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슈케크의 중심, 알라토 광장

비슈케크(Бишкек)는 키르기스스탄 북부 추이(Чүй)강 유역 평야에 위치한 도시로,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이자 최대도시임. 2022년 기준 키르기스스탄 인구의 16.3%에 해당하는 109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GDP는 2020년 기준 전국의 38.5%에 해당됨. 도시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천산산맥의 한 갈래인 키르기스 알라토(Ала-Тоо)산맥이 지나가서 시내에서도 눈 덮인 설산이 줄곧 보이고, 시가지에 직접 접하진 않지만 북쪽으로는 추이강이 카자흐스탄과의 국경을 이루고 있음. 도시는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연결하는 튀르키스탄-시베리아 철도의 지선상에 위치하고 있음.

비슈케크의 역사는 1825년 코칸드 칸국이 통상로를 방어하기 위해 세운 피시페크(Пишпек)요새에서 출발함. 1860년 러시아는 피슈케크 요새를 점령한 후 파괴했고 그 자리에 도시를 설립하였음. 소련 정권 수립 이후 키르기스 ASSR(이후 SSR로 승격)이 설립되면서 피슈페크는 행정 중심지가 되었고, 도시의 이름은 이곳 출신이었던 소련의 군인 미하일 프룬제의 성을 따 프룬제(Фрунзе)로 개칭되었음. 1991년 도시의 이름은 피슈페크의 키르기스어식 발음인 비슈케크로 개칭되었고, 독립 키르기스스탄의 수도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짐. 도시의 역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비슈케크 시 홈페이지에 영어로도 적혀 있으니 참조.

이 지역에서 처음 실시된 1897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피시펙스키 군의 인구는 17만 명으로, 이 중 6615명이 피시페크 시에 거주하고 있었음. 당시 도시 주변의 인구는 거의 전부가 키르기스인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도시 안에는 러시아인(2520명)과 중국인(1496명), 우즈베크인(1215명) 인구가 많았음. 소련 시절 프룬제(비슈케크)는 압도적으로 러시아인 다수인 도시였는데, 1970년 인구 43만 명 중 키르기스인의 비중은 12%에 불과했음.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인들이 더 나은 경제적 조건을 찾아 키르기스스탄을 떠나고, 주변 시골 인구가 유입되면서 도시의 인구구성은 빠르게 변화했는데, 1989년 61만 명이었던 인구는 100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고, 키르기스인 비중도 2021년에는 75.6%까지 높아짐.

비슈케크의 행정구역은 심플하게 4구 구성. 1938년 3개 구가 먼저 설치되었고, 1974년 옥탸브리 구가 추가로 분구됨. 구 이름들은 모두 사회주의 관련인데 소련 붕괴 이후에 안 바뀌어서 그런 듯 ㅋㅋ 위성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가로수 땜에 푸르게 보이는 소련시대 아파트그라드와 외곽의 스프롤(?) 지대가 대조되는데, 먼저 설치된 3개 구가 도심부를 3갈하는 한편 옥탸브리 구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걸 알 수 있음.

레닌 구 Ленин району

면적 58.73km², 2017년 인구는 25만 1,500명. 비슈케크 시 남서쪽에 위치한 구로 도심부 서쪽 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시청 소재지이기도 함. 위의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사실 도심부는 구의 북동쪽 일부만 해당되고, 대부분 지역은 남서쪽으로 넓게 뻗은 주택가. 소련 붕괴 이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한 지역으로, 키르기스인 비중도 도시에서 가장 높은 편임(2009년 기준 75.5%). 구의 이름은 아마 다들 알고 있을 블라디미르 레닌에게서 따옴.

이짤에 보이는 하늘색 건물이 비슈케크 시청의 모습. 매우 고전적인 외양임.

시청에서 키르기스스탄 국립대학교까지는 ‘청년거리’란 이름의 심플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음. 두 번째 짤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은 ‘톡토굴 사틀가노프 필하노믹’ 공연장으로, 앞에 마나스(키르기스스탄 전설에 나오는 영웅) 동상이 서 있는 광장이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된다는 듯.

