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와 관리국은 분명 인류를 수호하는 사람이자 기관이지만, 마냥 선한 존재는 아냐. 이들은 더 큰 그림과 계획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하거나 묵인하기도 해. 그리고 수많은 조직들을 뒤에서 몰래 조정하고 컨트롤하는 인류 최대의 흑막 집단이기도 하지.

 

 그래서 관리자의 모습은 용사나 현자보다는 어째 조직의 숨겨진 보스의 모습에 가까워. 이 소리를 왜 하냐면 관리자와 서윤의 대사들은 많은 부분들이 이 영화의 오마쥬, 패러디거든.

  

-대부 시리즈(1972) : 마피아 영화의 걸작

 

 이 영화에는 많은 명대사들이 있지. 대표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등이 있어.

 모두 관리자와 서윤이 각각 친 대사들이야. 대놓고 이 둘이 뭐하는 애들에 가까운지 말해주는 대사이기도 해. 이 둘은 처음에는 남이나 다를 바 없었지만 가면 갈수록 거의 이 꼴에 가까워져. 마피아 보스와 부하마냥 몰래 만나서 작전을 하달하지.



-대충 요런 느낌


 어쨌든 지난 시간에 서윤의 능력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봤지. 이번 시간에는 서윤이 가진 성격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거야. 


 결론부터 말하면 서윤은 도둑고양이라는 말이 딱 어울려. 


-정확한 평론


 길에 떠도는 고양이들을 봐. 귀여워서 다가가면 제법 내숭과 아양을 떨지만 결국 먹을 것만 쏙 빼먹고 도망가지. 조금 더 잘해줘도 친구는 커녕 그냥 먹이 더 많이 주는 호구1에 지나지 않아. 길고양이들은 의심 덩어리거든.


 이건 사실 우리 입장이고, 고양이 입장에선 저 인간의 뭘 믿고 따르려 하겠어.

 도둑고양이는 겉으로는 사람에게 야양을 떨지만 어디까지나 생존 수단에 불과해. 어지간해서는 진심으로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지. 길냥이들은 보다 편하게 살아남는 법을 아는 거지, 실제로 사람을 믿는 게 아니거든. 그들의 심장 깊숙한 곳에는 의심이라는 생존수칙이 확실하게 박혀 있어.



-친한 척, 내숭, 거짓말의 의인화


 서윤도 마찬가지야. 약한 척, 아쉬운 척 온갖 앙탈을 다 부리다가 정작 대상이 다가오면 귀신같이 낼름 먹이만 빼먹고 달아나.

 우리의 부사장님이신 이수연이 아주 제대로 당했지. 나름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사회인을 아주 제대로 물먹였어.


 이수연이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닌데, 방심했다고는 해도 이건 서윤의 통수 솜씨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해 줘. 동시에 얼마나 사람을 경계하고 있는지도 보여주지. 사람에 대한 믿음은 일절 없는, 계약 관계는 딱 계약에 불과할 뿐이라는 서윤의 인식을 보여줘.

 -서윤의 코핀 정착기


 서윤의 코핀 정착기는 이런 도둑고양이가 캔따개를 잘못 골랐다가, 생각 이상으로 괜찮아 눌러 앉는 스토리야. 의심 많던 도둑고양이가 나름대로 몸 뉘일 곳 있는 집냥이가 된 거지. 어차피 다들 알 내용이지만, 스토리도 다시 볼 겸 심심풀이로 하나씩 살펴보자.



 0. 윤서에서 서윤으로


 

 서윤은 현재 과거의 기억이 없어. 그러니까 '윤서'였던 시절, 어머니와 함께 구호물품을 받아가며 살아갔던 시절의 기억이 없어. 기억나는 거라고는 리플레이서 신디케이트의 실험체가 되었다는 것 뿐이었지. 



 앞서 설명했지만 이들이 기획하는 '테라사이드 프로젝트'는 가망없는 기획이었어. 이들은 그 가망없는 기획에 망을 만들어보고자 무모한 실험을 계속했지. 실험이 진행될수록 실험체는 줄어들고, 서윤은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쳤어. 너무 발버둥친 탓에 제 풀에 쓰러져 탈락할 뻔하기도 하지.


