ㅇㅇ

1. 사라이 Сарај

면적 229km², 인구 38,399명(이하 2021년). 스코페 서쪽 끝에 있는 커다란 자치구로, 대부분 인구는 알바니아인임. 도시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구로, 구의 대부분은 아직 미개발된 농촌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음. 원래는 스코페와 별개로 사라이, 콘도보라는 2개 지자체가 있었으나, 2004년 스코페 시에 합병되었음.

이 곳이 스코페에 편입된 것은 사실 2001년 체결된 마케도니아 내전 평화 협상에 따른 결과였는데, 협상에 따라 ⓐ 어떤 지역에서 인구 20% 이상을 차지하는 민족어는 공용어가 되고, ⓑ 소수민족 비율이 높아지도록 행정구역을 개편하도록 하였음. 이 과정에 반발도 있었으나(야권에선 편입 무효 국민투표를 밀어붙였으나 투표율 미달로 실패함) 스코페도 사라이 편입으로 인해 알바니아인 인구가 20%를 넘기게 됨에 따라 알바니아어가 마케도니아어와 함께 공용어로 지정됨.

사라이의 볼거리는 트레스카강을 따라 여러 동굴과 수도원들이 위치해 있는 마트카 계곡이 유명하다고 카더라. 1930년대 댐이 지어지면서 북마케도니아의 첫 번째 인공 호수가 되었다고.

2. 조르체페트로프 Ѓорче Петров

면적 67km², 인구 44,844명. 스코페 시내 서쪽 끝에 위치한 자치구로, 1996년 카르포시 구에서 분구되었음. 구의 이름은 북마케도니아의 혁명가였던 조르체 페트로프(1865-1921)의 이름을 딴 것. 동네 모습은 그냥 아파트와 단독주택들이 있는 주택가인 듯.

3. 카르포시 Карпош

면적 35km², 인구 63,760명으로 도심 서쪽에 위치한 구역. 첸타르, 차이르, 가지바바, 키셀라보다와 함께 1976년 스코페가 5개 구로 분구될 때 설립된 지자체로, 구의 이름은 17세기 오스만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던 페타르 카르포시의 이름에서 따 왔음. 지금은 격자형으로 구획된 신시가지가 위치한 동네.

스코페 바로 남쪽에는 해발 1,066m의 보드노산이 위치해 있는데 행정구역상으로 바로 이 구에 속해 있음. 해발고도는 보기보다 높지만 케이블카가 있어서 정상까지는 다이렉트로 올라갈 수 있는 모양. 산 위에는 2002년 세워진 대형 십자가인 '새천년 십자가'가 서 있고, 중턱에는 성 판텔레이몬 수도원처럼 비잔틴 시대 만들어진 수도원들과 작은 민속촌 등도 있다고 함.

도심부 전경

4. 첸타르 Центар

면적 7.5km², 인구 43,893명으로 이름 그대로 스코페의 중심에 위치한 구. 구의 행정구역은 바르다르강 남북에 모두 걸쳐 있지만 대체로 강의 남쪽에 있음. 오스만 시절부터 스코페는 강 남쪽에 기독교인이, 북쪽에 무슬림이 살았는데, 1963년 지진으로 도시가 파괴된 이후 강 남쪽은 모더니즘 스타일의 신도시로 재건됨. 독립 이후 북마케도니아 정부는 돈 낭비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도심부를 신고전주의적인 모양새로 재개발하는 ‘스코페 2014’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런저런 기념물들과 동상이 도시 곳곳에 세워졌다고 함.

스코페 도심의 중심이 되는 곳은 마케도니아 광장 Плоштад Македонија 과 광장으로 이어지는 돌다리 Камен Мост. 

 • 바르다르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돌다리는 15세기 메흐메트 2세가 지었다고 하며, 스코페 시의 문장과 깃발에도 그려져 있는 나름 도시의 랜드마크 되겠음.

 • 마케도니아 광장은 돌다리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원래는 수수한(?) 외양이었으나 2010년대 들어 대규모 공사로 바닥 디자인이 고대스럽게 바뀌고, 동상들이 투머치하게 들어섬. 첫짤에 보이는 위엄있는 기마상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상이고 그리스 피꺼솟, 두번째 짤의 동상은 키릴 문자를 만든 키릴과 메토디우스.

