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귀족영애의 말로 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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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딴 임무를 주는 거냐고.

로이의 불평불만 메들리는 에밀의 저택 앞에 당도하고서야 멈췄다.

물론 로이는 객관적으로도 예쁘장하게 생겼고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유자라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이 여장잠입임무를 맡기는 합당한 이유가 될리 없었다.

눈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평평한 가슴과 골반에서 위화감을

느낄 것이고, 어찌저찌 속여넘겼다고 하더라도 목소리에서 들통날

것이 뻔했다. 거기다 엘리자베스의 망상에서 등장한 파렴치한 복장이라도 받는 날엔... 


"으아아, 미치겠네 정말."


로이는 윤기나는 금발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이딴 임무는 거절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왜 엘리자베스가 처음

임무 브리핑을 했을 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을까.


사실 로이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는 왠지 화가 나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늘어놓는 망상을 

듣다보니 이상하게 화가 치밀어 올랐었고 그 탓에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최대한 몸매를 가리는

펑퍼짐한 원피스와 붙임머리 가발을 착용한 채 이 곳에 서 있다.


지금이라도 이런 미친 임무 못 하겠다고 할까.


'그 정도 임무도 못 하는 건가요. 정말, 호조부견자라는 말이 

있다면 이상적인 교보재가 되겠어요. 무능한 물벼룩.'


로이의 머릿속에서 매도하는 엘리자베스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

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홍차폭탄의 콧대를 납작하게 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서 돌아간다.

로이는 자신의 뺨을 양 손바닥으로 짝짝 치며 마음을 다잡은 후

심호흡과 함께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끼이이익.


"누구십니까..?"


무기력해 보이는, 허리가 구부정하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집사가 

힘겹게 문을 열고 로이를 맞이했다. 당장 은퇴해도 될 것 같은

늙은이까지 혹사시키는 걸 보니 에밀이란 인간은 쓰레기가 맞는 것 같다.


"아.. 안녕하세요.. 메이드를 모집한다고 해서 연락드린 로,로라

라고 합니다.."


로이는 낼 수 있는 가장 하이톤의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지만,

입을 열자마자 이 작전은 미친 짓이라는 것이 더욱 확실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 얘기 들었습니다. 들어 오시죠.."


켁, 진짜냐.

집사 노인은 가는 귀마저 먹었는지 일말의 의심 없이 로이를

저택 안으로 들였다. 이쯤 되니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로이쪽이었다.

진짜... 먹힐 정도의 여장인건가?


아무런 제지 없이 메이드장의 안내에 따라 메이드룸에 입성한

로이는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아주 평범한 메이드복을

지급받아 갈아입었다. 검은색 롱드레스와 흰색 에이프론 드레스,

카츄샤까지 머리에 쓴 로이, 아니 로라는 제법 아름다웠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는 로이의 속내는 타들어갔다.


뒷골목에서 싸움질을 일삼던 그 로이 버넷이 여장이라니.

로이는 여장이야말로 남자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남자다운 일이라

합리화하며 분루를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그저 최대한 빨리 

조사를 끝마치고, 아티팩트를 회수해서 탈출하고만 싶었다.

분명히 긴 치마를 입었는데 왜 이렇게나 아랫도리가 휑한걸까.


멘탈을 추스르는 데는 역시 청소만한 게 없다. 조금씩 깔끔해지는

방을 바라보는 것만큼 마음이 놓이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이는 먼지털이와 빗자루를 집어들었다. 청소 중간중간 조사도

겸하면 임무수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메이드룸부터 시작해서 모든 방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시작한 로이.

널찍한 저택은 사람이 없이 비어 있는 방이 더 많았다. 점점 흐름이 

끊기는 게 귀찮아진 그는 노크도 생략하고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6번째 방의 문을 열어제낀 로이.

벌컥.


"음? 누구냐?"


불행히도 이 방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로이가 이미 알고 있는

얼굴. 에밀이 커다랗고 안락해보이는 소파에 앉은채로 로이 쪽을

바라보았다.


