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에서 이어짐
자꾸 눈이 마주치는 미.시 https://arca.live/b/counterside/41040384
눈이 결실을 맺어 준 미.시 https://arca.live/b/counterside/41339592
새해의 펜릴, 그리고 미나 시윤 https://arca.live/b/counterside/41580374
[애호해조]그 남자의 몸에서는 그 여자와 같은 향기가 난다
-1- https://arca.live/b/counterside/45019112
-2- https://arca.live/b/counterside/45153540
-3- https://arca.live/b/counterside/45278212
-완- https://arca.live/b/counterside/45346512

--------------------------------------------------------------

"선배, 혹시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 있어?"


미나 양이 원한다면 시간이야 언제든 내야죠.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무얼 하고 싶은걸까, 쭈뼛거리면서 내 반응을 살피는 게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미나 양과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펜릴의

사무실, 나는 참지 못하고 미나 양의 볼을 어루만졌다.


큭, 가만히 눈을 감고 내 손길을 느끼며 얼굴을 붉히는 미나 양은 

내 심장에 너무 해롭다. 하하, 이제 회사에서 하는 스킨십에도 별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구나. 교육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

나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시죠, 미나 양? 데이트권유인가요?"

"그, 데이트랄까. 같이 가줬으면 하는 데가 있어서."

"하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해주셔도 되는데요."

"그.. 아카데미에서 알게 된 선생님 한 분이 결혼하신다는데, 

그런 자리엔 남자친구랑 같이 가는거라네? 에헤헤..."


회사에서 공인받은 커플이 되었으니, 공식적인 자리에서 연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꽤나 로맨틱할 것 같다. 다만 미나 양의

표정을 보아하니 예식보다 피로연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그야말로

염불보다 잿밥이란 말이 이럴때 쓰는 것 같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사실 그녀와 함께하고 있으면 내 얼굴에선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나를 숨기기 위한, 타인과 거리를 두기 위한 가짜

미소가 아니라 행복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미소가.


미나 양은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그녀의 존재는 분명 나를 한단계

성장시켜주었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하하하, 제가 그런 자리에 미나 양과 동행해도 되는 걸까요?"

"무슨 소리야! 선배가 내 남자친구인데 그럼 내가 누구랑 동행해야 되는데?"

"더 멋있는 분.. 예를 들어 사장님이라거나?"

"... 선배, 그거 나 떠보는 거지?"

"어이쿠, 들켰나요?"


미나 양이 별안간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짐짓 속상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 선배가 안 멋있는 사람 같잖아. 선배가 더 멋있어."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져도 돼.

라고 들린다면 중증일까?

정말로, 그녀는 나에겐 과분한 여자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싼 미나 양의 손의 온기를 느끼며 웃었다.

내게 얼마나 과분한지 가늠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수록 부족한 나를 자각하게 되니까.


그저 이 온기를 느끼는 동안만큼은 미나 양이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목표다, 일단은.


"못 당하겠네요. 그렇게 강아지같은 눈망울로 올려다보시면..."

"누가 강아지야!"

"하하, 쓰다듬어드리는 걸 좋아하시길래 영락없이 강아진줄.."

"...좋긴 하지만... 그건 선배 손길이 안심돼서 그런거고."

"네, 네. 늑대아가씨, 그럼 토요일에 쫙 빼입고 가면 될까요?"


미나 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흠, 뭘 입어야 하지?

미나 양에게 조금이라도 더 어울리는 남자로 보이려면 어떻게

입어야 하나 생각하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자,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다고 안 쓰다듬어 주는거야..?"


..이렇게 귀여운 사람이 내 여자친구라니. 정말 집에 데려다 놓고

기르면서 평생 애호해주고 싶다. 나는 미나 양의 표정이 환하게

풀어질때까지 그녀를 쓰다듬어 주었다.


***


토요일 아침. 

미나 양과 만나기로 한 카페 앞에서 바닐라 라떼 두잔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틈틈이 카페 창가에 비친 모습을 보며 매무새를

점검했다. 특별히 신경썼지만 결국 무난하지 않은 깔끔한 코디로

입고 나온 것이 후회가 될 때쯤 미나 양이 도착했다. 

흰색 시스루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하이웨이스트 H라인 스커트를 입은 미나 양은 평소보다 좀 더 성숙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헉, 선배. 많이 기다렸어?"

"네. 꽤 많이 기다렸습니다."

"으으, 그럴 땐 별로 안 기다렸다고 해주는 게 매너 아니야?"

"연인에겐 서로 솔직한게 진짜 매너아닐까요? 하하."


시스루 블라우스.. 신경 쓰이는데.

