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이경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고백하는데 실은 전해 들은 거라 정확하지 않다-. 예능에서 중요한 건 웃기는 사람이 아니라 리액션하는 사람이랬던가.

오두방정을 떨며 주인공을 띄워주는 웹소설의 조연이나 이세계물의 떨거지들을 생각하면 그 말은 일리가 있다.

요리왕 비룡에서도 소호가 너희 이분이 누구인지 아느냐, 하며 호통을 친다. 그때 다들 비룡이 특급 요리사라는 것을 알면 뒤집어진다. 그 덕에 우리는 특급 요리사의 위상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리액션이란 참으로 중요하다.

세상엔 생산자와 해석자가 있다. 얼핏 생산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지만 전술한 말대로라면 생산자보다 해석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대단한 것을 창조해도 해석할 사람이 없으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하잘 것 없는 생산물도 해석자가 의미를 부여하면 가치 있는 것이 된다.

그렇게 본다면 세상에 무용한 생각과 주장이란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가끔 게임을 가르친다. 내 실력은 프로들의 연습 상대는 될 수준인데 나는 오지랖이 많아 주변에 지식을 베푼다. 열정이 있는 친구들은 질문도 많고 의견 피력도 많은데 이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아마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엔 이게 좋은 것 같다.'

근데 나는 배우는 사람들의 의견을 한 번도 우습게 여긴 적이 없다. 그것이 정답이든, 오답이든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우스울 수가 있을까. 그러나 인간이 평가받는 순간을 불안해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의견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도 분명 있으니 말이다.

나는 학생의 의견에 보통 이렇게 답변한다.
'그건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내 생각과 다르지만, 그렇게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내려보는 습관은 빨리 잘해지는 지름길이니 계속 그리 고민해라.'

그럼 그 학생은 앞으로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것에 거침이 없어진다. 그리고 실제로 실력도 는다.

그럼 그때 내뱉은 학생의 오답은 무용하고 하찮은 것일까. 생각해볼 문제다.

해석자는 이세계의 떨거지인 것 같다. 반응 여하에 따라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 수도 있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모욕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참 대단한 권능이 아닌지.

그렇다면 이곳에 올라온, 행여 앞으로 올라올 의견 모두 무용한 것은 없을 것이다. 주장에 오류가 있다 한들, 그 가치를 정하는 건 해석자 나름이니.

오히려 생산자가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오만한 게 아닐까 싶다. 판단은 나 같은 이세계의 떨거지들 몫이다. 그걸 함부로 빼앗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당부하며 말을 놓는다.