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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화




마신이 강림한 날








"...이상이야."


"고맙다. 큰 도움이 되었어."





여성이 말을 끝내자 를르슈는 노트를 접어 품안에 넣었다


"이봐. 를르슈. 도대체 둘이서 무슨 말을 그렇게 오랫동안 하는거야?"

약 30분의 시간동안 를르슈는 공장에 들어온 신원불명의 여성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설명은 나중에. 일단, 내가 하는말에 무조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여. 알겠지?"

"어...응."

무언가 따지려던 카렌이었지만 다급해보이는 를르슈의 모습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긍정을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


"으으...뭐야 너희들은."

그때, 의자에 앉아있던 여성이 한쪽 머리를 짚으며 일어섰다


"괜찮으십니까 벨로바 아나스타샤 중령님?"


를르슈는 마치 오랫동안 같이 동거동락했던 전우처럼 말을 건넸다


"너희가 누구냐고 물었다."

아나스타샤 중령은 품속에서 뒤졌지만 그녀가 원하던 물건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기있습니다 중령님. 안에 눈이 들어가서 분리 후 재조립해두었습니다."

를르슈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아나스타샤에게 권총을 내밀었다

"...고맙다. 그보다도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저희는 방금전 일어난 급성침식현상의 해결을 위해 기밀정보국에서 파견된 팀입니다. 저희가 침식현상의 해결을 위해 이곳에 도착하자, 중령님께서 문앞에서 쓰러져 계신걸 확인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아나스타샤는 기억을 다시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사실 이 폐공장은 아나스타샤가 개인적으로 사용중이던 개인 공방이었다


그녀는 침식경보가 이 근방에서 발령되자, 침식현상이 일어나 침식체들이 공방의 중요 물품들의 훼손을 방지하기위해 서둘러 중요 소재들을 회수하기 위해 방문했던것이었다


"물품들의 회수를 위해 이곳의 입구까지 도착했던건 기억해.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곳에 들어간 뒤의 기억은 마치 잘려진 필름처럼 떠오르질 않아."


아나스타샤는 여전히 머리가 두통이 남아있는지, 한쪽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런데, 기밀정보국에 너희같이 특색있는 애들이 있다는 얘기는 못들었는걸."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의심을 푸는 대신 권총을 를르슈에게 겨눴다


"중령님도 아시다싶이 저희 기밀정보국은 모든 정보가 극비에 해당됩니다. 그중에서도 인원에 대한 정보는 신중을 기하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아나스타샤는 의심을 버리지 않았다

"흥. 그런건 누구라도 얘기할 수 있어. 너야말로 기밀정보국에 대해 잘 모르나본데, 하루에도 기밀정보국을 사칭한 스파이들이 얼마나 잡히는지는 알아?"


"25일 13시 15분. 동네 레스토랑에서 꽤나 재밌는 분들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


를르슈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아나스타냐샤의 안색은 흙빛이 되어버렸다


"이걸로 저희의 신분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 충분하다못해 확실하네."


아나스타샤는 깊은 한숨을 쉬며 손에 쥐었던 권총을 다시 품속에 넣었다


"그래서? CSE측정기를 보니 그쪽이 급성침식현상도 처리한거 같은데 이 칙칙한 곳에 더 볼일이 있나?"


방금전까지 반쯤 고압적이었던 아나스타샤는 이제는 거의 체념에 가까운 상태였다


"아뇨. 중령님도 깨어나셨으니, 저희도 이만 복귀하려고 합니다."



"대답해주지 않을거 같지만 한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답해드리도록 하죠."


"너희 기밀정보국은 '어느쪽'을 지지하고 있지?"


아나스타샤는 무언가를 다짐한듯,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건 대답해드리기 어려울거 같습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답변드릴 수 있겠군요."


를르슈는 입가에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중령님을 제지하는 일은 없을거라고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아나스타샤는 무언가를 생각한 뒤, 를르슈 일행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우선, 문 앞에 쓰러져있던 나를 구해준것에 대해 큰 감사를 표하고 싶다."


"아뇨. 감사를 받을 일은 아닙니다."


"아니, 어떤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는 침식지대에서 구해준거야. 이정도 감사는 계급에 상관없이 사람이라면 하는게 당연하지."


"그렇다면 한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중령님?"


"부탁이라고?"