 퀸-제이나도 서윤의 발버둥에 조금은 눈이 갔던 것 같아. 제이나는 쓰러진 서윤, 어차피 희생양- 곧 죽을 실험체에 불과할 존재에게 무슨 이유인지 삶의 교훈을 주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상대를 압도해라. 그리고 주위를 넓게 살펴라. 


 무슨 변덕인지 몰라도 제이나는 그렇게 충고를 해 줬어.

 서윤이라면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들 조직의 간부가 될 거라 확신한 건지, 아니면 단순한 자기만족이었는지는 몰라. 어쨌든 이 말을 듣고 서윤은 그 뒤로도 어떻게든 살아남았어. 사실 그래봐야 결국 얼터너티브 인자 실험체에 불과했지. 다행이게도 누군가 시설에 테러를 하는 사건이 벌어져 그 혼란을 틈타 이 실험체들은 단체로 시설 탈출에 성공해. 

-영화 빠삐용 中 : 너무나 광활한 자유

 "...이제 어쩌지?"


 실험체- 서윤과 아이들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자유를 찾았지. 하지만 이 자유는 저 빠삐용마냥 너무나 날것 그대로의 자유였어. 아무것도 없는 거지들이 세상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듯, 얘들이 얻은 자유도 길바닥을 굴러다는 수 있는 자유였지. 이 애들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과거도, 신분도, 지인도, 아무것도 없는 불법체류자 그 자체야.



 1. 길고양이 소대


 이런 자유마저도 굉장히 한정적이고 일시적인 자유였어. 리플레이서 애들은 언제 자신들을 추적해올지 모르고, 자신들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는 비공인 실험체거든. 원래의 신분 따위가 남아있을 리가 없지. 알트 소대는 진짜로 길고양이 신세가 되었어.



 서윤과 소대원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만 했어. 거지꼴로 숨어 추적을 피하다 언더그라운드 업계에서 일을 뛰기 시작해.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과정 중 실험체로 살아가며 익힌 능력들과 소양들, 제이나가 알려준 충고들은 생존에 굉장한 도움이 되었어. 서윤이 괜히 퀸을 원수이자 워너비로 삼았던 게 아냐. 어쨌든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이만큼 적합한 경력직들도 없었지. 그 동안 목숨걸고 배운 것들이 생존과 경쟁이었는데 용병 바닥이라 해서 새로울 것도 없지. 오히려 전공이야. 



 알트 소대는 사실 펜릴 소대와 비교되어서 그렇지 일반적인 레벨에서는 상당한 능력자들이야.

 중화기의 정령 김소빈, 몸빵 하나는 A급 상위권인 유진, 총알에다 총알을 박아넣을 수 있는 샤오린까지. 하지만 이 바닥은 언더그라운드야. 빛이 드는 곳이 아니지. 마냥 실력대로만 굴러가는 바닥도 아니고, 언제나 목숨과 돈을 저울질하며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살벌한 각축장이야.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마냥 실력만 필요한 게 아니겠지.


 -살아남은 이유


 당연히 실력 그 이상의 눈치, 그리고 약점을 보이지 않는 철저한 비지니스 마인드가 필요해.

 그 역할을 한게 서윤이야. 서윤은 한 마리의 도둑고양이처럼 약한 척 내숭을 떨며 주위 경계를 줄이고, 약점을 잡고 계약을 따내며 이 바닥에서 순식간에 이름을 날려. 서윤 특유의 확실한 선긋기와 뒷마무리는 고객에게 꽤 훌륭한 점수를 얻기 충분했겠지. 알트소대는 이렇게 서윤이 물어오는 계약으로 연명했을 게 뻔해. 괜히 모든 소대원이 결정권을 오로지 서윤에게 맡기는 게 아니겠지. 


-삶의 고달픔


 정리하자면 서윤을 비롯한 알트 소대원들은 거의 평생을 실험실에서 살다가, 그곳에서 나와서는 오갈 데 없는 길고양이처럼 산 거야. 자신들을 지켜줄 사람도, 자신들이 사라져도 그걸 알 사람도 없는 장소에서 살아야만 했지. 시설 안에서나 밖에서나, 알트 소대원들이 믿을 대상은 서로밖에 없었어. 얘들은 정말 상처입은 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 그 자체였어.


 이렇게 살아온 얘들의 목표가 뭐겠어.