도심부는 격자형으로 잘 구획되어 있으며, 소련스러운 건물들과 아파트들이 있는 모습. 가로수도 풍부하게 심어져 있지만 스트리트뷰 촬영 시기가 늦가을이라 이 글 전반적으로 이미지가 다소 황량해 보임 ㅋㅋ;

도심지 바로 서쪽에 있는 오시 바자르(Ош базары)는 비슈케크의 대표적인 시장 중 하나. 오시 바자르가 가장 크긴 하지만 지도로 보면 도심지 서쪽으로 농수산물 시장 등이 연달아 위치해 있는 듯.

구 외곽에는 단독주택가가 넓게 형성되어 있는데, 위성사진으로 보면 90년대 이후 외곽 지역에 상당한 규모로 도시 확장이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음. 구글 등에 검색해보면 여기도 인구 급증에 따라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있는 모양.

하늘에서 비슈케크를 내려다보면 1940년대 지어진 악쿨라(Ак-Кула) 경주장이 눈에 띄는데... 가까이서 보면 보기보다 소박한 듯? 이곳은 바로 말이 달리는 경기장. 최근에는 이 경주장을 재건축하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함.

비린치마이 구 Биринчи май району

면적 약 *40km², 인구 205,300명으로 비슈케크 도심 중앙부와 시내 북서쪽 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구. 구의 영역이 다소 희한하게 생겼는데, 남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부분은 비슈케크의 도심부로 도시의 중심인 알라토 광장이 이 구에 위치해 있으며, 나머지 지역은 레닌 구처럼 스프롤 지대. 구의 이름은 키르기스어로는 ‘비린치마이’, 러시아어로는 ‘페르보마이스키(Первомайский)’로 꽤 차이가 나는데, 해석하면 ‘5월 1일’로 노동절에서 따온 이름임.

* 검색해도 이 구의 면적에 대해 언급한 기사를 찾을 수가 없음... :l 키르기스어 위백에는 47km²라 나와 있는데 구글어스로 재보면 그것보단 작음.

알라토 광장(Ала-тоо аянты, 짤1)은 비슈케크의 중앙에 있는 광장으로, 1984년 키르기스스탄 ASSR 수립 60주년을 기념해 건설되었음. 원래 광장의 이름은 레닌 광장이었고 이름에 걸맞게 레닌 동상이 서 있었다가, 독립 이후 광장은 ‘알라토 광장’으로 개명되었고 레닌 대신 마나스의 동상이 들어섬. 2000년대 이후 키르기스스탄에서 발생한 시민혁명의 배경으로 뉴스에 모습을 비친 곳. 광장 북쪽에는 사각형 건물이 인상적인(?) 키르기스 국가역사박물관이 위치해 있음.

광장 북쪽으로는 판필로프 공원과 참나무 공원(Эмен паркы, 짤1) 등 녹지들이 조성되어 있음. 키르기스스탄 정부청사(짤2), , 대법원 등 관청들도 요 공원이 밀집한 동네에 대부분 소재해 있는 듯 함.

알라토 광장에서 동서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는 추이 대로는 비슈케크 도심을 가로지르는 메인 도로 중 하나. 오른쪽에 보이는 큰 건물은 키르기스어로 하얀 집(Ак үй)이라고 하는 건물인데,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 역할을 겸하고 있음.

한편 남북 방향으로는 에르킨딕 대로(Эркиндик проспекти, 자유 대로)가 도심의 중앙을 관통해 비슈케크-2 기차역(짤2)까지 이어져 있음. 거리 양옆으로는 차로가 있고, 중앙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는데 대로의 참나무들은 1900년대에 심어졌다고 카더라. 비슈케크-2역은 도시의 메인 기차역으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방면으로 열차가 다닌다고(키르기스스탄 지형 특성상 지역간 철로 연결은 다소 부실함).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철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만약 계획대로 되면 비슈케크에서 발륵츠를 거쳐 남부 지방과 중국으로 철도가 놓일 듯.

비슈케크 도심부는 추이 대로가 동서로, 에르킨딕 대로가 남서로 축을 이루는 가운데 작은 길들이 격자형으로 짜여 있는데, 그 격자(?) 지역들은 대체로 상업시설과 고층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는 모양새. 두번째 짤에 보이는 비슈케크 파크는 키르기스스탄 최고층 빌딩(21층)이자 비슈케크에서 가장 큰 쇼핑몰 중 하나라고 카더라.