아나스타샤는 또다시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듯 했다

"그렇게 어려운 부탁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방금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저희의 소속이 소속인지라, 중령님의 경우처럼 저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렇겠지."


"거기에, 기밀유지를 위해 통상적인 출입구는 사용조차 못하며 오직 기밀정보국 소속 전용루트로 복귀해야 하죠."


아나스타샤는 대답 대신 계속 말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런데, 방금 발생한 급성침식현상의 처리 도중 저희의 신분카드가 훼손되어버렸습니다."


"뭐?"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 겨우 CSE 2레벨정도의 침식파에 훼손되었다니. 믿기지 않는걸."


아나스타샤는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건 중령님에게만 말씀드리는겁니다."


"응?"


를르슈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사실, 방금전 발생했던 침식현상의 처리중 최소 3급이상으로 추정되는 그림자와의 교전이 있었습니다."


"그림자라고?! 아니 왜 그게 거기서 왜 나와!"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는데?"


그림자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 3종 침식체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재앙

아나스타샤가 놀란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운이 좋게도 큰 피해없이 그림자를 제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싶이 그 전투로인해 입장키가 훼손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그림자가 상대였다면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지...그런데 이면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넘어온 그림자가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는걸. 너희가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이 벌어졌겠어."


만약 3종급 그림자가 도시에 침입했다면 분명 끔찍한일이 있어났을것이다


물론 사실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무엇을 부탁하고 싶은거지? 일단 너희들이 내가 잠들어있는 동안 엄청나게 고생을 한건 알겠는데."


"그래서, 저희가 입장키를 수복할 동안 눈에 띄지 않으면서 지낼곳이 필요합니다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입장키를 수복할동안 이 공방에서 지낼 수 있겠습니까?"



아나스타샤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흐으음...그래. 이해는 했어. 어차피 여기는 자주오는 곳도 아니고. 오히려 너희가 이곳에서 지낼거라면 급하게 물품들을 안옮겨도 되어서 다행이네."


"거기에 한가지를 더 부탁하고 싶습니다만."


"말해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입장키가 수리되는 동안 저희를 중령님의 소속으로 배정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건 너희 상관에게 부탁하면 되잖아. 굳이 이렇게 해야하는 이유가 있어?"


아나스타샤의 말은 정론이었다


"현재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후우...알겠어. 행정병한테는 내가 대충 말해둘테니까 만약 누가 소속을 물어보면 4연대 미래기술부라고 말해. 그러면 될거야."


"감사합니다 중령님."



"더 필요한건?"



"아직은 없습니다."


"좋아. 그럼 나는 이제 가봐야겠네. 그리고 저쪽 구석에 냉장고 있으니까 배고프면 알아서 꺼내먹어."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나스타샤는 건성으로 대답한뒤 또다시 깊은 한숨을 쉬며 공방을 나갔다



"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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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스타샤가 떠나자, 멀찍이서 지켜보던 C.C와 카렌이 를르슈에게 다가왔다


"를르슈. 방금 대화 말인데. 그건 대체 어느나라의 언어인거야?"


"카렌. 분명 너와 C.C는 중화연방쪽에 체류한적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었나?"


"뭐?"

카렌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중화연방은 여러 민족들이 모여서 만든 연합. 따라서, 모든 사람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건 아니야."

"뭐,  나도 그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쓰이는 것 몇가지만 외웠다만."



"재수없어."


"오랜만에 죽이 맞는걸."


C.C는 어느새 카렌의 근처로 와 있었다


"하지만 이래서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겠지. 간단하게 요약해주겠다."


를르슈는 근처 테이블에 있던 의자하나를 가져와서 앉았다

"우선, 이쪽세계에서는 침식체라는 이름의 괴물들이 수시로 침공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침식체에게서 이터니움이라는 자원을 얻어, 사회곳곳에 사용되고 있다고 해."

"이터니움?"

"그래. 이터니움. 굳이 비슷한것을 찾자면...아마도 사쿠라다이트와 비슷하겠군."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우리가 알고있던 국가들의 대부분이 사라졌거나, 이름이 바뀌어있더군."


"그럼 혹시...일본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어?"


카렌의 질문에 를르슈는 잠시 말을 가다듬은뒤 말했다


"일본에 대해 들은건 없어. 추후에 알게된다면 말해줄게."


"...고마워."


"얘기를 계속 진행하기전,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 C.C."


