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괜찮나요?"


한참 사람이 붐비는 병원의 카운터


질문을 던진 이는 이제 고등학생은 되었을까 싶은 여성이었다


"음...오늘은 괜찮으실거 같아요. 다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10분이 지나면 퇴실하셔야됩니다."

안내데스크의 직원은 마치 그 여성을 오래봐 왔다는듯,  되묻는 질문없이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대로 고개를 짧게 숙인 후 여성은 빠른 발걸음으로 병실 앞으로 향했다



하지만 병실 앞에 서자,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듯 병실의 손잡이를 잡고서 잠시 망설였다


"정신차리자. 유미나."


마치 전쟁터에 가기전 신병마냥, 유미나는 각오를 다진뒤 병실의 손잡이를 서서히 돌렸다

끼이익

조심스레 문을 연 병실 내부에는 유미나와 빼닮은 갈색머리의 여성이 침대에 말없이 누워있었다


"언니. 나 왔어."


방금까지의 긴장은 어디로 갔는지 유미나는 옅게 웃으며 언니에게 말을 건넸다

.....


"있지. 나 이제 곧 첫 월급을 받을 수 있을거 같아."


유미나의 말에도 그녀의 언니는 인형처럼 말없이 그저 누워있을뿐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월급을 받으면 그걸로 언니가 좋아하는 꽃을 사오려고 해."


"이번에는..그래.  빨간색 튤립으로 가져올게."




"언니가 나으면 저번에 못갔었던 식물원에 한번 가자. 그때는 투덜거렸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까 괜찮아보이더라."


잔잔히 건네던 말은 조금씩 미나의 슬픔이 담아져 건네지고


"그리고 또 언니가 다 나으면 이번에야말로 난..."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텐데


그런데도 어째서 그 말읏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걸까


"보호자분. 10분 지나셨어요. 환자분의 안정을 위해 나오셔야 합니다."


마치 미나의 망설임을 비웃듯 시간은 짖궃게 흘러가 언니와의 만남이 끝나버렸다


"언니..월급 받아서 다시 올테니까..그때까지 잘 지내."


유미나는 복받쳐오는 울분을 누른채 서서히 문을 닫았다




유미나는 그 후로도 때때로 언니를 찾으러 병원에 찾아왔다



"언니. 저번에 했던 약속. 못 지킬거 같아서 미안해. 빠르게 일을 새로 찾아서 꼭 지킬거니까...그때까지 기다려줘."


첫 직장에서 윌급도 받지 못한채 쫓겨났던 날도



"저번에 말했던 튤립 사왔어. 이건 잘 보이는 창가에 둘테니까 일어나면 꼭 봐야해?"


약속을 못지켰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날도


"다시 새로운 회사에 취직했어. 이름은 코핀 컴퍼니라고 하나봐. 그런데 있지. 거기 사장님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때로는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지기도




"있지...얼마전에 나래를 만났어."


"그런데 나래는 이미 내가 알던 나래가 아니었던거야."


"...나래가 말하더라고...나 때문에 나진이가 죽었다고 말이야..."


한마디 한마디가 유미나의 마음속 깊은곳을 옥죄어간다


"맞아. 나진이는 나같은거 때문에 죽었어."


울먹이는 목소리가 서서히 섞여들어간다


"그래서 한순간 나래에게 죽어줘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어."

한도를 넘은 슬픔은 눈물이라는 형태로 넘쳐흐른다

"그런데 말이지...언니가 깨어났을때 내가 없는 상상을 하니까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더라.하하"


넘처흐르는 슬픔을 애써 담으려고 웃음소리를 내어보지만 부질없는 발버둥이었다



"그래서 결국 내가 나래를 죽여버렸어. 나의 하찮은 이기심 때문에..."



하지만


미나의 어떠한 말에도 대답이 들려오는 일은 없다


"하하...미안해 언니. 내가 너무 우울한 얘기만 했지?"



유미나는 마치 언니와 대화를 하는듯 애써 웃음을 지었다



"내일은 언니 생일이니까 일찍 올게. 그럼 내일 보자 언니."



미나는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으며 병실을 빠져나갔다



병실에는 다시금 정적이 찾아왔다










쓰고나니 왜케 어색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