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많이 다른가 싶다

한 달이나 된 글이지만 보고서 가만히 못 넘길 이야기가 있어서 적어봄. 일단 함정수사 자체는 찬성함. 넌 범죄가 흉악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범죄자들이 출소해서 새로이 직업을 구하는 행동에서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고 적어줬는데 사실 그건 극 소수의 생계형 범죄자 몇몇 정도라고 밖에 생각하지않음. 예시로 든 장발장처럼. 이외에도 생계형 범죄자는 노동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는 현재의 제도와 사회가 돈을 버는 것을 제약하니 돈이 남는 사람들에게서 훔쳐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잦음. 논리를 보면 누군가는 그럴 수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이런 범죄자들의 논리에는 가장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 진짜 돈이 많은 부자들이나, 아무리 작은 규모더라도 중소기업의 회사에 침입해서 훔치려하지는 않는다는 것임. 회사는 다 통장이나 인터넷 뱅킹 쓰지않냐 하는 소리는 말도 안되는 소리임. 중소기업처럼 작은 회사에는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재산을 대부분 보관해두고 있음. 특히나 용역같이 하루벌어 일하는 사람들에게 임금을 줘야하는 업종일 수록 더더욱. 그런 곳에는 보안상의 이유와 핑계를 대며 훔치지 않지만, 같은 소시민 상권의 사람들에게서는 훔침. 그리고 나는 굶어 죽기 싫었다라고 말하지. 간단함. 범죄자들에게는 자신이 중심임. 내 옆에 있는 사람 것을 훔치면 그만인 세상이기 때문이지.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물론 모든 범죄자가 갱생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님. 내가 사는 지역만 해도 신불자나 절도했던 사람이 용역에서 일 기다리는 사람 정말 많음.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사람을 고용한 적이 있고, 딱히 의심하거나 감시하지도 않았음. 그 분은 별 사고 안치시다가 다른 지역으로 갔음. 돈 더 벌려고. 아무리 범죄자라고 해도, 스스로 나아지려고 하면 충분히 힘들더라도 나아질 수 있는게 사람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거임. 그래서 재범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분류하는거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지역 사회의 감시를 부탁하는거. 너 말 마따나 장발장처럼 옆에 계속 붙어서 감시하는 것의 순한 맛으로.

장발장 얘기 계속하자면, 장발장은 절대로 선인이 아니었음. 나중에 갱생했을 뿐이지. 사람들이 정말 잘못 알고, 왜곡되어 기억하는게 장발장임. 빵 하나 훔쳐서 5년의 징역을 산 것은 문제가 있지만, 장발장은 어떠한 이유로든 수차례 탈옥을 시도했던 범죄자였고 은촛대도 훔치려했었음. 후에 갱생했다지만 결국 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 자베르 경감이 지속해서 그를 쫒은 계기가 됨. 원작에서도 분명히 밝히지만 은촛대 사건이 없었다면 자베르도 장발장을 계속 쫒지는 않았음. 또 자베르는 장발장을 쫒는 것을 범죄자의 계도를 위해서 쫒았지 승진을 위해서만 쫒지도 않았음. 원작 내에서 밝혀지는 자베르가 장발장을 잡는데 대해 본인의 욕망을 드러내는 부분은 '내가 이 오랫동안 도망친 범죄자를 드디어 드러내고 잡아냈다'라고 고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는 묘사 뿐임. 현실하고 너무 다른 예시라는 이야기.

