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보고 적는 글입니다)

테이블산에서 내려다본 케이프타운 전경

케이프타운 Cape Town / 아프리칸스어 Kaapstad / 코사어 iKapa 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단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2021년 현재 475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걸로 추정됨. 도시는 남아공의 주요 도시들 중 가장 오래된 도시로 1652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 의해 세워졌으며, 1806년 영국이 일대를 차지한 이후에도 케이프 식민지의 수도의 지위를 유지하다 남아프리카 식민지들이 통합되면서 입법 수도가 되었음. 초기 도시는 테이블만 주변에 형성되어 있었으나, 20세기 후반 동안 동남쪽 케이프플래츠 평원으로 시가지가 급격히 팽창함. 현재는 정치·경제 측면에서 남아공 제2의 도시로, 테이블산을 위시한 뛰어난 자연경관과 선선한 지중해성 기후로 남아공의 대표적 관광 도시이기도 하다고.

케이프타운의 인구는 2011년 인구조사 기준 흑백혼혈인 케이프 컬러드가 전체의 42.4%를 차지하고 있어 수적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흑인(38.7%), 백인(15.7%), 아시아인(1.4%) 순으로 나타남. 남아공의 다른 도시들이 흑인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는 반면(요하네스버그 76.4%, 프리토리아 75.4%, 더반 86.8%) 케이프타운의 인구구성은 보다 다양하게 구성된 편. 한편 사용 언어의 경우 컬러드 및 네덜란드계 백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아프리칸스어가 35.7%, 반투어족에 속하는 코사어가 29.8%, 영어가 28.4%로 나타났음.

케이프타운은 다인종 도시지만 인종 간 거주 지역은 (식민도시가 으레 그랬듯) 분리되어 있는데, 특히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남아공에선 각 인종의 거주 지역을 법적으로 제한했고, 1960년대 이후 도시 중심부의 비백인 커뮤니티를 외곽으로 강제적으로 이주시킴. 따라서 현재에는 도심 근처의 주거 지역에는 영국계 백인, 북동쪽 교외에는 네덜란드계 백인, 그리고 폴스만과 접한 케이프플래츠 평원의 타운십(유색인종 거주 지역)에는 컬러드와 흑인이 거주하는 도시 구조가 형성되어 있음.

케이프타운의 실업률은 29.5%(2022 Q3), 빈곤율은 45.9%(2019)로 굉장히 높은 편인데, 특히 케이프플래츠 지역은 실업과 빈곤, 부실한 인프라 등이 겹쳐셔 극심한 치안 불안을 겪고 있음. 실제 2021년 케이프타운의 10만 명당 살인 범죄율은 63.4건으로, 우리나라(0.6건)는 물론 남아공의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 다만 대부분의 범죄는 가난한 지역에만 집중되어 있어 도심 지역 위주로 다니는 여행객 입장에선 다른 남아공 도시보다 안전하다는 경험담도 검색해보면 많은 것 같음.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케이프타운은 인종별로 행정구역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1994년 이후 이들 지자체들이 통합되어 케이프타운 광역시(City of Cape Town Metropolitan Municipality)가 신설되었음. 광역시 아래의 행정 구분은 목적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 이 글에서는 9개 계획구(planning district)를 중심으로 서술하도록 함.

1. 테이블베이 Table Bay

면적 113km², 인구 206,805명(2011년)으로 케이프타운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구역. 중앙에는 1,085m의 테이블산을 비롯해 여러 산들로 둘러싸인 시티볼(City Bowl) 분지가 있는데, 케이프타운 도심은 바로 이 분지 안쪽에 위치해 있음. 도심 서쪽으로는 해변과 부자동네(?)들이 줄지어 있고, 동쪽은 주거지역. 구역 인구는 흑인 41.8%, 백인 26.8%, 컬러드 25.9%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쪽 해변엔 백인, 동쪽 주거지역에는 비백인 인구 비중이 높은 편.