비슈케크 역 남쪽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섞여 있는 주거 지역인데 판도는 요상하지만 이 구에 속함. 두번째 짤 오른쪽에 보이는 개천은 해당 블록(?)을 흐르는 비슈케크의 주요 하천 알라아르차(Ала-Арча)강.

반대편인 도심 북쪽으로 가 보면 지벡졸루 대로(Жибек-Жолу проспекти)라고 하는 큰길이 있는데, 우리말로 풀이하면 실크로드 대로가 되겠음. 이 대로를 경계로 남쪽은 잘 구획된 소련식 신도시라면 북쪽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스프롤 지대. 한편 첫번째 짤에서 왼쪽에 얼핏 보이는 파란 첨탑은 러시아 정교회의 키르기스스탄 교구 대성당인 부활 성당. 이 길 따라 서쪽으로 쭉 가면 두번째 짤에 보이는 서부 버스터미널이 있는데 비슈케크 최대의 버스 터미널.

지벡졸르 대로 북쪽... 사실 구의 대부분 지역은 단독주택과 일부 아파트 단지들로 이루어진 스프롤 지대. 일부러 찾은 건 아닌데 첫번째 짤 유심히 보면 한식당(КОРЕЙСКАЯ КУХНЯ)도 있음 ㅋㅋ

스베르들로프 구 Свердлов району

면적 33.4km², 인구 270,500명. 비슈케크 시내 북동쪽에 위치한 구역으로, 도심부의 동쪽 지역을 포함하고 있음. 구의 영역은 북쪽과 동쪽 두 방향으로 길게 ㄴ자 모양으로 이어져 있는데, 북쪽 방향은 거의 단독주택 위주라면 동쪽 방향으로는 아파트 단지들도 많이 들어서 있는 듯. 구의 이름은 소련의 정치가 야코프 스베르들로프(1885-1919)의 이름에서 따옴.

구 소련 도시는 어딜 가나 2차대전 기념물이 있는데, 비슈케크에도 승리 광장(Жеңиш Аянты)이 도심 동쪽에 위치함. 원래 이곳은 시장이 위치해 있었으나 1985년 시장이 철거된 자리에 광장이 조성되었다고 함.

구의 남서쪽 지역에 해당하는 도심부 동쪽의 모습. 알라토 광장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추이 대로 주변에는 중앙백화점(ЦУМ)과 굼(ГУМ) 쇼핑몰 등 주요 상업시설들이 위치해 있고, 앞선 구들에서도 보였지만 격자형으로 구획된 블록들엔 빌딩들과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 있음.

한편 이 구에는 비슈케크 최대 모스크인 비슈케크 중앙 모스크(Бишкек борбордук мечити)가 위치해 있음. 원래의 모스크(짤1)는 고골 거리에 위치해 있었는데, 2018년 튀르키예의 지원으로 지벡졸르 거리에 오스만 양식으로 지어진 커다란 모스크 ㅡ 수용인원 3만 명 ㅡ 가 새로 문을 엶. 개장 당시에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모스크로 소개되었는데, 올해 카자흐스탄이 아스타나에 더 큰 모스크를 지었다고 ㅋㅋ;

보다 외곽 쪽의 풍경. 도심에서 바로 동쪽으로 추이 대로를 따라가면 ‘보스토크-5’처럼 아파트 지구들이 연선에 위치해 있고, 원단시장인 마디나 바자르와... 랜드마크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첫짤에도 보이는 비슈케크 화력 발전소가 굉장히 눈에 잘 띔. 두번째 짤에 보이는 북쪽의 지벡졸르 대로를 따라서는 북동부 버스터미널과 알라뮈뒨 바자르가 위치. 

첫짤에 보이는 대추이 운하(Чоң Чүй каналы)는 스탈린 시기 관개 목적으로 건설된 운하인데, 중장비 없이 3만 명의 인원이 삽과 곡괭이만 들고 팠다고(...). 지금은 운하의 일부분이 도시 북쪽을 동서로 관통하고 있음. 운하 건너편의 카라즈가치 공원은 평범하게 숲하고 작은 호수들이 있는 공원. 시설물은 조촐해 뵈는데, 위성사진으로 보면 여기가 비슈케크 시내에서 가장 넓은 녹지대인 듯.