"아, 새로온 메이드인가 보군. 청소 중인가."


다행히 에밀이 먼저 알아봐 준 덕택에 로이는 목소리를 노출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놀라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들키지 않고자

최대한 에밀과 멀리 떨어진 곳부터 먼지를 털기 시작했다. 

하지만 먼지를 터는 것은 그렇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엄청난 양의 먼지가 순식간에 휘날리는 통에 코가 간지러워진

로이가 벼락같은 재채기를 하고 만 것이다.


결코 여자의 재채기 소리가 아닌, 장군님의 재채기 소리 였다.

불안한 시선으로 에밀쪽을 살핀 로이의 심장이 툭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엄청나게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 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놈.. 이제 보니 여자가 아니구나?"


방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고 로이는 에밀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는 익숙하지 않은 길다란 

치맛자락을 밟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주저앉아있는 로이를 향해 에밀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다가왔고

로이는 왠지 모를 위압감 때문에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사내 놈이 여장까지 해가면서 내 저택에 들어오다니, 그럼

바라는 대로 해주마.."


에밀은 들고 있던 무언가를 뻗뻗하게 굳어버린 로이의 몸에

가져다 댔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던 그가 몸의 변화를

눈치 챈 것은, 헐렁하기 그지 없었던 메이드복의 가슴과 골반부가답답할 정도로 꽉 끼고, 묵직했던 가랑이가 허전해짐을 느꼈을 때였다.


"어, 어어...?"


로이는 자신의 귀에 들리는 게 자신의 목소리가 맞나 싶었다.

억지로 내려고 해도 안 나오던 하이톤의 꾀꼬리같은 고운 목소리가

덜덜 떨리면서 흘러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떠냐, 새로운 육체는? 맘에 드나?"


에밀은 로이, 아니 완벽하게 로라가 된 그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온 신경이 고통의 비명을 질러댔다. 이런 고통 느껴본 적도 없었다.


"네 놈의 몸에 여자의 기쁨을 아로새겨주마."


에밀은 거칠게 자신의 벨트와 버클을 풀어 헤치며 로이의 앞섶도

같이 찢어 풍만한 젖가슴을 탄력적으로 튀어나오게 했다.

로이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범해지고 말텐데, 제발 좀 움직여라!'


하지만 그, 아니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끄응, 하고

안간힘을 쓰는 암컷의 신음소리에 불과했다.


"제법 좋은 소리로 짖는구나. 그거 알고 있나?"


노인은 이를 악물고 있는 로이의 턱을 올려 눈을 맞췄다.


"여자가 느끼는 오르가즘은 남자의 9배에 달한다고 하지. 과연

남자였던 네 놈이 그것을 버틸 수 있는지 두고보자꾸나."


로이는 자신의 몸을 노리는 타인의 남근을 차마 바라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는 게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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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전개가 아닌 게 어디냐. 그러니까 좀 봐줘.."


눈치를 보며 볼을 긁적이는 로이는 한껏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엘리자베스의 시선을 피하고자 애썼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요?"

"그, 그래도 조사도 잘 끝냈고! 아티팩트도 회수했고! 무사히

다녀왔잖아!"


어딜봐서 '무사히' 라는 거죠,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아티팩트는

똑 떨어뜨리고 온 주제에!


엘리자베스는 턱끝까지 차오르는 불만을 가까스로 삭이며

팔짱을 낀 채 그, 아니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것도 모자라 남 부러울 것 없는 금발의 미녀가 된

로이는 엘리자베스의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로이가 찔릴 만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백번 양보해서 정조를 지킨 것은 고평가해 주도록 하죠.

그래서, 왜 어떻게 어째서 여자가 된 건지, 해명해 주실까요?"


분노한 엘리자베스는 음절 하나하나를 또박또박눌러뱉으며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어째서 그녀는 이 정도로 화내는 걸까.

하지만 로이는 입에 지퍼라도 단 듯 도톰하고 예쁜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말하겠는가! 생각보다 손쉽게 임무를 끝마쳐서

신난 나머지 아티팩트를 던지고 놀다가 떨어뜨렸는데, 빛이 

나더니 여자로 변해버렸다고. 