 바다로 가는 거지. 낭만고양이가 되는 거야. 



 더 이상 시설이나 집단에 발목잡히지 않고, 해가 보이는 양지로 나가 자유롭게 사는 게 꿈이야.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고, 그거 남에게 안 뺏기고 자기들끼리 먹는 거야. 얘들의 1차 목표는 생각보다 소박해. 가는 길이 험난해서 그렇지. 이건 사실 알트 소대의 꿈이고, 서윤의 2차 목표는 복수까지 포함되었겠지.


 문제는 그걸 이루려면 '라이선스'라는 공인 증서가 필요한 점이지. 얘들은 신원조회도 안 되고 아는 사람도 없거든. 양지로 나가 살려면 최소한의 신분 증명이 되야 할 텐데, 과거 기록이고 뭐고 싸우는 능력 뺴고 아무것도 없는 얘들이 가질 수 있는 증명서는 사실 저것밖에 없어. 게다가 양지로 나간 신분이 되면 적어도 리플레이서 애들이 대놓고 납치하기는 어렵겠지.

 그래서 얘들이 스토리 내내 라이센스에 목을 매는 거야. 새 출발의 최소 조건이 이 라이선스일테니까.


 1-2. 호구를 찾아서




 하지만 여긴 언더그라운드야. 밑바닥에서는 굴러 올라 봐야 결국 바닥이지.

 진창에서 탈출하려면 혼자 발버둥쳐봐야 소용없어. 바닥 위에 있는 누군가의 줄을 잡고 올라가야 해. 그래서 서윤은 이 넘버링을 가진 회사- 코핀이라는 회사를 호구잡을 생각을 해.



 서윤은 애초부터 코핀에 오래 머무를 생각이 전혀 없었어.

 오해하는게, 서윤은 미나를 보고 계획을 세운 게 아냐. 그냥 미나가 작업하기 가장 좋은 호구여서 그랬지. 서윤은 그냥 처음부터 이 회사를 등처먹을 작정이었어. 애초에 다들 쫓기는 입장이라 어디 오래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거든. 거기다 다른 사람도 아니라 그 서윤이 3류 채굴회사보다 못한 구멍가게에 뿌리를 내릴 리가 없지. 얘들은 취직하는게 목적이 아니었어. 최대한 빨리 업적을 쌓아서 라이센스 발급을 받는 거였지.


 

-패시브 발동


 다 망해가는 회사라도 일단 관리국의 넘버를 가진 테스크포스인 만큼, 분명 양질의 먹이를 찾을 게 분명했어. 제대로 잡으면 한탕 크게 해먹을 수 있을 만한 그런 먹이 말야. 서윤은 기회를 보다 떨거지는 회사에 넘기고 코어만 꿀꺽해서 공을 독차지해 튈 생각이었어. 경력과 실속 모두를 들고 나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 잘만 하면 라이선스까지 나올지도 몰라. 계획대로만 된다면 말야.



 다들 알다시피 알트 소대는 여기서 데몬 타입에 그림자를 만나서 전멸할 뻔 하지.


 미나의 오지랖이 아니었으면 라이선스는 커녕 서윤과 아이들이 아니라 스피라와 네 자매가 될 뻔 했어.

 이 부분은 서윤이 각을 잘못 세웠다고밖에 볼 수 없어. 알트 소대가 구르고 구른 것 같아도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야. 어쨌든 여기서 서윤의 계획이 아주 제대로 꼬이는 바람에 알트 소대는 생각 이상으로 오래 이 회사에 머무르게 돼.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이 길고양이들이 처음으로 어느 한 공간에서 자리를 내리게 된 거야. 그리고 이 회사는 보기보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깊은 비밀이 존재하는 마굴이었어. 그리고 사장은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을 알트 소대에게 제공해주지.



 2. 타고난 스파이- 통수의 전문가. 배신의 예술가.