대서양과 접하고 있는 구의 서쪽에는 캠스베이와 클리프턴을 비롯한 해변들이 펼쳐져 있고, 해변을 중심으로 레스토랑과 고급 주택들이 밀집해 있음. 테이블산의 산세가 바다로 바로 내리꽂히는 모양새라 올려다보이는 풍경이 굉장한 곳. 이 지역은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계구급 부자들도 이 동네에 별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카더라.

도심 서쪽으로는 해발 669m의 라이언스헤드라는 산(左)과 시그널힐 언덕(右)이 있는데, 올라가면 짤2(360도 보기)처럼 사방이 탁 트인 감동적 경치를 자랑하는 곳. 왼쪽 멀리 납작한 섬 하나가 보이는데, 넬슨 만델라가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시기 18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었던 로벤섬임. 

시그널힐 언덕 북쪽의 그린포인트 곶에는 19세기부터 다목적 경기장이 있었는데,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케이프타운 스타디움(360도 보기)이 새로 지어졌음: 다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여기서 경기를 뛰진 않았음. 앞으로 대서양, 뒤로 테이블산을 끼고 있는 풍경이 인상적이라 그런지 구글에 케이프타운을 검색하면 하늘에서 이 경기장을 찍은 사진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듯 ㅋㅋ

산을 넘어서 시티볼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층 빌딩들이 들어선 케이프타운 도심이 등장함. 시티볼 분지의 경우 면적은 10km² 정도 되지만 인구는 몇만 남짓으로 주거보단 상업/업무지역에 가까운 듯.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희망성(Castle of Good Hope)으로, 17세기 네덜란드인에 의해 세워짐. 원래 해안에 있었으나 간척 때문에 내륙에 위치하게 되었다고. 성에서 나오면 그랜드퍼레이드 광장이 바로 위치해 있는데, 광장 남쪽(2짤 왼쪽)으로는 케이프타운 시청이, 북으로는 케이프타운 중앙역이 위치함.

많이들 아시겠지만 남아공은 수도가 3개인데, 케이프타운은 남아공의 입법수도로 국회의사당이 소재해 있음. 남아공도 호주나 캐나다처럼 여러 식민지들이 통합되면서 생겨났는데, 호주와 캐나다는 신도시를 만들었다면 여기는 수도 기능을 각 지역이 나눠가지는 식으로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 의사당은 19세기 말 지어졌는데, 최근 화재로 건물이 전소되는 사태를 겪기도(...). 의사당 뒤편으로는 컴퍼니스 가든이라는 커다란 공원이 위치해 중앙공원 역할을 한다는 듯.

한편 케이프타운 항구는 도심과 맞붙어 있는데, 도심 북서쪽 항구 한켠에는 1988년 시작된 재개발 사업의 결과 현재 V&A 워터프론트라는 상업 지구가 조성되어 있음(360도 보기). 약간 우리나라 인천처럼(?) 과거에는 항구 때문에 케이프타운 도심과 바다가 분리되어 있었지만, 워터프론트가 조성되면서 둘이 연결되었다고 카더라. 사진에선 잘렸지만(...) 2010 월드컵 때 지어진 관람차가 나름 랜드마크인 듯.

항구에서 가까운 시그널힐 언덕 자락에는 보캅이란 동네가 있는데,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오래된 집들과 자갈길로 유명한 곳. 이 동네는 케이프 말레이라고 하는 민족집단(?) ㅡ 네덜란드가 동남아시아에서 노예로 끌고 온 말레이인의 후손으로, 통계상으론 컬러드로 분류됨 ㅡ 이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킨 지역임. 무슬림이 다수인 지역이라 곳곳에 모스크가 있는 것이 특기사항. 보캅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말레이인 지구로 지정되어 강제이주를 피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원래 주민들이 떠나고 있다고 카더라.

한편 보캅의 반대편에 있는 6구역은 1833년 노예 해방 이후 케이프 말레이인과 흑인, 인도인 등이 모여들며 여러 인종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되었는데,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정부는 이 지역을 백인 지역으로 선언하고 거주민을 케이프플래츠로 추방한 다음 남은 집들을 불도저로 밀어버림. 94년 이후 남아공 정부는 신도시 건설을 중단하고 원래 주민들을 복귀시키는 일에 착수했지만 지금도 대부분 지역은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는 듯. 구역 한켠에는 6구역 박물관이 만들어져 관련 역사를 소개하고 있음.