스코페 2014 프로젝트 때 세워진 것들로는 동상 말고 웅장한 건축물들도 있었음. 첫번째 짤에 보이는 마케도니아 문 Порта „Македонија“ 은 2012년 완공된 대표적 기념물. 다른 예로는 바르다르강 북쪽으로는 고전 양식의 건물들이 한껏 들어서 있는데... 이것들도 앞서 말했듯 다 최근 들어 새로 지은 건물 ㅋㅋ

위성사진으로 마케도니아 광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음.

광장 남쪽으로 내려가면 마케도니아 거리라는 보행자 거리가 쭉 이어져 있음. 

 • 테레사 수녀가 스코페에서 태어난 가톨릭 알바니아인으로 인도에서 활동...이라는 행적 때문에 북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 인도가 그녀의 국적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 거리 한켠에 테레사 수녀의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다고. 

 • 마케도니아 거리 끝에는 옛 스코페 기차역이 위치해 있는데, 1963년 대지진으로 파괴된 이후로는 일부만 보수하여 도시 박물관으로 이용하고 있음.

 • 바르다르강 북쪽에는 튀르키예어로 ‘성’이란 뜻의 칼레 Кале 라고 부르는 스코페 요새가 위치해 있음. 글 맨 위에 첨부한 사진에서 얼핏 지나갔지만 사실 내부는 거의 비어 있고, 현재는 성벽이랑 탑 정도가 복원되어 있는 모양. 

 • 막짤은 요새가 있는 강 북쪽 언덕에서 바르다르강을 내려다본 모습인데, 강가에 조성된 공원과 필리프 2세 아레나 경기장이 눈에 들어옴.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들은 도심 외곽 지역.

 • 서쪽 도시공원 옆의 데바르말로 Дебар Маало (짤1)는 가로수가 우거진 골목들이 있고 레스토랑과 바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메인이 되는 골목은 (짤 왼쪽에 보이는) ‘보헤미안 거리’라는 짧은 보행자 거리라고 함.

 • 첸타르 구 남쪽 지역은 보드노산 산자락에 걸쳐 있는데, 널찍한 집들과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동네.

 • 도심 북동쪽 크르녜보 Крњево의 대조되는 건축물들: 왼쪽에 멀리 보이는 MRT 방송국 본사는 80년대 완공되어 몇 년 전까지 스코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고, 가운데 보이는 첼레비야 모스크는 오스만 시절 지어진 모스크. 오른쪽의 성 키릴 메토디우스 대학은 북마케도니아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대학으로, 사회주의 시절 브루탈리즘 양식으로 지어진 인상적인 캠퍼스를 가지고 있음.

5. 차이르 Чаир

첸타르 바로 북쪽, 스코페 요새 바로 바깥에 있는 구. 구명은 튀르키예어로 목초지라는 뜻의 차이으르 çayır 에서 유래함. 면적은 3.5km²로 가장 좁지만, 인구는 62,586명으로 상당한 편이라 스코페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음. 전반적으로 보면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구시가지. 전통적으로 스코페는 바르다르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의 무슬림 지역이랑 남쪽의 기독교도 지역으로 나뉘었는데, 강 북쪽에 있는 차이르는 예로부터 무슬림들이 거주했고 지금도 알바니아인들이 인구의 주를 이루고 있음.

이미지 출처: [1] [2]

이 구의 남쪽은 마케도니아어로 스타라 차르시야 Стара Чаршија, 영어로 풀이하면 올드 바자르로 알려진 옛 시장. 올드 바자르는 오스만 시절부터 도시의 상업 중심지로, 지금도 오스만스러운 거리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음. 이 동네에는 무스타파 파샤 모스크를 비롯한 오래된 모스크들과 교회, 오스만 시절의 여관들(술리안, 쿠르슘리안 등)과 목욕탕(치프테아맘) 등 문화재들이 밀집해 있다고 함.

한편 스타리 차르시야 북동쪽에 위치한 비트 파자르는 지금도 스코페에서 제일 큰 시장이라고.

구의 동쪽으로 눈을 돌려 보면, 16세기 세워진 스코페 시계탑도 꽤 눈에 띄는 도시의 건축물 중 하나임. 시계탑 옆에는 술탄 무라트 모스크가 위치.

6. 슈토오리자리 Шуто Оризари

면적 7.5km², 인구 25,726명. 스코페 북쪽 외곽의 구역. 원래는 작은 근교 마을이었으나, 1963년 지진으로 스코페가 파괴된 이후 집을 잃은 롬인(통칭 ‘집시’)들을 이주시키면서 형성된 구역임. 1996년 별도의 자치구로 분구되었고, 마케도니아 법상 인구 대다수가 롬인인 슈토오리자리에선 롬어가 공용어로 지정되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롬어가 공용어인 동네라고 카더라.