 서윤의 뒤통수 치는 솜씨는 예술적이야. 배신을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리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내숭


 이 게임 속 배신의 대명사는 힐데지만, 사실 힐데는 어설퍼.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라기보단, 하다 보니까 어쩌다 배신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에 가까워.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은 아니야. 소 뒷걸음질에 쥐 잡히듯 움직이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서윤은 달라. 서윤의 배신은 명백히 의도적인 통수야. 서윤은 마치 한편의 각본을 보는 것 같이 준비, 과정, 결과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뒤통수를 만들어. 확실한 계획과 설정을 짜고 사전 작업을 진행한 뒤, 목표물에게 다가가 방심을 유도하고 그 사이에 계획대로 결행을 해. 이정도면 거의 타짜 수준이지. 혼이 담긴 구라를 치는 게 서윤이야.



-영화 타짜  몰아일체의 경지 : "혼이 담긴 구라" 


 이건 대책이 없는 상대는 당할 수 밖에 없는 전문적인 뒤통수야. 서윤은 이미 자신만의 뒤통수 노하우와 커리큘럼이 존재해. 첫 에피소드, 다이브 임무에서 미나가 당한 건 아직 어수룩한 뉴비라 당한 것 같지만 아냐. 서윤이 너무 완벽하게 작업해서야.


 사람 놀리는 데 있어 예술적인 경지에 오른 애가 사기를 치는데 안 속는 게 이상한 거지. 얘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어떻게 그렇게 하이패스로 올라왔겠어. 서윤은 그 배신이 난무하는 용병들마저 압도적인 계약 솜씨로 이기고 올라왔다는 거야. 이 게임에서 진정한 통수의 전문가는 서윤이야. 


-진정한 '비지니스 마인드'


 이건 단순히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는 정도로 설명이 가능한 경지가 아냐. 같은 소대원인 유진을 봐. 똑같은 실험체였지만 얘는 거의 짐승에 가까워. 이건 서윤이 가진 재능이라고 봐야 해. 


 사람은 마냥 환경에만 좌우되는 존재가 아니지.

 그것과 별도로 개인이 타고나는 게 있고, 그걸 개화시킬 경험이나 기회가 있느냐가 가장 중요해. 그런 의미에서 서윤은 타고난 스파이야.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진 재능을 능력으로 개화시킬 경험도, 기회도 모두 있었어.


 재능-기회-노력이라는 삼위일체가 완성되는 거지. 서윤은 뒤통수치는 데 있어서는 그 누구도 감히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어. 아직 십대 정도에 불과한 서윤이지만, 사람 속이는 솜씨만큼은 용병들을 압도하고 현장에서만 20년을 구른 이수연을 계약으로 엿먹일 정도.

 이건 어떻게 노력과 경험 따위로 범접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는 거지. 서윤은 타고났어. 타고난 기만자- 트릭스터야. 이수연과의 거래 현장은 다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와. 압도적으로 불리한 고용자 입장에서 부사장과 승부를 보고 입장을 뒤집어 계약을 만들어.


-노력과 재능의 차이


 사실 그 어려운 일이라고 했던 리플레이서 잠입 미션도 말로만 어려운 일이였지, 실제로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거야. 그냥 주위가 호들갑인 거야. 전공 한번 더 쓰는 건데 무슨. 오히려 가장 쉬운 일이었겠지. 그리고 서윤은 정말로 그렇게 어려운 티도 안 내고 임무를 120%완벽하게 해내.


 그 동안 미나를 질투하며 힘을 갈망했다는 설정부터 제대로 짜고, 아주 메소드 연기를 펼치며 제대로 잠입에 성공하지. 진실에 거짓을 섞어 어설프게 악역을 연기하는 놈들에게 '혼이 담긴 구라'가 뭔지 아주 제대로 보여줘.



-사실 이런 느낌


 이 작전은 서윤에게 있어 이보다 좋은 작전이 있을 수가 없었어. 너무 좋다못해 의심이 갈 정도의 제안이었지. 괜히 관리자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한 게 아냐. 이 사건은 알트 소대의 미래를 영원히 바꿔놔.

 

 대가가 없어도 조져야 할 원수를 족치는데, 과거회상 + 파워업 이벤트 + 라이센스가 나온다?

 안할 이유가 없지. 오히려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야 할 판이야.


 이 부분이 서윤이 길냥이에서 집냥이가 되는 결정적 순간이야. 사장이라는 집사를 찾았거든.



 3. 길냥이에서 집냥이로


 

 

 리플레이서 작전 이후 서윤을 비롯한 알트 소대는 완전히 코핀에 눌러붙어. 당당하게 코핀의 이름을 대며 2소대 대장으로 살아가.