테이블베이 구역의 동쪽 지역으로 가면 주거지역들이 위치하는데, 그 중 랑가 지역은 3km²에 불과하지만 구 인구의 4분의 1인 5만 명이 거주하고 있음: 그리고 그 중 99.1%는 흑인. 이곳은 아파르트헤이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케이프타운 최초의 타운십으로, 1920년대 흑인의 도시 거주 및 토지구매를 제한하는 거주지 분리의 원칙이 제정됨에 따라 조성되었음. 

한편 도심부 어디서나 잘 보이는 테이블산은 높이가 1,000m를 넘어가는데, 산자락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되어있는 반면 꼭대기는 넓고 평평함.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면(물론 등산하는 옵션도 있다고 함 ㅋㅋ)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임(360도 보기). 산꼭대기는 저지대와 구분되는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어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곳으로, 지형적 영향으로 구름이 자주 끼고 강수량이 굉장히 많아서 옛날에는 도시의 주요 수원지 역할을 하기도 했음.

2. 사우스 페닌술라 South Peninsula

면적 400km², 인구 319,040명(2011년). 테이블산 남쪽에 위치한 기다란 구역으로 케이프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 구역 전반적으로 테이블산과 비슷하게 꼭대기가 평평한 절벽 지형이 나타나는데, 산자락 아래로는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음. 구역 전체적으로 보면 케이프타운의 8개 지역 중 가장 소득이 높으며, 특히 테이블산과 가까운 지역에는 부촌들이 분포함. 영국계 백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2011년 기준 백인은 인구의 39.8%, 컬러드는 31.1%, 흑인은 23.9%를 차지하였음.

구 북쪽의 론데보시에는 1829년 개교한 케이프타운 대학교(짤2)가 위치해 있음.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각종 대학평가를 보면(예: QS) 아프리카 전체를 통틀어 제일 좋은 학교로 평가받는 곳. 한편 동네 자체도 구글링해 보면 한인 사이에선 남아공에서 제일 학군 좋은(?) 동네...로 알려진 듯 ㅋㅋ;

론데보시 남쪽의 클레어몬트는 영위백에 의하면 남쪽 교외의 상업 중심지로, 1973년 문을 연 캐번디시 스퀘어 쇼핑몰(왼쪽)이 주요 상업 시설이라 카더라. 상업 지역 주변으로는 북미나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가용 위주 라이프스타일 단독주택가(?)가 넓게 펼쳐진 듯.

클레어몬트 근처 테이블산 자락에 위치한 커스텐보시 국립식물원은 남아프리카의 토착 식물을 다루는 식물원으로, 부지 면적이 5.28km²에 달함. 온실에서는 남아공의 타 지역 신물들을 전시하고 있고, 야외는 케이프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위주로 조성되어 있다고 함. 짤은 수목원에 있는 ‘붐슬랭’ 데크.

식물원 남쪽의 컨스텐시아는 시내 남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동네로, 현재는 울창한 가로수와 커다란 저택들이 모여 있는 교외의 부유한 주택가. 하지만 이곳은 남아프리카 와인의 발상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두번째 짤의 그루트 컨스텐시아 농장(1685년 설립)을 비롯해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들이 위치해 꽤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온다고. 

참고로 그루트 컨스텐시아 농장은 케이프에 정착한 네덜란드인들이 발전시킨 케이프 더치 양식의 본관으로도 유명한 곳. 17세기 처음 지어진 본관은 현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음.

지금까지 나온 동네는 모두 백인 거주지였지만, 구역 인구의 55%가 비백인인 만큼 비백인 지역도 반도 곳곳에 분포함. 케이프플래츠 평원과 가까운 동남쪽에는 짤1의 Cafda Village처럼 컬러드가 다수인 동네들이 위치해 있고, 이미자모예투(짤2)와 같은 흑인 동네 역시 반도 곳곳에 산재해 있음.

