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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벌어진 침식체 누님의 하극상(?) 소동이 끝난 후 나는 몸이 낫자마자 군사 회의라고 쓰고 가족 회의라 읽는 우리들의 회의에 참석해야했다.
처음에는 아니 침식체끼리 무슨 놈의 회의인가 싶어서 혹시 형이라는 침식체가 내 생각을 침식체 엄마한테 잘못 전달해서 오해가 생긴건 아닌가 했는데.

{막내야!}
"으억?!"
내가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나한테 달려오셔서 몸통박치기를 시전하시는걸 보면 딱히 그런건 아닌 것 같았다.
하긴 날 혼내거나 꾸짓기 위함이면 이렇게 귀찮은 일을 벌이면서 우리를 다 소집할 이유는 없었겠지. 뺀질거리는 것 같은 형놈이랑.
{동생아? 형도 섭섭함은 느낀단다?}

{닥치고 좀 있자? 이 망할 오빠놈아...}
그런 형놈을 두들겨 패느라 바빠보이는 누나도 각각 전선에서 맡는 역할은 따로 있다고 하니까. 아직 내 역할을 온전히 찾지 못해 방황하는 나를 제외하면 다들 할일이 태산이겠지.
가뜩이나 펜릴 전대까지 이번 전쟁에 합류하면서 전선이 고착화되는 중일테니까.
그럼 혹시 이번 회의에 날 부른 이유가...뭐 어그로를 끌어달라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그러다가 잘못해서 이상한 카운터들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나도 살아남으려고 전력을 다할테고 그러다가는 또다시 과거의 일이 반복될텐데...

{막내야 괜한 걱정을 하는구나.}
내가 감정을 숨기는 것을 잘 못하는건가? 아니 애초에 내 얼굴을 가면이 덮고 있는데 표정은 어떻게 보는거지?

{나는 엄마지 않느냐! 아들의 생각 정도는 다 안다!}
아 예, 그러시군요.
내 속도 모르는지 작은 가슴을 당당하게 펼치며 말하던 그녀는 내가 아무런 호응을 보이지 않자 헛기침을 몇번 하고는 중대 사항을 몇가지 발표했다.
그중 첫번째는 당연히도 펜릴 전대라는 특이점들이 전투에 참여했으니 조심해서 행동하라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다름아닌..
{막내야. 오늘부터 너는 정찰분대를 이끌거라.}
내 보직이 변경되었다는 소리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정해졌다고 해야할까?
어떤 쪽이든 내가 앞으로 정면전을 맡을 확률이 줄어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도대체 저 형이라는 침식체가 얼마나 열심히 설득을 했길래 엄마가 바로 오케이 너 정찰병! 이러시는건지 궁금했다.
{너를 만든 목적은 처음부터 정찰 대장을 맡기기 위함이었으니 이것만큼 좋은게 어디있겠느냐!}
그런데 짜잔. 처음부터 그럴 목적이었다네요.
아니 처음부터 이럴거였으면 도대체 왜 적진을 들쑤시게 만든거냐고! 그 덕에 난 팔자에도 없는 이수연 스트라이크에 대가리가 터질 뻔했는데!
마음만 같아서는 나보다 작은 그녀를 번쩍 들어올리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뒤져!!}

