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6484476

2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6693426

3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6965547

4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7186133

5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7507783



사실 교전계획이라고 해 봤자 복잡한건 아니었다.

아까 교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적의 편제나 무장 등을 알려주고,

하트베리의 카운터 능력이나 주 전투방식 등을 분석해서 대응 방법을 토의해서 결정하는 정도였다.


간단하지만 군 경력은 당연히 없고, 군사조직과의 전투경험이나 협조 경험 또한 없는 하트베리에게는 꼭 필요한 절차였다.


팀장님께 도착하자 전투를 앞두고 이거저거 점검하느라고 정신이 없는 팀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보통 팀 단위로 투입되는 블랙 타이드가

지금처럼 한 작전에 전부 동원되는 대규모 작전은 훈련 때를 제외하면 그동안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전투중 아군 전부를 통솔하고 지통실과 소통할 현장 지휘관이 필요했던 각 팀장들은,

블랙 타이드 현장요원들 중 가장 경험 많고 유능한 우리 조지원 팀장님을 지휘관으로 추대(?)했다.


하트베리 팀과의 전술토의 결과를 대충 브리핑해주자,

할 일을 부팀장님께 잠깐 짬시키고 내 말을 듣던 팀장님이 잘 했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주었다.


"윤진아. 적들중에 무인 회전익 공격기가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정확한 규모는 모르고."

아니 이런 시발..

"이거도 관리국에서 전파한 겁니까?"

팀장님은 대답 대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진짜로 관리국이 적들 사이에 뭔가를 심어 놓긴 한 것 같았다.


"무인 회전익 공격기면 버자드입니까?"

"그게 제일 가능성이 높지. 가성비 좋고 무엇보다 퓨처 앳 워는 돈만 지급하면 아무에게나 장비를 파니까."

"가은씨가 대응하는게 가장 좋겠습니다."

건쉽도 격추하는걸로 봐서 가은씨가 대공능력이 가장 좋기는 한데 사실 다른 방법도 없었다.

"휴대용 지대공미사일도 참호 안에 비치해 놓았다. 그리고 하트베리들 모셔와라. 슬슬 준비해야겠다."

그런데 가은씨 혼자한테만 너무 의존하는거 같아서 좀 걱정이다. 카운터라고 만능은 아닌데 말이다.


무거운 소식을 들고 들고 하트베리에게 도착하니 가은씨가 멤버들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야. 우리가 망설이면 우리랑 같이 싸우는 블랙 타이드 아저씨들이 죽게 될 거고,

이 섬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죽게 될 거야.

우리는 살인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을 지키는거야."


다른 멤버들이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필요한 일이다. 군인이 전장에 섰을 때 억지로라도 싸울 이유를 알려주는 것 만큼 위안되는 일도 없다.

비정한 말이라고? 전투라는것은 원래 비정한 것이다. 비정해지기 싫다면 도망치면 된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내가 그때 그 건물에서, 가은씨의 부담을 충분히 덜어주지 못한 것 같다는 것이다.

구석에서 구토를 하던 가은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참호에서, 적을 기다린다.

준비는 다 끝났다. 참호에는 우리 블랙 타이드가 들어가 있고 근처 건물도 요새화해 우리를 엄호하고 있다.

그 건물들에는 저격수를 포함한 도시 관리국 경비대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나머지 경비대원들은 출동 준비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만약 적 보병대가 샛길을 통해 참호선을 우회하는것이 관측된다면,

그들이 출동해 일종의 기동방어를 수행할 것이다.

도시의 CCTV와 다목적 드론들을 운용하는 도시 관리국이다. 

최소한 정보전에 있어서 우리는 적보다 우위에 있었다.


참호 안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뭐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차포의 직격에도 견딜 수 있다는데 제발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영이의 사진을 꺼내 보려다가 그만 두었다.

꺼내서 보다가 당장 적이 도착하면 급하게 집어넣다가 구겨질 것 같다.


그때 가은씨가 나에게 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희 멤버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이라..

"아무래도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괜찮아요. 그 때 저는 적들이랑 싸울때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래서 놀랐던 거에요."


아니 그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었는데..


"거기다 저는 어릴때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어서 그냥 잠깐 떠올랐던 거에요. 다른 멤버들은 잘 싸울거에요. 걱정 마세요."

"......."


그래, 가은씨는 전쟁 난민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겪는 일은.. 또 전쟁이었다. 망할.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

"저는 그 때보다 강해졌어요. 그래서 그 때처럼 도망치지 않고 남아서 사람들을 지킬 거에요."

