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하,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햇빛에만 닿으니 갑자기 급속도로 목이 마르질 않나, 그렇다고 물을 마시자니 삼키지도 못하고 입에서 흘러내리질 않나...

간단하게 끼니를 때워도 배부르다는 감각도 없었기도 했고...
난 지금은 담배를 피우며 이런 일상을 버텨내고 있는 상태다.

어제는 정말 너무나도 목이 마르고 배고파서 사람만 봐도 이상하게 입맛을 다시며 군침을 흘리기도 했다.

심지어 중간에 필름이 끊기기도 했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면 사람 하나를 납치해서 목덜미를 물어 뜯고는 흡혈을 하고 있었다.

덤으로 이 빌어먹을 '이형 발작'까지 일어나서 벌레 부위가 돋아나버리니, 소위 '모기'와 같은 모양세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이 모든 게 일주일만에 일어난 일이란 게 세삼 경이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 최근에 이런 걸 조사하다보니까 그... '혈귀'라고 했나?
아무튼 그런 정형화된 뒤틀림이라는 부류들이 이런 증상을 겪는다고 했다.

이 중에서도 '난수병'이라는 증상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던데... 어...? 잠깐만.


묘하게 사람 피에 집착하는 것도 그렇고, 물을 못마시는 걸 넘어서 무서워한다는 것도...? 에이 아니겠지 싶었는데...

밤이 되고 쥐들에게 시비가 걸려서 홧김에 죽이고 나니까, 인정하고 말았다.


분명 제정신일 텐데, 내 벌레 팔에 꾀어진 그 '과실'들을 뒷골목에서 내 손으로 뺀 상태로 개걸스럽게 빨아먹고 있었다.

황홀했다. 너무나도 황홀해서 아까 피웠던 담배 맛이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그것들을 열심히 배부를 때까지 빨아 마셔버렸다.

그럼에도 부족해서, 남은 시체들에게 남아있는 혈액을 모조리 내 목구멍에 쑤셔넣었다.

이후에는 '뒷골목의 밤'이 되기 전에 얼른 집으로 돌아와 내 모습을 거울로 다시금 보게 되었다.

약간이나마 창백해진 피부와 내 입주변에 엉망진창으로 묻은 타인의 피가 옷까지 묻어있는 탓에 황급히 씻어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의 나는 침대 위에 앉아서 본능적으로 '혈귀'로써의 본모습을 잠시 부분적이라도 변신을 해보았다.


그 모습은 내 주체적인 심상이라도 반영해주는 듯이 벌레와 섞인 무언가로 변해있었다. 물론 벌레 팔부분은 멀쩡한 팔로 바꾸어주었다만...

내 얼굴 반쪽이 세로로 찢어진 붉은 눈과 소름 돋게 웃는 입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머리 부분은 검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런 괴물이 되버린 나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 지조차,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해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