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이런 내용이네


■ 신도시 30년, 노후 아파트가 몰려온다

1기 신도시가 준공 30년을 넘겼다. 계획 발표에서 입주까지 6년 만에 29만 2천 호를 공급한 대규모 주택공급 프로젝트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단기간에 초고속으로 지어낸 아파트들은 30년 뒤 한꺼번에 노후 아파트가 됐다.

앞으로 10년 간 재건축 대상이 될 수도권 아파트는 193만호로, 이전 20년 간 정비 대상 물량의 2.5배에 이른다. 오래된 신도시는 미래 도시로 순조롭게 전환할 수 있을까.

■ 정치 일정에 떠밀린 신도시 정비 '속도전'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여야는 모두 1기 신도시 특별법을 공약했다. 30년 된 계획도시의 정비는 국내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 시도다. 장기 정책이기에 연구와 법률 제정, 계획 수립과 시행 등 행정 절차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이 빚어지자,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계획 수립 기간을 2년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2024년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특별법 적용 대상은 1기 신도시에서 전국 노후 계획도시로 확대됐다.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채, 정부와 주민들은 신도시의 미래상에 대해 동상이몽을 키워간다.

■ 더 높이, 더 빨리…갈등하고 경쟁하는 주민들

특별법은 블록 단위의 통합 정비를 도입하고, 특별정비구역에 안전진단 면제·완화와 최고 용적률 500%를 허용할 방침이다. 통합 정비를 하면 주민들은 아파트를 더 빨리, 더 높이 지어 수익을 높일 수 있고, 정부는 기반 시설 확충에 유리하다.

하지만 통합 정비는 이해관계자를 대폭 늘리는 방식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정비사업은 고차 방정식이 된다. 지역 사회의 갈등은 현실이 됐다. 리모델링이 활성화됐던 평촌에선 통합 재건축이 등장하면서, 30년 간 이웃으로 살던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붉힌다.    

통합 재건축에 합의한 단지들은 선도지구 지정을 두고 경쟁을 시작했다. 노후 계획도시 정비는 이주 분산을 위해 순환 정비를 유도하기 때문에, 한번 순위에서 밀리면 재건축의 속도가 느려지는 구조다.

가장 먼저, 행정 지원을 받으며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 분당에선 아파트 단지마다 앞다퉈 동의서를 모으고 있다. 정작 적법한 동의서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되어야 양식이 정해진다.

■ 도시의 역학관계가 그려낼 신도시의 미래

특별법이 제안하는 도시계획은 문서 상의 계획일 뿐이다. 정부가 택지 개발부터 주도한 신도시 조성과 달리, 노후 계획도시의 정비는 사유재산권을 가진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 중앙정부는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며 신도시 정비의 상당한 책임과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겼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역량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기 불투명한 시장 상황에, 통합 정비는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작동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의사 결정은 이해관계자가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은 신도시를 넘어서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규모 이주 수요가 유발할 전월세 시장 교란은 신도시를 벗어나 광역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밀 개발로 훼손된 도시 환경은 다음 세대가 견뎌야 할 삭막한 일상이 된다. 쾌적한 주거 환경과 자족 기능을 갖춘 '꿈의 신도시'는 실현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