가은씨가 작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선생님이 계실지도 모르는 이곳을, 제 고향처럼 만들지 않겠어요."


이 작은 소녀가 품은 마음이 내 어딘가를 아프게 했다.

그리고 순간 떠올렸다. 하트베리는 카운터지만 테스크포스가 아니다.

그들에게 우리처럼 남아서 싸워야 할 의무같은건, 애초에 없었다.


"아영이라는 분도 여기 살고 계시겠지요. 다른분들 가족들도요."

아영이.. 애써 지우려 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아영이는 잘 대피했을까?


"우리 같이 지켜요."

흔들리지 않는, 결의가 담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가은씨가 말했다.

대답은 필요 없었다.

나는 탄알집을 꺼내 내 화기에 힘있게 꽂았다.





"미야씨! 계획대로 전차 위주로 저격하세요!"

"미야야! 궁극기 준비해!"

적 전차들은 대로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공격해오는 적 차체에서 연막탄이 터지고 우리 시야를 가렸다.

염병하게도 바람은 이쪽으로 불고 있었다.


그런데 미야씨는 그 연막 사이에서도 무언가 보이는게 있는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ㅡ

일반적인 총성을 몇배는 증폭시킨듯한 소리가 울리고 탄의 궤적에 있는 모든 연막이 양 쪽으로 쓸려나갔다.

맙소사.


탄환은 맨 앞에 있는 전차 뿐만 아니라 뒤이어 다가오던 전차들까지 차례대로 꿰뚫었다.

너덧대는 되어 보이는 전차들이 일제히 터졌다.


적 전차가 쏜 포탄이 아군 참호에 맞고 튕겨나갔다.

성능 확실하구만. 보나마나 이터니움 갈아넣었겠지.

전차들이 시선을 끄는 사이 적 장갑차에서 보병들이 일제히 쏟아졌다.


일부는 사방으로 흩어져 아군에게 사격을 퍼붓고, 일부는 바디 벙커를 든 적을 앞세워 아군을 압박했다.

우리도 지지 않고 방아쇠를 격발했다.

팀장님이 요청한 무인기(리퍼)가 적들 사이에 공대지 미사일을 쏟아붓고 사라졌다.


적이 너무 많았다. 고개를 들기가 힘들었다.

"가은씨! 루미네이터!"

"루미야! 그거 집어던져!"


통신기에서 이 와중에도 뭐가 기분이 좋은지 자신만만하게 웃는 루미씨 목소리가 들렸다.

[이히히 맡겨달라고~]

콰아앙

근처에서 대충 쓰레기 등으로 위장해놓은 루미네이터가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왔다.


루미씨는 얼른 차에서 뛰어내렸고

매드맥스에서나 나올 법한 무식거대한 트럭이 대로를 가로질러 적들에게 돌진했다.

등장할 세계관을 착각한 루미네이터는 적들이 다급하게 쏘아대는 모든 탄환을 몸으로 받아내며,

그대로 적 대열 한가운데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다음 전차를 들이받고 뒹굴었다.


나는 무선격발기를 꺼내 작동했다. 찰칵.

콰아아아아앙ㅡ

루미네이터에 실려있던 모든 폭발물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우와아아 장난 아니다.."

어느새 참호 안으로 다시 뛰어들어 온 루미씨가 중얼거렸다.

어린아이처럼 감탄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완전히 질린 표정이었다.


그리고 저 도로 바닥에는 산산히 흩뿌려져 있는..

나는 목소리를 높여 주의를 끌었다.

"하트베리! 긴장 풀지 마세요! 적이 더 올 겁니다."

다른 대원들도 침착하게 다음 전투를 준비했다.


부상자들은 간단하게 조치를 하고 임시본부인 건물 안에 뛰어들어가 새 탄들을 가져왔다.

참호에서 들려나와 급하게 업혀가는 대원도 보였다. 누구지? 얼마나 다친 거지?


타다다다다당

저 멀리서 총성이 울려왔다.

방어선을 우회하려는 적들이 출동한 경비대와 교전을 시작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범죄자와 무장폭도들을 제압하는 도시 경비대다.

적들이 몸을 빼내도록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


잠시 물러났던 적 전차들이 다시 접근해 포를 쏘아 댔다.

타아앙 타아앙

미야씨가 저격탄을 쏴서 그 전차들을 침묵시키고 있었다.

불타는 적 전차를 밀어내며 다른 전차들이 전방으로 나왔다.


보미씨는 빗발치는 탄환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양손에 든 기관단총으로 근접해오는 적들을 쓰러뜨렸다.