{어이쿠!}
진짜로 그랬다가는 날 한손으로 뭉개버릴 저 두 거한에게 잡혀서 죽을까봐 그러지는 못했고 그냥 알겠다고 수긍한채로 둥지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내가 비행 시에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따로 목표 지점이나 정찰할 구역을 정해둔 것은 아니었으나 그냥 발길이 이끄는 대로 날아가볼 생각이었다.
비록 이곳이 내가 살던 지구와 별다를 바가 없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골수 한국인이라 유럽 쪽에 와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탓이었다.
물론 조금씩 둥지에서 멀어질 때마다 내가 인간측이 있는 땅으로 가고 있음이 실감되어 살짝 긴장되기도 했지만...
뭐 어떤가.
어지간한 스펙의 적 정도는 적당히 잘 피해서 도망칠 수 있을텐데.
도망치는게 비겁하다고?
에이, 정찰병인데 그럼 잘 도망다녀야지. 뭔 놈의 정찰병이 적 본대랑 정면 승부를 벌이겠는가.
애초에 날 몰아붙이려면 젊수연 정도는 와야 한다.
그러니 난 적당히 딴짓하다가 귀환하면 된다는 말이기도 하고!
인간 진영의 생각이 어떨지는 몰라도 나 하나 잡겠다고 펜릴 전대의 귀중한 인력들을 보내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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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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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렇게 아무런 방해없이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유럽의 한 도시에 도착한 나는 좋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일단은 텅 비어있는 도시를 열심히 탐색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번화했겠으나 침식체들의 공격으로 이제는 완전히 유령도시가 되어버린 장소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그 주범들 중 하나로써 약간은 미묘한 심정이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리고 내가 이 도시를 공격한 주범도 아니고.
그렇기에 나는 도시를 대충 둘러본 이후에는 여기서 더 움직였다가는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 탓에 그냥 대충 몸이나 좀더 움직여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제 4종 침식체라는 놈이 무슨 놈의 훈련이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직접 카운터랑 싸워보고 나니까 내 몸을 움직이는 법을 제대로 익히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제대로 이해했다.
젊수연이랑 싸울 때는 기적적인 창의 내구도와 무식할 정도로 힘으로 몰아붙이는 그녀의 스타일 덕에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 비등하게 싸운거지 내 신체 스펙이 그녀랑 비슷했던건 아니다.
성장세는 다른 침식체들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나는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며칠 안에 존나 빡세게 훈련하여 내 몸을 죽지 않고 싸움을 피해다닐 수 있는 수준으로 키울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열심히 창을 휘두르고 팔 다리를 움직이며 각종 매체에서 본 무술들을 시도해보는 등 열심히 움직였는데.
그러던 와중에 나는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이 몸...생각보다 쩌는 몸이었네?"
내 몸의 스펙이 내가 지금까지 파악했던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카운터들도 등급에 따라 강함이 천지차이라지만 A등급 카운터인 리타 아르세니코가 왜 3종들을 상대로 고생하는 서술이 있는건가 싶었는데 막상 내가 4종이 되어서 몸을 본격적으로 써보니 3종 이상부터는 침식체들도 가히 괴물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전함에나 쓸법한 동력원을 소형으로 압축해서 전함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는 기체에 때려박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함선을 끌고 온다면 강한 카운터들을 동원하여 처리가 가능한게 4종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아무리 강한 카운터들을 많이 끌고온다고 한들 제대로된 계획이나 화력 지원이 없으면 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나중에는 비공식적이지만 4종을 쉽게 갈아마시는 강자들이 생겨나기는 한다.
