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으, 어지러워. 롤러코스터 한 번 더 타면 토할 거 같아요 언니."


"지금 어트랙션이라고 탄 거 롤러코스터 하나 뿐이거든, 꼬맹아?"


비틀거리는 소녀에게 한 마디 툭 쏘아붙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르세니코는 벤치로 그를 데려갔다. 놀이기구는 어디까지나 놀이기구여야지, 돈 값 한다고 멀미 해가면서 억지로 즐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마치 와인처럼 말이다.


벤치에 엉덩이를 걸치자마자 대시는 그대로 등받이에 머리를 얹으며 늘어졌다. 혀를 차며 아르세니코가 생수 병을 건네자, 살랑거릴 기운도 없는지 벌컥벌컥 들이키기 바빴다.


"욱!? 콜록콜록!"


물을 마시다가 갑자기 격한 기침을 하는 대시. 수금원은 재차 혀를 차며 그 등을 두들겨주었다.


"멀미 난다는 녀석이 뭘 그렇게 물을 급하게 마셔?"


"에헤헤, 그치만 울렁거리는 건 얼른 씻어내리고 싶, 콜록! 싶은 걸요."


사레가 들려서 기침하는 와중에 배시시 웃는, 어찌 보면 멍청한 모습이지만 아르세니코는 딱히 비웃지 않았다. 울렁거리는 걸 씻어낸다라. 이 녀석도 그런 기분을 느끼긴 하는구나. 하기사, 이 녀석을 담보로 넘긴 작자가 어떤 놈팽이인지 생각하면...


괜히 살짝 불쾌한 느낌에 허리춤을 뒤적여봤지만, 퇴근을 하면서 놓고 왔는지 힙 플라스크가 잡히지 않았다. 썅, 하고 속으로 욕하며 대시가 들고 있던 생수 병을 집고 물을 마셨다. 갑자기 병을 낚아채인 대시는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안, 나도 속이 좀 안 좋아서."


내가 미안할 게 뭐 있어, 말을 뱉자마자 후회가 들었다. 괜히 서로 어색해지잖아.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대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살짝 얄밉고 짓궂은 미소.


"저 방금 입 댔는데. 이거 간접 키스인 건가요 언니?"


"......이게 지금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히히, 농담이라구요. 저희 또래는 이런 말장난 제법 할걸요?"


꼬맹이의 장난스럽던 입가는 금세 편안하게 풀어졌다. 아르세니코는 그런 대시를 흘겨보고는 마저 생수를 마셨다.


"후우. 물 한 입 마시더니 다시 살 맛 좀 나나보네. 그럼 다시 일어나, 발랑 까진 꼬맹아. 돈으로 먹고 사는 직업인데, 돈 쓴 거 봉은 뽑아야지."


"넵! 대시, 회복 완료했습니다!"


한 마디 말에 기운차게 일어나는 그를 따라 아르세니코도 벤치에서 일어섰다. 이 다음은 뭘 해야할까? 꼬맹이가 다른 거친 걸 바로 타기는 힘들 것 같고.


대시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뒤따르는 걸 먼저 확인하고, 천천히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안내 책자를 보았다. 지금 시간이 4시 10분 정도니까 20분 뒤면...


"꼬맹아, 30분에 여기 공연장에서 가면 카운터 공연을 한댄다. 이런 거 관심 있냐?"


"가면 카운터면 그 TV에서 많이 나오는 그거죠?! 진짜 배우들이 나오는 걸까요?! 싸인 받아서 팔면 빚 탕감에 도움이 되겠죠?!"


"...대체 무슨 멍청한 소리야, 그건?"


"유명 배우 싸인이면 돈 많이 되지 않아요?"


예상 외의 반응에 말문이 막혔던 아르세니코지만,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공연장 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아무튼 싫지는 않은 모양이니까.


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