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편    2편










 "그런데 어디에 가는 거야?"






르네 씨에게 물었다.






 "그야 사건 현장이지. 사건이 일어난 지하철 역 네 군데를 돌 예정이야."






 "흐응, 그래?"






평소대로다. 밑바닥에서 부터 조사하는 거.






 "그럼 어서 가자."






 "너무 서두르지 마. 어딘지는 알고 있어?"






 "...아니, 몰라. 어서 안내해, 르네 씨."






 "네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역에 도착했다.






사건 현장에는 익숙한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다.






 "어지간한 것들은 경찰들이 조사를 끝마쳤을 거야. 그러니..."






 "알고 있어. 어지간하지 않은 걸 찾으면 되는 거잖아."






 "그래, 맞아. 참, 이거 받아."






 "...이게 뭔데?"






범상치 않게 생긴 안경이었다.






 "라우라한테서 받은 거야. 마녀들의 CRF를 감지할 수 있는 안경이래."






 "...안 쓸래. 못생겼어."






 "따질 거면 에블린 씨에게 따져. 에블린 씨 작품이니까."






 "그 언니는 예쁘장하게 생겨가지곤 가끔 이상한 기행을 한단 말이야."






 "그 안경을 쓰고 구석구석 잘 뒤져봐. 뭔가 발견되면 나에게 말하고."






 "당신은 안 써?"






 "나? 지금 쓰고 있잖아."






 "......"






왜 내건 나비 모양이고 르네 씨는 평범한 건지 불만이 생겼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하아, 그래."






 "서두르자. 퇴근 시간 되면 답 없어지니까."






 "알았어."






이제 역 전체를 뒤질 시간이다.












 "...르네 씨?"






30분 정도 수색한 결과 심상치 않은 걸 하나 찾기는 했다.






 "찾은 거 같아."






 "뭔데?"






 "...이거."






 "이건..."






쓰레기통에 버려진 커피 캔이었다.






 "...확실히 여기서 CRF가 감지되기는 하네. 잘 찾았어."






 "하지만 이걸로는 그 발푸르기스의 밤을 잡을 수 없잖아."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잡을 생각이냐?"






르네 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 발푸르기스의 밤이 어떤 식으로 정신 교란을 걸었는지는 알 수 있지."






 "어떻게?"






 "지하철에서 음료수를 파는 건 두 군데 밖에 없잖아? 지하철 내부 편의점과 자판기. 둘 중 하나를 이용했을 거야."






 "밖에서 사 온 음료수이면 어떡해?"






 "...그러지 않길 빌어야지."






잠시 생각에 잠긴 르네 씨다.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내가 편의점 쪽을 조사할게. 네가 자판기 쪽을 수색해 줘."






 "역할 분담인가... 알았어."






 "참, 캔은 네가 가져가라."






 "CRF 기억 할 수 있어?"






 "응, 기억 할 수 있어."






 "그래? 알았어. 뭔가 찾으면 연락할 게."






 "그래."












역에 있는 자판기는 총 6개.






그 중에서 이 캔과 같은 CRF를 내뿜는 자판기를 찾아야 한다.






어쩌면 전부 아닐 수도 있고, 전부 맞을 수도 있다.






확인하는 법은...






 "역시 음료수를 뽑아 마시는 방법 밖에는 없나..."






절대 내가 음료수가 마시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일단 첫 번째 자판기부터






딸그락~






 "흐음..."






코카콜라를 하나 뽑았다.






역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버리긴 아까우니 어쩔 수 없이 내가 마셔야겠다.






두 번째 자판기에서는 스프라이트 하나






여기도 패스~






세 번째에서는 비락 식혜






여기도 아니고...






네 번째에서는......






다섯 번째는......






결국 다 아니어서 마지막까지 왔다.






뭐 마시지...?






 "......아, 마실 거 정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지?"






하마타면 진짜 목적을 잊을 뻔했다. 무시무시한 자판기다.






 "마무리는... 그냥 평범하게 레쓰비로 마시자."






가끔 마시면 맛있는 레쓰비로 정했다.






딸그락~






 "...어?"






찾았다.












 "...옅긴 하지만 자판기에서 CRF가 느껴져. 이게 확실할 거야."






 "그러네. 내 레쓰비를 포기하게 된 건 아쉽지만, 그 대신에 찾았으니 뭐."