구에는 시장이 여러 곳 있는데, 그 중 구의 최북단에는 중앙아시아 최대 재래시장인 도르도이 시장(Дордой базары)이 위치해 있음. 시장은 특이하게도 무수히 많은 컨테이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국에서 수입품을 싣고 온 컨테이너가 키르기스스탄에서 싣고 나갈 게 없어서 대량으로 쌓였고, 그 자리에 9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카더라. 시장에선 일반적인 도소매도 이루어지지만 중국에서 들여온 물품을 카자흐스탄이나 러시아로 재수출하는 중계무역이 성하다고.

옥탸브리 구 Октябрь району

면적 33.25km², 인구 282,900명. 비슈케크의 나머지 3구와 다르게 70년대에 추가로 분구된 구로, 나머지 3구랑 달리 도심 부분은 안 들어가 있는 대신 시내 동남쪽에 따로 위치한 신도시가 포함됨. 더불어 2009년 기준 러시아인이 구 인구의 28.1%로 도시의 4개 구 중에서 가장 많고 비율도 높은 지역이기도. 구의 이름은 1917년 10월 혁명에서 따옴.

구의 중앙에는 오르토사이 바자르(Орто-Сай базары)라고 하는 꽤 큰 시장이 아파트 단지들 사이로 위치해 있음.

구의 중앙에는 아파트 단지들이 있음. 지도로 보면 번호가 붙어 있는 소구역(미크로라이온)들로 구획되어 있는 듯.

아파트 단지 주변으로는 승리 공원과 아타튀르크 공원, 식물원처럼 여러 곳의 공원들이 조성되어 있음. 짤에 보이는 승리 공원은 구소련 도시들의 필수 요소인 2차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공원. 

구의 북쪽과 동쪽에는 주택가와 커다란 공단이 위치. 구글링해 보면 소련 시절 키르기스스탄의 제조업은 금속 및 기계산업 위주였다고 하지만 소련 붕괴 후 크게 쇠퇴했다고 함.

비슈케크 시 최남단에는 레닌 구에서 관할하는 두 개의 마을이 있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비슈케크 시에 포함되지만 별개 도시로 취급됨. 첫 번째 마을(짤1)은 총아륵(Чоң-Арык)인데, 1990년대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여기에 비슈케크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하고 ‘마나스 마을’(Манас айылы)이라는 민족문화 복합단지...를 조성함. 하지만 자유무역지대의 성과는 미미했고, 마나스 마을의 경우 장기간 방치되어 지금은 거의 폐허가 되었다고. 

한편 총아륵에는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실제로 머무르는 알라아르차(Ала-Арча) 관저도 위치해 있음. 스트리트뷰로는 입구만 확인 가능.

한편 오르토사이는 알라아르차강 건너편에 있는 작은 마을. 마을 뒷편 보즈뵐퇵(Боз-Бөлтөк) 언덕에는 대형 키르기스스탄 국기가 세워져 있는데, 도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포인트라고.

비슈케크의 관문 마나스 공항(Манас аэропорту)은 비슈케크에서 북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음. 원래 비슈케크 공항은 시내 남쪽에 위치해 있었으나 1974년 현재의 위치에 새로 개항했다고. 마나스 공항은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위해 공군기지를 설치함에 따라 한때 미 공군이 주둔했었는데, 2014년 계약이 만료되면서 철수하였음.

사실 비슈케크는 19세기에 세워진 도시라 특별한 역사적 유적 같은 건 없음. 그렇지만 비슈케크가 위치한 추이 계곡은 소그드인이 세운 도시로 과거 카라한과 서요의 수도였던 발라사군이 위치해 있었음. 비슈케크 동쪽 80km에 위치한 부라나 탑(Бурана мунарасы, 짤1)은 발라사군의 마지막 남은 건물이라 카더라. 한편 비슈케크 바로 남쪽에 있는 천산산맥도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두번째 짤에 나온 알라아르차 국립공원은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라고 함.

남쪽에서 바라본 비슈케크 전경

여기까지가 비슈케크의 도시 풍경. 비슈케크는 사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도시이고, 격자형으로 구획된 도시와 가로수길, 그리고 특유의 회색 건축까지 중앙아시아 분위기보다는 소련 도시의 특색을 더 가지고 있는 느낌인 듯. 이 글에선 충분히 담기지 못한 거 같지만 도시 곳곳에서 배경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천산의 설산들도 도시 경관에서 인상적인 요소가 되는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