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豐縣【豐一作風】本新羅推良火縣【推一作三】 景德王 改名玄驍 爲火王郡領縣 高麗初 更今名 顯宗九年 來屬 恭讓王二年 置監務 割密城仇知山部曲 屬之

현풍현(玄豐縣){풍(豐)은 한편 풍(風)으로도 쓴다}은 본디 신라의 추량화현(推良火縣){추(推)는 한편 삼(三)으로도 쓴다}이니 경덕왕이 이름을 현효(玄驍)로 고쳐 화왕군(火王郡)의 영현(領縣)으로 삼고 고려 초에 지금 이름으로 고쳤다. 현종 9년(1018)에 (밀성군에) 내속(來屬)케 하였다. 공양왕 2년(1390)에 감무(監務)를 두고 밀성(密城)의 구지산부곡(仇知山部曲)을 나누어 속하게 하였다.



추량화(推良火)/삼량화(三良火) -> 현효(玄驍) -> 현풍(玄豐)/현풍(玄風)의 변화를 거쳤음


먼저 뒷부분의 불 화(火)는 벌판의 벌(原)과 발음이 같아 벌을 나타내는 글자로 쓰인 것인데, 벌의 옛 이표기로 卑離(비리), 夫里(부리), 伐(벌) 이외에 風(풍) 또한 있었음을 알 수 있음. 이 風(풍)은 명사로 바람이지만 동사로는 (바람이) 불다로도 쓰이니, 이 '불다'는 후기 중세 한국어(15세기)로 블다/불다(pǔl-/pwǔl-), 악센트를 보면 고대에는 *por(V)-[보ㄹ다]였을 것으로 추정. 고로 벌(原)의 발음과 비슷하니 風(풍)으로 고쳐 쓴 것임


虞風縣 夲于火縣 景徳王攺名 今合屬蔚州

우풍현(虞風縣)은 본디 우화현(于火縣)이니 경덕왕이 이름을 고쳤다. 지금은 울주(蔚州)에 합쳐 속하게 하였다.

화(火) > 풍(風)



앞부분을 보면, {추(推)는 한편 삼(三)으로도 쓴다}라고 하였음. 추(推)는 밀다, 삼(三)은 셋을 뜻하여 언뜻 보면 둘은 발음상 상사(相似)하지 않아 관계가 없어 보이나, 이는 반도 일본어(Peninsular Japonic)의 흔적임. 삼(三)은 일본어로 み(미)라 읽으니 '밀다'의 어간인 '밀-'과 발음이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음. 그리고 '밀다'는 후기 중세 한국어로 밀다(mǐl-)인데, 악센트를 따지면 더 이전에는 mil(V)-[미ㄹ-]였겠지


이와 똑같은 예시로,

三峴縣(一云密波兮)

삼현현(三峴縣){한편 밀파혜(密波兮)라고도 한다} 같은 게 있음


경상남도 밀양시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이름인데,

密城郡 夲推火郡 景徳王攺名 今因之 領縣五

밀성군(密城郡)은 본디 추화군(推火郡)이니 경덕왕이 이름을 고쳤다. 지금도 그것을 좇고 영현(領縣)은 다섯이다.


推火(추화) > 密城(밀성)이 되었음 火(화), 즉 '벌'이란 뜻에서 경덕왕이 한화시키며 성(城)으로 바꾼 것을 알 수 있음

이 밀양시는 이보다 더 앞선 변한 소국 때의 이름을 살피면, 彌離彌凍國(미리미동국)인데, 미동(彌凍)은 *metor-[메돌]로 현대 한국어 무들이, 무드리 등과 같은 물이 들어온다는 [물(水) + 들(入) + 이]로 해석되며 앞의 미리(彌離)는 *mere[메레]라고 읽힘. 고대인은 여러 소국들을 차례차례 병합하면서 기존의 국명으로 지명을 지었으므로, 彌離彌凍(미리미동) > 推火(추화) > 密城(밀성)은 재구하면 신라가 *meremetor-i[메레메도리]라는 소국을 쳐 얻고 *merepere[메레베레]라 이름하였다는 것임


현대 한국어로는 '신라가 밀무드리(미리무드리)를 쳐서 밀벌(미리벌)이라 하였다'라고 할 수 있음. 보니까 광주(光州)에서 본인들의 고장을 아칭(雅稱)으로 무진(武珍), 무등(無等)에서 비롯한 무드리라 부르기도 하던데, 밀양에서도 본인들의 고장을 아칭으로 미리벌이라 부르는 듯함


아무튼 전기 고대 한국어로 '밀다(推)는 *mere-[메레-]였다는 것인데, 이것이 후기 고대 한국어에서 *miro-[미로-] 또는 *miri-[미리-]가 되고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는 밀다(mǐl-)로 이미 축약되어 상성(上聲)의 악센트를 가졌다고 재구 가능. 실제로 사투리로도 '미리다, 미르다'가 있음



여기까지의 재구로 추랑화(推良火) 또는 삼량화(三良火)는, *merapore[메라보레] (< *merapere)라 읽을 수 있겠지




그럼 앞부분 한화시킨 현(玄)은 뭐냐?


玄(현)은 흔히 천자문에서의 새김도 그러하듯 '검다'로 읽지만, 노자(老子)의 현지우현(玄之又玄 , 오묘하고 또 오묘하도다)처럼 오묘하다, 묘하다, 심오하다, 심원하다 등의 뜻도 있으며 이와 비슷한 아득하다, 멀다라는 뜻도 있음


나는 이 '멀다(遠)'에 주목했는데, 멀다는 후기 중세 한국어로 멀다(měl-)로, 악센트를 따지면 더 이전에는 *mel(V)-[머ㄹ-]였음. 이 '멀다'와 '밀다'의 발음도 결국 고대에 같거나 비슷했겠지. 그래서 이렇게 한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냥 중국식 작명일 수도 있고. '아님 말고'긴 함



또 추가로 경덕왕이 火(화)를 驍(효)로 바꿨는데, 이건 音(昔)里火를 靑驍로 바뀌었듯이 공통점이 보이긴 함

驍가 고대에 *por-로 읽히는 독음이 있었을지도? 이것도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