뭐, 내가 만일 그 때까지 살아있으면 절대로 혼자 다니지는 않을테지만 말이다.
즉, 일단은 위험한 상황만 잘 피해다니면 굳이 사람들을 죽일 이유도 없어지고 내 몸도 지킬 수 있다는 소리다.
펜릴 전대야 그 때와 같은 일만 없으면 만나지 않을거고, 메이즈 전대는 여기 오지도 않은거 같고, 고르디우스나 카르나데스 전대도 없는 것 같으니까.
잘 사리면 그들을 피해다닐 수 있겠지.
'펜릴 전대를 만난 것도 내가 막무가내로 뛰쳐나가서 돌아다니던 탓일텐데 한번더 그런 일이 터질리가 없지. 만약 그러면 로또를 사야하는거고.'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훈련을 반복하면서 시간이 날때마다 근처의 가게들을 뒤지고 다녀봤다.
가끔 가게를 뒤지다보니 미쳐 가져가지 못한건지 각종 식료품이나 옷가지가 나오기도 했는데 솔직히 옷은 의미가 없어서 두고 식료품만 챙겨갔다.
누군지 모를 가게 주인님들 죄송합니다. 그런데 살 사람은 살아야죠.
"와 시발...햄이라는게 이렇게 맛있었던 거였나? 입에서 아주 살살 녹네."
맨날 먹는게 이상한 점액질 같은 거였으니 나도 인간제 식품들이 먹고 싶었단 말이다.
물론 다른 침식체들이나 형, 누나는 잘 먹던데 나만 못 먹는게 혹시 비위 탓인가 싶기도 했지만 살짝 혀를 대봤을 때 진짜로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이었던 것을 보니 비위 탓은 아닌거 같았다.
내가 정신이 인간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신체 구조도 다른 침식체들과 다른 면이 있는건가?
그러고보니 난 분명 평범한 인간이었는데 이거 무기술이 뭔가 예사롭지가 않다?
내가 창술이나 검술을 따로 익혀본 적은 없고 그냥 웹툰에서나 본게 전부인데 자연스럽게 창을 내지르고 그것들을 회수하여 다음 동작을 준비하며 중간마다 날카로운 손톱을 검 대신 사용하여 검술의 동작까지 섞어내는 것을 보면 고작 단련만으로 이게 되는게 맞는건가 싶었다.
마치 누군가의 기억이 내게 덧씌워진 느낌이라고 할까.
창으로 할 수 있는 동작들을 이어나갈 때마다 약간 머리가 따끔거린다. 하나의 동작을 행할 때마다 다음 동작이 자연스래 그려지고 몸이 따라 움직인다.
이미 너무나 익숙하다는 듯이.
물론 그것을 깨달았다 해도 왜 내가 그런 이질적인 감각을 느끼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말이다.
'와. 총이다....근데 진짜 더럽게 크네.'
이따금 도시의 잔해 속에 묻혀있는 관리국 소속인듯한 병사들의 시신에서 무기들을 발견할 때마다 살짝 쥐어봤는데 크기가 커서 멋지긴 했지만 비효율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하...이런 미친 무기를 든 녀석들이 수두룩한게 관리국이고 그 관리국 내부에서도 지 검 이름을 드래곤 슬레이어로 지은 미친년이 최강이라는 거구나.
그리고 그 미친년의 제자중 하나가 내가 날려버린 지 이름으로 필살기 이름 짓는 돌아이 mk. 2 인거고.
이제는 나도 그 미친년놈들의 추적 대상 중 하나가 되었다는 소리인가?
세상에!
이거 너무하네 진짜.
어떻게든 그 놈들 피해서 악착같이 살아가보려는 선량한(?) 반인반침한테 너무 가혹한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그냥 멍하니 도시의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사람으로 보이는 신영 2구가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런 유령 도시에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난 조금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눈을 강하게 뜨며 눈앞의 인물들을 확인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니 전혀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사아아아악!!!!
고개를 숙인 내 뒤의 건물이 커다란 굉음과 함께 정말 깔끔하게 두동강났다.
이게 진짜 뭔 개같은 상황인가 싶어서 고개를 들 틈도 없이 내 전신에서 울린 경종에 난 곧바로 뒤로 몇걸음 물러났고 나는 난생 처음으로 포식자 앞의 피식자가 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목표 확인했습니다. 침식파형 또한 코드 네임 black 개체와 동일합니다.