반도 남쪽에는 이런저런 해변들이 많은데, 여기선 세 장만 올림:

 • (짤1) 후트 베이는 서쪽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해변으로, 남우위키에 의하면 피시앤칩스가 맛있다(..?)고 카더라. 근처에 물개가 사는 섬이 있어서 그거를 보는 관광 프로그램도 있는 듯.

 • (짤2) 펄스만 연안에 있는 뮤전버그 비치는 서핑으로 유명하다고 함. 

 • (짤3) 사이먼스타운의 볼더스 비치와 폭스 비치는 규모는 작지만 펭귄을 볼 수 있어서 많은 방문객들이 오는 곳.

케이프반도 끝에 있는 희망봉(360도 보기) 곶은 수에즈 운하 개통 이전에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배가 아프리카 대륙을 따라 남하하다가 방향을 동쪽으로 틀던 지점. 이 곶은 케이프타운이라는 도시 이름의 유래이기도 함.

3. 블로버그 Blaauwberg (英 Blouberg)

면적 550km², 인구 263,735명(2011년)으로 케이프타운의 북쪽 외곽에 위치한 구역. 대서양을 따라 기다란 해변이 이어진 지역으로, 2001년 15만 명이었던 인구가 10년 동안 26만으로 증가해 2000년대 동안 인구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이었음. 2011년 기준 인구구성은 컬러드 33.8%, 흑인 32.2%, 백인 30.0%로 세 인종의 비율이 거의 비슷한 편.

구명의 유래가 된 블로버그스트랜드는 인근의 블로버그 언덕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기다란 해변으로, 남서쪽으로 케이프타운 도심부와 만(灣)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어 테이블산이 매우 잘 보임. 위백에 의하면 카이트서핑 명소라고도 하는 모양. 해변 바로 근처에는 호텔들이 모여 있고, 조금 내륙으로 들어가면 주택가가 나오는데 일대에 거주하는 인구는 대부분 백인이라고 함.

도심과 인접한 남쪽 밀너턴 지역에는 센추리 시티라는 신도시 개발지구(..?)가 있는데, 2000년 케이프타운 최대 쇼핑몰인 커낼워크가 이곳에 문을 열었음. 아프리칸스어 위백에 따르면 남아공 전체로 따지면 세 번째로 큰 쇼핑 센터라고.

한편 구역 북쪽에 있는 아틀란티스 지역은 블로버그스트랜드에서 북쪽으로 20km 떨어진 그야말로 최외곽 지역. 2011년 기준 구 인구의 26%인 6만 7천 명이 여기 거주하고 있었으며, 그 중 85%는 컬러드, 13%는 흑인이었음. 이곳은 케이프타운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모래벌판에 산업단지와 함께 조성되었는데, 실제로는 입주할 기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서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4. 북부 Northern

면적 598km², 인구 309,785명(2011년). 케이프타운 북동부 내륙, 짤에 보이는 N1 고속도로 북쪽에 위치한 주거지역으로 케이프타운에서는 비교적 소득이 높은 구역 중 하나. 2011년 기준 구역 인구 중 백인은 42.9%, 흑인은 27.5%, 컬러드는 27.4%를 차지했으며, 백인 중에서는 아프리칸스어를 사용하는 네덜란드계 백인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음.

위 짤은 북부 구역에 위치한 더반빌의 상업 지역과 단독주택가. 인구 5만의 더반빌은 원래 케이프타운과 별개의 마을이었다가 도시의 확장으로 인해 시가지에 포함되었는데, 지도로 보면 일대에서 나름 규모있는 상권을 이루는 거 같기도..? 이 지역의 거주 인구는 주로 아프리칸스어 사용 백인.

물론 모든 지역이 백인이 거주하는 지역은 아니고, 이 구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15만) 크라이폰테인은 흑인(43%)과 컬러드(40%)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 짤에 보이는 크라이폰테인 이스트 지역에는 꽤 큰 규모로 비공식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음.

시가지를 벗어나면 북쪽으로 너른 평야지대가 펄쳐지는데, 밀밭과 포도밭이 많은 편이라고. 앞서 언급한 더반빌도 남아공에서 와인 산지로 유명한 지역 중 하나라고 함.