하나 씨가 입고 있었을 땐 몰랐다. 저런 디자인의 옷이 얼마나 

남자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지.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지나가는

남자들 모두 흘깃흘깃 미나 양을 훔쳐보는 것 같아 거슬린다.


"...미나 양. 커피 받으세요."

"아, 고마워. 늦은 내가 사야 되는데."

"계좌번호 불러드릴까요?"


시답잖은 농담과 함께 커피를 건넸다. 흘러내린 옆머리를 귀뒤로

넘기며 빨대에 입술을 맞대는 미나 양이 너무 치명적이다.

아무래도 외투를 입혀야겠다. 


"미나 양, 좀 춥지 않으세요? 마침 저기 여성의류 매장이 있는데

가벼운 외투라도 한 벌 살까요?"

"응? 아니야. 날씨 완전 좋은데? 봄이다 봄."

"봄은 일교차가 큰 계절이에요. 가디건이라도 하나 걸치시죠."

"괜찮대도? 왜 그러는거야? 이 옷 안 예뻐?"


그 질문엔 결코 거짓으로 대답할 수가 없다.

정말 천사같이 예뻐보이니까. 살짝 어른거리는 속살에 번뇌하는 게

나뿐만이 아닐 것 같아서 걱정되는데 말 할 수가 없어서 미치겠다.


"..아니요. 아름다워요. 미나 양."


무심코 나 답지 않게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대답해 버렸다.

미나 양도 뭔가 평소와 다름을 느낀 듯 붉어진 얼굴로 내 시선을

피하며 감사를 표한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연애는 정말

쉽지가 않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선배한테 예뻐보이고 싶어서 입은건데 아, 아름답다니 성공이네.

하하, 아하하..."


행복하다. 내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옷을 고르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이. 그녀는 나를 생각하고 옷을 골랐다. 반면 나는 그녀의 지인들

눈에 거슬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옷을 골랐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제가 그런 스타일의 옷을 좋아했나요?"


아차, 질문이 좀 이상했다. 나는 황급히 말을 얼버무리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연애 초기는 정말 어렵다.


"그, 이건 좀 부끄러운데...관리부장님이랑 선배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잖아? 각인효과 같은 게 혹시 있나 해서.. 안 좋아..해?"

"그 전까진 몰랐는데, 오늘 미나 양이 입은 걸 보니까 알겠네요.

저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나봅니다. 어쩌면 그냥 미나 양이 좋.."

"으악! 부끄러운 말은 이제 그만해! 땀나면 화장 망가진단 말야!"


우리는 서로 열을 좀 식히고자 봄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아, 식은 점심께인 것 같던데 일찍 만난 이유가 혹시 식장이

멀어서 그런건가요?"

"아, 내가 청첩장은 안 보여 줬구나? 별로 안 멀어. 그냥 

걸어가고 싶어서. 걷는 거 싫은 건 아니지?"


그럴리가요. 나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미나 양의 손을 잡았다.

미나 양도 화답하듯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10분을 더 걸었을까. 완연한 봄 날씨는 화창한 하늘과

그 푸른 하늘색깔과 어우러지는 봄 꽃들로 방점을 찍었다. 

미나 양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꽃을 좋아하는 것이 그 나잇대 

평범한 여학생다웠다. 


"선배, 선배! 저거 봐! 저거 때문에 걸어오자고 한거야!"


미나 양이 가리킨 곳은 봄 꽃이 아치모양으로 흐드러지게 핀

가로수길이었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색색깔의 꽃잎과 은은하게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가 가슴을 설레게 했다. 무엇보다도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신나서 방방뛰는 미나 양의 볼에 띈 홍조.

영락없이 신난 강아지같다. 그리고 꽃과도 너무 잘 어울린다.


"... 굉장히 낭만적이네요."

"그치? 여기를 연인이 같이 걸으면..."


미나 양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입을 다물었다.

하하, 무슨 말하려고 했는지 이미 알 것 같은데.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최대한 오래 그 가로수길을 만끽했다. 


***


예식장은 화려했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특별한 건 오직 미나 양.

아카데미 교직원, 학생들과 어색하게 나누는 인사가 귀여웠다.

미카 양과 나이엘 양을 소개할 때만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니

미나 양의 교우관계를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신랑이 입장하고, 결혼식의 주인공, 아카데미의 교사인 신부가 

등장했다. 웨딩마치가 깔리고 화려한 순백색 드레스로 몸을 감싼 

신부에게 하객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상하게 자꾸만 신부의

얼굴에 미나 양의 얼굴이 겹쳐보여서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나름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자기객관화가 덜 된 모양이다.