하트베리의 선봉대라고 했던가.

꾸벅꾸벅 졸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의외로 강단있는 모습이었다.


가장 활약하는것은 역시 가은씨였다.

궁극기 프레스티시시모는 아예 일정 구역 전체를 쓸어버렸다.

방송에서도 강력해 보이는 기술이었지만 실제로 보니 체감되는 위력 자체가 달라보였다.


더블 플렛이 터지고 밀집한 적들을 마비시킨다. 

저게 적들 한 가운데서 터지면, 사람은 비틀거리고 기계는 일정 시간 동안 정지한다.

원리는 가은씨도 몰랐다. 비틀거리는 적 한 무더기로 아군의 사격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적들은 도무지 끝이 없었다.


그때, 회전익기 특유의 로터음이 들려왔다.

망할! 개같은! 그 버자드들이다.

[적 무인헬기 다수접근중!]

[전대원! 대공전투준비!]


"가은씨! 말씀하신대로 하늘에만 집중해 줘요! 그리고 나머지 하트베리는 동요하지 말고 지상의 적들을 요격하세요! 버자드랑 같이 일제히 몰려올 겁니다!"


내 예상대로 적 지상군들이 사정없이 몰아쳐 왔다.

"미야야! 고개들어! 지금 저격수가 필요해!"

가은씨가 미야씨에게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자기 총을 끌어안고 웅크리고 있는 미야씨는 완전히 압도되었는지 도무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으왓!"

이 와중에도 어떻게든 적들을 향해 사격하려는 루미씨가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씨발 맙소사!


"루미씨! 괜찮아요?!"

"아우우.. 안 괜찮아요.. 가슴에 멍 들었어.. 이거 어떻게 지우지?"

"괜찮잖냐! 안 죽었으면 일어나서 계속 쏘라냥!"

보미씨가 평소답지 않게 루미씨를 타박하며 기관단총을 들고 사격했다.


그 와중에도 좆같은 버자드는 계속해서 다가왔다.

아군이 점거한 건물들에서 대공미사일이 긴 꼬리를 끌고 날아갔다.

"가은씨!!"


가은씨의 궁극기가 하늘을 푸르게 수놓았다.

버자드들이 불덩이가 되어서 땅에 추락했다.

특수기를 맞고 마비된 적 버자드들이 아군이 쏜 대공미사일을 맞고 격추되었다.


아군 참호에서도 있는대로 대공미사일을 쏴댔다.

가은씨 덕분에 버자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틈을 타서 최대한 격추해야 한다.


찰리팀의 정찰조 이은호가 자기 미사일 발사관을 들어 적 버자드를 조준했다.

그때 버자드를 조준하던 은호놈의 가슴이 터졌다.

은호는 발사관을 놓치고 끈 떨어진 마리오네트처럼 무너졌다.


바로 옆에서 웅크리고 있던 미야씨가 은호의 피를 그대로 뒤집어썼다.

"사수!!!!! 은호선배!!!!!"

찰리 정찰조 막내 재석이가 제 사수를 부르며 달려와 환부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시도했다.

소용없다. 저건.. 못 살린다.


하지만 나는 그를 말리는 대신 은호가 떨어뜨린 발사관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버자드를 향해 조준했다. 

적기에 대한 조준이 끝났다는 비프음이 들리자 그대로 적을 향해 격발했다.

미사일이 날아가고 적 버자드가 미친듯이 회전하며 추락했다.


다 쓴 발사관을 집어던진 나는 다시 내 화기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며 사격중인 적의 머리를 겨냥해 갈겼다.

타다당

미간 중앙이 꿰뚫린 적이 쓰러졌다.


제발.. 저 새끼가 은호를 쏜 그놈이기를 제발.


얼굴에 묻은 피를 대충 문질러 닦은 미야씨가 그대로 자기 총을 들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아예 똑바로 서서 상체를 거의 노출한 채로 다시 적들을 저격하기 시작했다.


위험하니 몸을 숙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적들이 장비와 보병을 구분하지 않고 일제히 앞으로 약진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망할 낭패다. 가은씨가 다시 무언가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간신히 미야씨를 당겨서 끌어내렸고 그대로 우리를 향해 적들의 총탄이 미친듯이 쏟아졌다.


제압당한 아군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카운터들은 특수기와 궁극기를 거의 소모했다.

팀장님이 다급하게 그동안 수도 없이 출격했던 무인기의 정밀근접항공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언제 도착할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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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씬 너무 길어져서 한번 끊었슴

에필로그까지 3편 안에 완결짓겠다는 계획이 나가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