7. 부텔 Бутел

면적 55km², 인구 37,968명. 2004년 차이르에서 마케도니아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북쪽 지역이 분리되어 신설되었음. 동네는 그냥 주택가...인 듯? 저는 안 읽어봤지만 그리스의 유명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의 모티브가 된 요르요스 조르바스가 부텔의 공동 묘지에 묻혀 있다고 카더라.

8. 가지바바 Гази Баба

면적 111km², 인구 69,626명. 스코페 동쪽에 위치한 넓은 구로, 구명은 스코페에 살았던 오스만 시인 아시으크 첼레비 Aşık Çelebi 의 별명에서 유래함. 스코페에서 북마케도니아 남동부, 더 나아가 테살로니키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으며, 북마케도니아에서 가장 큰 산업 단지가 위치해 있음.

가지바바 구에서는 2017년부터 알바니아의 Balfin 그룹의 투자로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2021년 말 이스트게이트 몰이라고 하는 대형 쇼핑몰이 먼저 문을 열었다고 카더라. 발칸에선 세 번째로 큰 규모라 함.

9. 아에로드롬 Аеродром

면적 22km², 인구 77,735명. 스코페 동남쪽에 있는 구로, 스코페의 자치구들 중 인구가 가장 많음. 구의 이름이 ‘비행장’인데 실제로 과거 스코페 공항이 여기에 있었다고 카더라. 1963년 지진 이후 공항은 시내에서 좀더 멀리 떨어진 페트로베츠로 이전되었고, 공항이 있던 자리는 아파트들이 들어선 신도시가 되었음. 여기는 원래 키셀라보다 구에 속했다가 2004년 분구되었음.

아에로드롬과 첸타르 구의 경계에는 지진 이후 복구된 스코페 기차역이 위치해 있음. 이곳은 중앙 기차역 외에 시외버스 터미널 역할도 겸하고 있다는데, 그래서 마케도니아어로는 스코페 교통센터 ГЖС „Скопје“ 라고 부른다고.

한편 이 구에는 2020년 완성된 북마케도니아 최고층 건물인 제바히르 타워가 위치해 있는데 건물의 용도는 주상복합 아파트. 최고층은 40층이고 높이는 130m라고 함. 세르비아 대로 옆에 위치한 건물은... 튀르키예 회사인 제바히르 홀딩의 투자로 지어짐.

한편 아에로드롬에 있던 공항은 지진 이후 스코페 동쪽 페트로바츠로 옮겨갔는데, 위 짤이 현재의 스코페 공항. 여기서 여러 유럽 도시들로 가는 비행기가 뜨는데 가장 수요가 많은 도시는 이스탄불이라고 함. 2006년 북마케도니아 정부는 공항 이름을 ‘알렉산드로스 대왕 국제공항’으로 바꿔서 그리스의 반발을 샀는데, 2018년 그리스와 관계 개선을 위해 다시 이름이 스코페 국제공항으로 환원되었다고 함.

10. 키셀라보다 Кисела Вода

면적 34km², 인구 61,965명. 구의 이름은 광천수라는 뜻인데, 성 니키타 교회에 있었던 샘물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함. 지금은 아파트와 주택가, 외곽의 산업 지대들이 위치한 교외 지역인 듯.

여기가 구 이름의 유래가 된 성 니키타 교회. 전해지기로는 18세기 후세인 베이라는 사람이 이곳에 있는 샘물에 눈을 씻었더니 멀었던 눈이 뜨이는 기적이 일어났고, 그가 나중에 기적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마을 사람들에게 작은 교회를 지을 돈을 주어서 교회가 지어졌다고 카더라. 

보드노산에서 내려다본 스코페

여기까지가 대략 북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 대한 내용. 바르다르강 계곡에 자리잡은 스코페는 오랜 역사 동안 다양한 문화가 교차한 곳으로, (여기선 별로 언급 안했지만) 로마 유적과 중세 정교회 수도원, 오스만 색채가 짙은 북쪽 구시가지, 1963년 지진 이후 재건된 사회주의 색채가 짙은 시가지, 독립 이후 북마케도니아 정부가 여기저기 세운 기념물과 신고전주의적 건물들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 독특한 모습을 이루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