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 상황 자체는 마음에 들음

왜냐면 설령 그것이 피해망상적이고 일부 사례를

대부분의 사례로 확대 해석하는 개소리에 불과하더라도

무언가 사회적 금기를 건드리고, 필요 이상으로 노골적인

표현으로나마 그것을 주목하게 만든다는 것에 의미가 있음


특히 수천년간 당연히 되어왔던 결혼이라는 것은 신성시되고

터부시되어 그 제도의 무결성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하는 것 자체가

반체제적인 행위로 인식되어 왔지만 그런 성역을 불쾌할 정도로 찝찝한

단어로 재조명한다는 것 자체가, 설령 비겁하게 익명성에 기대는 인터넷에서의

논쟁에 불과할지라도 탈권위주의적인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다시 보게 만들음


그러니까 인터넷이라는 무정부 지대는 할말 못할말 안가려서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내면에 있는 잠재적 생각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모의 실험장이고 아무말

대잔치인 인터넷 커뮤니티는 실험실에서 풀려난 침팬지들이 아무 화학 물질이나 

비커에 넣고 흔드는것 마냥 여러 화합물들이 무작위적이고 불규칙하게 재조립되는

과정이고 지금 막 위험하고 쓸모없어 보이지만 흥미를 자극하는 물질이 생겼다는거임


설거지론 자체는 일부분만 사실인 개소리지만 

사실 인류의 위대한 발견은 대부분 개소리에서 시작됨

천문학은 별자리의 운행에 따라 팔자가 바뀌고, 나라의 국운 조차도 예측한다는 점성술에서 시작되었고

화학은 좆물을 달걀 껍질에 넣고 인조인간을 만들거나, 오줌을 절여 황금을 만든다는 연금술에서 기인함


무엇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 변태 할배의 주장-

아들이 아빠를 뚜가패고, 엄마랑 떡치고 싶다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여자가 남근의 권위를 얻고 싶어하는 후타나리적인 욕망을 가졌다는 남근선망 같은건

지금에 와서야 수없는 반박을 받아서 퇴물 이론에 불과하게 되었지만, 그 당시에 금기시

되었던 성적인 담론에 대해서나 신만이 알 수 있는 영역에 불과했던 인간의 의식에 대한 

재해석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주목과 환기를 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


그래서 설거지론 자체는 개소리여도

결혼이라는 철옹성 같은 시스템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논의를 뒤늦게나마 시작할만한 꽤 그럴싸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