(360도 보기)

5. 타이거버그 Tygerberg

면적 187km², 인구 721,814명(2011년). 북부와 케이프플래츠 사이에 위치한 구역으로, 구역 이름은 구 북쪽의 타이거버그 언덕에서 따왔음. 구역 영역의 대부분은 케이프플래츠 평원의 북쪽 부분에 해당하며, 케이프타운 국제공항 역시 이 구역에 위치해 있음.  2011년 구역 인구 중 컬러드 비중은 61.7%로 8개 구역 중 가장 높고, 흑인과 백인은 각각 18.5%, 16.2%를 차지함.

위의 두 짤은 벨빌의 상업지역(짤1)과 패로의 주택가(짤2). 두 동네 모두 구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북쪽에 위치한 지역들임. 두 지역 모두 동서 방향으로 뻗어 있는 보어트레커 도로(짤1)를 따라 상업지구가 형성되어 있고, 그보다 북쪽은 백인, 남쪽(짤2)은 컬러드 인구가 많은 편.

구역 중앙의 에핑 지역은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지역이라고 함. 영위백에 의하면 도심과 가깝고 도로교통이 편해서 많은 기업들이 이곳에 입주해 있으며, 섬유, 자동차, 물류, 건설, 식품가공 등의 산업이 있다고 함. 이 지역엔 커다란 농산물 시장 역시 있음.

구역의 남쪽으로 가면 짤에 보이는 델프트를 비롯해 본격적으로 케이프플래츠 평원의 타운십들이 나타남. 인구 15만의 델프트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조성되어 현재는 이 구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동네로, 컬러드(51%)와 흑인(46%)이 섞여서 거주하고 있음.

한편 구역의 남쪽에는 케이프타운의 관문 공항이자 아프리카에서 가장 이용객 수가 많은 공항 중 하나인 케이프타운 국제공항 역시 위치해 있음. 원래 이름은 아파르트헤이트를 도입한(...) 말란 총리의 이름을 딴 D.F. 말란 공항이었으나 아파르트헤이트 붕괴 이후 중립적 명칭으로 변경되었다고 함.

6. 케이프플래츠 Cape Flats

면적 132km², 인구 583,380명(2011년)으로, 광활한 케이프플래츠 평원의 남서부에 위치한 구역. 케이프플래츠 평원은 원래 인구가 희박했으나,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도심의 비백인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타운십들이 만들어졌고, 90년대 이후로도 이촌향도로 인해 가난한 이주자들이 정착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임. 2011년 기준 구역 인구 중 59.3%는 컬러드, 33.8%는 흑인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특기사항으로 아시아인 비중(3.3%)이 도시에서 가장 높았음.

케이프플래츠 구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은 인구 23만의 애슬론으로, 컬러드(87%)가 인구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임. 앞서 언급한 6구역에 살던 주민들이 주로 이주된 곳이 애슬론의 라일랜드(후술)와 하노버파크(짤2) 지역이라고 카더라.

라일랜즈 지역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아시아인 구역으로 지정되었던 곳으로, 2011년 기준 주민의 77%가 아시아인 ㅡ 그 중에서도 주로 남아시아인 ㅡ 으로 구성되어 있었음. 그래서인지 곳곳에 남아시아 식료품과 이슬람/힌두교 관련 종교시설들을 볼 수 있는 듯.

구굴레투(인구 9만)와 냥가(인구 5만)는 애슬론 동쪽에 있는 타운십으로, 이 지역은 주로 흑인들이 거주함. 공항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항에서 시내로 가다 보면 고속도로 너머로 마주치게 되는 지역임.

한편 구역의 남쪽 부분은 아직 시가화가 진행되지 않은 지역으로, 아무래도 모래땅이라 그런지 주로 채소를 재배하거나 축산업을 한다고 카더라. 검색해 보면 이곳에 처음 농장을 일궜던 사람들은 독일 출신 이민자들이라고 하는데, 인구통계를 보면 현재 일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컬러드가 주를 이루는 듯.