 "흐음... 자판기 바닥에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잘 안보이네?"






 "바닥에?"






 "응, 바닥에."






 "그럼 부수자."






 "...뭐?"






 "이런 위험한 걸 그대로 놔둘 순 없잖아. 이런 건 부수는 게 나아."






 "아니 잠깐, 차라리 라우라에게 부탁해서..."






 "바닥을 확인하면 되는 거지? 간다!"






 "자, 잠깐!"






콰앙!!!






 "됐어, 확인해."






 "...대체 그 막혔으면 부순다는 사고는 언제 고칠래? 너 때문에 또 배상해야 하잖아."






 "사건 해결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우린 경찰도 아니라고. 한낱 태스크포스 업체야. 좀 얌전히 다닐 필요가 있어."






 "됐고. 확인이나 해."






 "하아...그래 알았다."






르네 씨의 한숨이 깊어가는 것 같지만 괜찮다. 어차피 돈이 빠져나가는 건 르네 씨의 지갑이니까.






 "흐음... 이건 주흔인가?"






 "주흔?"






 "마녀들이 마법을 쓸 때 새기는 흔적 같은 거야. 이런 곳에 주흔이라... 자판기에 주흔을 새겨서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들을 조종한 건가?"






 "그렇다면 나 궁금한 게 있어."






 "궁금한 거?"






 "왜 투신 자살일까?"






 "왜냐고?"






 "조종한다면 다른 것도 시킬 수 있잖아. 물건을 훔치게 시킨다던가. 그런데 왜 꼭 투신 자살을 하게 만들었냐 이 말이야. 그것도 여학생들만."






 "...그러네. 그게 근본적인 의문이기는 해."






 "르네 씨도 모르는 거야?"






 "당연하지. 난 탐정이 아니야. 그냥 이런 일을 전문으로 나서서 해결하는 사람이지."






이 때, 누군가가 달려왔다.






 "당신들 누구야! 왜 갑자기 역 자판기를 부수고 난리야!"






지하철 관리인이었다.






 "이런... 내가 잘 해결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반성하면서 기다려."






 "네에네에~"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르네 씨, 제발 읽은 책은 책장에 다시 꽂아 놓으면 안 돼? 왜 항상 바닥에 내버려 두는 거야?"






 "다 쓸 데가 있단다, 샤렌. 안 치워도 돼."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다.






 "오늘은 좀 일찍 나갈 거야. 일찍 가서 읽던 책 좀 읽고 있으려고."






 "그래, 알았다. 잘 다녀와."






 "지금 바로 나간다는 말은 안 했어..."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럼 나도 일찍 스트레가에 가 볼까?"






 "대체 외상 빚을 얼마나 만들려고... 나 다녀올게."






 "...샤렌."






 "갑자기 왜 그래? 분위기 잡으면서?"






 "...오늘은 걸어가는 게 어때?"






 "그 거리를? 됐어. 할 말 끝났으면 간다?"






 "...그래, 잘 다녀와."












역에 도착했다.






오늘 따라 목이 좀 마르네.






어제 마시지 못했던 레쓰비가 한이 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한을 풀어주면 될 일.






자판기에서 레쓰비 하나를 꺼낸다.






딸그락~






마시니까 조금 삶의 질이 높아진 기분이 든다.






대기선에 서서 지하철을 기다린






가자






...어?






무슨 소리가...






가자 가자 가자






뭐야... 이거... 머리에 울리잖아...?






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






으아아앙아ㅏㅇ아악!!!






놀자






놀...자고?






여기야 이리로 와






여기라니...






이쪽이야 여기야 이쪽이야 여기야 이쪽이야 여기야 이쪽이야 여기야 이쪽이야 여기야 이쪽이야 여기야 이쪽이야 여기야 이쪽이야 여기야 이리로 와






그치만...거긴...위험한 걸...?






즐거워 즐거워 즐거운 연회야 파티를 즐기자 너도 즐기자 형형색색의 파티를 즐기자 너도 즐거워지자






...확실히... 즐거워 보여...






같이 가자 같이 이 연회를 즐기자 가자 가자 즐기자 즐기자






...요새...조금 지쳤나...?






...조금은...






...즐기면서...쉬어도......






...될 지도......?






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






...가...자......






빠아아아앙!!!!!














안 돼! 샤렌, 정신차려! 매번 드리는 말씀이지만 글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