"정말.. 뭐라고 말 좀 해보시죠, 물벼룩!"


엘리자베스는 그녀와 키가 비슷해진 로이를 향해 우아하게 손을 

앞으로 뻗어 풍만하고 탱탱한, 전혀 처지지 않은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아야야야야!"

"이렇게 예쁜 물방울 모양의 커다란 가슴이나 달고 오면 제가

동요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어림도 없죠, 암..."


이미 넘칠 정도로 동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엘리자베스의 아귀힘이 점점 강해져서 그의 젖가슴을 쥐어 짰다.

동요하지 않았다는 엘리자베스의 말과 달리, 그녀는 컴플렉스인

살짝 처진 가슴을 자극할 정도로 예쁜 모양의, 심지어 그녀보다 

큰 사이즈의 젖가슴을 보란 듯이 달고 온 로이가 아니꼬웠다.

그러면서 뻔뻔하게 무사 귀환을 주장하는 꼴이라니.


"야, 홍차폭탄! 도대체 왜 그렇게 화내는 거야! 화 내고 싶은 쪽은

오히려 나라고!"

"화 안 내게 생겼어요?"


화를 안 낼 수가 있을까. 좋아하는 남자가 여자가 돼서 돌아왔는데.

심지어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회수한 아티팩트는 원숭이 손.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아티팩트였다. 

그런데 여자가 되어서 돌아온 로이를 보고 엘리자베스는 수천 

수만가지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작도 못 하고 그녀의 사랑은 끝나버렸다. 그녀는 비참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홍차폭탄, 미안한데 나 좀 도와주라."

"뭘 도와드릴까요? 브래지어 차는 법이라도 알려 드릴까요?"


덥썩.

로이는 화가 난 표정으로 엘리자베스의 손목을 잡아챘다.

순간이나마 로이에게서 남자다움의 편린을 엿본 엘리자베스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넌 도대체 뭐가 문제냐?"

"제가 뭘요."

"내 앞에서 그렇게 야한 얘기나, 여자애가 절대 안 할 법한 소리만

골라서 하는 이유가 뭐야? 넌 내가 남자로 안 보여?"


내내 시선을 피하던 엘리자베스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로이의 옅은 푸른색 눈동자를 마주한 그녀의 가슴이 설렜다.

지금 이 남자는 남자가 아닌데.

프리드웬의 기관장이 동성에게 연심을 품는다니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는 로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쿵쾅거렸다.


"지금 당신이 어딜 봐서 남자죠? 저보다 가슴도 큰 여자로밖에

안 보이는데."

"윽, 그건..."

"그러니 책임지세요. 저는 아무래도 당신이라는 남자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사람에게 반한 것 같으니까."

"뭐라...고?"


엘리자베스는 두번 말하진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녀의 붉어진 얼굴이 대답을 대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로이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거추장스러울정도로 출렁이던 가슴도 다부진 대흉근이 되어 갔고

이제 막 허전함에 익숙해지려는 참이었던 고간에도 다시 묵직함이

돌아왔다.


"어.. 돌아 왔다."

"어머."


엘리자베스는 로이의 탄탄한 가슴 근육을 어루만지고는 얼굴을

붉혔다. 곧바로 부끄러워할거면 대체 왜 한거야?


"크흠, 무사 귀환을 축하합니다. 로이 버넷."


엘리자베스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 뒤늦은 인사를 건넸다.


"뒷북은 됐고, 방금 했던 말 뭐야..?"

"눈치만 없는게 아니라 귀까지 나쁜가요? 좋아한다고 했어요."

"네가 날?"


엘리자베스는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이 상황이 머리에

제대로 입력되지 않는 건 로이뿐인것 같았다. 


"어.. 사실 나도."


단시간에 로이에게 일어난 급격한 신체변화와 감정기복, 눈 앞의

미칠 듯이 아름다운 괴짜 아가씨의 뜬금 없는 고백이 환장의

시너지를 내서 로이의 본능적인, 얼빠진 대답을 만들어 냈다.