7. 미첼스플레인/카옐리차 Mitchells Plain/Khayelitsha

면적 160km², 인구 1,112,650명(2011년). 케이프플래츠 평원의 동부에 해당하는 구역으로, 케이프타운 인구의 30%가 거주해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 역시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조성된 지역이라 주민 인구는 흑인이 63.5%, 컬러드가 35.1%로 비백인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함. 여러모로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사정이 열악한 지역으로, 2011년 기준 전체 가구의 40%가 위 짤과 같은 비공식 주거지에 거주하고 있었음.

서쪽의 미첼스플레인(인구 31만)은 컬러드가 인구의 다수(90.8%)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1970년대 아파르트헤이트 시기 조성되었음. 이쪽은 중앙에 규모가 꽤 되는 상업지구도 위치해 있고, 비공식 주거지도 적은 편이라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인 듯.

‘새로운 집’이란 뜻의 카옐리차는 구역 동쪽에 위치해 있음. 이곳은 케이프타운 교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동네로, 2011년 인구조사에선 39만 명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인구는 거의 흑인(98.7%)으로만 구성되어 있음. 카옐리차는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 중 하나로, 최근에도 동케이프의 농촌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오면서 비공식 주거지가 확장되고 있는 상황.

이 구역에 카옐리차와 미첼스플레인만 있는 건 아니고, 짤에 보이는 브라운스팜(인구 7만)처럼 다른 동네들도 위치함. 브라운스팜도 80년대 이후 흑인들을 이주시키면서 조성된 지역.

8. 헬더버그 Helderberg

면적 332km², 인구 222,817명(2011년)으로 케이프타운 시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구역. 케이프타운 시에서 가장 높은 헬더버그산(1,137m)을 배경으로 펄스만 동안과 맞닿아 있는 지역임. 원래 이 지역은 호텐토츠 홀랜드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호텐토트가 이 지역의 원주민인 코이산족을 비하하는 말이라 이름이 바뀌었다고 함. 인구 구성은 컬러드 34.8%, 흑인 33.7%, 백인 28.9%로 이루어져 있음.

헬더버그 지역의 중심이 되는 동네는 서머싯웨스트. 중심부에는 쇼핑몰들이 있고, 산 쪽으로는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단독주택가가 있음.

스트랜드(짤1)과 고든스베이(짤2)는 바닷가를 따라 호텔과 레슬토랑이 즐비한 해변 동네들. 스트랜드에는 고층 건물들이 꽤 많이 들어서 있음.

내륙으로 들어가면 놈자모란 작은(?) 타운십이 나오는데, 단순 인구만 보면(6만 명) 헬더버그 지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동네. 인구의 93%가 흑인으로, 헬더버그 지역 흑인들은 대부분 여기 거주하고 있음.

헬더버그산이 위치한 산맥인 케이프폴드산맥은 겨울철 강수량이 많아서 대규모 저수지들이 여럿 건설되어 있고, 이 저수지들은 현재 케이프타운의 주요 급수원이 되고 있음. 그런데 2015-2018년 가뭄으로 이 저수지들이 말라붙는 사태가 발생해서 케이프타운은 도시 전체에 급수가 완전히 끊길 뻔한 위기를 겪기도 하였음. 시 당국은 물 사용을 제한하고 비상 담수화 공장을 건설하는 등으로 대응해서 완전 단수는 피했지만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비슷한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잔존한다는 듯. 참고로 짤 왼쪽에 보이는 저수지는 스틴브라스 저수지(360도 보기)라는 곳.

헬더버그 정상에서 내려다본 케이프타운

여기까지가 남아공 제2의 도시 케이프타운의 이런저런 풍경들. 인상적인 자연과 여러 문화가 교차하며 만들어낸 도시 경관이 합쳐져 특색있는 도시 풍경을 만들어내는 한편, 여러 세기 동안 지배적이었던 인종차별의 흔적도 선명히 남은 느낌. 한편 경관 요소들 중에서도 도시 어디서나 눈에 띄는 거대한 사암 절벽들은 전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