미나 양을 바라보니 눈이 반짝거리고 있다. 아마 대충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겉으로 속이 다 드러나보이는 것도

그녀의 매력이다. 그 표정을 본 나는 이 결혼식이 끝나고 그녀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 지 결정할 수 있었다. 


***


"선생님, 진짜 예쁘지 않았어, 선배?"


피로연에서 예상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해치운 미나 양이

그제서야 신부 얘기를 꺼냈다. 


"아, 기억하고 계셨군요. 뷔페 즐기시느라 다 잊어버리신 줄 

알았지 뭐에요. 하하하."

"윽, 그렇게 놀릴거야?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축의금 낸 건

메꿔야지.."


미나 양의 축의금 봉투안을 확인 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몇백

넣진 않았을텐데.. 라는 말은 속으로 주워삼켰다.


"미나 양, 혹시 이후 계획 있으세요?"

"계획? 아니, 없는데..?"

"그럼 잠시 저와 동행해주시겠어요?"


미나 양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가 건넨 손을 잡았다.

나는 그녀가 밥에 집중하는 동안 미리 알아둔 곳으로 이끌었다.


****


"웨딩.. 박람회?"

"드레스, 한 번 입어보시죠 미나 양."

"엥? 그래도 돼?"

"그럼요. 스드메 전문으로 하는 비싼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

내는 데는 충분할거에요."


미나 양은 당황 반 기대 반의 표정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우리가 아직 결혼까지 생각할 관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남자친구인 동안에 미나 양의 드레스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게

내 욕심이었다. 마침 드레스를 동경하는 표정의 미나 양을 봤기에,

곧바로 실행에 옮길 근거가 생겼다.


"서, 선배. 그럼 나 잠깐 저거 입어보고 올게!"


하나 씨를 하나 누나라고 부르던 시절, 그녀가 말해준 게 있다.

대부분의 여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을 동경하고 꿈꾼다고.

들떠 보이는 미나 양을 보고 있자니 하루동안의 피로가 싹 풀렸다.

나는 박람회 직원의 영업을 한 귀로 흘리며 의자에 앉아 드레스를

입은 미나 양을 기다렸다.


"으아, 이거 막상 보여주려니까 너무 부끄럽다."


장막 뒤에서 흥분이 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걱정마세요. 분명 최고로 아름다울거에요."

"그,그래? 놀리면 안 돼!"


촤르륵.

커튼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내 시간은 잠시 멈췄다.

"어, 어때..?"


뭐라 말 할 수 없다.

아니 감히 말 할 수 없다.

당장이라도 턱시도를 입고 그녀의 팔짱을 끼고 싶을 정도다.


"왜 말이 없어, 불안하게?"

"어쩜~ 예비 신부님 너무 아름다우셔서 예비 신랑님이 굳으셨나봐요!"

"아하하.. 그,그래요?"


박람회 직원의 멘트에 어디부터 딴지를 걸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예비신부 미나 양의 예비신랑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하, 나는 나름 정말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천사같네요. 진심으로."

"아하하.. 진짜?"

"공부를 좀 더 성실하게 할 걸 그랬네요. 지금 느낌 감동을

표현 할 방법이 없다는 게 화가 날 정도에요."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드레스의 노출이 내겐 좀 과하긴 하지만, 그게 웨딩드레스를 입은 

미나 양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을만큼 고결하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곁을 차지할 사람이 내가 아니게 되더라도, 반드시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입을 때까지 지키리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 순간, 미나 양이 내게 팔짱을 껴 왔다.


"이러니까, 우리 진짜 결혼식올리는 신랑 신부같지 않아? 헤헤.."


그녀 말대로, 내가 오늘 입고 온 옷차림은 무난한 정장이었고

거울애 비친 우리 모습은 결혼식을 올리는 것 같았다. 


"오늘은 연습이지만, 진짜로 식 올릴때까지 잘 부탁해, 선배..?

사,사... 사랑..해..? 으아아아!"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려 애썼다.

아무래도 그녀는 나를 그녀의 신랑이 되기 충분한 상대라고 

진심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도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나는 아까 혼자 한 다짐을 부분 수정해서 그녀에게 속삭였다.


"미나 양이 제 신부가 돼서 드레스를 입을때까지 지켜드릴게요.

저도 사랑해요. 미나 양."


=============================================

수상한지 2주가넘었는데 이제야 인증하는 것에 깊은 사죄를 표합니다..

한편더쓰면서 올려야지 했는데 글이 너무안써져서ㅜㅜ

상품인 골드킹은 저를 카사로 이끈 동생과 맛있게나눠먹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대회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웨딩 미나링 무단으로 써서 죄송합니다 

   말씀해주시면 링크로 대체하겠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