"무엇이 궁금하지?"


질문을 던지는 를르슈의 표정은 더없이 진중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에 이끌려 이세계로 왔다면 반대로 이쪽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것도 가능한가?"


"어려운 질문이네."


"대답은?"


C.C는 테이블에 몸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확신은 없지만...반대의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


"그런가. 알겠다."


"예정을 바꿔야겠군. 내가 알아낸 정보를 핸드북 형태로 요약해두겠어. 다 읽으면 파기해."


를르슈는 품속에서 수첩하나를 꺼내, 방금전의 대화에서 얻은 정보들을 적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눈이 내리는 공장에 펜이 움직이는 소리가 울렸다


"저기 를르슈. 그런데 말이야. 분명 그사람은 초면이었지?"


"그랬지."


를르슈는 카렌을 바라보는 대신 수첩을 적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어째서 그 사람은 너에게 이런 정보들을 자세하게 알려준거야? 네 말대로 그사람과 우리는 초면일텐데."


그 순간 펜이 움직이는 소리가 멎었다


"미안. 지금 한 말은 잊어줘."

"아니. 그건 좋은 지적이야. 카렌."

방금까지 노트를 보고 있던 를르슈는 어느새 카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떠한 상황에도 의심을 가지는건 매우 좋은거지."

를르슈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렌에게 다가갔다


"카렌. 너에게라면 기아스에 대해 말해줘도 괜찮겠지."

"기아스?"


카렌은 를르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듯 했다


"말해도 괜찮겠어? 를르슈."


"그래. 어차피 원래 있던곳으로는 못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를르슈가 왼쪽 눈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카렌. 만약에 눈을 보는것만으로 상대할 수 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어?"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를르슈 너 눈이?"


를루슈의 왼쪽손에는 렌즈가 들려있었다


"이 눈동자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카렌. 내 말을 믿어주겠어?"

"를르슈의 말은 사실이야. 그건 나도 보증하지."


"C.C 너까지..."


그 말을 끝으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럼...방금 정보를 얻어낸것도... 그 기어스라는 힘으로 한거였어?"


"믿기 힘들겠지만 말이야."


"하아..."


카렌은 깊은 고뇌에 빠진듯 했다


"를르슈. 아니, 제로 한가지만 대답해줘."


생각을 끝마쳤는지, 카렌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서려있었다


"내가...아니, 우리들 흑의 기사단이 널 따른건 그 기아스란 힘으로 강제로 한거야?"


"아니. 그들은 내가 만들어낸 '기적'을 믿었고, 그 결과가 지금이다. 애초에, 그저 기아스로 따르게 할 생각이었다면 필요없는 쇼맨십은 할 필요도 없었지."


"그러니. 카렌."


를르슈는 왼쪽눈에 렌즈를 다시 끼웠다


"너가 제로에 대해 가진 감정은 결코 만들어진게 아닌, 너 자신의 것이다."


"...네가 그렇까지 말한다면. 다시 한번 따르겠어. 를르슈 아니, 제로."


"그걸로 충분해."


를르슈는 다시 자리에 앉은뒤, 수첩을 꺼내 적기 시작했다


"나는 홍련의 기체 체크를 해볼게."


"아아, 그래."


카렌은 그말을 끝으로 공장 구석에서 정지해있는 홍련의 조종석으로 들어갔다


"너답지 않은걸 를르슈."


"나다운게 뭐지? C.C."


슥슥슥

펜 움직이는 소리가 공장에 울린다


"...너한테도 묻고 싶은게 있었다만."


"글쎄, 네가 원하는 대답은 없을거 같은데?"


"역시 너는 알기쉬워서 좋군."


"뭐?"


"답이 이미 나온것에 두번 질문하는 것만큼 무의미한건 없지."



를르슈는 의자에 앉은 채로 필기가 끝난 노트를 C.C에게 건넸다



"빠른걸."


"다 읽은 뒤 카렌에게 주도록."



"를르슈. 너는 이제부터 무엇을 위해 살아갈거지?"


C.C의 말대로 를르슈에게는 더 이상 지켜야할 소중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무엇을 위해서



"세계를 만들거다."


"세계?"


"그래. 그 누구도 불행하지 않은 세계."



그것이


"나나리가 바라던 세상을."


그것이 그가 생각한 최소한의 속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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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기 중화연방 자료




반응 좋으면 더 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