그럼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 따라와라 제자놈아!
백발 금안의 준수한 외모를 가졌지만 자꾸 볼때마다 미안...하다 만이 떠오르는 꼬마아이.
그리고 그녀와는 다르게 흑발에 청안을 가진 카운터보다는 동사무소 직원이 어울릴 것 같은 생김새의 남성.
침식체의 입장에서는 사신이나 다름없는 두 사람이 내 앞에 서있었다.
그들은 다름아닌 펜릴 전대의 전대장인 힐데와 부전대장인 나유빈.
마왕이랑 겸상한다는 여자와 나중에는 그보다 더한놈이 되는 남자였다.
하하...
엄마!!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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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펜릴 전대의 일원들이 건넨 보고서를 받은 나유빈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보고서에 올라온 내용은 다름아닌 동기인 이수연의 부상 소식과 전선에 남아있던 전대원들이 전멸했다는 것으로 그가 예상했던 내용과 한참 동떨어져 있던 것이었다.
사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면 지금 쯤 이미 3번째 4종은 구축되었어야 했다.
이수연의 강함은 나유빈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며 그녀를 돕기 위해 움직인 전대원들도 나름 배태랑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상황은 달랐고 오히려 심각해졌다.

수연아? 몸은 좀 괜찮아?

......난 괜찮아....멀대.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걸....

스승님이 실망하셨을거야....고작 4종도 못 잡는 제자라고 그러실거라고....

스승님이 그러실 리가 없잖아. 그리고 일단 무사히 돌아온 것만 해도...

혼자 좀 있게 해줘...멀대.

그 놈의 멀대는....하...알았어.
전투 도중에 일어난 폭발에 휘말린 그녀는 왼팔에 금이 가서 이틀 정도는 쉬어야한다는 말을 들었고 고작 4종이라 무시했던 상대의 완전한 구축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무기력해졌다.
그녀와 함께 귀환한 동료들이 최대한 그녀를 다독이려 해도 그녀는 혼자 있게 해달라는 말만을 반복하며 이불킥을 하고 있었다.
그게 돌아오지 못한 동료들의 모습이 떠올라 악몽을 꿔서인지 아니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게 부끄러워서인지는 아무도 모를 노릇이었다.

수연이는 아직도 저러는게냐?

네...아무래도 3번째 4종을 구축하지 못한게 마음에 걸리나 봅니다.
그녀가 회복중인 병실의 문 앞에서 힐데와 나유빈은 단말기에 올라온 정보를 확인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4종은 조금 독특하구나.

저번의 세상에서는 나타난 적이 없었는데...

저번 세상이요?

호...혼잣말이니 신경쓰지 마라.

그것보다..녀석의 코드네임이 정해졌다던데?

네, 간단하게 black 개체라고 정했다고 하더군요.

네이밍 센스 하고는....빨강이랑 파랑 다음에는 검정이냐...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보다 지금 올라온 보고에 따르면 그와 전투를 치룬 모든 전대원들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남아있는 정보도 극단적으로 적고요.

그나마 알아낸 것은 이번 침식체의 덩치가 작은 것으로 보아 대 카운터 사양일 가능성이 높고 손에 쥔 무기를 이용한 광역 공격이 가능하다는 정도입니다.

그정도면 다 알아낸 것 아니냐? 대 카운터 사양이라고 한들 수연이와의 정면 대결에서 힘으로는 밀렸다고 하니 나와 맞붙으면 속절없이 구축될텐데?

저도 그리 생각하긴 합니다만...문제는 녀석의 성장 여부입니다.

확실히 갓 태어난 침식체보다는 1분이라도 먼저 태어난 침식체가 확연히 강하긴 하지. 힘의 적응 기간도 더 있으니.

그래도 내가 질 것 같지는 않구나.

그리고 애초에 지금 중요한건 레드 개체 아니었느냐? 전선에서 나서서 싸우는 개체는 그 놈이라 들었는데?

저도 처음에는 후퇴한 개체를 뭐하러 신경쓰나 했습니다. 그런데...
힐데의 물음에 나유빈은 단말기에서 하나의 그래프를 꺼내어 그녀에게 보내주었다.
앞의 것이 전장에 나타난 시점에 관측한 녀석의 침식파형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것이...

이번 전투 이후의 것이로구나.....?

