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곳곳에 남은 흉터와 화상 자국. 하지만 그러한 상처는 오히려 훈장이라도 된다는 듯한 근육질인 몸과 호탕한 얼굴까지.
내가 게임에서 봐 왔던 그대로의 모습인 성냥팔이가 아직 잿더미가 되기 전인 성냥팔이가,리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둘의 이야기는 내가 알 수 없는 시점의 이야기,그러니까 리타가 아직 아르세니코 패밀리 안에 있을 때와 그녀의 아버지가 평의회에서 어떠한 활약을 했는지와 같은 의미없는 잡담이었기에 나는 섣불리 끼어들 수 없었다.
이야기 중간에 끼어든 조직원 하나의 팔을 성냥팔이가 그대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부러뜨린 이후로 더더욱.
"그러고 보니 이렇게 일 관련으로 만난 것도 오랜만이군. 마지막으로 만난 게 아마....."
"쓸데없는 잡담은 이정도로 충분하잖아? 됐고 부른 결론이나 말해. 이런 데서 너랑 한가롭게 이야기하고 있을 만큼 우리 사무소는 한가롭지 않아."
"흠,좋아. 과거에만 묶여있는 건 촌스러운 짓이지. 비지니스 파트너답게 사업이야기를 해 보자고. 그 쪽이 소문이 자자한 수금원인가?
들은 대로 훤칠하게 생겼네. 부러울 정도야."
"과찬이십니다. 그냥 운 좋게 이런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거죠."
"아니,그걸 운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그렇게 따지면 여기 있는 나나 네 상사인 아가씨는 뭐가 되나. 어이,너네!"
성냥팔이는 갑자기 방에서 호위중이던 자신의 조직원들에게 외쳤다.
"여기 있는 놈들 중에 내가 A급 카운터가 아니었으면 내가 조직 세울 때 안 따라왔을 거다 하는 새끼들 손 들어봐라!"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누가 보스 앞에서 난 당신을 안 따라갔을 거다,라는 걸 주장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잠시 후 손이 하나 올라왔다.
"너, 스윙이었나? 이 새끼. 내가 그래서 널 좋아해. 괜히 계집애처럼 숨겨대기보단 이렇게라도 나오는 게 낫지. 네가 나랑 한지 3년 째였나?"
"5년입니다. 솔직히 형님이 처음 만났을 때 제 앞에서 불 안 질렀으면 전 통수때렸을 겁니다. 왠 또라이 하나가 자기랑 범죄자짓 하자 그러면 누가 믿습니까?"
"하.....요놈 말 잘하네. 그래. 아무튼 봤지? 이게 현실이라고. 내가 뭘 하려 하면 그거에 맞는 무언가가 필요한 법이고. 그걸 가지고 있는 놈들은 성공,못 가진 채 아등바등하는 놈들은 그대로 먹히는 거야. 그리고 그걸 정해지는 기준이 뭔지 알아?
운이지,운. 내가 이렇게 네 앞에서 잘난 척 설교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네가 반반한 여자들한테서 날름 빚 챙겨먹는 것도 전부 운이 좋아서 그런 거라고. 그래도-"
성냥팔이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그 운 이후로는 내 영역이지.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을만큼 강한 힘을 얻는 것도,얼굴에서 빛이 날 만큼 잘 생긴 것도 전부 스스로의 능력이지. 그건 네 거야.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내가 능력만 믿고 깝치는 카운터를 몇 명이나 봐 왔는 줄 알아? 저기 오른쪽에 있는 저 빨간 똥개도 나한테 이빨 드러내고 덤비던 거 내가 쥐어패서 데려온 거잖아. "
성냥팔이의 말을 들은 간부중 한 명이 불편하다는 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
"왜 아무 말도 없지?"
"아뇨.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꽤나 다르셔서요."
"크핫! 날 처음 본 놈들은 다 그렇게 말하더군. 왜, 갱단 보스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밖에 모를 것 같았나? 인재는 그에 맞는 대우를 해 줘야지. 그게 어떻게 얻은 것이건."
"아뇨. 그저......"
"그저?"
"그저 성냥팔이님이 스스로의 능력을 운으로 여기시는 게 신기해서 말입니다. 조금 더 자신만만하실 줄 알았는데 인정할 걸 다 인정하시니 오히려 이 쪽에서 긴장이 풀렸다던가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야 ,너...."
리타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아무리 성냥팔이 스스로가 인정했다 하더라도 면전에 대놓고 너 여기까지 온 건 운빨 아니냐?라고 말한 꼴이니. 하지만 성냥팔이가 보인 행동은 나조차도 살짝 놀랄 정도였다.
"푸하하하핫! 말 한 번 시원하게 잘하네. 너 우리 쪽으로 안 올래? 돈이든 뭐든 두둑하게 챙겨줄게. 요즘 들이는 놈들은 죄다 나한테 개처럼 헥헥대기만 바빠서 통 맘에 안 들었는데. 아가씬 어디서 이런 놈을 얻었대?"
"주웠다."
"하,거 참....사람을 주웠다니 너무 말이 심한 것 아닙니까. 구조했다고 해주실래요?"
"쓰레기처럼 널부러져 있던 걸 주워서 사람구실 시킨 거지. 주제넘게 기어오르지 말라고."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쓰레기처럼 매일 골초짓 하는 게 누군데 그런 말씀을 또. 맥주랑 담뱃값만 빼도 매일 레스토랑에서 뷔페 차려먹고도 남을 겁니다. 벌어오는 족족 술담배값으로 나가잖아요."
"술이랑 담배가 없으면 사람은 죽어. 인생의 낙도 모르는 녀석한테 충고를 듣다니 우습기만 하네. 그냥 거기다 내버려두거나 아니면 처음 들일 때 길을 잘 들였어야 했는데"
"그 전에 대시가 먼저 죽을걸요? 우리 귀여운 꼬맹이 무덤앞에서 질질 짜실 거 생각하니 저도 눈물이 저절로 나오네요.
핑계를 대고 계속 할 생각 말고 끊을 생각을 하세요,좀.
아니면 꼬맹이보다 먼저 가시려나?"
"큭....!"
우리의 살벌한 대화를 지켜보던 성냥팔이가 툭 던졌다.
"너네 같은 회사 맞냐...?"
싱글벙글 호라이즌 파이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