 사실 처음 원하던 걸 다 얻었는데, 독립할 생각이 일절 없지. 그 계약은 계약일 뿐, 신뢰는 개뿔-알맹이만 쏙 먹고 튀던 체리픽커 길고양이는 온데간데 없이 사장 밑에서 알짱거리는 집냥이만 남았어.



 설상가상 서윤은 어째 날이 가면 갈수록 주시윤 Mk.2가 되어가. 뺀질거리지, 이젠 내숭도 안 부리지, 주시윤 만큼이나 도망도 잘 가지. 이수연이 골칫거리가 더 늘었어. 사실 이 말은 서윤이 코핀이라는 곳에 점차 동화되어간다는 말이기도 해.



-세상 편하다


 사실 길냥이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도 일이고 다른 고양이 집단에게 맞지는 않을까, 내일 비 내리면 어디서 쉴까, 해꼬지하는 사람은 없나- 고민이 많지. 알트소대도 마찬가지였어.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신분도 불명확한 비인가 업체라 언제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아. 수입도 불안정하고 삶은 더 위태롭지.

 매일 내숭 떠는 것도 일이고 착한 척 하는 것도 꽤 피곤한 짓이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윤이 사람을 경계하는 습관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어.



 그런데 이제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도 생겼고, 자신이 사라져도 찾아줄-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도 생겼어. 심지어 그토록 원하던 라이센스와 멀쩡한 신분도 생겼지. 과거의 꿈들이 한순간에 모두 이루어졌어. 이제야 진정한 새 출발을 하게 된 거야.



 그런데 새출발을 꼭 힘들게 해야 필요가 없지.

 낭만고양이가 첫 꿈이긴 했지만 그건 길거리에서 구르며 살 때고. 집냥이가 되어보니까 생각 이상으로 괜찮거든. 게다가 사장이라는 확실한 뒷배-집사가 생겼는데 뭣하러 굳이 나가. 가질 것도 다 가진 마당에 그냥 편하게 눌러앉는게 훨씬 낫지.



 

-집사 찾았다


 서윤이 관리자의 정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미지수야. 하지만 사장이 말 한마디로 라이센스를 발급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능력자라는 것, 그 굴러다니던 깡통같던 머신 갑의 출력이 함선급 출력이라는 것도 알아. 이런 걸 개인용으로 쓰는 능력자가 어떤 사람일지는 쉽게 예측이 되지. 그래서 서윤은 관리자의 정체를 얼추 추측하고 있는 모양이야. 


 사실 관리자가 사용한 방법은 서윤과 동일해. 상대가 자신을 드러내는 만큼, 자신도 그만큼 모습을 보이는 거지. 

 관리자는 자신이 서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그 대가로 자신의 모습도 같이 밝혔어. 최소한의 성의와 신뢰의 근거를 보인 거지. 그리고 서윤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약속대로 그 모든 대가를 고스란히 건내줘. 서윤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숭을 떨지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 한 거래야. 그리고 가장 훌륭한 결과가 모두 도출된 거래였지.


-마피아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서윤의 입장에서는 드디어 믿을 수 있는 보호자가 생긴 거야. 길거리 어디에서 자신들이 사라져도, 이 사람은 자신들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지. 드디어 서윤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믿을 만한 사람이 생긴 거야. 자신이 구태여 착한 척 내숭을 부릴 필요도 없고 경계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 생긴 거야. 누구에게나 내숭을 떨던 서윤의 입장에서 그게 얼마나 마음이 편할지는 뻔하지. 길냥이가 드디어 집사를 구한 거야.


 서윤은 이 이후로 사장의 일이라면 어떤 의문도, 의심도 하지 않아.

 시그마가 사장 딸이라고 해도 '사장님 딸이네?'라고 넘어가. 적들이 기계가 뭔 가족이라 따져도 '우리 회사 후계자!'라고 장단을 맞춰줘. 대인기피 로봇이라는 머신 갑에서 함선급 출력이 나와도 그냥 '나오는구나' 해. 



 이 외에도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운동회 1등하고 아티팩트를 가져오라는 다소 황당한 미션도 한마디 불만 없이 받아들여. 심지어 주시윤을 납치한 애들 뒤로 미나와 함께 들어가라는- 누가 봐도 수상한 미션도 한치의 의문조차 가지지 않고 실행해.