응?
나유빈의 설명에 블랙 개체의 침식파형을 보던 힐데는 두번째 관측 결과가 첫번째 관측 결과에 비해 몇배 이상 뛴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그는 더 심각해진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스승님께서 알아차리셨듯 놈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마치 모든 스펙을 성장력에 몰아넣은 것처럼요.

그렇기에 어쩌면 그 4종이 형제 개체들과는 다르게 반대편 전선만 집요하게 노리는 것이 성장을 위함일지도 모른다는 결과를 도출했고 극약 처방으로 스승님과 제가 확실히 처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극약이라는 말과 함께 그의 시선은 힐데에게서 멈췄다.
비정상적인 강함에 비정상적인 인성을 보유한 그녀였지만 그 실력만큼은 독보적이다. 물론 성격상 그녀는 혼자 뛰어들어가 그 괴물의 목을 가져오는 편을 선호하겠으나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나유빈이 그녀를 컨트롤할 존재로써 따라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그녀만의 방식으로 아끼던 제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그 4종의 목을 가져와 제자에게 선물해줄 생각이 만연했기에.

좋다. 무기를 챙겨라. 놈의 목은 내가 가져온다.

네!
힐데는 나유빈의 말을 수긍하고는 곧장 무기를 챙겨 또다시 한 유령 도시에서 희미하게 관측되는 블랙 개체의 침식파형을 쫒아왔고 결국 현재의 상황에 이른 것이었다.

돌아가서 수연이가 낫는대로 훈련 강도를 높여야겠구나. 고작 저런 놈에게 다쳐서 오다니.

너무 방심하지는 마세요. 저놈이 숨기고 있는 수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걱정도 팔자구나. 저런 녀석 따위는 4합으로 끝낼 수도 있다. 보여주랴?
눈앞의 적을 향해 검을 몇번 휘두르던 힐데는 걱정하는 눈치인 나유빈에게 호언장담했다.
목표 대상인 4종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이미 수많은 사투를 넘어오며 단련된 그녀의 감각이 틀릴 가능성은 적었기에 쉽게 상대의 기량을 파악한 그녀는 애검을 손에 든채로 코앞의 4종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무슨 생각이지?'
하지만 나유빈의 경우에는 그의 총을 4종의 머리에 겨눈채로 적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아닌 4종 침식체의 행동 탓이었다.
그는 지금 힐데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상황을 관망하는 것처럼.
본래 침식체들은 아무런 이유없이 모든 생명체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며 덤벼온다. 그것은 1종이든, 2종이든, 3종이든, 4종이든 변화없이 같았다.
레드&블루 개체조차도 인간을 향한 적개심을 버리지 않았는데 같은 여왕 개체의 손에서 태어났을 녀석은 달랐다.
차갑게 내려앉은 저 눈으로 자신을 노리는 상대방을 관찰할 뿐.
-후웅!!!
불안한 감각을 지우지 못한 나유빈이 제지할 틈도 없이 힐데의 검이 휘둘러졌다.
매섭고 제빠른 검이 공기를 가르고 속력을 끌어올렸으며 그 속력에 맞지 않는 무게감까지 더하여 놈의 목을 노렸다. 이대로라면 놈의 목이 떨어지는건 순식간일 것 같은 일격.
하지만 4종은 부드럽게 자신의 몸을 숙여 그녀의 공격을 피하였다.
코어의 에너지 반응조차 없이 그저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것으로 공격을 피한 블랙 개체는 몇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한손에는 창을 다른 한 손에는 노획한 것으로 보이는 관리국 검사의 칼을 빼들었다.
덤벼보겠다는 것이냐!

스승님! 저건 분명히...!
그리고 동시에 그가 취한 자세는 다름아닌 관리국 제식 검술의 기초 자세였다.
그를 통해 그들은 한 가지 사실에 다가섰다.
눈앞의 4종은 그저 성장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전투 방식을 흉내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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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플래그.....구 관리국 시절의 힐데를 봤다면 희망을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