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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너무 많은거 같아서 4화 3000자 단위로 반갈죽 했음.
왜 싸우고 있는걸까.
평소대로 그저 언니의 말을 따랐다면. 아무런 생각도 목적도 없이 살았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던 그 판단 조차 언니에게 맡겼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나는 언니를 이길 수 없다. 기억하지 못하는 예전부터 그랬다.
"케흑ㅡ?!"
갈비뼈가 으스러진다. 휘둘러진 거대한 검에 맞아 땅에 나뒹구는 것도 벌써 두번째, 흙투성이가 되어 토해내듯 겨우 숨을 뱉는다.
아프다. 하지만 아픈건 익숙해. 언니가 내게 검을 달아줬을때도, 재조립을 처음 당했을때도, 언니의 사랑을 받을때마다 아팠으니까.
하지만 아까 이 가슴에 느껴졌던 통증은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내리는 비에 씻겨나가면 좋을텐데 외면하면 외면할 수록 가슴이 찢어질듯 더 뜨겁고 괴로워졌다.
슬프고 처절한 얼굴 같은건 몇번이고 봤다. 언니의 명령으로, 내 증오로, 그런 얼굴을 한 인간들을 몇번이고 죽였었다. 그런데 유독 그 얼굴에 담긴 감정 만큼은 외면 할 수가 없었다.
이유 같은건 모른다. 그런 복잡한 건 생각할 줄 몰라. 그러니까 이번에도 괴롭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할 뿐이다.
"아픈건 싫어. 추운 것도, 외로운 것도 전부 싫어. 언니... "
"그럼 내 말을 들어!"
어쩌면 언니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언니의 말을 들으면 아프지도 외롭지도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괴로울거다. 이유는 모르지만 분명히. 호라이즌이라는 사람이 죽으면 언니는 날 더 아프게 할 거고 날 더 붙잡아 둘 거다. 그리고 나 역시 알 지도 못하는 기계의 죽음에 알 지도 못하는 괴로움을 맛보며 살아가게 되겠지.
"싫,어...!"
힘이 다 빠져 팔은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일어나기 위해 움직이려던 다리는 몇번이고 땅을 헛짚으며 허우적 거리기만 한다. 그래도. 그래도 대검을 땅에 박고, 머리에 흐르는 피를 꺾인 팔을 억지로 움직여 닦아내면서 일어난다.
"전부 싫어. 하지만, 괴로운건 견딜 수가 없어.. 그러니까, 언니를 막을거야!!!"
"큭, 전부 하나 같이...!"
빌딩만한 크기의 거대한 검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피해낼 재간도 없고, 맞았다간 분명 이대로 끝이겠지. '나' 는 여기서 죽을거다.
하지만 괜찮아. 아픈건 익숙하니까. 재조립 당하는 그 감각도 버틸 수 있으니까.
하늘이 가려진다. 익숙하지만 내 소유는 아닌 기억이 떠오른다. 분명 나는 저 검에 이미 한번 맞섰었다. 그때의 나 역시 약했고 그때의 나 역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우리가 함께 돌아가길 원했다.
어디로 돌아가길 원했지? 언니가 이미 있는데 뭐가 부족했었지? ....누굴 보기 위해서 였지?
•••
...충격 과잉으로 인한 한시적 대기 모드 종료. 안전 모드로 전환 합니다. 경고. 소체 손상 13%. 사고 회로의 과부하 및 출력 저하 감지. 침식파로 인한 기능 정지 가능성 존재. 대응 필요.
리타, 대시.
저는 후회라는 감정을 무가치하다고 판단 했습니다. 물론 리타와 대시 같은 탄소 기반의 단백질 생명체가 그런 무가치한 감정을 품는건 당연합니다. 인간은 나약하니까요.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일관적이지도 못한 존재에 현명하지도 못하니까요. 그런 부족한 인간들이기에 품는게 후회라고 생각 했었습니다.
경고. 손상 부위를 통해 침식파 유입 중. 역장 가동 후 현실세계로 복귀를 권고합니다. 잔여 동력 57%.
그래서 나약한 인간을 사원으로 둔 사장으로써 저는 당신들의 나약함에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약한 인간이 똑같이 나약한 인간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꼴들이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 저는 돕고 싶었습니다.
연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정이라고 믿었습니다. 나와는 다른 걸 품은 자들을 향한 애정이라고, 그렇게 착각했나 봅니다.
"으아아아—!!!!"
"하, 하하하! 하하핫!!! 네가 그 꼴로 날 당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이번엔 순종적인 녀석으로 만들어줄게. 아프다니 외롭다니 그딴 소리는 꺼내지도 못할 만큼.. 내 말만 따르고 나만 보도록 만들어줄테니까 각오해 두는게 좋을거야, 꼬맹이!!!"
리타, 대시.
아무래도 제가 틀린 것 같습니다. 연민도 동정도, 우리가 무언가 달랐던 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인간들의 표현으로 가슴이 아프다는 건 이런 뜻이었습니까? 탑재하지도 않은 감정 회로가 요동쳐 사고가 마비되고,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소체를 찌그러트릴 것 같이 무거운 것이었습니까?
.......변동 사항 감지. 침식파 감소 중. 원인 파악 중.. 3종 침식체 두 개체의 현장 이탈을 감지. 현실세계 복귀를 위한 행동지침 계산 중.
리타. 저는 당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제가 감히 당신을 이해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사과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저 벌을 받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벌. 그러나 당신들이 만족할 수 있는 벌이 아니라 제가 만족할 수 있는 벌을 바랬습니다.
여기서 당신들에게 기능정지를 당한다면 모든게 끝날거라고. 리타와 대시가 저에게 품었던 증오를 풀고 자유로워질수 있을거라고 믿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대시. 저는 사장의 본분도, 가족의 본분도 다하지 못하고 있던거군요.
당신이 리타를 막아선 이유와 팔이 부러지고 내던져져도 다시 일어나 리타를 상대로 싸우는 이유를 방금까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시, 제가 잊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우리 중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는 걸.
경고. 안전모드 해제 시 동력 손실량의 증가가 예상 됩니다. 경ㄱ...
하지만 대시. 저도 물러서지 못하는게 있습니다.
[권고 사항 거부. 행동 지침 계산 및 안전모드 강제 종료. 오버 클럭 개시. 출력 상승. 호라이즌, 재기동 합니다.]
••••
등이 보였다.
"역시 이 달의 우수사원 답군요, 대시. 훌륭히 잘 버텨주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나랑 다를게 없는 등. 먼지 투성이에 찢겨진 옷과 망가진 몸. 내가 모르지만 분명히 알고 있는 등. 왜소해보이지만 누구보다 넓었던 등이다.
그러나 후회, 슬픔, 절망, 죄책감 따위로 점철 되어있던 그녀의 눈동자는 달라져 있었다. 흩날리는 연하늘색의 머리카락 너머로 보이는 가을 하늘과 같은 눈동자에는 한점 흐림도 없었다.
"..실패로 낙담한 직원을 위로하는건 대표의 할 일이니까요."
비가 그치고 있었다.
오버클럭은 대단한 추가 설정 같은건 아니고 시무룩이 쓰면 리타가 너무 처참히 발려서 밸런스 패치용으로 넣은 장치라고 생각해주셈. 별다른 설정도 없고 그냥 말그대로 오버클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