"뭔가요, 그 김빠지는 대답은..."


그렇게 말하는 엘리자베스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얼 빠진 대딥이건 뭐건, 그도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 아닌가.

여자가 된 로이가 아닌 남자 로이가.


"뭐, 오늘은 기분이 나쁘지 않으니 봐드리겠어요."

"감정기복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아깐 그렇게 화내더니.."

"하지만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물벼룩, 그 아티팩트를 사용했죠?"


로이는 뜨끔해서 괜시리 잘 봉인해둔 아티팩트를 살폈다.


"사용했다기보다는.. 이거 무슨 아티팩트인지도 모르겠는데."

"그 아티팩트는 사용자의 소원을 어떤 방식으로든 들어주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난데 없이 당신이 여자로 나타나서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아나요?"


뭐야, 그런거였나.

로이는 피식 웃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라.

그는 아티팩트가 빛을 내던 그때를 떠올렸다. 이것만 있으면

이제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무시하진 못하겠지, 라고 생각하던

로이는 그녀의 속내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 그런 남사스러운 망상을 늘어 놓은건지, 뻑하면 화내고

무시하는 건 어째서인지. 


'직접 여자가 되어서 알아보라는 아티팩트의 뜻이었나?'


뭐 여자의 마음으로 이해하진 못 했지만, 그녀가 그에게 품은

감정이 어떤건지 알게 되자마자 다시 돌아 올 수 있었던 모양이다.


"아티팩트가 빛날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엘리자베스가 다시금 키차이가 나게 된 로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 여자, 좀 괴짜긴 해도 역시 예쁘다.


"비밀이야. 그래도 뭐 대충 이루어졌달까..."

"기관장 명령이에요. 당장 털어 놓으세요."

"계급으로 찍어누르기냐, 어쨌든 남자의 몸으로 돌아왔고 모든

미션을 완수 했으니까 소원, 뭐든지 들어주는거지?"


그 말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얼굴을 붉혔다.


"...잊고 있었네요."

"뭐든지?"


꿀꺽.

엘리자베스는 긴장감을 감추려 침을 꿀꺽 삼켰다.


"..네. 뭐든지."

"그럼 일단 두개로 늘려줘. 한개로는 부족하더라."

"... 그건 반칙이에요! 신사답지 못 해요!"

"난 원래 신사는 아니었는데."


엘리자베스는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귀여운 표정을

지을 줄도 알았나, 잠시지만 로이는 넋이 나갈 뻔 했다.


"알겠어요. 애초에 정확하게 규정짓지 않은 제 탓도 있으니,

더 이상 늘리는 건 안 돼요."


엘리자베스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녀의 야한 망상을 

다 들은 로이는, '뭐든지' 라는 말을 듣고 무엇을 원할까? 


"일단 어어어엄청 피곤했으니까 한 일주일 휴가좀 줘라."


뻥.


"악! 이 여자가 또 발로 차네?"


"네네, 아주 그냥 푸우욱 쉬시죠. 아예 영면시켜드릴까요?"

"아직 내 소원 안 끝났거든?"


'기대도 안 해요. 방금 날 좋아한다고 한 남자 맞나.'


엘리자베스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느라 애썼다.


"두번째 소원은, 너도 같이 휴가내는거야. 같이 어디 놀러나 가자."


엘리자베스는 이번엔 너무 들뜬 기색을 감추느라 애썼다.

이것은 데이트 신청인가.


"그럼 소원이 세갠데요. 저와 시간을 보내고 싶으시다니."

"어, 그런가? 젠장."

"다행히 제가 기관장이니 제 휴가는 제가 내겠어요. 능력있는

연인을 둔 것에 감사하시죠."


연인.

울림이 좋은 단어다. 그 단어를 말한 엘리자베스도, 들은 로이도 

연인이라는 말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미소지었다.


"그래. 기대하라고."

"기대할게요."


프리드웬 사내커플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