게다가 알고 있으려는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우리나라 법에는 '전통의 미풍양속을 지키기 위해'라는 글귀가 꽤 많이 들어감. 너 말대로 구시대적인 관습의 영역을 기반으로 두고 법을 만든 것이 사실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이걸 무시해서는 안됨. 여태까지 많은 법학자들이 달려들어서 법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은 대체할 가치와 기준이 없기때문임. 당장에 생각해봐. '전통의 미풍양속을 지키기 위해 직계혈족 간의 고소를 금한다' 라는 것을 두고 보자. 현실적으로 가정폭력이나 자손의 재산을 착취하는 부모 등의 문제. 어마어마하게 많음. 또 장유유서의 관습이 항상 옳기는 커녕 아주 악용되는 경우가 잦음. 그렇다해서 이 직계혈족 간의 고소를 금한다는 법을 어떻게 개선시킬 것이냐 하면 쉽게 말할 수 없음. 이유는 아래와 같음.

직계혈족 간의 고소를 허용할 경우 사건의 진위파악은 오로지 진술에 의해서만 해결되게 될 것임. 증거 어딨냐고 하지만, 증거에 모든 것을 맡기는 법적 공방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함. 우리나라는 법적 공방은 피해자가 무죄를 입증을 해야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임. 말마따나 몽둥이로 후려팼어도 몽둥이를 처분했다면 가해자는 쟤 계단에서 굴렀다 라고 앵무새처럼 반복만 해도 무죄를 입증하거나 감형받을 수 있음. 현재도 이런 악용법이 남아있는데 직계혈족 간의 고소를 허용하면 진짜 지옥문이라는게 뭔지 알게 될거임.
또 법의 판결에 대한 기준을 잡지않으면 순전히 판사의 판단이나 개인의 양심에 법치주의의 향방을 맡겨야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고대 시대의 제사장 때나 나올 법한, 니가 말한 법에 종교의 영역을 넣어버린 모습이 될거임. 모양새만 다를 뿐. 지금 한국 법치 사회의 문제는 알고서도 방치하는게 아니라 알고서 고칠 수 없거나 고쳐야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니까 도저히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일 뿐임. 최선의 차악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사회가 유지될 만한 차악이라는 이야기임. 깊게 생각하면 이 문제는 법치주의 자체의 문제가 되는 것이고, 무정부주의자들의 주된 주장이기도 함.

다시 본문 내용으로 돌아오면 성착취물도 법에 저촉될 뿐더러 성애의 영역에서 벗어난 범죄의 영역임. 인터넷 그루밍,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피해자 본인은 좀 힘들더라도 당연하고 문제없다고 생각하게 될텐데, 법에 대한 기준을 잡지 않고 본인의 진술과 양심대로 따르게 되면 피해자를 가스라이팅한 성착취 가해자는 무죄가 됨. 만약 니가 딸을 낳았고 그 딸이 저렇게 성착취 피해자가 되었으며 가스라이팅이 끝난 후거나 스톡홀름 증후군 등의 정신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넌 가해자를 범죄자가 아니라 사회의 정상인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임. 법에 기준이 없다는 것은 이런 것이고, 대부분의 법이 종교의 관점에 기대는 것도 '유일하게 양심을 가치로 삼는' 집단이기 때문임.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함정수사를 찬성하는 것도 최선의 차악이기때문임. 니 말마따나 범죄자를 잡기위해 범죄를 행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행동이기도하고 정정당당하게 수사로서 승부하자! 하는 것도 정신나간 행위기에, 결국 범죄자가 지붕 위를 뛰어다닐 때 공권력은 정해진 길을 다녀야하는게 맞음. 그걸 풀어주면서 생기는 사회적 혼란이 더 크기 때문임. 다만, 이렇게 공권력은 법이 정한 길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종사자의 좌절감이 상당히 심각하게 다가오기도 함. 경찰들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봉이고 승진에만 목매는 이유도 범죄를 잡기위해 열 올리는 행위가 의미가 없기때문임. 어차피 열올려봤자 나만 손해고 실수하면 진급 누락되서 앞으로 열 올리려하면 진급 못한 탓에 위에서 압력 내려오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범죄도 못잡고 돈도 못벌고 눌리기만 하면 누가 범죄를 잡으려고 노력하겠음? 이러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최선의 차악을 채용하고 범죄도 잡고 진급도 하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