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천상의 어느날,

'언어의 신'이 업무중인 주신에게 뵙기를 청했다.


"어서오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주신, '아비나'가 눈앞에 있는 백발의 여신에게 묻자,

가슴에 책을 안고 있는 그녀가 답했다.


"절, 지옥으로 보내주세요!"


"...예?"


너무나 의외의 말에 아비나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아니, 왜 갑자기...?"


아비나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놀랍게도...


"전 마왕이 되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비나는 왼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쥐었다.

너무나 충격이 커서, 일단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안됩니다."


"어째서!!"


주신의 대답을 들은 언어의 신은 '쾅-!!' 하는 소리가 나도록 주신의 책상을 내리치며 큰소리를 냈다.

그 느낌은 '매우 억울하고, 답답하다'였다.


아비나는 우선 그녀를 진정시키기로 하고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었다.


그 결과...


"안됩니다."


"어째서!!"


어째 아까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마왕이 되서 깽판치는 게 꿈이라니...


저와 싸우기라도 하실 생각이신가요?"


"그건..."


그녀(언어의 신)의 목구멍에서 '그러면 안됨?'이라는 말이 나오려다가 막힌다.


그녀는 별수없이 작전을 바꾼다.


"주신 폐하, 아무리 천국의 지배력이 중요하다지만,

지옥에 있는 마왕이라는 녀석은 기껏해야 '돌연변이 악마'입니다!

그것이 상급신의 영역에 도달한 것은 알지만, 지옥에도 진짜 상급신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오."


주신, 아비나는 매우 상큼한 미소를 띄우며 답했다.


"단호박이시네..."


"...굳이, 이 이상 천국과 지옥의 균형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천국과 지옥의 균형은 지금이 딱 맞습니다."


주신의 단호한 태도에,

언어의 신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


수일 후, 언어의 신의 거처.


끼익-


"어이, 언어."


누군가가 허락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를 부른다.

고개를 들어보니...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할까?"


그 곳에는 온통 색반전이 된 상급신 하나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