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끄루 대마왕 채널

1부


뽀끄루 최대의 적수인 모모가 타락되자, 뽀끄루 측의 전투력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 동안 뽀끄루를 상대해왔던  방해꾼의 제거도 있었지만, 최고참이였던 모모의 전투 능력은 다른 마법소녀들은 이길 수 있다는 꿈도 꾸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승산이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마법소녀는 그와 함께 짝을 이뤘었던 백토 정도였다. 하지만 백토는 달토끼 족으로 돌아가 버린지 오래, 백토가 모모의 상태를 알고 지구로 다시 돌아와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이 예상을 보기 좋게 깨주듯, 모든 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백토가 지구로 돌아왔다. 


뽀끄루의 마수가 뻗어질 뻔했던 달토끼 족을 보호해준 뒤, 지구로 돌아온 백토의 눈에 들어온 것은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였다. 뽀끄루 대마왕의 재림으로 추정한 백토는 자신이 애용하는 무기, 매지컬 체인소우에 시동을 걸고 도시의 심층부로 이동한다.


심층부에는 아직 도시를 파괴하고 있던 악당이 있었다. 그녀는 기세등등하게 악당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소녀 백토, 여기에 등장! 정의의 이름으...” 


백토는 말을 잇지 못했다. 도시를 파괴하고 있던 악당은 뽀끄루가 아닌 주황색 머리카락의 소녀, 다름 아닌 모모였다. 모모는 백토가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어머♡ 이제야 와줬네? 보고싶었어


모모는 그 때 그 헤실헤실한 미소를 보여주지만, 백토가 본 미소는 밝았던 미소가 아닌 가식적인, 어쩌면 이제야 온 백토를 비웃는 듯한 미소였다. 백토는 자신의 절친인 모모를 잃었다는 충격으로 정신을 잃을 뻔 했지만 정신을 다 잡고 말을 잇는다.


"모모… 내가 없는 사이에 이렇게 되버리다니… 내 손으로 다시 되돌려주겠어!"


백토의 마음은 뽀끄루를 향한 증오만이 남아있었다. 만약 모모 옆에 뽀끄루가 있었다면 뽀끄루는 만월의 야상곡의 최후 부분보다 더욱 더 잔혹하게 죽을 것이라는 건 누구나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백토의 증오서린 다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토를 비웃는다.


"어머, 이제와서 날 되돌린다고? 내가 세뇌 당할 때 날 구해주지 않았던 년이 누구였더라아? 백토 너잖아? 내가 힘들었을 때는 구해주기는 커녕 나타나지도 않았던 주제에, 내가 이렇게 되버리니까 그제서야 구하려하네에. 그치이?"


모모의 도발에 백토는 결국 남아있던 이성의 끈마저 놓쳐버렸다. 시동이 걸린 매지컬 체인소우는 모모를 향해 붕붕 휘둘려지지만, 모모는 가소롭다는 듯이 매섭게 휘둘려지는 매지컬 체인소우를 여유롭게 피한다. 


"후후… 짐승년이라 그런가? 겨우 이 까짓 도발에도 넘어가네에. 게다가 그 패턴, 너무 단순해서 우리 주인님도 눈 감고 피할 수 도 있겠어"


백토도 달토끼족에게 가있는 동안 놀고 먹기만 한 것은 아니였지만, 전에 있던 모모보다 한층 더 강해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와중에도 모모는 백토를 향해 도발을 서슴치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저 놀려대는 혀를 잡아서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전 동료의 우정때문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모는 우정 따위는 밥 말아 먹었는지 계속해서 입을 놀려 댄다.


"겨우 이 정도야? 이제 내 차례인가 보네?"


쉴새 없이 매지컬 체인소우를 휘둘러댄 백토의 체력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설상가상으로 매지컬 체인소우의 연료또한 전부 써버렸다. 모모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매섭게 반격해온다. 마땅한 공격 수단이 없었던 백토는 그저 모모의 공격을 막아내는데에 전념할 수 밖에 없었다.


'챙! 챙! 파킹!'


체력따위는 존재하지 않는지 계속해서 공격을 모모, 그 동안 부서지기는 커녕, 흠집조차 나지 않았던 매지컬 체인소우는 결국 모모의 티타늄 카타나에 의해 두동강 나버렸다. 최후의 수단으로 백토는 모모에게 매달려보지만, 타락으로 인해 한층 더 강해진 모모는 매달린 백토를 가볍게 떨쳐냈다. 그렇게 백토는 도시의 어느 골목으로 떨어져버린다. 


'콰과과과!!'


떨어졌을 때 충격이 컸는지, 백토의 옷은 거의 다 찢겨졌고, 몸 이곳 저곳은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킨 백토의 뒤에 어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백토야 괜찮아?"


그 목소리의 정체는 모모의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본 백토는 세뇌되기 전의 모습인 모모의 모습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카흡… 습.. 매지컬.. 모모! 이제야 돌아와.. 스읍 줬구나!"


"그러엄, 당연하지!





내가 사냥감을 놓칠 리가 없잖아?"


"아아… 아…"


모모는 백토의 일말의 기대조차도 깨버리듯 만신창이가 된 백토의 눈 앞에서 타락된 모습으로 변했다. 덕분에 일으켜진 몸은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아 버렸다. 모모는 티타늄 카타나를 들고 백토에게 서서히 걸어온다.


"내가 힘들었을 때 구해주지 않고"


"그만해…"


"내가 괴로웠을 때 도와주지도 않고


"제발…"


"내가 다쳤을 때 나타나주지도 않고"


"그만…"


"이제 끝이네, 모모찬바라."


티타늄 카타나의 칼날은 백토의 살을 수차례 뚫는다. 그 자리에서 모모에게 난도질 당한 백토는 더 이상 살 가망이 없어졌다.


"그럼 안녕. 난 주인님께 가봐야해서"


모모는 말 한마디를 툭 내뱉고 유유히 사라진다. 온몸 곳곳에 구멍이 나버린 백토는 젖먹던 힘까지 동원하며 말을 내뱉는다.


"미안해… 매지..컬 모모… 구해주...지 못해서…"


백토의 이 한마디는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이 되어버린채, 그 자리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렸다. 모모와 한 팀을 이루며 같이 싸우고, 우정을 쌓아오던 백토는 절친이였던 모모의 손에 그렇게 죽고 만 것이다.




제가 써놓고도 좀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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