 그 의심많고 딴짓이 특기던 서윤이 맞나 싶지.

 이제 서윤은 사장이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겨도 같이 맞다고 우길 거야. 완전히 집냥이 모드야.


 

-영화 대부 中, 마피아와 고양이

편안함 그 자체

 

 우리 주인님이 최고인 거야. 서윤은 이제 관리자나 부사장 앞에서는 내숭도 안 부리고 말을 하고 다녀. 관리자도 신뢰와 믿음이 생긴 서윤을 믿고 잘 활용해. 까다로운 결전병기들인 펜릴소대보다 훨씬 편하고 자유롭게 말야. 정말로 심각하고 위급한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건들은 죄다 알트 소대에게 맡겨.


 서로 최소한의 믿음이 생기니 서로 편하게 일을 맡기는 거야. 서윤도 자신들의 사정을 모두 해결해준 사장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어. 사장이 무언가 비밀도 많고 깊은 계획과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얼굴을 보여줬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믿겠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니까 말야. 서로 성격을 꾸미지 않으니까, 서윤이나 사장이나- 꽤 홀가분하게 대화를 해. 서로 삶의 무게를 조금은 내려둔 거지.

 

관리자는 현재도 가장 편하고 확실한 카드로는 서윤을 먼저 꺼내들어. 이제 둘은 꽤 짝짝꿍이 맞는 사이가 된 거야.




 마무리  




 서윤의 캐릭터성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사람 속이는 ㅅ년이 뭐가 좋다는 사람과 그게 매력이라는 사람으로 나눠져. 게다가 한번 치는 것도 아니고 거의 패시브에 가까운 느낌으로 내숭을 떨어대니 호불호가 안 갈릴 수가 없지. 

 뭐 취향인 만큼 누가 맞다고 할 수는 없지. 그냥 서윤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와 배경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걸로 커버가 가능한 솜씨와 능력치가 아니긴 하지만, 뭐 타고난 재능을 살린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잖아. 미나가 비틱을 타고났듯 서윤도 기만을 타고난 것 뿐인데.


 서윤은 누가 봐도 고양이 상이야. 하는 짓도 딱 고양이고. 앞서 말한 것들 외에도 운동회 이벤트에서 알렉스를 영 경계하는 것도 딱 처음 보는 주인의 손님을 대하는 고양이지. 계속 밀어붙이니까 결국 또 넘어가는 것도 마찬가지고. 서윤은 경계도 깊고 의심도 많지만, 한번 믿으면 굉장히 깊게 믿음을 가져.

 믿는 대상에 대해서는 의심은 커녕 의문도 가지지 않고, 언제나 습관처럼 나오던 내숭도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말야. 얘도 결국 근본까지 나쁜 캐릭터는 아냐. 단지 사람을 좀 진심으로 잘 안 믿을 뿐이야. 다른 길고양이들이 그러하듯 말야.




 정리!


 서윤이는? -> 고양이

 관리자에게는? -> 집냥이

 다른 사람에게는? -> 도둑고양이


 이제 진짜 시험이 코앞이라 한동안 이 학개론 시리즈는 못 쓰지 싶어. 아마 11월 초에나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까지는 진짜 금태가 내 주는 스토리에 만족해 줘. 


 그리고 저번 글 이후로 나보고 금태나 직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사람이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다고 생각해. 


 패치노트를 왜 나보고 달라는 거야.  내가 금태였으면 이거 쓰고 돈이라도 받지....나는 그냥 뇌피셜 쓰는 글싸개에 불과해.


 어쨌든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다른 의견들이 있으면 남겨줘. 댓글을 언제나 잘 읽고 있어. 

 

+ 기존 학개론 시리즈


힐데편: 1. 캐릭터성 https://arca.live/b/counterside/33899688

           2. 관리자와의 관계 https://arca.live/b/counterside/34043441


유빈편: 1. 목적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5610383 

          2. 관계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5641113


 시윤편: 1. 캐릭터(용혈)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5732522

           2. 관계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5790661


이수연편: 1. 캐릭터성 https://arca.live/b/counterside/35930052

              2. 관계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6176238


서윤편: 1. 능력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6275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